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에서의 추억 - 5 - 사랑 2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푸켓에서의 추억 - 5 - 사랑 2

트라이크 10 1543
"어디로 갈까?" 내가 물었다.

"글쎄요..어디 가고 싶은데요?"



뷰포인트에서 내려오는 길은 가팔랐고 굴곡도 심하였다. 좌측통행에 좀 익숙해져서 속도는 낼 수 있었지만 도로폭이 좁고 차도 믿음이 가지 않아 조심스러웠다.



"어제 선라이즈갔었다 그랬자나....거기 여행사도 겸업하는데 말야. 주인아저씨가 "온더락" 이라는 레스토랑 추천하던데.... 가봤어?"

" 야호...온더락...그래...거기 가자....거기 멋있어요...절벽 위에 있는데 내려다 보이는 풍경도 괜찮고, 음식도 맛있다고 하더라.....거기가요.....크크......거기서 고백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설마 고백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미리 경고하는데 난 고백같은 거 안받아요....용서같은 건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

" 가봤어?"

"아니, 나도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가보진 못했어요....그런데 멋있데요.. 친구들이...."

" 오키.... 거기가자...그런데 여기 주유소가 어디있어? 주유소가 안보이네 "

"주유소? 음....많은데....저기 있다..저기 보이죠?"

"어디이?"

"저기 오일이라고 써 있자나요....."

"저게 주유소야?"

"무시하내....푸켓을...."

" 15리터쯤만 넣으면 될 것 같지?.....그지?..."

"그러면.... 500바트만 넣어달라 그러세요......"



간이 기름판매업소라고 할까? 구멍가게 같은데서 기름을 팔았다. 드럼통에다가 직접 고무호스를 연결해서 차에 주유하는 간이 오일가게다. 호스 중간에 유리통을 설치해서 기름이 통과하도록 하고 그 유리통에 표시된 페인트 눈금으로 주유량을 산정한다. 500바트를 넣었는데 우리 돈으로 15000원 정도되었다. 휘발유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좀 싼 것 같았다. 푸켓시내에는 한국식의 주유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항으로 가는 큰 길에는 물론 주유소가 있다.



"온더락"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바위위에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름만으로도 멋이 있다. 호텔 "마리나카티지"에 있는 레스토랑인데 "마리나카티지"는 연인이나 신혼부부들에게 꽤 인기있는 호텔이라고 한다.



해가 니엇 니엇 질무렵에 마리나 카티지에 도착하였다. 낮은 구릉지대 전체를 개발하여 호텔로 만든것 같았다. 일반적인 호텔처럼 큰 건물이 있는 호텔이 아니라 넓은 숲속에 수많은 방갈로가 있는 스타일이다. 마치 한국의 펜션과 비슷한 형태인데 숲이 잘 가꾸어져 있고 각각의 집들이 독특한 운치가 있었다. 야자수 정글을 연상케할만큼 조경이 잘되어 있었다. 길은 전부 나무로처리되어 걸을 때마다 토각 토각 소리가 났다. 여자들이 반할만한 분위기다.



"저기를 넘어가면 있는 모양이내요" 그녀가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여기 멋있다....언제 여기와서 자봐야겠다"

"누구랑요??"

"누구??? 글쎄.......다음에 푸켓 오면 여기서 함 오고 싶내...."

"수상해.....흠...."



레스토랑은 깍아지른 절벽에 붙여서 지었는지 전망이 좋았다. 산호 해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고 백사장이 있었으며, 백사장은 천혜의 절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예전에 남해안을 돌아 서해안으로 올라오면서 변산반도에 갔었는데 거기서 "모항해수욕장"을 발견하였다. 모항해수욕장에 반해서 겨울만 되면 한동안 "모항해수욕장"을 찾곤 했었다. 모항도 여기처럼 절벽에 둘러싸인 작은 해수욕장이다. 물론 여기가 훨씬 더 넓었다.



"머 먹을까?"

"맛있는거..."

"우리 공주님이 멀 좋아하시나??"

"아부하지 말기.....나 공주님 아님....."

" 난 그냥 볶음밥이 좋더라...푸켓에서 제일 입맛에 맞는 음식야. 그리고 해물바베큐 하나 먹을까?"

"해물바베큐...오키.....이 스프 함 먹어볼래요??? 푸켓 사람들이 잘 먹는 습인데..."

"응...그래...."



