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choco에게 묻어가기- 크로스 해제! 외롭지않아!
눈을 뜨니 9시가 다 되어간다.
어제 저녁 센탄과 Bic C 그리고 따롯따이랏(주말시장)까지 다녀온 choco는 역시 피곤한가보다.
내가 일어난 시각까지 자고 있다.
그러니까 여행중 처음으로 내가 choco보다 일찍 일어난 날인 셈인가?
(choco의 글을 보니 그녀는 이미 새벽에 일어나서 짐을 꾸린 후 다시 잠들었다고 한다)
내가 일어나는 소리에 choco도 부스스 일어난다.
힘들어 보인다.
아니 그녀는 오늘 귀국해야하니 마음이 무거워서 그리 보였나보다.
푸켓에서 만난 첫날부터 내내
" 언니, 이제 O일만 지나면 저 한국가야되요! 엉엉엉~"
했던 그녀였으니까...
새벽에 미쳐 다 정리하지 못한 짐정리를 하라고 놔두고
나는 로비에 내려가서 한가롭게 기다린다.
오늘은 클O푸켓을 통해 예약해 둔 The Spa Club에 마사지 받으러 갈꺼다.
어젯 예약확인하고 픽업을 부탁해뒀다.
9시30분에 온다고 했던 픽업이 10여분 늦었다.
하지만 우릴 데리러 온 차가 굉장히 고급스럽다.
푸켓 빌라5단지에 있다는 스파클럽으로 향한다.
1. 썩 괜챦았던 The SPA Club
와~~
이런데 정말 오래간만에 와 본다.
직원들도 지난 봄 디바나빠통스파보다 훨씬 친절하다.
( 굉장한 새 시설은 아니지만 그간 주로 구멍가게같은 마사지샵이나
쿠라부리에서는 창고같은 마사지샵에도 가봤던 터라 이만하면 정말 눈이 부시다)
테이블에 앉히고 차가운 물 한잔을 주면서 어떤 코스를 받을껀지 선택하라고 한다.
그래서 스크럽+타이+오일마사지 각 1시간 3시간 코스를 선택한 나는 스크럽제와 오일을 골라본다
( 내가 선택한 '일랑이 일랑이'-Ylang Ylang oil.
오밀마사지를 받으며 일랑이 일랑이가 choco의 레몬그라스향에 KO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
15분 정도 스팀사우나를 한 후 순서대로 마사지를 받는다.
3시간을 같은 아주머니가 해주신다.
2인용 private room에서 마사지가 시작된다.
섬세한 솜씨...
시밀란 투어때 격한 파도가 내게 선물한 넓다란 멍자국을 보더니 조금 놀라는 시늉도 해보이신다.
내가 봐도 여기저기 멍투성이인 내 몸뚱아리...
호랑이연고가 여기저기 발라진다.
타이 2시간+오일1시간을 받는 choco도 가끔 살살해달라는 이야기를 해가며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마사지가 끝나고 내가 씻겠다고 하니 아주머니...화들짝 놀라신다.
역시 오일마사지를 받고 샤워를 하는 건 정말 비상식적인 일인가보다.
단지 머리만 감고 싶었을 뿐인데...내가 어제 얼마나 멍충한 짓을 했는지 알겠고만.
만족스러운 마사지가 끝났다. (3시간코스 900밧+팁 120밧)
생각보다 choco의 공항버스 시간까지 촉박하여 터미널쪽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정하고
로열푸켓시티호텔로 샌딩을 부탁한다.
샌딩차에서 내리니 2pm정도...
서둘러 타운 지도를 펼치고 <안다만 룩친쁠라>에 찾아간다.
( 이런 외관의 안다만 룩친쁠라...맛있고, 저렴하고)
* 안다만 룩친쁠라에 관해서는 → 여기 를 보세요.
choco가 마지막 식사라고 한턱 낸다.
뭐 예쁜 짓 한 언니라고...고맙게 잘 먹었다.
