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팔아넘긴 '똔'과 트럭기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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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팔아넘긴 '똔'과 트럭기사 ㅠㅠ

♬.바람처럼♬. 7 1189
<6월 23일-우리를 팔아넘긴 '똔'과 트럭기사>

아란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옷입고 한증막에 들어선 기분입니다. 어찌나 뜨거운지, 민소매 옷을 입고있는 어깨가 불에 타는 것 같네요.
어느새 아이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내 손에 들린 도시락 비닐봉지를 잡아채곤 서로 달라고 아우성인 아이들.
국경에선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라는 당부를 미리 들었지만
ㅠㅠ 돈도 아니고 먹을 걸 달라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결국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소녀에게 도시락을 건냈슴다.
아고고...
그런데 도시락을 둘러싸고 아이들 사이에 앙칼진 싸움이 벌어지네여.
그리고 또 다시 손을 내미는 아이들..
한걸음 옮길 때마다 호객꾼에, 상인에, 아이들에, 여행객이 뒤엉켜 아우성.

뽀이뻿으로 넘어가니 상황은 더 심각하네여.
옷조차 제대로 입지 못한 아이들...
앙상한 팔을 내밀며 들릴듯말듯 '1달러'라고 중얼대는게 전붑니다.
까맣고 큰 눈이 유난히 도드라진 얼굴로...

국경을 걸어서 넘는 것도 처음인데다
참담한 국경 상황을 보면서 나는 잔뜩 굳어버렸슴다.
보따리 둘레메고 처음 서울에 온 촌아가씨처럼 두리번 두리번.....

그리고 캄보디아 비자발급소를 못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땡볕아래 또 삽질.
잠시 헤매는 동안 '똔'이라는 캄보디아 청년을 만남돠.
똔!!!
나중에 우리가 겪을 모든 환란의 원흉이 되는 친구죠.꺼흑..
예~ 맞습니다. 똔은 삐낍니다.
처음엔 비자발급소를 알려주겠다며 자꾸 따라오는 똔의 친절을 무작정 거절했지요.
그런데 우리가 비자발급소를 못찾고 잠시 헤매는 동안 이 친구,
정말 성실하게 따라 다니는 겁니다. 비자 발급소 위치도 알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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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넘어 바로 오른쪽에 있는게 비자 발급소. 무심히 지나치고 나면 캄보디아 쪽에선 잘 안보여요.)

그리곤 씨엠리업까지 택시 타고 갈꺼냐 자꾸 묻슴다.
나도 택시타고 싶죠. 그런데 숙희씨랑 단 둘이 타기엔 택시비가 쩌매 비싸다 싶슴다
원래는 공항에서 만난 다른 일행과 택시를 타고가려했지만..
아시죠? 제 삽질 덕에 일행 놓친거^^;.
그래서 숙희씨랑 마이크로버스를 타기로 했슴다.
그런데 우찌된 일인지 미니버스 호객꾼이 하나뚜 읎네여?
두둥~ 이때 다시 '똔' 등장.
"택시 타, 두 사람에 1000B."
"비싸. 우린 미니버스탈래"
"미니버스 없어"
" ^^; (가이드 북엔 있댔어, 임마)"

허나 .. 정말 없었습니다. 버스 찾아 이미 1시간 이상 헤맨 우리는
부실한 가이드북보다 차라리 이 삐끼 청년이 의지가 되기 시작.
택시가 비싸면 차라리 일반버스를 타라는 똔의 제안이 그럴듯 합니다.
1인 6$인가 부르는 버스를 깍아서 1인 4$씩에 타기로 했죠.
둘의 차비로 8$을 내고 막 출발하려는 찰라,... 똔이 수고비를 달랍니다.
흠....역시 그는 직업에 충실한 '삐끼'였던 겝니다.
이 더위에 우릴 한 시간이상 따라다닌 똔도 참 대단하다 싶어 100B을 건내며 "Thank you".
(나중엔 똔 녀석땜에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됩니다만..)

