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choco에게 묻어가기- 푸켓타운② (올드타운/주말시장)
2011년 신묘년 새해 첫 여행기를 제가 올렸어요!!
부러 1빠를 노리고 기다렸다 올린 것은 아닌데...
모든 태사랑 분들 새해 福 받으시고요,
특히,
토끼띠들은 곱배기로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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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오랑에서 내려와서 납짱을 타고 달려보니
의외로 올드타운까지 굉장히 가깝다.
라농써클에 가서 내리려했으나
갑자기 태사랑에서 누군가 올렸던 @KOPI가 생각나 가보고 싶어져서 온온호텔 근처에 내려달라 했다.
그런데...문을 닫았다. (아님 아직 안 열었거나...)
그래서 온온호텔부터 시작해서 <올드타운 뚜벅이투어>를 시작하기로 하는데...
또, 비가 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 쓰기도 지겹다...雨, 雨, 雨)
( 맨 위가 온온호텔, 올드타운은 이 방향으로~
상점에 드리워진 차양밑으로 비를 피해 걸어다니다가
어린이케잌을 만든다는 상점 앞에서...맨 아래 choco의 사진...정말 귀엽게나왔는데
저렇게 스티커질을 해야해서 아쉽다...)
한 상점 앞에서 쪼그려 앉아서 choco와 비를 피한다.
수다도 떨지않고 묵묵히 비내리는 것만 쳐다본다.
날씨가 마음을 지치게 한다.
그래도 한없이 처져있을 수만은 없지.
씩씩하게 디북로드를 향해 걸어보자~
차들이 붕붕 다니는 터미널이나 라농써클부근에 비해 정말 한적한 올드타운의 도로다.
더운 날씨도 아니건만 걷다 비 피하고, 또 조금 걷다 비 피하고 했더니 조금 피곤하다.
특별히 <어디로 가자!>는 목적지가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마침 아무나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있길래 서로 멀찍이 마주보고 앉아본다.
그렇게 하느작하느작 포르투기양식의 한적한 올드타운 길거리 구경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젯밤 우리가 납짱을 타고 그토록 오고 싶었던 <팀버헛>에 다다른다.
오후 3~4시 경의 팀버헛은...뭐, 영업을 할 리가 없다.
( 여기가 바로 팀버헛! 우리 어젯 밤에 그렇게 오고 싶어 했는데...
벌써 개업 21주년이 되었단 말이야...? 꽤 오래된 곳이구나...)
아까부터 둘 다 피곤을 좀 타고 있다.
어제부터 고생했고 오늘 아침일찍 일어나서 푸켓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 choco는 그렇다치더라도
나는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서 여기저기 이동한거 말고 뭐 한게 있다고 피곤을 타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맛사지 솜씨가 좋다는 -우리가 참조하고 있는 지도에 그렇게 쓰여있다- 머린호텔의 마사지샵으로
부지런히 걸어간다.
푸켓마린호텔은 올드타운에서 조금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오픈한지 꽤 오래된 호텔인지 좀 낡았다.
푸켓타운의 메이져급 호텔들은 빠통, 까론, 까따비치의 리조트들에 비해 다소 낡고 초라하다.
젊은 경찰들이 씩씩하게 훈련받고 있는 경찰서 옆을 지나 호텔로 들어간다.
( 푸켓머린호텔...위치도 참 묘하고, 겉에서 보니 많이 낡았다)
호텔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마사지샵의 위치를 물어보니 지하에 있단다.
내려가보자...
맛사지 받기에 조금 애매한 시간이어서인지 손님이 한명도 없는 듯.
맞이하는 프론트직원들도 조금 시큰둥 하다.
무려 호텔 맛사지샵인데...방콕의 반싸바이보다 손님응대는 떨어지지 싶네.
오일맛사지 1시간(400밧)을 받기로 한다.
( 맛사지샵에선 금연이라굽쇼...? 나랑 choco가 나란히 맛사지를 받았던 은밀한 공간)
비를 맞고 돌아다녀서 샤워먼저하고 맛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명불허전...좀 비싸도 손맛은 좋다.
난 몸을 비틀어대는 타이마사지는 별로 안좋아하고 주로 오일맛사지를 받는다.
그런데...오늘 또 엄훤짓 하나 한다.
오일 맛사지 -choco가 그랬는데 나름 괜챦은 오일을 썼다던데- 를 받고나서
그만 미련하게도 샤워를 해버린거다.
뭐 그 정도면 혼자 우습고 말 일인데 아직 맛사지가 끝나지도 않은 choco가 옆에 있는데
그 은밀한 공간을 가리던 커튼을 <화~악> 젖히고 열어둔 채 나가버린 것이다.
아...짧은 생각!! 경망스런 행동!!
각성하자, 쫌~!!!
맛사지를 받고 나오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나보다.
choco는 그간 작성해 놓았던 쇼핑목록을 들고 센탄과 Bic C에 들렀다가 주말시장에 가겠다고 한다.
같이 가겠냐길래
" 쇼핑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그래서 난 올드타운에 남기로 한다.
이 즈음해서 각자 취향대로 개별시간을 갖는것도 좋겠다 싶었다.
choco도 cool\하게 <두 번 권하지 않고>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갈 길을 간다.
( 이렇게 어둑어둑해진 올드타운. 팀버헛 간판에 불이 들어왔다)
배고프다.
조금 이르지만 저녁 먹을 시간이기도 하다.
라농써클쪽으로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맥주를 곁들여 밥을 먹고 있는 식당엘 들어갔다.
