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에서의 추억 -6- 싱가폴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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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에서의 추억 -6- 싱가폴여인

트라이크 4 1732
방에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다. 불을 끄자 나는 여전히 해변의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착각에 빠졌다. 칠흙같은 어둠속에 별빛을 받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선들 선들 불어오는 바람소리, 내 팔을 베고 누운 그녀의 조잘거리는 가벼운 온기,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많았던 밤하늘의 별들. 바람에 실려오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는 찰랑거리면서 여전히 내 귓전을 울리고 있었다.

 

주말인 다음날은 태국지점의 입사동기가 푸켓으로 찾아오기로 한 날이다. 아직도나처럼 총각인 그 친구는 오랬만에 푸켓에서 회포를 풀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태국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허풍을 치던 목소리가 쟁쟁하다. 푸이와 만나게 될 줄 알았다면 그 친구와의 약속은 좀 뒤로 미룰 걸 그랬다.

 

 

 

"일어났어요?" 그녀의 생경한 목소리가 전화기에 울렸다.

 

"응, 지금...."나는 졸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받았다.

 

"식사는?"

 

"아직 안 먹었어......"

 

" 그 친구 몇시에 온데?"

 

"응, 12시쯤 온다고 했는데....."

 

" 그동안에 머할거야??"

 

" 글쎄 머할까?"

 

" 푸켓에는 이상한데 많으니까...술먹고 돌아다니지 말구...고상하게 지내...푸이 생각만하고...밤에 나이트 가지말구.....내일 검사한다..."

 

" 멀 검사해??"

 

" 검사할거 많지.....난 말이야.....눈 빛만 보아도....전날 머했는지 다알아..."

 

"근데...푸이 너...번지점프 해봤어??"

 

"번지점프??.......우와....그거 하지마.....무자게 무서워...."

 

"친구가 거기 가자고 하던데...."

 

"에고...에고....거기 무서워.....이거 시체 청소하는 일 생기는 거 아냐??....웬만하면 가지마라....잉.....푸이가 부탁한다"

 

 

하루를 같이 보냈을 따름인데 그녀와 무척 가까워진 나를 발견하였다. 아직 아침 생각은 별로 없었다. 당시에 나는 직장다니면서 아침을 먹어본적이 별로 없었는데, 빈속에 사무실에서 마시는 짜릿한 일회용 커피 한잔을 무척 즐겼다. 빈 속에 마시는 소주 한잔처럼 커피가 위속에 짜르르 퍼져나가는 쾌감을 좋아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직장은 그만 둔 거야? 다른데로 옮기는 거야? 태국에는 웬일로 왔냐? 너 참 대단하다....잘 나가는 직장을 왜 그만둬??.....글쿠 직장 그만두고 훌쩍 해외여행갈 마음이 생기냐??? 천하 태평이다......멋있어.....낭만주의자야........과장하고 싸우고 나온 건 아니냐???"

 

신입사원 연수 받을 때 친하게 지내던 입사동기다. 입담이 걸쭉하고 회식할 때 언제나 앞장서던 친구인데, 입사동기 여직원과 사귀다가 틀어져서 태국지사를 자청하여 어느날 훌쩍 날아와 버린 낭만파 친구다.

 

 

 

"야..야.. 내가 머 싸우는 사람이야?  좀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할라고 어항에서 탈출했쥐"

 

" 머? 어항에서 탈출을 해? 금붕어가 어항에서 탈출해봤자...헐떡거리다가 죽기밖에 더하겠어??"

 

"야..야...쓸데없는 소리말구.....넌 태국에서 소원을 이루었냐?? 여기 이쁜 여자 많던데...."

 

"크크...찾고 있는 중이쥐....그래도 서울이 낫쥐...방콕은 아무리 둘러봐도 이쁜 여자가 없어......언제나 이방인이야... 푸켓에서나 함 찾아봐야쥐"

 

 

 

 

"아침 먹었냐?"

 

"아니....먹으러 나갈까?"

 

"그냥 시켜 먹자"

 

"그러자....호텔에서 시키나...나가서 먹으나 비슷할거야....."

 

" 어제 머했냐???  종일 호텔로 전화했는데...안 받더라....패키지 투어 갔었어?"

 

" 아니.....그냥 여기저기 돌아 다녔어..."