2. choco는 3:30pm 공항버스를 타야한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choco가 선물용 야돔구입을 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나는 그녀의 짐을 지키면서 납짱기사들의 재미있는 모습을 본다.
그들이 갑자기 일제히 우르르 뛰어나가길래 뭐지? 쳐다보면
방콕에서, 라농에서, 끄라비에서...그렇게 버스가 도착한 것이다.
열심히 호객을 하지만 손님에게 거절당해도 크게 괘념치 않는 그들이다.
헤어지기 직전...
choco는 오늘 방콕으로 갔다가 인천으로 간다.
버스까지 따라 올라가서 찍은 그녀의 사진이 몇장 있는데...
choco표현에 따르면 집에 가야하는 <실성한 여자>사진이라길래 여기에 올리진 않겠다)
3:20pm...
이젠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게으르고 만사태평인 나와 다니느라 조금 더 지치고 힘들었을 choco.
무슨 일이든 야무지게 마무리해가는 choco.
남들이 하지 않는 상상력도 종종 발휘하던 choco.
느릿느릿 걷는 내 앞에서 항상 씩씩한 발걸음을 보여주었던 choco.』
잘가요~
우리 앞으로 또 같이 여행할 날이 있을까요??
(choco: NEVER~!!!...에이...설마...아니죠??? )
3. 이젠 혼자다
choco를 배웅하고
어제 다못한 <old town 뚜벅이투어>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몬뜨리로드를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쌩호서점부터 디북로드를 걷는다.
온온호텔 근처와 달리 상당히 깨끗한 길거리, 한적한 느낌을 준다.
그대로 죽죽 걸어서 왓푸타몽콘니밋을 지나 인디아나 존스에도 나왔다는 반친쁘라자까지
가 볼 생각이었는데...목이 마르다.
그래서 에어컨이 시원하다는 <Tiny>에 들른다.
* Tiny에 대해선 → 여기 를 보시고~
( 크리스마스를 앞 둔 소박한 Tiny...)
Tiny에서 두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둑어둑해간다.
나머지 뚜벅이 투어는 다음에 푸켓에 와서 -하하하...맨날 이런다- 마무리하기로 하고,
문득 어제 choco랑 같이 올랐던 까오랑에서 석양을 보면 멋있겠다 싶어서 납짱을 불러 세운다.
그렇게 두번째 올라간 까오랑 Khao Rang.
문세오라방이 노래까지 불렀던 기대했던 <붉은 노을>은 아니지만
탁트인 푸켓전경은 역시 좋다.
거기서 좀 더 있고 싶었지만 납짱아저씨가 기다리고 있고 -혼자서는 걸어내려갈 수 없어 기다려달라
부탁드렸다- 더군다나 저녁이 되니 세상에...까오랑에 원숭이 천지다.
너무 무섭다.
낮에 보는 원숭이도 무서운데 다 저녁에 가족이 떼로 마실나온 원숭이라니...
서둘러서 타운으로 돌아간다.
( 저녁 까오랑에서 바라뵈는 푸켓타운전경.
혼자가니까 운치는 더하되...주변에 두려운 존재 -ex 원숭이-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번엔 쭈이뚜이(중국사원)가 있는 soi 푸톤에 내려달라했다.
저 곳은 지난 여름 내가 푸켓타운에서 외로움을 타다타다 못해 결국 리턴비행기를 이틀이나 땡겨서
한국으로 돌아가버리게 만든 곳이다.
이번엔 혼자여도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기 -당최...누구에게???-위해 다시 들렀다.
크하하하하하!!!
오늘은 나 외롭지 않아요~
푸켓타운 유쾌해~
오늘 밤 즐겁게 지내고 내일 떠나겠어요~
(누가 묻는다고 혼자 중얼중얼...)
국물요리가 일품이라는 <코벤>이란 곳에 가서 밥을 먹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코벤은 쭈이뚜이에서 북쪽으로 걸어올라가야하고 그럼 숙소와 반대방향이므로
남쪽으로 걸어내려가서 태국음식이 다양하다는 <탐마찻>에 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걸어가는 중간에 굉장히 번쩍거려서 호기심이 생기는 식당이 보인다.