음식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탁 트인 전망에 사람없는 아름다운 산호해변을 쳐다보면서 식사하는 맛은 일품이었다. 더운 날씨였지만 선들 선들 바다바람이 불어와 그리 더운 느낌은 없었다.



"술한잔 할래??"

" 아 마자...나 술 먹어야 된다...술 먹고 할말있어...."

" 할말?? 먼 할말인데? 무섭다야...."

" 흠, 무서워해야쥐...당연히" 그녀가 장난끼스럽게 눈매를 세웠다.

"그대가 고백하는 거 아냐???"



우리는 잭콕(잭다니엘에 콜라를 칵테일한 음료)을 한잔씩 시켰다. 푸켓에서 가장 일반적인 음료는 제콕과 맥주다. 어느 술집에 가더라도 제콕과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저 사람 머 좀 잡히나??" 어떤 사람이 절벽아래 작은 바위에서 릴낚시를 하고 있었다.

" 안 잡히나 봐...아까부터 낚시대만 풀었다 감았다 하는데?.."

" 고기가 없나 보지?? 물이 너무 맑아서 고기가 없나보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지"

"아녀요...푸켓의 바다에는 어디나 고기는 많아요...근데 물이 너무 맑아서 고기 눈에 낚시 바늘이 다보여서 안 무나 거예요..."

"머? 푸하하하....그 거짓말 진짜야???"




" 하하....움.......밥 다 먹고...저기 해변에 함 내려가 보자..내려갈 수 있을래나?"

"내려갈 수는 있다고 들었는데.....그런데 아무도 없내.....암도 없어서 무섭겠다"



어둠이 점점 더 깊어가고 있었다. 불 빛이라고는 없는 아래쪽 해변은 그래서 더 어두워 보였다. 손님이 꽉찼다가 조금씩 뜸해질 때 쯤에 우리는 일어났다.



"저기 진짜 함 가보자...별이 무지하게 많을 것 같은데..."

"여기도 별 많은데......" 그녀는 썩 내켜하지 않는 눈치로 따라왔다.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레스토랑은 "온더락"이라는 말 그대로 큰 바위위에 위태 위태 걸터 앉아 있는 듯이 보였다. 어두워서 바다와 주변의 기암괴석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풀벌레 소리, 은색의 바다에 쏱아져 내리는 별 빛이 좋았다. 낮에 본 바다는 남색이었지만 밤에는 은색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모래사장에 앉았고 나는 두손을 배고 백사장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나는 그녀의 뒷 모습을 좋아했다.탱크탑을 입어서 드러난 그녀의 허리 속살에 자꾸 눈길이 갔다.



"얘기 좀 해 줘요..."

" 먼 얘기??"

" 3년동안의 이야기...얼케 지냈으며, 먼 일을 하였으며, 어떤 여자와 잼있게 지냈고....하는 머 그딴 얘기"

"그럴까?"

"흠...여자랑 사겼다는 얘기내....."

"여자?? 아니...여자 사귈 시간 없었어....."

"거진말......"



나는 생각나는대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회사 이야기도 하였다가, 친구 이야기도 하였다가, 어머니 이야기도 하였다. 가끔씩 쏱아지는 별빛이 너무나 황홀하여 말을 잊어버리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는 별을 보기도 어렵고, 달빛마저도 그리 아름답지가 않다.



"별이,,,,한국에서 전부 푸켓으로 이사왔나 보다. 오염된 한국이 시러서...별 진짜 많다.."

"그게 아니고...별들이 거기가 시러서 한국을 떠나 푸이 보러 온거야...별들은 바람둥이를 시러 하자나....."

"흠,,,별들이...아냐.....잘 들어봐....별이는푸이 시러 시러...그러는데?? 하하"

저게 은하수지" 나는 하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별무리를 가르치며 말했다.

"어디? " 그녀가 고개를 하늘 높이 고추세우며 물었다.




"저기 팔 좀 옆으로 뻗어 봐요"

" 왜?"

"그냥 뻗어 봐요"

" 아 좋다" 그녀가 내 팔을배고 누웠다.

" 2단계 지났다"

" 먼 2단계??"

"용서에는 5단계가 있는데...아까 선물 사주었으니까 1단계 지났고, 지금 팔 빌려주었으니까 2단계 지난거야.....걱정하지마 아직 3단계가 더 남았으니까...."

