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한장 들고 떠난 백수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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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한장 들고 떠난 백수의 여행

유진양 14 3917

안녕하세요^^ 저는 27살 백수처녀입니다.
아파서 회사를 관둔 후 한달반정도를 쉬었더니 말짱하게 나아져 이력서를 쓰고있던 중
결혼식에서 만난 선배가 이참에 여행이나 다녀오라는 말이 화근이 되어
그날부터 여행준비를 시작해서 2주 후에 떠나게 되었죠

어찌어찌 기대도 안한 퇴직금이 나와있길래
그 돈으로 해결하자 하고 무작정 비행기표부터 구했습니다.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이라는 책을 보고 그냥 카오산에 가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고 태국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면접때문에 더 일찍 떠나려다 늦게 떠나게 되었는데 결국 그 면접본건 탈락하고;;

책은 가지고 다니기도 무겁고 돈도 없고;; 그냥 태사랑에 있는 정보만 검색해서 보고 일정을 짰어요. 가는길은 수첩에 메모해가고 나머지는 물어보기로 하고..
첫 해외여행이고 처음 하는 혼자여행인데 참 대책없이 떠났죠

일단 태사랑에서 글올린 언니가 마침 저랑 같은비행기길래 택시쉐어하기로 해서
공항에서 만났지요. 이때부터 언니들의 도움을 무진장 받기 시작했어요

제주에어를 탔는데 저가라 그런지 참 멀더군요
저 혼자 갔다면 면세점 둘러보지도 못했을듯;
언니들 따라 자알 가서 비행기를 타고 내렸답니다.
훅 덮쳐오는 뜨거운 공기 ㅋㅋ 이렇게 더울줄 몰랐어요 ㅋ

새벽에 도착해 미터택시를 탔는데 아저씨가 타자마자 흥정하더군요 500밧~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택시는 출발하고 결국 500밧으로 카오산에 도착했습니다

카오산이라는 감흥도 없이 동대문에서 언니들과 헤어진 후 그냥 씻고 잤어요;

그리고 다음날부터 고생길은 시작되었죠 ㅋㅋ
아침에 머리따는것과 헤나타투를 하고싶어 언니들과 밥을 먹고 찾으러 다니는데...
지도를 들고 갔음에도 왓차나송크람 사원 옆에서 길을 잃어버린 거에요...ㅡㅡ;;
같은길만 계속 돌아다니다가 한 30분 돌아다녔나? 언니들 있는데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길치일 수가...

게다가 아침밥 먹은게 탈이나 가방에서 약을 꺼내먹기 위해 언니들과 헤어지고 다시 돌아갔죠
결국 길 못찾을까봐 동대문 바로 앞에 있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따고
왕궁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어요

어디가 입장하는 곳이고 얼마나 걸리는지.. 정보도 전혀 없고 그냥 무작정 갔습니다.
N9번 타창 정류장에서 내려서 또 두리번거리며 가는데..
지도에 나와있던 왕궁 문닫혔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ㅋㅋㅋㅋ
그 아저씨는 영어로 신발과 옷때문에 왕궁 입장도 못하고 지금은 왕궁이 문닫아서 3시쯤에 여니까 지금 갈수 없다. 나랑 같이 다른불상 구경하러 가자 이런식으로 말했던거 같은데..
전 계속 한국말로 응? 옷? 신발도 안돼? 나 저기 꼭 가야되는데 언제문여는데요? 라고 ㅋㅋㅋ
계속 한국말로 중얼거리니까 그냥 가더군요 하하하;

왕국 앞에서 한국인을 만나서 어디가 입장하는데고 얼마나 걸리는지를 물어본 후
입장하는데 갔다가 다시 옷빌리러 와서 옷을 입고 입장해서 사진을 찍었어요
영어에 완전 약해서 ㅎㅎ 그냥 사람들한테 픽쳐~ 이러고 사진기를 주며 저를 가르쳤어요
잘 찍어 주시더군요 ㅎㅎㅎ
그리고 한국분들 만나서 숙소에 대한 정보도 얻구요^^ 감사드려요

언니들은 먼저 암파와에 가있는다고 해서 전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거든요
두시에 나와서 다시 파아팃으로 간 담에 태사랑에서 얻은 정보로 가려고 했어요
버스를 타고 남부터미널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기로..
남부터미널까지는 잘 왔는데, 그때부터 문제였습니다.
문제의 89번 창구였던가.. 그 창구에 사람이 없고 꾸부렁 글씨로 머라고 써있는거에요
영어로 계속 물어보는데 제 영어가 콩글리쉬여서 사람들은 더 못알아듣고...
안내에 가면 다시 그 창구로 가라그러고..
한시간을 계속 100개 넘는 창구를 뱅뱅 돌다가 너무 열받고 서럽고 그래서 울었어요...

