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6년만의 배낭 여행 #02 - 방콕 도보여행 [첫번째]

방콕 도보여행 코스를 밟아보고 싶은 그대, 내 이야기 한번 들어봐봐.
방콕 도보여행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시작부터 이미 하늘은 나에게 경고 신호를 주셨다. '
웬만하면 하지 말지?'
그러나 우매한 중생이 그런걸 바로 캐치할 리가 있나. 하늘이 주신 경고 신호따위는 가뿐히 무시해버리고 의기양양 신나게 도전했더랬다.
남들도 하는거 내가 못할리 있겠냐며 한국에서 챙겨온 스포츠샌달까지 신고 보무도 참 당당했더랬지.
방콕 도보여행은 태국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계획하고 기대했던 코스였다. 태국 여행 정보 커뮤니티인 태사랑(https://thailove.net/)에 가보면 몇 개의 방콕 도보여행 루트 정보가 올려져있는데 대략 3일 정도면 카오산 로드를 중심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있는 볼거리는 모두 볼 수 있는 코스였다.
그 정보를 올리신 분이야 당연히 그 코스를 모두 실제 다니셨던 분이고, 그 아래 댓글에도 실제 그 코스대로 도보 여행을 한 여행자들의 줄줄이 있었기 때문에 난 정말 내가 이 정도 도보여행 코스 쯤은 거뜬히 해낼거라고 생각했다.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남들이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는거지. 게다가 난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5개월 동안 매일마다 꾸준히 운동도 해왔단 말이다.
지난 5개월 동안의 운동이 결실을 맺을 순간. 드디어 예전의 저질 체력이 아닌 강철 체력으로 벗어난 내 자신을 확인할 바로 그 순간이 오늘이란 말이다!
그래서....난 진짜로 내가 잘할 수 있을줄 알았다.