치앙마이에서 쿠킹클래스도 참가한 choco인데 의외로 똠얌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된 김에 똠얌꿍을 시켜본다.
거기다가 스팀라이스와 돼지고기 매운볶음...그리고 스프라이트.
(저렇게 시켰는데 200밧 조금 넘게 나왔다. 어딘지 기억해 놓을껄...)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기도 했고
혼자서 밥을 먹는 터라 굉장히 뻘쭘하기도 했고
그래서 음식사진 찍을 엄두가 안난다.
머리를 쳐박다시피하고 밥만 먹는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정말 어두워진 푸켓타운거리다.
( 환한 불빛의 左:라농써클과 右:조금 한적한 푸켓 밤거리...
라농써클은 버스터미널과 함께 내가 푸켓타운에서 길찾기할때 기준이 되는 곳이다)
라농써클 근처에 있는 pub에 들어갔다.
<술은 입에도 안대는>... 몇 안되는 고상한 취향을 갖고 있는 나는
다 저녁에 pub에 들어가 <hot커피>를 주문한다.
더군다나 그 곳은 태국사람들이 <밤마다 모여서 맥주마시며 신나게 축구보는 pub>이다.
그런데서 외국인 여자 혼자 뜬금없이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고 있으니...쫌 그렇나?
괜히 무안해서 전화나 한 통 하기로 한다.
" 어디에요? 아직 센탄에 있어요?"
" 언니, 저 시장에 왔어요~ "
" 벌써요? 밥은...?"
" 어..뭐라구요 언니? 잘 안들려요!"
" 거기서 바로 숙소로 갈꺼에요?"
" 언니 잘 안들려요...이따 시장으로 오시면 전화주세요~(딸깍)"
" ... "
좀 더 길게 통화하고 싶었는데...안들린다니...이따 시장에나 가봐야겠다.
( 이런 소박한 pub이다...)
통화를 마치고 둘러보는데 사람들이 뭔가를 부지런히 적는다.
뭘까...? 하고 힐끔 엿보니
음...우리네 스포츠 toto같은 것이었다.
훗~ 나도 배팅하는 거 참 좋아하는데...
모니터에선 세리에A 경기가 live로 중계되고 있다.
뜨거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오래간만에 카투소가 뛰는 것도 보고...나름 흥미진진하다.
그렇게 열심히 경기관전에 몰입하고 있는데
이쁘장하게 생긴 태국처녀 한명이 말을 걸어온다.
태국녀: 안녕, 어디서 왔어요?
나 : 한국사람이에요. 반가워요.
태국녀: 저 남자친구랑 있는데 같이 앉아도 되요?
나 : 물론.
태국녀: 제 이름은 '남'이에요.
나 : 아...헝 남...
아이고...나 오늘 미쳤나보다.
저 순간 왜 <헝남>소리가 나오냐...
굳이 핑계를 대자면 화장실에서 바쁜 일이 많았던 동행덕분에
<헝남>이란 태국어를 야무지게 배운 탓...?
둘은 우스워 죽겠다는 듯 웃어대지만
큰 실례를 한 것이 분명하다.
스물 두살이라는 남과 그 남자친구는
조만간 결혼할꺼네, 결혼하면 신혼여행으로 한국엘 꼭 가보고 싶네, 남이섬이라는 곳엘 가보고 싶네...
조잘조잘 이야기를 한다.
헝남소리 한방 날리고 민망했던 나는 대꾸라도 열심히 한다.
한국에는 겨울에 오니라, 남이섬? 거기도 좋지만 전주에 오니라, 매우 전통적인 곳이고
맛있는 한국음식도 많으니 꼭 오니라...등등
조금 더 있다간 choco가 또 <우리 언니 못보셨어요??>하며 경찰서가서 신고해 버릴지도 모른다.
얼른 주말시장으로 가야겠다.
남과 그 남자친구에게 주말시장에서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 어려운 시장이름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시장 이름은 choco가 말한 것과 영판 다르다.
내가 갸웃갸웃하고 있는데 옆에서 듣고계시던 한 분이 거기가 거기란다.
그들은 납짱을 잡아세워 주말시장으로 가 달라고 이야기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아.쉽.네...
푸켓 젊은이들은 뭐하고 노나 관찰/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하지만 어서가서 choco에게 나의 무사함도 알려줘야하니까~
( choco에게 시장에 도착했음을 알리니 조금 있다가 온다.
그리고서 휘~익 시장을 따라 한바퀴 돈다. 그녀는 시장에서 에네르기를 잔뜩 충전한 듯 했다)
( 어제 숙소 앞에서 부실한 망고스틴을 킬로에 100밧주고 샀는데 여기선 토실토실한 놈들로 80밧이다)
choco는 이미 시장에서 기를 드음뿍 받았고, 시장은 나의 취향이 아니므로
우리는 서둘러 납짱을 잡아타고 숙소로 복귀한다.
choco의 양손엔 이미 센탄과 Bic C\에서 구입한 물품들이 잔뜩이다.
( 내가 좋아하는 숙소로비에서 빅C에 간다는 choco에게 부탁했던 두리안을 먹었다...
choco가 나 먹으라고 사다준 두리안칩 -고이고이 아꼈다가 한국에 와서 떨리는 손으로 먹었는데
오늘 밤엔 내가 동전빨래방을 이용한다.
말레이지아로 넘어가기 전에 냄새나는 옷들을 좀 처리해야겠다.
오늘도 피곤한 choco는 먼저 잠든다.
피곤하지만 묘하게 센치해지는 밤이다.
내일부터 드디어 혼자가 되야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