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2.두려웠던 방콕에서의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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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2.두려웠던 방콕에서의 첫날밤

★혜성★ 13 2138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마 잠깐이었던 것 같다.

난 모든게 꿈인 줄 알았다.
여행 떠나기전 꾸었던 수많은 여행에 관한 꿈들 중 하나인 줄 알았다.
‘아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면 끔찍하겠다’ 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나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수많은 외국인들의 얼굴이었다.
낯선 외국인들이 나를 둘러싸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뭐야..............
꿈 아냐?!
그럼 사고난 것도 진짜?!
악!!!
나 정말 어떡해ㅜㅜ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 보니 내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의 눈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뚝뚝 아저씨와 나를 도와준 그는 어찌할바를 몰라 두려움이 떨고 있는 나를 데리고 럭키하우스 앞으로 향했다.
그 후 나를 도와준 그 외국인은 럭키하우스 옆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있는 그의 친구들 옆에 나를 앉힌 후 잠깐 자기 짐에 갔다오겠다며 어디론가 뛰어갔다.
난 계속 두려움과 당황스러움과 여러 복잡한 생각이 얽혀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은 나에게 어디서 왔냐 무슨 일이냐를 물어보며 계속 괜찮다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러나 나의 불안한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의 기분은 정말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가 무엇인가를 들고 돌아왔다.
아마도 약가방이었나보다.
내 발을 여기저기 만져보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압박붕대를 감아주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난 내 발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이런! 내 발이 두배로 부어 있었다.
난 너무 놀라서
“앗! 내 발 좀 봐ㅠㅠ”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는
“나도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내일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거야.”
“정말이야? 나 너무 겁나”
“걱정하지마, 정말 괜찮을거야.”

그가 그렇게 말해주니 그제서야 조금씩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서야 나는 그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고 고마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해서 그때까지 그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것이다.

“너무 고마워.”
“아니야~ 신경쓰지마.”
“사실 나 오늘이 태국에서의 첫날이야.
방금 도착했거든. 첫날부터 이러다니 진짜 당황스럽다.”
“사실 알고 있었어, 아까 럭키하우스에서 너 봤거든.”
“정말?”
“응.”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는 내가 럭키하우스에 들어가자마자 뻘쭘하게 서있을 때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바로 그 외국인이었다.

아니 이런 우연이 있나!
내가 사고가 난 곳은 럭키하우스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하필 그가 사고현장 바로 앞 식당에 앉아 있었고 나의 사고를 발견하곤 달려와서 나를 도와준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내 마음대로 그를 만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상상은 자유잖아요;;)

어쨌든 정신이 좀 든 뒤 이야기를 해본 결과 그는 이스라엘에서 왔으며 23살의 대학생이었다. 이스라엘 사람은 처음 본거라고 하자 정말이냐며 사실 자기도 내가 일본인인줄 알았단다.;;
(태국인이나 다른나라 여행객들은 동양인 여행자들은 무조건 일본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ㅜㅜ )


어쨌든 그렇게 앉아서 정신을 좀 차린 후 내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난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의 부축을 받아서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내 방에 도착하자 그는 몇 가지 조심할 점과 잘 때는 꼭 붕대를 풀고 자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 번호를 알려주며 무슨 일이 생기거든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며 걱정스러운 눈길로 내 방을 떠났다.

그가 간 후 난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너무 무서웠다.
이대로 집에 가야할까
얼마나 기대한 여행인데 이렇게 돌아갈 수 없는데 ㅜㅜ
이번 여행 생각하면서 몇일 밤을 지새웠는데
정말 너무 기가 막혔다.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집에 갈 경우...........
계속 여행 할 경우...........................................



악!!!!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언제나 저의 만병통치약;;)
내일 일어났을 때 발의 상태를 보고 결정하자

이렇게 다짐한 후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잠이 올 턱이 없지
계속 누워서 뒤척였다.
평소에 잠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사람인데(앞에서 말했듯이 주변 사람들은 다 압니다;) 이런 큰 일을 겪은 다음이라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고통은 심해져 오고 잠은 오지 않고 정말 당황스럽고 고통스럽고 기가 막히는 방콕에서의 첫날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서 몇시간을 보냈다.
아까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오라는 그의 말이 생각나서 난 진통제라도 하나 얻을까하는 생각에 그의 방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의 방은 나보다 한층 위였는데 정말 계단 오르기가 그렇게 힘들 줄이야!
절반쯤 올라갔을 때 정말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만큼 온 것이 아까워 악으로 끝까지 올라갔다.

계단을 막 다 올라온 순간!
짠!
그가 나타난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엇! 안녕~ 너 나 만나러 오는 길이니?”
“응, 너 혹시 진통제 있니? 나 자고 싶은데 너무 아파서 잘 수가 없어.”
“물론 있지. 발은 좀 어때?”
“아파.”

이런 대화를 나누며 그의 방에 도착했다.
그는 그의 약가방을 꺼냈다.
헛! 난 정말 놀랐다.
가방 한가득 수십가지의 약이 있었다.
마치 방문 진료 나온 의사선생님 약가방같았다.
내가 놀라는 듯 보이자 자기 엄마가 의사라서 이것 저것 싸주셨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ㅋ
그는 나에게 진통제와 물을 건네고 사탕까지 직접 까서 주었다.
이렇게 자상할 수가!
(이때부터 그사람에 대한 모든것이 좋게 보이기 시작합니다.ㅎㅎ)

그리고 그 많은 약들 중 몇 가지를 주었다.
(실제로 그 다음날 전 팔에 또 상처를 입어서 그가 준 약이 매우 유용했답니다;;)
정말 감동의 연속이었다.
아 정말 하나님 저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이런 착한 사람을 보내주시다니요.

