★ 태국여행 다섯 번째 만에 처음 쓰는 여행기 [3편]
여행기를 쓰면서 다시 새삼 느낀다. 지금까지 태사랑에 주옥같은 여행기를 올리셨던 여러 회원님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일단 시작한 것이라 쓰긴 써야겠는데, 막상 쓰려면 매우 귀찮고 게으름뱅이가 된 느낌이 든다. "아, 내가 미쳤어. 괜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울리지 않게 여행기는...."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스스로 사기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소중한 몇몇의 댓글을 보며, 용기를 내어 다시 이어 쓰기로 했다. 별 재미도, 내용도 없는 여행기지만 살펴주시는 태사랑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3편> 천국에서 지옥까지 맛보다.
오늘은 드디어 피피섬에 가는 날이다. '푸켓' 이나 '피피'나 모두 이름이 이쁘다. 그 이름만큼 유명하기도 하니까, 기대가 많았다.

우리가 타고 가는 배는 '아누락'이란 회사의 스피드 보트다. 멀미를 조심하라는 사전정보가 있어서 우리는 미리 한국에서 챙겨온 멀미약을 먹었다. 사진에 보이는 가이드는 스피커를 몸 속에 장착이나 한 듯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정말 투어 안내에 딱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딱이다' '딱이다'할 것 처럼 장군감 목소리를 가진 분이다. (덕분에 코스마다 모이는 시간을 놓칠 걱정은 없었다. 어디서든 저분의 목소리가 잘 들렸으니 말이다.
)

<가이드가 자기 남자친구 '디카프리오'가 '더비치'란 영화를 찍었다고 소개한 마야비치
>
마야베이를 시작으로 피피섬 여기 저기를 들리면서 다녔지만, 스피드보트라 당연한 듯이 빨리 빨리 찍고 돌아서 여유있게 즐기는 느낌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냥 스노쿨링을 하고 싶다면, 물색좋은 피피섬까지 가는 수고를 덜고 그냥 꼬창에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동생은 꼬창의 스노쿨링 투어가 훨씬 낫다고 했다. 왜냐면 꼬창의 스노쿨링은 배가 크고, 선원들이 스노쿨링을 할 때 여자분은 잘 챙겨주기 때문이다. 특히 좀 이쁜 여성들이라면 매우 친절한 그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전날까지 비가 왔는데, 이정도면 물색은 정말 좋았다.>

<정신없이 이동하는 중에 사진도 찍고...>
중간에 몽키섬에 들려서 원숭이도 보고 사진도 찍었는데, 가이드가 원숭이를 조심하라고 워낙에.. 강조를 해서 우리는 좀 떨어져 시쿤등하게 보고 말았다. 그리고 피피섬 돌아오는 길에 물고기가 많다고 하는 카이섬으로 갔다.
그런데... 나만 피곤한게 아니었나보다.

<파라솔을 빌리자마자 미이라가 된 동생
>
카이섬에는 물고기가 많긴 했다. 그런데 동생이 미라가 된 이후라 혼자 노는 것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그때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갑자기 열대의 스콜다운 소나기가 퍼부었다. 그리고 미이라는 깨어났다.
나는 비를 참 좋아하는 편인데, 따뜻한 열대에서 쇼생크탈출에 나오는 소나기 같은 비를 맞아보고 싶었다. 이날 나는 원없이 소나기를 맞았다. 우리는 구운 옥수수를 사서 나눠 먹고, 다시 푸켓으로 돌아 갔다.
여기까지는........................... 천국이었다.
그리고 주말이라 유흥가와 가깝지만 그리 시끄럽지 않은 곳으로 고른 하드락까페 근처 호텔로 옮겼다.