 

" 여기 저기 돌아다녀??? 말된다....너 누구랑 같이 왔쥐??  솔직히 말해봐.."

 

" 아냐...쟈샤....내가 누구랑 같이 오냐?? 이 몸이야 자타가 공인한 홀몸이지...여기 공인 인증서도 있다"

 

"확실히 혼자 온거야???" 친구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장난스레이 올라봤다.

 

 

 

 

"흠...확실히 혼자 왔단 말이쥐.... 암튼 이거 챤스 같은데....어떻게 하고 놀까??"

 

"글쎄.....먼데서 온 이 몸 함 즐겁게 해줘봐..."

 

"그래...크크크....내가 일은 좀 못해도 노는데는 일가견이 있지.....크크크"

 

 

 

 

어제 빌렸던 렌트카는 실망스러웠다. 태국 동기 종하는 호텔에서 렌트하면 좀 더 좋은 차를 빌릴 수 있다고 했다. 빌리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여러가지 까다로웠지만 보험도 확실하고 차도 오토에 성능이 괜찮아 보였다. 아침 겸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호텔을 나왔다.

 

 

 

 

" 고 카트(GO KART) 갈까? 아니면 번지점프 갈까?"

 

"야...번지점프 나 한번도 안해봤는데......겁나서 싫다야....."

 

"너 많이 약해졌다...신입사원 연수 때는 꽤 깡 있는 사나이였는데..."

 

" 크크.....임마 세월이 흘렀자너...."

 

" 그래 그럼 고 카트에 먼저 가자.."

 

 

 

고카트는 미니 자동차 경주장이다. 실제 자동차 레이스와 비길바는 아니지만 감각은 특별하였다. 헬맷을 쓰지만 안전벨트는 없다. 차 운전을 할 줄아는 사람들은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었지만 만약 운전 초보자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그 친구는 몇번 와 봤는지 상당히 숙련된 듯 보였다. 나는 처음에는 브레이크와 엑셀을 번갈아 밟곤하였는데 속도가 나지 않아 엑셀을 계속 밟은 상태에서 가끔 브레이크를 사용했다. 커브 길이 급할 때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바퀴를 돌고나서 그 친구가 요령을 말해주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가 죽어서 안돼. 커브 길이 문제인데 기냥 잘하면 브레이크 없이도 잘 돌수 있어...."

 

"브레이크 안 밟으면 도로 밖으로 밀려 나갈 것 같던데???"

 

"그러니까 잘해야쥐"

 

" 자알~~???  거 참 가장 어려운 말이내....잘하면 된다.....흠"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서 커브를 도는 것은 쉽지는 않았지만 곧 숙련이 되었다. 엑셀로 속도조절만 하면서 커브길을 좀 원을 크게 그리며 도는 것이다. 10분 돌고 한번 쉬고 10분을 더 탓다. 속도가 있어서 부딪히는 바람이 시원하였으며, 일반 자동차와 다르게 핸들이 무지 무거웠는데 그것은 안전상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땅바닥에 거의 붙어서 다니는 미니 자동차이므로 거의 땅바닥의 감각이 그대로 온몸에 전달되었다.

 

 

 

" 재미있었냐?"

 

" 머 그런대로 괘한았어...."   

 

"번지점프 가보자...일단 함 가보기나 해......정 안될 것 같으면 나만 타지 머...."

 

"그래...소원이라면 이 몸이 가줘야쥐....."

 

" 50 미터니까 껌이야 껌....눈 깜박할 시간에 내려온다"

 

 

 

50 미터라....그 정도면 괘한을 듯 싶었다.  번지 점프장은 도로에서 조금 들어가는 숲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사실 약간의 고공 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데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군대있을 때는 번지점프랑 비슷한 것들을 유격훈련 때 꽤 재미나게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잘 할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숲속을 돌아서자 바로 번지점포대가 보였다. 50미터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한 500 미터쯤으로 보였다. 점프대 아래는 작은 호수였는데 물도 별로 많을 것 같지 않고 고여있는 물이라 녹조현상이 아주 심한 호수였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그 번지점프대가 아직 넘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 야....너만 해라....나 그냥.....너 떨어지는 거 구경이나 할란다......한명이라도 남아 있어야 시체 치우는 거라도 하지...." 아침에 푸이가 한말을 흉내내며 내가 말했다.

