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나절동안 '방콕' 둘러보기
어제 마사지를 받은 탓일까, 아니면 숙소에 창문이 없는 탓일까? 어제 늦게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떳는데 벌써 10시었다.
나는 부리나케 민철이를 깨우고 빨리 씻고 나가자며 재촉했다.
오늘의 여행코스는 필리핀 형님께서 추천해주신 왕국->왓아룬->씨암스퀘어->나라밋쇼로 이어지는 코스이다.
밖으로 나갔는데 오늘 날씨가 상당히 좋다. 우기라는 걸 감안했을 때 첫 일정부터 하늘이 날 돕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동남아시아 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이 곳의 구름은 하얗고 여유롭게 느껴져서 참 좋아한다.
오늘의 하늘은 내가 좋아하는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민철이의 모자에는 태극기가 수놓아져 있다. 그래서 '한국사람'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는데, 왕국에 근접했을 때 누군가 어설픈 한국어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반바지 안되요오~, 옷 빌려가세요~"
왕궁은 예를 갖추어야하는 곳이라 짧은 반바지나 치마류는 입고 들어갈 수 없었는데 현지 장사꾼이 옷을 빌려입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몰랐기때문에 사뿐히 무시하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금빛 찬란하다. 현실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말을 왕궁에서는 계속 머리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들어가기전에 옷을 빌려입어야했다. 그 장사꾼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일정한 보증금을 받고 긴 트레이닝복을 빌려주니
왕궁에서 직접 빌리는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곳은 우리나라의 경주 격인걸까?! 많은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견학을 왔었다. 뿐만 아니라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입장권을 끈고 영문 가이드 책자를 받아서 들어갔는데 이거 도통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무계획으로 온 여행은 이렇게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다.
민철이가 가이드북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냥 화려한 궁궐로 인해 눈이 즐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처음 제대로 나온 해외 여행이라, 촌놈마냥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남는 건 사진 뿐이다' 라는 말에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녀와서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그때는 몰랐는데 다녀와서보니.....여성의 그림이었다.
건물 하나하나가 어쩜 이렇게 정교하고 빛이 나는 지 맑은 하늘과 함께 최고의 그림이되었다.
뿐만 아니라 왕궁 내부에는 박물관이 따로 있었는데 여러 전시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왕궁을 한바퀴 쓰윽~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인 왓아룬으로 이동하기로했다. 지도를 펼쳐서 왓아룬의 위치를 파악한 후 여유롭게 길거리를 걸었다.
길에서는 여러 물품을 팔고 있었다. 장신구부터 먹거리까지 하지만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물건은 없었고 그냥 우리나라의 옛날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좌 우로 둘러보기에 바빴다.
왓아룬에 가기전에 먼저 잠깐 들른 곳이 있는데, 이 곳은 왓포 마시지 스쿨이다. 타이 마사지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이 곳에서 배울 수 있는데
뭐...볼거리가 있는 잠깐 들어갔다가 왕궁과 비슷한 분위기에 그냥 도로나와버렸다.
왓아룬으로 가려면 배를 타야한다. 바로 건너편이지만 강을 건너야하기 때문이다.
태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서양 관광객이 참 많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관광대국이다라는 것 새삼스레 깨달았다.
배를 타고 건너편을 봤는데 저 멀리 왓아룬이 보인다. 왓 아룬의 사진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느낌상 저 것이 확실하고 생각했다.
가까이에서 왓아룬을 바라봤을 때, 참 높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부터 이 곳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야한다. 여행을 왔으면 최대한 경험해봐야한다라고 생각하기때문에 힘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라가서보니 꼭대기는 생각보다 높았었다. 고소공포증이있는 나는 아래를 내려보기 무서울 정도였는데 경치하나는 끝내줬었다.
경사가 꽤 가파르기때문에 내려갈 때는 조심조심 봉을 잡아가며 내려갔다.
그렇게 왓아룬을 다 둘러본 후 우리는 시내로 나가기 위해 몸을 다시 배에 싣었다.
이번에 갈 곳은 씨암스퀘어인데 우리나라의 '명동'이라고 보면된다. 이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왓아룬에서 씨팍탁신 역까지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배를 타고 가면서 보니까 수상가옥들이 몇 채 보였다. 그리고 바로 뒤에는 힐튼호텔과 좋은 건물들이 보였는데 '극과 극' 이라는 말을 이 상황에 붙이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씨팍탁신 역에 도착, 역으로 걸어가는데 왠 사람이 헐벗은 채 의자에 누워있었다.
"쯧쯧...여기도 노숙자가 있구만" 생각하던 찰나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개였다.
태국에는 왜 그렇게 개들이 많은지, 그리고 그것들은 또 사람처럼 의자에 올라가서 자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지하철이라는 말 하나로 통용되지만 태국은 BTS, MRT 뭐 이렇게 구분을 하는지 처음 겪는 나로써는 많이 헛갈렸다.