<하드락까페 밤이면 사람들이 꽤 모여드는 라이브를 하는 곳이다.>
빠통에 머물면서 '정실론'에 매일 갔다. MK골드수키도 먹고, 망고도 사고,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사람구경도 하고..ㅋㅋ
그런데 정실론에서 메리엇호텔과 아난타라호텔 등에서 나온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신혼부부로 착각하고 영업을 했다. 내용인즉, 자기 호텔에 방문해서 무슨 프로그램 설명회를 들으면 공짜로 쇼나 투어, 상품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세상에 꽁짜가 어딨어."라는 생각에 아난타라 사람들을 지나쳤지만, 그후에 만난 메리엇에서 나온 인도사람 복장의 아줌마 말빨에 우리는 멈춰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동생이 바람쐴겸 드라이브 삼아 가자고 동의해서 우리는 부부행세를 하기로 했다.
여러명이 모여 설명회를 들을줄 알았는데, 가보니 우리 둘만 그것도 한국인에게 설명을 듣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회원권을 파는 것이었다. 호텔의 훌륭한 시설도 구경했지만, 우리는 설명회 내내 불편한 부부역할을 하느라 진땀이 났다. 신혼여행을 어디갔다왔냐는 질문에 동생이 할말을 잃자 내가 나서서 꼬창에 갔다고 했다. 태국을 너무 좋아해서...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우리는 열심히 연기를 했고, 이사계획이 있어서 큰돈을 쓰기힘들다며 사양을 하는 것으로 멋쩍게 마무리했다. 얼마나 잘 꼬시는 지 정말 우리가 부부였다면 미친척 지를 뻔했다.
혹시 신혼여행 중에 가신다면, 아마 설득당할 가능성이 꽤 높을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공짜 상품중에서 4,000밧짜리 메리엇 상품권을 선택했고, 그것으로 빠통의 메리엇에 있는 호텔 스파에서 딱 4,000밧짜리 스파코스를 동생에게 받도록 했다. 비싼 호텔스파를 공짜로 한 셈이니 동생과 나는 뭔가 여행와서 알바해서 돈 번 느낌이랄까.. 기분이 좋았다. ^^
그리고 저녁에 홀리데이인 시브리즈도 갔다. 시푸드부페라고 기대를 잔뜩했는데, 뭐 아기 랍스터(맛은 그냥저냥임)와 정체모를 회 한 가지, 새우.. 이것을 빼면 시푸드라고 보기도 힘든 메뉴구성이라 실망이 컸다. 그냥, 그냥, 부페였다. 가격대비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1인당 여행사에서 800밧)
그래도 이날 까지는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대망의 일요일이 밝아왔다.......................................
마사지를 받고, 평소처럼 정실론을 찍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호텔로 와서..................................
우리는 태사랑 검색을 통해 확보한 호텔에서 맛있다던 수제 햄버거를 룸서비스로 시켰다. 그거 맛있게 먹고 밤에 자기 전에는 얼음 띄운 맥주에 망고를 뜯을 참이었다.