 

"하하하하......겁 많기는.....에그...." 그러더니 그 친구는 티켓을 두개를 끊어 왔다.

 

"야...난 안한다니까!!!"

 

" 그냥 해봐...언제 또 해 보겠어??"

 

 

 

그러더니 그 친구는 줄을 묶으러 철탑으로 갔다. 철탑 꼭대기에 올라가더니 순간 야호하면서 자유낙하. 물 표면에 닿을 듯 하더니 다시 솟구친다.....

 

 

 

"별거 아니쥐?"

 

"아니...별거 같은데...."

 

" 내가 하니까...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그 신통하게 줄이 안 끊어지내"

 

" 줄이 왜 끊어져...에그....이거 언제 이렇게 겁쟁이가 됐나??"

 

"그래...나 겁쟁이다...기냥 이거 티켓 물리자"

 

" 아이 쟈식...이거 못 물리는 티켓이야..... 끽소리말고 그냥 해봐...."

 

 

 

나는 억지로 등이 밀려서 철탑 밑으로 갔다. 벨트를 조이는 발목이 아플 정도다. 이것으로 버틸수 있을까?  들들들들....기계가 나를 끌고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밑을 절대로 보지 말라는 친구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밑을 자꾸 확인하고 싶어졌다. 아래서는 좀 넓어 보였던 호수는 위에서 보니 성냥갑만하다. 조교가 위에서 여러번 호흡이니 기압이니 그런 걸 하더니 뛰어 내리란다. 나는 죽기살기로 야호를 외치면 발판을 박차고 머리를 지면을 향해 내리 꽃았다.

 

공포를 느낄 사이도 없이 호수의 파란물이 눈에 닿을듯 하더니 멀어지고 다시 닿을 듯하더니 멀어졌다.

 

 

 

"야.....머 죽으러 가냐? 웬 비명을 그렇게 질러???"

 

" 야...먼 비명? 비명이 아니라 기압이지...."

 

" 난 죽은 사람 비명인줄 아랐내...어때 재미있쥐??"

 

" 응....자유낙하하는 기분이 그만이다...크크크"

 

 

 

간단히 요기를 하고 파통으로 돌아왔다. 룸에서 샤워를 하고 좀 쉬었다. 번지점프에서 너무 긴장을 하였는지 몸이 퍽퍽하다. 한잠자고 싶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 듯 해는 기울어가고 있었다. 배도 벌써 출출하다.

 

 

 

"어디갈까?"

 

"태국 밤문화의 진수를 내 보여주겠다....나만 따라와"

 

"야...진수같은 거 안봐도 돼....벌써 3일동안 다 봤어......그냥 그렇더만....."

 

"나이트 가봤냐?"

 

"아니...무슨 남자끼리 나이트를 가냐??"

 

"나이트 잼 있어....."

 

 

 

저녁은 호텔 옆의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하였다.  포트(PORT)라는 이름인데 반타이 호텔에서 직영하는 레스토랑이다. 푸켓의 레스토랑은 주로 노천레스토랑이다. 실내 레스토랑도 꽤 있지만 실내라고 하더라도 지붕은 있지만 벽은 시원스럽게 터 놓은 것이 특징이다.

 

 

중심가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손님들로 붐볐다. 필리핀 출신 밴드가 라이브 음악을 연주했는데 주로 우리가 많이 듣던 올드 팝송이다. 친구가 한국 노래를 신청하였다. 한참을 기다리자 한국노래 "사랑해"가 흘러나왔다. 우리 둘은 괴성을 지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식사를 한참하고 있는데 후두둑 빗줄기가 몇 방울 떨어졌다. 나는 지나가는 빗줄기라 생각하였다.

 

 

 

"야...식사 한번 더 해야겠다.."

 

" 먼 말이야? 왜 식사를 한번 더 해??"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빗줄기가 강해지면서 곧 장대비로 바뀌었다. 노천 레스토랑에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종업원들은 황급히 파라솔을 펴면서 손님들을 비에서 보호하려고 하였지만 비는 그 정도의 짬을 주지 않았다.

 

 

 

" 야....저 쪽으로 가자"

 

"어디로??"

 

 

 

순식간에 손님들은 아침식사를 하는 뷔페 레스토랑으로 대이동하였다. 라이브 무대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한바퀴를 돌아 뷔페식당으로 방향을 180도 회전하였다.