이름은...끝까지 알지 못하고 나온 그 곳.
( 화려한 식당...1층은 실내에서 2층, 3층은 저렇게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둘러보니 가족들, 연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밥을 먹는다.
외국인들도 가끔 눈에 띈다.
물론...혼자 밥먹겠다고 앉아있는 테이블은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 뿐이다.
메뉴판을 건네줘서 보니...흠...비싸네...
일어서서 나갈까 하다가 그냥 먹기로 한다.
지금은 지난 푸켓타운에서의 외로움을 지우는 mission수행중 아닌가??
그러니 거기 그쪽 커플...마주잡은 손 그만 놓고 식사에 집중하세요.
계속 그렇게 나의 외로움을 자극하면 그 앞의 냄비국물을 화~악 찌끄러불랑게...
(모닝글로리볶음...? 아~주 맛있다. 그동안 저걸 먹는 걸 잊고 있었다)
모닝글로리볶음+똠얌꿍+스팀라이스+진저음료...300밧 넘는다.
가격때문에 앞으론 다시 갈일이 없지싶어 식당 이름도 알아오지 않았다.
4. 혼자서 축구보기...그것도 새벽 3시에...
저녁 9시가 되간다.
혼자서 돌아다녀도 피곤은 탄다. 납짱을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어제 축구를 보면서 귀동냥으로 듣기를 오늘 <맨유vs아스날>경기가 있고
더군다나 박지성이 선발출전 예정이라고 했다!!
오~
어제 그 말이 생각나 숙소 리셉션청년에게 몇시경기냐니까...새벽3시란다.
그렇다면 알람을 맞춰놓고, 조금 자고 일어나서 경기를 봐야겠다.
죽은 듯이 자다가 알람소리에 일어난다.
새벽 3시 20분 전!
TV를 켜고 열심히 채널을 찾는다.
KBS월드를 지나, BBC도 지나, 알자지라방송도 지나...돌리고 돌리고...
1번부터 78,9번까지 세번을 돌려봐도 프리미어리그를 하지 않는다.
이미 3시인데...
리셉션으로 달려내려가 채널을 물어본다.
" 우리 호텔에서는 프리미어리그를 보실 수 없어요, 마담~"
제길슨~!!
그런건 아까 이야기해줬어야지, 이사람아~
어떻게 봐야 하냐니 근처에 가면 사람들이 bar나 식당에서 아마 경기를 보고 있을테니
거기에 가보란다.
나, 혼자가기엔 좀 껄끄러운데...(다시 말하지만 혼자 있으면 난 유난히 부끄러움탄다)
그것도 신새벽에 혼자 축구보러 거기까지 가야하나??
간다!!
아니나 다를까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식당에서 그 새벽에 사람들이 옹기종이 앉아서
맥주 몇병, 국수 몇그릇 시켜놓고 열혈 관전중이다.
아직은 <맨유 0 : 아스날 0>
얼른 나도 자리잡고 앉아서 모니터에 집중한다.
뭐 먹겠냐고 야시꼬리한 복장의 언니가 와서 묻길래 누들숩 하나랑 스프라이트 하나 달라하고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찰라!!!
<GOAL~>
맨유의 첫번째 골이 터졌다.
그것도 박지성의 머리?어깨?에서 터졌다.
(내가 시러라하는 나니의 어시스트였지만...뭐 박지성 어시스트+ 나니 골 이런 조합보다는 낫지...)
박지성의 아크로바틱 동작끝에 나온 첫골이자 오늘 경기의 결승골~
맨유팬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식당은 감동의 물결이다!
나도 쇳소리를 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 신새벽에 축구보느라 배고팠는데 박지성 골 넣었지, 나온 어묵국수까지 맛있으니 대~박!)
태국시각으로 4시40분.
후반경기까지 끝나고 무거워진 눈꺼플을 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 리셉션 청년에게 1:0으로 이겼다고 알려주고...그대로 방으로, 침대속으로...
어떻게 잠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