<애슐리 호텔에서 시킨 수제버거와 하와이 피자>
룸서비스가 도착했다. 테이블에 딱 세팅을 하고 나서 사진생각이 나서 이번에는 먹기 전에 찍었다. 이때까지는 참 므훗했다. 햄버거는 치킨버거와 소고기버거를 시켰고, 피자는 뭐가 잘 팔리냐고 물어서 시킨 것이다.
정말 어느 분의 후기처럼 맛있었다. 우리는 맛있게 먹고 잠시 소화를 시키기 위해 노트북으로 미리 담아간 '공주의 남자'를 사이좋게 보기로 했다.
그런데..................................1편이 채 끝나기 전에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냥 설사가 나려나 했었는데...... 점점 심하게 아파왔다.
결국 나중에는 견디기 힘들만큼 배가 아팠다. 그때 언젠가 읽었던 태사랑 여행기에서 '세균성 장염'이란 병이 생각났다. 무척 심한 복통과 설사를 동반하는 병으로 현지병원까지 가게 된 사연이었는데,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이야기를 읽은 다음에 태국에 갈 때는 꼭 한국병원에서 '세균성장염'약을 미리 타서 준비해 갔다. 다행이 이번 여행에도 그 약은 준비해 두었기에 약을 먹고 증상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헉,,,
하지만... 약발이 쉽게 듣지 않았다.
얼마나 배가 아픈지 평소에는 못 느끼고 살았는데, 속에 숨겨진 장기가 고통을 느끼면 외부 피부같은 곳이 아픈 것보다 훨씬 더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만약 내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혔는데, 이런 고통을 주는 고문을 당한다면 아는 것은 죄다 불 것만 같은 상상도 했다. 아.. 이런 상황에 이런 유치한 상상을 하다니....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이대로 계속 고통을 견딜 것인지, 아니면 현지 병원에 갈 것인지를.... 그때 결정에 도움이 되었던 것도 예전에 읽었던 어느 태사랑 회원분의 세균성 장염으로 고생했던 사연이었다. 증상이 똑같았고, 그분은 병원에 갔지만 약먹고 주사맞은 것 외에는 별 조치가 없었고, 고통도 계속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괜찮아졌다고 해서 나는 고통을 견디기로 했다.
어차피 약은 먹었고, 병원에가도 아플 것 같아서였다. 또 다음날이면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다음날까지는 꼭 나아야 하는 상황이라 왔다갔다하면서 고생하느니 약을 더 먹고 낫길 바라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현지 약국에 동생을 보내 약을 더 타오게 했다. 그리고 현지약과 한국약을 새벽까지 몇번 먹었다. (생각해보니, 약을 좀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때는 절실했으니..)
그리고 나는 화장실에서 잠을 잤다. 침대에서 5분이상 견디기 힘들었기에 차라리 화장실에 타올을 깔고 자는 것이 더 편했다. 오빠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동생에게 미안해서 더 화장실이 마음편했기도 하였고...
나는 C급 기독교 신자다. 그래서 교회 가는 것도, 기도하는 것도 성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정말 간절하게 매우 오랜만에 하나의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다음날..... 새벽까지 아프다가 해가 뜨자 거짓말처럼 배가 아프지 않았다. 세상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런 기분이 들까.. 너무나 행복했다.
푸켓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5일을 보내고 우리는 다음날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방콕에서 4일을 보낼 예정인데, 함께 조인하기로 한 사람이 있었기에 설레임이 생겼다. 방콕에서는 그날의 치욕을 벗고 즐거운 추억을 남기리라 다짐했다.
P.S : 여러분의 댓글이 소심한 저에게 용기가 되고 자신감을 줍니다. ^^
그러나 소중한 몇몇의 댓글을 보며, 용기를 내어 다시 이어 쓰기로 했다. 별 재미도, 내용도 없는 여행기지만 살펴주시는 태사랑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3편> 천국에서 지옥까지 맛보다.
오늘은 드디어 피피섬에 가는 날이다. '푸켓' 이나 '피피'나 모두 이름이 이쁘다. 그 이름만큼 유명하기도 하니까, 기대가 많았다.
우리가 타고 가는 배는 '아누락'이란 회사의 스피드 보트다. 멀미를 조심하라는 사전정보가 있어서 우리는 미리 한국에서 챙겨온 멀미약을 먹었다. 사진에 보이는 가이드는 스피커를 몸 속에 장착이나 한 듯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정말 투어 안내에 딱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딱이다' '딱이다'할 것 처럼 장군감 목소리를 가진 분이다. (덕분에 코스마다 모이는 시간을 놓칠 걱정은 없었다. 어디서든 저분의 목소리가 잘 들렸으니 말이다.