 

 

 

"하하하 대단하다...여기는 맨날 이렇게 당하는가 보다...완전히 기계적으로 움직이내"

 

"응,,,열대지방이라 스콜이 한번씩 내리지...금방 그칠거야"

 

 

 

금방 그칠지 어떨지는 몰라도 비는 여름날에 가끔씩 내리는 장대 폭우 스타일이었다. 식사가 다시 나왔다. 비가 오니 한결 더위도 수그러 들었다.

 

 

 

"안녕하세요???"

 

" 네??"  놀라서 옆자리를 쳐다보니 호텔 수영장에서 보았던 그 중국계 아름다은 여자가 친구와 같이 앉아 있었다.

 

"비가 참 멋있게 퍼붓내요"

 

"네...장대비내요.....오늘 즐겁게 지내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네...푸켓은 어디를 가나 다 아름다워요"  밤에 보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빛나게 아름다웠다..어둠속에서 물기를 머금은 꽃잎처럼 촉촉한 아름다움이 스며나왔다.

 

 

 

 

" 야...너 저 여자 어떻게 아냐?? 무자게 미인이내..."

 

" 응 엄청 미인이지??  호텔 수영장에서 몇번 봤어..."

 

" 야...나 작업 들어간다...너 그냥 가만히 있어......"

 

" 야!!  먼 작업???"

 

 

 

 

친구는 종업원을 부르더니.....머라고 몇 마디 하였다......잠시후 레스토랑 종업원이 칵테일 두잔과 먼 쪽지를 옆 테이블의 두 여인에게 배달하였다....두 여인이 머라고 상의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테이블로 왔다.....

 

 

 

 

" 술 고맙습니다.....잘 마실께요....저는 위수린이고요.....제 친구는 마연서예요...."

 

" 예......저는  설경구이고요...제 친구는 안성기예요....." 그 놈 때문에 나는 졸지에 안성기가 되었다.

 

"영화배우 이름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그녀가 입을 막으며 웃었다.

 

" 예...한국에는 이름이 비슷 비슷합니다..."

 

"이분은 정말 안성기씨하고 좀 닮은 것 같은데요.....어두울 때보니까......"

 

"예 그런 얘기 가끔씩 듣습니다..."

 

 

 

친구는 위수린이가 대단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가끔씩 오버 액션도 하였으며, 술을 연거푸 마셨다. 생각보다는 매우 쾌활한 사람들이었다. 싱가폴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친구사이인데 휴가를 내서 푸켓에 놀러왔다고 했다. 그녀들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였는데 나는 잘 알아듣지를 못했고, 내 친구는 태국 경력이 몇년 붙어서인지 대화가 잘 됐다.

 

 

 포트라는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즐겁게 술을 마셨다........술이 좀 들어가자 본격적으로 나는 콩글리쉬를 해댔고........그녀들은 그것이 더 재미있었는지 연신 허리를 젓히면서 웃어댔다....비는 거짓말처럼 그쳤다....술이 거나할 정도가 되어 우리는 일어섰다....손님들은 이미자리를 많이 떠서 몇 테이블밖에 없었다.

 

 

 

"야..우리 나이트 가자..."

 

" 먼 나이트??"

 

"그냥 너는 쫓아서 오기만 해...괜히 해방 놓지말구..."

 

 

 

그녀들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는 동의를 하는 모양이다. 나이트는 번화가의 최중심에 있었다. "타이거 디스코텍"이라는 간판이 붙었는데, 입장료가 100바트(우리 돈으로 3000원 수준) 였다.  우리나라 처럼 대형 나이트 형태는 아니었고, 중간에 원탁테이블이 있지만 의자는 없었다.

 

100바트를 주면 맥주 한병을 주었는데, 맥주 한병 달랑들고 중간 중간 테이블에 올려 놓고 춤을 추는 형식이다. 우리나라처럼 좌석과 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내 전체가 홀이고 거기에 술병을 들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손님은 대략 유럽인들이 절반정도이고 나머지는 아시아와 현지인들이다. 현지인들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엄청난 굉음이 실내를 부술듯이 울렸으나 라이브는 아니었고 음악도 하드락만 계속 나왔다.... 중간에 쉬는 부루스 타임 같은 것은 없는 것이 우리나라랑 좀 달랐다. 그녀는 춤을 잘추는 편은 아니었지만 귀엽게 추는 타입이었고, 친구인 마연서는 춤을 아주 잘 추었다. 나는 나이트에 가면 그냥 남들처럼 추는 정도였지만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춤을 추는 것은 언제나 좀 어색하다.