"캬..어렵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무엇인지 모르는 옅은 향기가 났다. 딱히 향기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류의 옅은 향기를 난 좋아했다.



"오리온과 전갈 알아?"

"아니..그게 머야?"

"옛날에 무지하게 예쁜 사냥꾼이 살았거든...그런데 신이 너무 예쁜 그 사냥꾼이 맘에 안들었어.....그래서 전갈을 풀어가지고 그 미녀 사냥꾼이 전갈에 물려 죽게 했데....너무 이쁘면 일찍 죽는거야..."

"그래??? 그러면 나 일찍 죽겠내"

"머? 하하하...."

" 아니 왜 웃는거야? 내가 안이쁘다는거야? 치~ 기분 나뻐이...2단계 취소...."

" 저기 저쪽 봐봐....저기 남쪽 방향 말이야......저기 은하수 뒤쪽 쯤에....별 보이쥐? 밝은 별 하나가 있고 거기부터 하나,둘,셋,넷, 다섯"

" 어디?? 응...보인다...근데?"

"저게 전갈자리야...S자로 보이쥐? 여름에는 저렇게 전갈자리가 보이고, 겨울이 되면 저 자리에 오리온자리가 나타나....오리온 자리는 4각형인데 그 안에 별 3개가 살지...삼태성이라고 해...오리온과 전갈은 저렇게 하늘에 가서도 웬수가 되어서 절대 안만나지. 같은 자리에 여름과 겨울에 번갈아서 나타나..."

" 남자가 별 걸 다아내...."

" 글쿠 저 쪽에 봐.....7개 별이 보이쥐? 마치 국자처럼...."

" 어디? 응 보인다.."

" 저기 7개 별이 북두칠성이고, 북두칠성의 맨 끝에 두개별이 있자나..국자 끝부분...거기서 두별 거리의 5배 정도 위로 가봐....그러면 좀 흐미한 별하나 보이쥐??"

" 응 보여.."

" 그게 북극성이야.......그리고 그 위에 W자의 별 다섯개 보여???"

" 응"

"그게 카시오페아 자리인데...맨날 카시오페아는 북극성을 뱅뱅 돌아.....지금 한 9시쯤 되었겠다....저쯤오면 9시에서 10시사이야"

"흠....카시오페아는 북극성을 짝 사랑하나 보다...맨날 주변에서 뱅뱅 맴돌게..."



별은 여전히 밤바다에 쏱아져 내리고 있었다. 선선한 미풍에 밀려오는 그녀의 향기가 해변에 가득히 퍼져 나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날아와 내 뺨을 간지럽혔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전하는 따스함과 그녀의 향기에 취하여 별보다 더 아름다운 그 백사장에 한참동안 누워 있었다.


10 Comments
트라이크 2004.06.01 19:47  
  근데..error님...혹 상상하던 장면이 안나와서 실망스러비 않으신지요...공개된 인터넷이라 가급적 아름다운 내용만 표현하려니...그것도 어렵내요...ㅎㅎㅎ
귀여운몸 2004.06.01 21:08  
  지금까지 계속 잘 읽고 있습니다. 근데,여기엔 거의가 성인들이 오는 곳이라..다음 편 기대할께요
qing 2004.06.01 22:31  
  달콤한 입#춤 정도는 아마...
summer 2004.06.02 02:44  
  이거 읽을려고 오늘도 태사랑을 몇번 들어왔는지...!
사랑 2004.06.02 10:28  
  다음편엔 가벼운 키스씬이 등장할것이다.
스토리의 전개상.
만약 그렇지 않다면 트라이크님이 소심하여
자기검열을 했거나, 푸이를 사랑하지 않았거나,
혹은 공자의 제자(고자)거나, 그냥 소설일 뿐인것이된다.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소설 한 권 펴내시지요.
제목 : 푸이를 사랑한 트라이크
qing 2004.06.02 11:03  
  고자는...#@$%$#* 좀...
summer 2004.06.02 11:35  
  공자의 제자가 고자였군요. 전 하자인줄 일았는데...
트라이크 2004.06.03 12:34  
  하하하하......댓글이 더 재미있습니다....
SUMMER 2004.06.04 08:54  
  트라이크님.... 댓글 재미에 빠지지 마시고 글 빨리 올려주세요. 근데 순자는 누구죠?
푸켓쏨차이 2004.06.04 16:32  
  푸켓의 아름다움에맞는 글이네여..다음편이 기대됩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