그런데 얼라?
두 사람 차비로 10$을 줬더만 정류장 아저씨가 거스름돈이 없답니다. 그리곤우릴 환전소로 끌고 가네여.
환전소 분위기 무지 이상야릇, 게다가 거스름돈 가지러 간 아자씨는 나타나질 않고.. 슬슬 불안해짐다.
한참만에야 나타난 아자씨. 또 거스름돈 없다는 말만...
더구나 버스가 3시쯤인가 있으니 무작정 기다리랍니다.
'아자씨, 지금 이 더위에 나랑 장난하자는게욧??? 표 끊기전에 말했어야쥐이!!!'
험악한 분위기에 겨우 차비 환불받아 다시 거리로 나섰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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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입국할 땐 너무 정신 없어서 사진두 못찍고, 다시 태국으로 넘어올 때 찰칵!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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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조심하느라 여권가방은 항상 앞으로... 다닐땐 몰랐는데 무지 촌스럽네여^^; )

이때 귀신같이 '똔' 다시 등장.
"왜 그냥와? "
"기다려야한단 말 없었잖아. 네가 책임져"
"그럼 택시 타"
"너무 비싸. "
"그럼 짚업트럭 탈래?"

짚.업.트.럭, 그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져.
하지만 겁없는 두 여자. '죽기야 하겠어?'
짚업트럭을 타기로 함돠. 대신 우리의 조건은
1.운전기사 뒷자리(Inside seat)/
2.에어컨/ 3.차비는 씨엠리업의 우리가 원하는 숙소에 도착한 뒤 후불.
똔이 OK함돠. 요금은 1인 200B.
에고에고... 이만큼 협상하는데 수십명과 대화해야했져(그런 것도 대화라면).
우리를 동그랗게 에워싸고 흥정을 붙이다가 또 자기들끼리는 싸워대는 호객꾼들...
하필 음식 쓰레기옆에 서 있었던지라 파리떼가 새까맣게 날아오름돠.
입만 열면 파리떼가 카와카미처럼 그대로 입으로 돌진.
정말 험악, 우울한 씨추에이션. ㅠㅠ

어라? 그런데 이건 또 뭡니까... 파리고기 먹어가며 짚업트럭을 잡아탔는데 기사가 이상합니다.
몇 분째 같은 자리를 맴돌더니, 차를 세우고 우리더러 내리랍니다.
다른 트럭 기사와 뭐라뭐라 하고는 우리더러 그 차로 옮겨타라네여.
주위엔 또 다시 트럭 기사들이 새까맣게 몰려들고....
그렇슴다.!!
똔 이 쉑이 커미션받고 우릴 트럭기사에게 팔아넘기고
트럭기사는 또 다른 트럭에 우릴 팔아 넘기는 겁니다. 물론 중간에 커미션을 챙기는 거지요.
도로 한 복판에 오도 가도 못하게 발 묶어두고 즈그들끼리 흥정을 붙였다 뗏다..
우띠, 숙희씨와 나도 이때부터 제대로 열받기 시작임다.

하지만 그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옮겨탈 트럭기사에게 3가지 조건을 말하는 정도.
옮겨탈 트럭기사, 무조건 '오케이~ 오케이~~'
미심쩍은 마음에 여러 차례 다짐을 받지만 역시나 '오케이~ 오케이'.
그런데 한 시간쯤 달렸을까? 이 아저씨 슬슬 마각을 드러냄다.
우리가 앉은 기사 뒷좌석에 사람을 더 태우자는 겁니다.
원래 이자리에 다섯명까지 태운다나??
허걱..곡예단 차릴 일 있소? 둘이 앉아도 좁구만.. "택도 읎는 소리~!"