 

푸이 얼굴이 떠 올랐다. 지금쯤이면 몇번 전화를 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화장실 가는 길에 밖으로 나가 전화를 했다.

 

 

 

"너무 늦었지?"

 

"응...무지 재밌는 모양이다" 다행히 그녀는 짜증은 내지 않았다.

 

" 술 너무 많이 먹지 말구...일찍자라....내일 내가 좋은 데 델꼬 갈께....."

 

"응.알았어...그렇지 않아도 지금 들어갈려고 해...."

 

 

 

언제 푸이와 내가 전화를 기다리고, 전화를 기다릴 것이라 생각하는 사이가 되었나. 짧은 만남인데 그녀와는 오래된 연인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긴 만나기는 3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더 이상 흔들기가 지칠만한 때에 타이거디스코텍을 빠져 나왔다. 친구는 딱 한잔만 더하고 가자고 했고 우리는 그의 흥에 이끌려 갔다. 빠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흥청거렸다.

 

 

 

" 야...위수린이가 너한테 관심이 디게 많더라!!"

 

"나한테??"

 

"너에 대해 자꾸 물어보더라...애인은 있냐는 둥..머하는 사람이냐는 둥..여기 언제까지 있냐는 둥.."

 

"그래?? 그 참 이상하내..."

 

" 머가 이상해 임마....너한테 관심이 많던데...그 전에 먼일 있었던 거 아니야??"

 

" 먼일이 있기는....그냥 먼발치에서 몇번 마주친 거쥐...머"

 

" 야...위수린이 내가 포기해야할 것 같다.....너한테 관심있는 거 같애.....정말 미인인데...아깝다"

 

   

 

우리는 빠에서 몇잔씩을 더 마셨다. 언듯 언듯 그녀의 눈길이 스쳐지나가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군데 군데 빗물 자욱이 남아 있는 보도를 걸어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온 후에도 친구는 위수린에게 마음이 빼긴 듯 하였다. 우리는 냉장고에서 맥주 두개를 꺼내 마시다가 잠이 들었다.

 

 

4 Comments
summer 2004.06.04 12:44  
  드디어 올라왔군요. 계속~~~
사랑 2004.06.05 01:03  
 
푸이가 울고 있었다.
눈물방울 하나 툭하고 떨어졌다.

울지마...

나는 푸이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푸이의 얼굴은 만져지지 않았다.
아기처럼 부드러운 푸이 얼굴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아
나는 순간 당황했다.

분명 푸이는 내 눈앞에서 울고 있는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내 손은 허공에서
맥없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어어....왜 이러지...

내가 헛것을 본걸까?
주먹 쥔 손으로 두 눈을 부비며 다시 눈을 뜨자
푸이는 뒤돌아서서 안개자욱한 해변을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푸이가 안개속으로 사라져버릴까 싶어
덜컥 겁이났다.

푸이....!  안돼...! 

나는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그래?  괜찮아? 무슨 꿈이라도 꾼거야?

옆 침대에서 자던 친구가 깜짝놀란 얼굴로 내 몸을 흔들었다.

간밤에 마신술로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창을 열고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객실 가득히 빛나는 햇살의 알갱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제서야 어젯밤의 모든기억들이 명료하게 떠올랐다.

위수린의 아름다운 얼굴과 밤새도록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을 푸이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나는 왜 그런 꿈을 꾼것일까?

그 꿈의 징조는 과연 무엇일까?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으응..?  아니...뭐....그냥.....


이야기가 위수린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점점 흥미진진해
져 가는군요.

아마도 삼각관계 내지는 사각관계과 될 것 같은데...

결국에는 푸이하고도 위수린과도 맺어지지 못한다...??

트라이크님 마음을 대신하며 속편을 먼저 써 봤는데...
대략 맞나요?
qing 2004.06.05 13:29  
  ㅋㅋ 사랑님~  왜 이러셩!

단편으로 해깔리게 하지마셩
트라이크 2004.06.07 10:54  
  ㅎㅎㅎㅎ......사랑님 홧팅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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