창구에서 여직원이랑 계속 되지 않는 말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눈물이 폭발해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숨죽이고 막 울었어요 ㅠㅠㅠ
눈 벌개져서 썬글라스를 쓰고 다시 돌아가서 옆창구 아가씨한테 써달라 그러니
태국말로 꼬부랑 써주던데.. 뭘 알아야 가죠

다시 버스타는데로 내려가다가 중간층에 있는 제복입은 여자분한테 물어봤더니
다른사람들이 가르쳐준 버스정류장 말고 딴데를 말해주는 거에요
그냥 큰버스가 아니라 미니벤 버스더군요

20분 후에 출발하라 그래서 표받는 언니 옆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를 기다리던 옆에 앉아있던 태국인이 자꾸 말을 걸더라구요
전 썬글라스 끼고 계속 울고있는데 ㅋㅋㅋㅋ
차에 타서도 계속 말을 걸어서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저랑 동갑인 84년생이고 방콕에서 일하다가 부모님 집에 가는 거라고 했어요
그앤 말을 잘하는데 전 영어를 너무 못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그래도 울때 말걸어주고
막차시간을 아냐고 물어보니까 수첩에 막차시간이 언제인지 물어보는 말을 적어주고는
자기가 먼저 내리니까 내릴때 버스기사한테 이걸 보여주라고 하더라구요

그 버스가 암파와에서 좀 멀리서 내리는데 버스아저씨가 일부러 더 간거같더라구요
절 귀엽게 본 아저씨가 ㅋㅋ 막 제가 땡큐땡큐 하는걸 흉내내고 ㅋㅋ
버스에서 내릴때 썽테우 바로 앞에서 내려준 다음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현지인한테 절 부탁하고 가셨어요.

또 그 현지인이 정말 너무 친절하게 해주셨죠
알고보니 그 암파와 강가에 있는 상인인거 같았는데요(확실하지는 않아요)

일단 썽테우 값을 내준다는거에요! 좀 무서운 생각도 들어서 괜찮다고 나 돈있다는데도 내줬어요
그리고 내려서 배타는데서 친구 만난다니까 그쪽으로 데리고 가다가
제가 막차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니까 다시 되돌아가서 벤 기사한테 물어봐주고
이따가 이 여자가 탈꺼니까 방콕까지 잘 데려다주라고 하더군요 아 친절해라 *_*

언니들은 반딧불투어를 하고 있어서 막차시간도 있고 못만날꺼 같아서
그분한테 친구들과 시간이 안맞아서 밥만먹고 가야겠다고 얘기했더니
주문은 여기서 하면 된다고 하고 가셨어요

음식파는데서 뭔지도 모르겠어서 막 서성거리고 있는데
그분이 가다가 다시 돌아온거에요 ㅋㅋㅋㅋ
그러더니 뭐먹을꺼냐 해서 저거랑 저거 얘기하니까 주문을 해주었어요
그리고 음료는 머먹을꺼냐고 해서 머가 있느냐는 질문을 못하고 그냥 싱하비어.... 라고 했더니
갑자기 없어지더니 어디 가서 캔 두개를 사온거에요
그것도 그분 돈으로...
결국 음식 다 먹고 그분과 사진찍고 싶어서 사진찍고
제가 배 앞에서 사진찍고 싶다고 하니까 선착장까지 데려가서 사진찍어주고
처음에 음식먹던 그 자리로 되돌려준 후에 잘가라고 인사하고 헤어졌어요

이렇게 친절해도 되는 겁니까~!!! 폭풍감사 흑흑ㅠㅠㅠㅠ

주요사원 5개를 둘러보는 배도 못타보고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못한 반딧불투어 배도 타보고 싶었지만
전 이 사람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정말 만족스러운 하루였어요

그날 일기에는, 다시 또 암파와로 곧장 가는것과 헤메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하면
주저없이 헤메는걸 선택하겠다고 썼어요

언니들의 배려로 언니들이 미리 구해놓은 게스트하우스(홈스테이)에서 묶기로 하고
샤워도구들을 다 빌려 사용하고 같이 잤어요
한명이 추가돼서 돈을 더내야 하나 했는데 아저씨가 먼저 흔쾌히 이불 더 갖다주시고
아줌마가 모라고 그러는데 못알아듣는척 ㅋㅋㅋ 했더니 그냥 처음 낸 600밧으로 끝 ㅋ