그렇게 그의 침대에 앉아서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 전공이야기..
사실 남자 방에, 그것도 처음 본 외국인과 한방에 단둘이 앉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평소의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워낙 순진하게 살아온지라;;(죄송)
그러나 그는 나를 도와준 사람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아서 그런지 정말 편안했다.
정말 계속 너무 고맙고 미안한 생각 뿐이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얘기 중에 그가 물었다.
“어디 여행할 계획이니?”
“원래 내일 앙코르와트 갈려고 했는데........................못갈 것 같아.”
“그런 말 마, 발은 곧 괜찮아질 테니까 발 때문에 계획을 바꾸지는 마.”

그가 그렇게 말해주자 너무 안심이 되었다.
그래! 이대로 여행하는거야!

그는 내일 친척을 만나러 베트남에 간다고 했다.
만나자마자 이별이라니
큰일을 겪은 뒤라 그런지 만난지 몇시간밖에 안됐지만 벌써 정이들어어서 헤어진다고 생각하자 많이 서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으하하)
그는 이메일로 연락하자며 나에게 이메일 주소를 물었다.
그렇게 우린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고 밤이 깊은 것 같아 난 이만 내 방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데려다 주겠다며 일어났다.
난 지금까지도 너무 귀찮게 군 것 같아 너무 미안해서 괜찮다고 혼자 갈 수 있다고 그냥 있으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다며 나를 따라나섰다.

그의 방을 나서서 다시 그의 부축을 받기 시작했다.
근데 발이 너무 아파서 내가 심하게 절뚝거리자 갑자기 그가 나를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아.. 내가 얼마나 무거운데.............
난 내 무게를 잘 알기에 너무 놀라서 나 무겁다고 내려달라 그래도 빙긋이 웃으며 나를 내 방까지 데려다 주었다.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짜식 무거웠을텐데.. 그 웃음이 연기였는지 진심이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고맙고 미안했다.;;

내 방 문을 열고 들어가려할 때 그는 또다시 말했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내 방에 와. 밤 12시라도 상관없어. 알겠지?”
“그래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내 방번호 기억하지? 4xx호.”
“응 고마워 잘자.”
“너도 잘자.”

그렇게 그날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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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사람이죠?
반대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많이 귀찮고 짜증났을 것 같기도 한데 정말 그런 내색 하나도없이 너무 잘돌봐줬어요. 정말 지금도 너무 고맙답니다.
그는 조만간 다시 등장합니다!
기대해주세용 ㅎㅎ
13 Comments
망고스틴~ 2004.07.22 13:50  
  어머..정말 큰일 당하셨네요. 다행히도 좋은분 만나신것 같아요. 이렇게 여행후기 쓰시고 계시니 지금은 괜찮은거죠?^^ 이어지는 여행후기 기대할께요!!!
ㅜ.- 2004.07.22 20:41  
  어휴~ 제가 다 가슴이 아프네요~ 혼자서 얼마나 놀래셨을까~ 그래도 잘 해결돼서 너무나도 다행입니다!!^0^
수박쥬~스 2004.07.22 22:25  
  다음 이야기 기대 되네요..
JE 2004.07.22 23:17  
  정말 막막하셨을텐데,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서 정말정말 다행이예요. 그래도 일단 여행 무사히 마치신 것 같아서 박수를.
★혜성★ 2004.07.22 23:48  
  전 여행 너무너무 잘하고 돌아왔어요 ㅎ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구요. 다들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 계속 여행기 올릴께요
이히~♬ 2004.07.23 00:40  
  여행기 기대됩니다...빨리 올려주세요...^ㅁ^
부럽네.... 2004.07.23 09:00  
  토킹어바웃이 된다는거죠??? 영어로....ㅜㅡ....난 언제쯤 될까??? 아무튼 다행이네요....^^*
칼리스타 2004.07.23 12:47  
  이야~ 너무너무 고마운분이네요. 좋은 친구를 얻게 돼서 좋겠습니다. 여행기 기대 되네요. ^^
한미연 2004.07.23 13:28  
  어머 너무 멋지고 고마운사람이군요
다음편기대할께요 ~~~
파주 2004.07.23 21:46  
  담얘기 너무 궁금하다!!
빨랑 올려주세여!!
j 2004.07.23 23:42  
  이스라엘인에 대한 편견....친절하다...예의바르다...^^
치앙마이 트레킹할때 이스라엘4명이 있었는데 참 좋았던 기억이....
vincent 2004.07.26 16:07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이스라엘 민족성과는 좀 다르군요. 저는 하루에 20~30명 정도의 유대인을 상대하는데, 대체로 시끄럽고, 몰려다니고, 예의 없습니다. 또 다른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고요. 개인적으로 참 싫어하는 민족입니다.
★혜성★ 2004.07.27 09:12  
  그러세요? 전 처음으로 이스라엘 사람을 만난거라서 이스라엘에 대한 좋은 기억만;; 근데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vincent님 같은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구요. 사람마다 다 다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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