그렇게 2시간 쯤 간거 같은데 이 아저씨 웬 터미널에서 차를 세웁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내려, 우리한테 200B내고 다른 차 타."
"뭐??? 씨엠리업까지 가. 우리랑 아까 약속했잖아. "
이 아저씨, 갑자기 문을 확~ 열어젖힘다. 그리고 시동을 꺼버립니다.
허걱.
순식간에 트럭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
우리한테 큰 소리로 머라머라$&~&^%$ 마구 질러대고...
당장이라도 우리를 끌어내릴 분위기,
놀란 우리는 엉겁결에 의자를 꽉 붙잡고 버팀다.
"씨엠리업가기 전엔 못내려"
"차비 200B 내놔"
"씨엠리업가기 전엔 못줘"
......"너희들, 경찰서로 가자"

허거걱.. 머라꼬? 경찰서??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속으론 겁이 더럭! 났지만, 성질도 버럭! 끓어 오른 나.
"조~아, 경찰서로 가"
정말 날 어리버리로 보는게욧!! 어리숙한 초보 여행자 노릇은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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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사진을.. 제 딴엔 나중에 일생기면 무슨 터미널인지라도 알아얄것 같아서여... 건물 지붕에 쓰인 저거이 캄보디아 글자겠죠?)
7 Comments
처리 2004.07.28 10:42  
  ㅎㅎ 무지 고생하셨네요.......그래도 지금 생각해보시면 추억이 되고 좋으시겠습니다......**^^**
근데 캄보디아 글자인가요? 그냥 무늬아니가요? ㅡㅡㅋ
태국형미녀ㅋ 2004.07.28 12:35  
  너무 흥미 진진 한데~ㅋㅋ 똔의 최후~ㅋㅋ
공삼 2004.07.28 13:58  
  고생 하셨습니다. 지금은 길이 많이 좋아졌지만 95년도만해도 엄청 고생 했습니다. 님과 같이 호되게 당하고,
고생끝에 시엠립 도착하니 캄캄한밤인데 물어물어 찿아그러벌에 도착하니 한국사람이 그렇게 반갑기는 - - -
ㅎㅎ 2004.07.28 17:37  
  저희랑 같은 경험하셨네요.. 저희도 경찰서까지 끌려갔었는데.. 엄청 무서웠었죠. 근데 경찰은 관심없는 척,방관만 하고 다행히 영국인 커플이랑 같이 있었는데 용감한 영국남 한 터프하더군요. 기사한테 온갖 욕 퍼부으면서 끝까지 우리도 돈 못준다며 강하게 밀고나간덕에 안전하게 시엡리까지 갔더랬죠. 경찰서 갔을때 와~ 거기가 시장근처였나. 모든 사람들이 저희 트럭 에워싸면서 쳐다보는 눈빛들이 장난아니였죠. 속으로 '혹시 여기서 초상치는거 아냐?' 그정도로 살벌했었는데... 정말 무서웠는데 지금생각해보면 ..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네요. 다시 캄보디아 가고싶네요.
김숙희 2004.07.28 23:35  
  앗..이 사진이 여기까지 올라오다니..ㅎㅎㅎ
낙화유수 2004.07.29 12:56  
  후후.....참 재미있게도 문장 구성을 하네요.
택시냐, 버스또는 픽업트럭이냐........
각자 장,단점이 있겠지만 비용이냐, 효율성이냐의 문제겠지요.
이동수단에 대한 비용을 아낄려고 들면 시간적 효율성과 안락함이 크게 손상되고, 택시를 타고가면 시간의 절감과 안락함의 이득을 얻게되지만 비용은 약간 상승되겠지요.
하지만 저의 경우 날더운데 삐끼들과 실갱이 하기도 싫고 금쪽같은 시간이 허무하게 날라가는것과 이동중 불편함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도 싫어 걍 택시 잡아타고 달려갑니다.
어찌되었건 몸으로 때운 값진 경험은 후진들에게 도움을 주겠지만 뒤에 여행가는 분들은 효율성과 시간절감의 비중을 비용대비 냉정하게 계산을 해서 행동들 하시기 바랍니당......
바람처럼 2004.07.29 22:09  
  고생한만큼 추억도, 이야기꺼리도 무지 많았지만 다시 간다면 반.드.시 택시를 타렵니다. 참, 미리 씨엠리업 숙소를 예약하면 뽀이뻿으로 미니버스를 보내준다니까 혼자라서 택시타기 부담되는 분들은 출발전 미리 숙소에 미니버스 예약하는 것두 괜찮을거 같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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