시작도 전에 떨어진 신발 - 이보다 더 확실한 경고가 어디 있으랴
어...?
갑자기 발 뒤꿈치가 푹 꺼진 느낌이 든다.
이상해서 신발을 확인해보니 신발 안쪽 밑창이 통째로 떨어져나갔다.
이게 뭐야? 얼마나 걸었다고 벌써!
카오산에 도착해 일단 내일 참여할 투어 신청을 위해 여행사로 가는 길이었다.
아직 왕궁 쪽으로는 발걸음도 떼지 않은 상황. 근데 일부러 오래 걸을때 신을거라고 한국에서부터 들고 온 스포츠샌달이 이렇게 망가져버렸다.
아...제길. 구입한지 오래되긴 했어도 겉으로는 멀쩡했는데 이렇게 내 뒷통수를 때릴 줄이야.
맨발 벗고 다닐수는 없는지라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맨발로 걸을걸 그랬다) 카오산에 널려 있는 아무 신발 노점상에 들어갔다. 마침 숙소에서 만나 같이 다니게 된 일행도 쪼리 한 켤레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럼 우리 같이 하나씩 구입하고 가격 한번 후려쳐보자...하며 들어갔는데.
제가 카오산 로드 노점상을 너무 물로 봤지 말임다.
발목, 무릎, 허리가 안좋은 사람은 밑창이 너무 얇은 신발을 신으면 충격이 바~로 전해져 남들보다 훨씬 통증을 느낀다는 사실. 덕분에 밑창 두께 2cm 이하의 신발은 더이상 신발로 안보는 나인지라 최대한 밑창 두꺼운 신발만 찾아다니는데 태국 신발들은 죄다 밑창이 1cm 내외여. 아무리 뒤져도 죄다 플랫슈즈 굽 정도인지라 디자인이고 뭐고 무조건 밑창만 확인하기 시작. 그래서 겨우 1.5cm 정도되는 두께에 뒤꿈치를 잡아주는 끈까지 달린 샌달을 발견.
'음...이정도면 맥시멈 200밧(약 8000원)이면 되겠군' 하고 생각하며 주인장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아니 이 양반이 370밧 (14,800원)을 부르네?
'이양반아~ 그 돈이면 한국에서도 길에서 이정도 샌달 한 켤레는 사겠네'싶어 가볍게 웃어주며 180밧을 불렀다.
그랬더니 주인 양반이 완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360밧을 부른다.
"왜이래~ 이 신발 한켤레에 무슨 300밧이 넘는다고 그래. 아저씨 좀 깎아줘요" (그래 200밧 좀 넘어도 그냥 사지 뭐)
"이 신발 퀄리티 보여? 뒤꿈치에 줄도 달린 샌달인데 당연히 이 가격은 받아야된다고. 좋아. 340밧. 마지막 가격이야"
그러더니 340밧에서 진짜로 한푼도 안깎아준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사정하고 협박해도(?) 절대 안된다고 버티기 작전.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내 신발 상태를 본 모양이다 싶어 다른 가게로 가고 싶었으나 신발이 자꾸 부스러지는(...) 상황인지라 더 걷기도 힘들고.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340밧에 구입. 제길...!!! 이번에 태국와서 제대로 물건 산건 오늘이 처음인데 이렇게 바가지를 쓸 줄이야!! (그것도 바가지인 줄 뻔히 알면서!)
원체 내 흥정 스킬이 저질이기도 하고, 또 카오산 로드 상인들의 바가지가 심한 줄은 알았지만 아무래 생각해도 이건 너무 괘씸하다. 이건 아무리봐도 200밧 이상 주면 잘 준 가격의 샌달이란 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어 툴툴거리며 걷고 있는데 람부뜨리 거리의 한 가게에서 파는 예쁜 탑에 눈길이 머문다. 노란색 나시에 나무 목걸이가 끈처럼 장식된 디자인인데 꽤 예쁘네. 오~ 요건 얼마지? 싶어 가격을 물어보니 350밧 달라고. (헐헐;;)
야...!! 니들 단체로 돌았니? 무슨 나시 한 벌에 14,000원을 달라고 해! 여기가 한국이야?
얼척이 없어 180밧을 불렀더니 오히려 상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내가 이 나무 목걸이 하나를 200밧 주고 사오거든?"
"그래? 알았어, 잘해봐"
쿨하게 뒤도 안돌아보고 나오는데 잡지도 않네?
원래 동남아 흥정의 기본 패턴이.....
1. 상인이 비싸게 부른다.
2. 구입자가 반값으로 후려친다
3. 상인이 말도 안된다는 제스쳐를 보이며 가격을 깎아준다.
4. 2~3의 패턴을 한두번 되풀이하다 그래도 비싸다 싶으면 구입자가 가게를 나가는 시늉을 한다.
5. 상인이 얼른 잡으며 좀 더 가격을 깎아주고
6. 극적으로 거래 성사 ...
인데 이 동네 상인들은 아주 배짱이네? 외국인들 많다고 아주 배가 불렀구나. 이제 엥간이 바가지 씌워선 성에 차지도 않나보지?
결국 찜찜한 마음으로 구입한 신발을 신고 왕궁으로 향했다.
Tip. 덧붙이자면 후에 짜뚜짝에서 이 날 구입한 샌들과 비슷한 퀄리티의 샌들을 170밧에 구입했으며, 람부뜨리 거리에서 본 노란색 나시와 똑/같/은/ 나시를 MBK(마분콩)에서 199밧에 봤다는 사실. 그것도 둘 다 깎기 전 가격이었음. (나무 목걸이 하나에 200밧 좋아하시네-_-)
카오산 로드에서 쇼핑은 개인적으로 절대 비추.

이미 국립 박물관에서부터 유체이탈 징조를 느꼈지 말임다.
참으로 무더운 날이었지 말이여...범상치 않은 날이었구먼....(먼산)
국립 박물관 이쯤해서 원래 도보 루트가 어땠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루트 1. 방콕 도보여행의 엑기스 - 왕궁부근 카오산-싸남루앙-국립 박물관-탐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