이제와 돌이켜 보니 이날 시간시간마다 정말 값진 시간이었구나 하는걸 깨닫네요


암튼 태국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매일매일 도움받은 분들이 많고 태사랑에서도 많이 도움받아서 후기는 다 올리려구요 ^^;

고마운 분들의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그 암파와 데려다주신분은 꼭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어떻게 올리는지 한참 고민하다 결국 못올리네요;;;

14 Comments
엄마쟤똥머거 2010.10.01 23:24  
맘이..짠~하네요...ㅋㅋ
저도.의사소통이안데서..울뻔?!한적이있었다눈...ㅡㅡ
막상그때눈앞이캄캄햇지만..지나고보니..가끔..그때가그리워지기도한답니다...
님아~홧팅~
유진양 2010.10.02 00:19  
입국한지 2틀 지났어요. 정말 너무너무 그립답니다ㅠ
고맙습니다^^
Arcas 2010.10.02 08:14  
낯선곳에 여행가면 모두가 그렇겟죠~저도 곧 떠나는데 왠지 정이 훅~갑니다
글 재밌게 읽었어요 기억에 참 많이 남을 듯 해요
유진양 2010.10.02 19:35  
감사합니다 ^^ Arcas님도 기억에 남는 좋은여행 하시길 바래요!!
옌과제리 2010.10.02 11:13  
자우충돌하시면서 다니시는모습이 눈에선하네요..
태국사시는교민분들도 어디어디에 뭐가있으니가봐라해도 의사소통에능숙한사람일지라도 길에서헤메는일이 다반사입니다..어찌보면 여행하시는분이 더욱더 잘찾아오시지요..
마음씨좋은 현지인분에게 도움을받으셨네요..
올려주시는이야기보따리가 기대가됩니다..
올려주신글 잘보았습니다.감사드립니다..
유진양 2010.10.02 19:36  
현지인들이 다들 친절해서 길치인 제가 잘 다닐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바다빛눈물 2010.10.02 14:02  
오오오,,!! 저랑 비슷한 상황이시네요~ ^^ 저도 몸이 안좋아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쉰지 한달이 조금 넘었는데,, ㅎ 전 담주에 태국에 간답니다~ 혼자 가는거였으면 벌써 날랐는데,, 동생도 꼽사리 껴달라고 하는통에,, 담주에 출발,, ㅠ_ㅠ 유진양님 글 읽으면서 왠지 모르는 동질감을 느꼈네요~

유진양 2010.10.02 19:37  
와아~ 다음주!! 저도 따라가고 싶네요 ㅋㅋㅋ
두분이 다니시면 더 든든하게 다니시겠어요. 여행 즐겁게 잘 하시고 재밌는 후기도 남겨주세요^^
hello쥴리 2010.10.03 16:43  
저두 백수고 뭐 거의 지도한장만 들고 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ㅋㅋ
처음 도착해서 정신도 없는데 500밧 미터택시 타고 정신없이 출발하고 어안이 벙벙해서 ㅋ
혼자인게 갑자기 무서워져서 바깥에 바라보고 카오산으로 오는 동안 '난 이제 미아야 ㅠㅠ' ㅋㅋ 저도 길치고 진짜 어디로 마음먹고 출발하다가 딱 눈뜨면 또 카오산 길..  또 다른 곳가다가 길이 비슷비슷, 파는 것도 비슷비슷해서 길 잃어버려서 지도보니까 완전 잘못온 길 ㅋ
근데 현지인들이 물어보면 너무 친절하게 잘 대답해줘서 참 좋았어요. 엄청 소심한데.. 하루종일 물어보더니 나중에는 태국말도 조금조금씩 늘려가면서 하니까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아 다시 가고싶다. 태국.....ㅠ 추워지면 생각나는 태국 ㅋ
유진양 2010.10.08 12:08  
전 아무리 물어봐도 태국말은 모르겠던데ㅎㅎ 저와 정말 비슷하시네요
감기덕에 휴지를 달고 지내며 가만히 있어도 땀나던 그곳이 생각나네요^^
근데 요왕님의 지도는 정말 좋은거 같아요 그쵸? ㅎㅎ
내가만든꿈 2010.10.08 00:58  
제주항공이 저가항공사라 계류장을 멀리 배치한 건 아녜요..전 아시아나, 동방항공, 에바항공 등등 이용해도 계류장은 항상 멀었습니다..
유진양 2010.10.08 12:10  
아 그렇군요! 비행기는 제주도 이후 처음이라 그냥 싸서 먼줄알고ㅋㅋㅋ
향기꽃 2010.10.20 13:22  
혼자 여행 대단하신데요 ㅋㅋ 아 나도 가고 싶당 ㅋㅋ
이헌정 2010.10.24 01:15  
아~~ 그립다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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