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심찬 북남부 16일여행 12. 고난의 트래킹
<어제의 일기>
시간이 참 빨리가서 놀라울 따름이다.
벌써 6일째를 바라보게 되다니.
장기여행자의 시간도 이러겠지.
특별히 뭔가를 하지않아도 그들의 시간은 금방 갈 것이다.
장기여행.. 나의 로망이건만.
그런데 체력상 2~3주가 제일 효율적인(빡세게 볼 수 있는?)
시간이긴 하다.
항상 도시를, 아니 숙박업소만 바꿔도
그곳이 낯설어져서 재미있다.
길을 좀 심하게 헤매긴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확보해서 기쁘다.
내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한국에서도 절반이상을 혼자있음에도 왜 이런지.
아... 이제 슬슬 졸린다.
내일은 슬슬 부담되는 1박2일 트래킹의 날이다.
'여행은 물흐르듯 자유롭게!'
여행 6일째, 12월 3일(金)
어제 약속한대로 숙소에 짐을 맡기고
픽업시간 아침 8시 40분(?)에 맞추어 코리아하우스로 향했다.
트래킹 다녀와서 코리아하우스를 둘러보면서 알게되었는데
트래킹가기전 아침식사도 예약할 수 있다.
이른 아침에 밥 챙겨먹기도 힘들고
가격도 메뉴도 괜찮으므로
여기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것도 좋겠다.
제법 기다리니 픽업을 오고..
다른 숙소에 들려 사람들을 하나 둘 태운다.
그리고 다른 차로 갈아탈 줄 알았는데,
그대로 출발이다..
* 트래킹 멤버
쾌활한 노르웨이아가씨 잉글리드
착해보이는 미국아가씨 테라
서양인 치고 아담한 체격의 영국아가씨 좔
무뚜뚝해보이는 독일 아주머니 이리스
역시 착해보이는 데른(어디 출신이드라?)
전형적인 프랑스 미소년 세드릭
결혼한지 1년반 된 이태리(한쪽은 시칠리아?) 커플 리티쉬아와 남편
유학을 해서 영어를 미국사람처럼 하는 한국남자분
사진을 좋아하는 유럽 커플(스웨든인지 폴란드인지 핀란드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총 11명에
가이드 지미가 동행한다.
난 농장에 먼저 들렀던가?
어차피 픽업트럭에 돌아갈텐데, 다들 배낭을 가지고 내린다.
나는 들고다니기 싫어서 입구에 맡겼다.
(음.. 평범해..)
(역시 평범해..)
후에는 시장에 들르는데,
세븐에서 봉지빵을 두개 준비해온 나는 패쓰했다.
과일도 짐이 된다고 생각한 판단이 옳았다.
약간의 비포장길이 시작되므로
썬글라스를 가지고 타는게 좋다.
등산할 곳에 차를 세우고
점심으로 스티로폼 도시락의 볶음밥을 먹었다.
그리고 보통 4시간이 걸린다는
고난의 트래킹 시작이다.
(웰컴 투 산골)
(초반의 동굴탐사)
(희한한 모양일세!)
다들 어찌나 산을 잘 타던지!!
난 평균 신장보다 작으니
기럭지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이번기회에.. 난 등산과 맞지않는 사람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2등이였던 나는 꼴찌로 뒤쳐졌다!)
(잠깐 어떤 민가에 들러 차를 한잔 마셨다.)
(밖은 이런 모습)
(커피나무)
다시 죽음의 트래킹 시작이다.
다들 어찌나 걸음이 빠르던지!!
그와중에 오르막 돌길 20분 구간은 정말 힘들었다.
사람들이 나때문에 기다리는게 싫어서
열심히 쫓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뒤쳐졌다.
흙길이 제법 미끄러웠다.
네번은 넘어질뻔하고, 추가로 두번은 실제로 넘어졌다.
(중간에 쉬면서..)
이렇게 4시간짜리 코스를
우리는 12시 30분에 출발해서 3시경 도착했다.
2시간 30분만에 끝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급하게 갔으니
산을 오르며 주위풍경이나 제대로 봤겠는가;;
(고산족 마을에 도착! 오른쪽의 알록달록한 스카프는 판매상품이다.)
오늘밤을 보낼 고산족 마을은
여인들이 목에 고리를 하고 사는 곳이다.
예쁜 여인들이 많았는데..
차마 사진기를 들이댈 수가 없다.
뻔히 날 쳐다보고 있는데
도촬을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일행을 도촬했다! 안녕, 테라?)
(숙소)
어쨌든 숙소와 마을을 어슬렁거리면서
동네구경도 하고..
(아니 얘네들은 왜 몰려서 잠을 자지? 동네를 활보하는 개와 닭은 보았지만... 동네를 활보하는 돼지는 처음이다!)
(꼬마, 안녕?)
(저녁과 아침에만 문을 여는 세븐)
(도촬을 하긴 했군;;)
대나무(?)를 엮어지은, 옆칸이 훤히 보이는 샤워장에서
프랑스 미소년(방년 20대초반)의 샤워소리를 느끼면서
아슬아슬 샤워도 했다.
(한국분이 알려주신 1234 놀이를 하고 있는 동네 아이들)
(드디어 아 기다리~고~기다리던 저녁식사도 맛있게 했다. 레드커리인데 닭볶음탕맛이 나고.. 아, 야채볶음도 있었다.)
저녁후에는 캠프파이어!!
옷을 곱게 차려입은 동네어르신께서 피리를 부시며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그 와중에도 동네꼬맹이들은 놀고있다.)
(여기에다 고구마나 감자를 넣어달라~)
문제는 내 옆에 앉은 사진을 좋아하는 커플!!
고작 결혼한지 1년 반된 리티쉬아 커플도
(결혼의 힘으로) 저렇게 무덤덤하게 앉아있는데..
얘네는 난리가 났다.
남자가 여자 똥머리를 풀어서 강아지처럼 손빗질를 해주고 있지를 않나.
남자가 여자 무릎베개(어깨베개였나?)를 하지않나.
고작 결혼한지 1년 반된 리티쉬아 커플도
(결혼의 힘으로) 각각 따로 비치타올을 덮고있는데
얘네는 같이 덮고 분위기를 잡지않나.
3년전 이집트 시와사막 투어를 할때도 느꼈지만
그래서 오늘 투어에 커플이 없기를 바랬는데.
아, 결혼한 커플은.. 예외다.
둘이 잠깐 떨어질 기미를 보이자
기회는 찬스다!
옆에 앉은 나는 커플녀의 DSLR사진을 구경하면서, 감탄을 했다.
아이와 동물은 좋은 모델이라는데 공감도 하고..
실제로 인상적이였던 치앙라이의 눈꽃사원 사진..
치앙마이 국왕생일축제의 불꽃..
그리고 오늘 목긴 여인들의 사진들..
나 : 우와~ 멋진 사진이다. 난 부끄러워서 사진도 못찍었는걸.
커 플 녀: 사진찍어도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다들 허락하던걸.
그렇다. 그녀의 말이 옳다.
기념품을 팔고 있다고 해서.. 꼭 기념품을 사줘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법은 없다.
내가 먼저 다가서지 못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왠만한 예쁜 풍경에는 감동하지 않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그럭저럭한 산, 비교적 많은 별..
그렇지만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냈기에
오늘 하루는 특별한 것이었다.
비록 영어로 말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피곤하기는 했어도.
숙소로 돌아와 모기장을 치니
나름 프라이빗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오늘도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가계부>
물 10, 휴지 13, 물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