<가이드가 자기 남자친구 '디카프리오'가 '더비치'란 영화를 찍었다고 소개한 마야비치

마야베이를 시작으로 피피섬 여기 저기를 들리면서 다녔지만, 스피드보트라 당연한 듯이 빨리 빨리 찍고 돌아서 여유있게 즐기는 느낌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냥 스노쿨링을 하고 싶다면, 물색좋은 피피섬까지 가는 수고를 덜고 그냥 꼬창에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동생은 꼬창의 스노쿨링 투어가 훨씬 낫다고 했다. 왜냐면 꼬창의 스노쿨링은 배가 크고, 선원들이 스노쿨링을 할 때 여자분은 잘 챙겨주기 때문이다. 특히 좀 이쁜 여성들이라면 매우 친절한 그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전날까지 비가 왔는데, 이정도면 물색은 정말 좋았다.>
<정신없이 이동하는 중에 사진도 찍고...>
중간에 몽키섬에 들려서 원숭이도 보고 사진도 찍었는데, 가이드가 원숭이를 조심하라고 워낙에.. 강조를 해서 우리는 좀 떨어져 시쿤등하게 보고 말았다. 그리고 피피섬 돌아오는 길에 물고기가 많다고 하는 카이섬으로 갔다.
그런데... 나만 피곤한게 아니었나보다.
<파라솔을 빌리자마자 미이라가 된 동생

카이섬에는 물고기가 많긴 했다. 그런데 동생이 미라가 된 이후라 혼자 노는 것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그때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갑자기 열대의 스콜다운 소나기가 퍼부었다. 그리고 미이라는 깨어났다.

여기까지는........................... 천국이었다.
그리고 주말이라 유흥가와 가깝지만 그리 시끄럽지 않은 곳으로 고른 하드락까페 근처 호텔로 옮겼다.
<하드락까페 밤이면 사람들이 꽤 모여드는 라이브를 하는 곳이다.>
빠통에 머물면서 '정실론'에 매일 갔다. MK골드수키도 먹고, 망고도 사고,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사람구경도 하고..ㅋㅋ
그런데 정실론에서 메리엇호텔과 아난타라호텔 등에서 나온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신혼부부로 착각하고 영업을 했다. 내용인즉, 자기 호텔에 방문해서 무슨 프로그램 설명회를 들으면 공짜로 쇼나 투어, 상품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세상에 꽁짜가 어딨어."라는 생각에 아난타라 사람들을 지나쳤지만, 그후에 만난 메리엇에서 나온 인도사람 복장의 아줌마 말빨에 우리는 멈춰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동생이 바람쐴겸 드라이브 삼아 가자고 동의해서 우리는 부부행세를 하기로 했다.

여러명이 모여 설명회를 들을줄 알았는데, 가보니 우리 둘만 그것도 한국인에게 설명을 듣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회원권을 파는 것이었다. 호텔의 훌륭한 시설도 구경했지만, 우리는 설명회 내내 불편한 부부역할을 하느라 진땀이 났다. 신혼여행을 어디갔다왔냐는 질문에 동생이 할말을 잃자 내가 나서서 꼬창에 갔다고 했다. 태국을 너무 좋아해서...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우리는 열심히 연기를 했고, 이사계획이 있어서 큰돈을 쓰기힘들다며 사양을 하는 것으로 멋쩍게 마무리했다. 얼마나 잘 꼬시는 지 정말 우리가 부부였다면 미친척 지를 뻔했다.