태사랑 모임에 나갔을 때 운영자님께서 일일패스권을 주셔서 나는 그 것을 활용하고 민철이만 따로 표를 구매하였다.
조금 희안했던 것은 태국의 지하철은 저렇게 창을 다 막아놨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하철 내부는 냉방시설이 잘 갖추어져있어 너무너무 시원했었다.
복합쇼핑몰인 씨암파라곤에 도착했다. 역시 젊음의 장소인가? 젊은이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우리도 태국의 쇼핑몰은 어떤가 구경을했고 민철이의 화장품 구매를 위해 매장에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어디서보던 낯익은 얼굴들
카라가 화장품 모델로 이렇게 떡하니 있었다. 무슨 동포라도 만난거마냥 나는 어느새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씨암파라곤을 보고 난 후, 길거리에 열린 시장도 구경했다. 그리곤 바로 씨암 나라밋쇼를 보기 위해 이동했는데 그 곳에 가기 위해서는
쑤쿰빗 역에서 MRT로 환승을 해야했다.
왼쪽은 태사랑에서 받은 일일패스권, 오른쪽은 MRT 티켓이다. 저 동전같은걸 교통카드처럼 찍으면 문이 열렸다. 무슨 센서같은게 달려있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이른 도착에 우리는 쉐이크를 한 잔하려고 한 카페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 주문을 하는데 관광객이 별로 없는 것일까?
점원분께서 영어를 잘 못하셨다. 열심히 얘기를 했는데 "캅?" 이렇게 대답하셔서 적잖히 당황했었다 ㅜㅜ
아무튼 무지 맛있었던 수박쉐이크를 먹으며 잠시동안 여유를 가졌다. 그리곤 씨암나라밋쇼 쪽에서 보내 준 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이 우리를 계속 쳐다본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먼저 말 걸어주기를 원하는건가?" 라는 마음과 "뭐야, 왜 계속쳐다봐"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 분도 우리처럼 씨암나라밋쇼를 보러가는지 같은 차에 탑승했다. 그리곤 영어로 한국인이냐며 물어본다.
이 역시 민철이의 태극기가 새겨진 모자를보고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 교포구나 생각했는데 그 분은 홍콩인이었다. 그리곤 가는길에 대화를 나누며 같이 씨암나라밋쇼를 감상하기로했다.
쇼에 들어가기전에 광장을 구경하는데 그 곳에는 코끼리가 있어 먹이도 주고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홍콩에서 온 그 형님은 30대 중반에 은행원이었는데, 식사를 하시기 전이라 먼저 식사를 하신 후 광장에서 다시 만났다.
형님께서 코끼리 먹이를 구입해서 우리에게 같이 주자고했다. 그리고 본인의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주고
처음뵙는 분이 저렇게 친근할 수 있다는 것에 이 것이 여행의 묘미구나라며 혼자 생각했다.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에 광장에서 이런 소규모 공연을 먼저 보여준다. 보고있으면 절로 흥이나는 공연이었다.
아쉽게도 나라밋쇼 본 공연에는 카메라를 소지할 수 없어 전부 맡기고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태국 전통 공연이고 상당히 규모가 큰 공연이라 보는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동물들도 나오고....5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공연을 마친 후 홍콩형님께 어느 곳으로 가냐고 여쭤봤더니 내가 잘못 이해했는지 숙소가 없다고하셔서
"카오산에 가면 싸고 좋은 숙소가 많아요, 같이 가실래요?" 했더니 알았다고 하셨다.
알고보니 그 분은 이미 방콕 중심에 호텔을 잡아놓은 상태였고 그냥 우리랑 맥주 한잔하러 오셨다고한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다시 카오산까지 이동하였는데 홍콩에서 그런 문화가 있나?! 본인이 가장 연장자라 택시비를 내려고했다.
우리는 아니라며 같이 내자고했지만 한사코 거절하며 결국 본인이 계산을하였다.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 이 곳에서는 맥주를 자주 마시게 되었다. 다시 카오산에 도착한 후 필리핀 형님께 연락하여 네 남자가 같이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태국에서의 첫 관광, 그리고 여행 중에 잠깐의 인연으로 맥주를 한잔 기울일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신기한 날이었다.
왕궁 입장료 : 350
왓 아룬 입장료 : 50
MRT : 20
물 2병 : 40
음료수(환타) : 25
사과쥬스 : 45
왓 아룬으로 가는 배삯 : 6
맥도날드 치즈버거 : 130
비빔밥 : 120
왓포->센트럴 배 삯 : 50
숙박 : 200
볶음밥 + 맥주 : 340
총 1396바트, 한화 약 5584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