혹시 신혼여행 중에 가신다면, 아마 설득당할 가능성이 꽤 높을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공짜 상품중에서 4,000밧짜리 메리엇 상품권을 선택했고, 그것으로 빠통의 메리엇에 있는 호텔 스파에서 딱 4,000밧짜리 스파코스를 동생에게 받도록 했다. 비싼 호텔스파를 공짜로 한 셈이니 동생과 나는 뭔가 여행와서 알바해서 돈 번 느낌이랄까.. 기분이 좋았다. ^^
그리고 저녁에 홀리데이인 시브리즈도 갔다. 시푸드부페라고 기대를 잔뜩했는데, 뭐 아기 랍스터(맛은 그냥저냥임)와 정체모를 회 한 가지, 새우.. 이것을 빼면 시푸드라고 보기도 힘든 메뉴구성이라 실망이 컸다. 그냥, 그냥, 부페였다. 가격대비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1인당 여행사에서 800밧)
그래도 이날 까지는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대망의 일요일이 밝아왔다.......................................
마사지를 받고, 평소처럼 정실론을 찍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호텔로 와서..................................
우리는 태사랑 검색을 통해 확보한 호텔에서 맛있다던 수제 햄버거를 룸서비스로 시켰다. 그거 맛있게 먹고 밤에 자기 전에는 얼음 띄운 맥주에 망고를 뜯을 참이었다.
<애슐리 호텔에서 시킨 수제버거와 하와이 피자>
룸서비스가 도착했다. 테이블에 딱 세팅을 하고 나서 사진생각이 나서 이번에는 먹기 전에 찍었다. 이때까지는 참 므훗했다. 햄버거는 치킨버거와 소고기버거를 시켰고, 피자는 뭐가 잘 팔리냐고 물어서 시킨 것이다.
정말 어느 분의 후기처럼 맛있었다. 우리는 맛있게 먹고 잠시 소화를 시키기 위해 노트북으로 미리 담아간 '공주의 남자'를 사이좋게 보기로 했다.
그런데..................................1편이 채 끝나기 전에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냥 설사가 나려나 했었는데...... 점점 심하게 아파왔다.
결국 나중에는 견디기 힘들만큼 배가 아팠다. 그때 언젠가 읽었던 태사랑 여행기에서 '세균성 장염'이란 병이 생각났다. 무척 심한 복통과 설사를 동반하는 병으로 현지병원까지 가게 된 사연이었는데,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이야기를 읽은 다음에 태국에 갈 때는 꼭 한국병원에서 '세균성장염'약을 미리 타서 준비해 갔다. 다행이 이번 여행에도 그 약은 준비해 두었기에 약을 먹고 증상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헉,,,

얼마나 배가 아픈지 평소에는 못 느끼고 살았는데, 속에 숨겨진 장기가 고통을 느끼면 외부 피부같은 곳이 아픈 것보다 훨씬 더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만약 내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혔는데, 이런 고통을 주는 고문을 당한다면 아는 것은 죄다 불 것만 같은 상상도 했다. 아.. 이런 상황에 이런 유치한 상상을 하다니....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이대로 계속 고통을 견딜 것인지, 아니면 현지 병원에 갈 것인지를.... 그때 결정에 도움이 되었던 것도 예전에 읽었던 어느 태사랑 회원분의 세균성 장염으로 고생했던 사연이었다. 증상이 똑같았고, 그분은 병원에 갔지만 약먹고 주사맞은 것 외에는 별 조치가 없었고, 고통도 계속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괜찮아졌다고 해서 나는 고통을 견디기로 했다.
어차피 약은 먹었고, 병원에가도 아플 것 같아서였다. 또 다음날이면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다음날까지는 꼭 나아야 하는 상황이라 왔다갔다하면서 고생하느니 약을 더 먹고 낫길 바라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현지 약국에 동생을 보내 약을 더 타오게 했다. 그리고 현지약과 한국약을 새벽까지 몇번 먹었다. (생각해보니, 약을 좀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때는 절실했으니..)
그리고 나는 화장실에서 잠을 잤다. 침대에서 5분이상 견디기 힘들었기에 차라리 화장실에 타올을 깔고 자는 것이 더 편했다. 오빠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동생에게 미안해서 더 화장실이 마음편했기도 하였고...

나는 C급 기독교 신자다. 그래서 교회 가는 것도, 기도하는 것도 성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정말 간절하게 매우 오랜만에 하나의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다음날..... 새벽까지 아프다가 해가 뜨자 거짓말처럼 배가 아프지 않았다. 세상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런 기분이 들까.. 너무나 행복했다.

푸켓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5일을 보내고 우리는 다음날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방콕에서 4일을 보낼 예정인데, 함께 조인하기로 한 사람이 있었기에 설레임이 생겼다. 방콕에서는 그날의 치욕을 벗고 즐거운 추억을 남기리라 다짐했다.

P.S : 여러분의 댓글이 소심한 저에게 용기가 되고 자신감을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