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평범한 여행이야기.. no.4. last story..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너무 평범한 여행이야기.. no.4. last story..

클클 5 1665
2004.04.29

4.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방콕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내가 떠나면 일주일 동안 혼자 있을
세진 언니를 보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노숙자 아저씨와 대한항공 아저씨와도
밥 한 끼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방콕에서의 하루를
빠통에서 대신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수영장 뒷편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가 보았다.
아담한 정원이 있다.
작은 미니 수영장이 있다.
사람은 나 단 한 명이다.
벤치에 몇 분 동안 고즈넉히 앉아 있었다.

정원1.jpg

정원2.jpg

꽃1.jpg

정원3.jpg

정오가 될 무렵
삽시간에 주위가 흐려진다.

비오다.jpg


비가 온다..
이국에서 보는 비가 새롭다.
감정이 무딘 나지만,
단순한 나이지만,
비를 보며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한참을 있었다..

비가 갠 후 체크 아웃을 하고
사실상 마지막 여행을 그리기 위해
빠통비치로 이동했다.

로비.jpg

독사진1.jpg

숙소에 도착해
피로가 쌓인 언니와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것도 아닌,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
멍한 채로 두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날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밍기적밍기적 나갔다.

쥬스한잔.jpg

신단.jpg

볶음국수~.jpg

레스토랑.jpg

밥을 먹고는 정말 느린 걸음으로..
빠통비치로 갔다.

빠통거리4.jpg

빠통비치.jpg

빠통비치2.jpg

빠통비치3.jpg

거리를 걸었다.
언니와 나 별로 말이 없다..
말이 없지만 불편하지 않다.
3일이란 시간동안에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친구가 되었다...

마냥 걷던 언니가 갑자기 한마디 건넨다.
헤나 하자.
그래.
하자.

헤나1.jpg

헤나4.jpg

말 한마리를 다리에 새겼다.
헤나는 2주 동안 유지된단다.
내가 태국을 떠나도
이 여행이 끝나도
헤나가 과거로 나를 안내할 것이다.
적어도 2주 동안은...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언니는 지난 1주 동안의 여행때문에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자는 언니를 두고 숙소 테라스에 나와
사진기를 가지고 시간과 놀았다.
풀장 옆 미니바에서 팝이 흐른다.
무료하면서 무료하지 않은 시간이 된다.
낮에 내렸던 비가 한차례 더 온다.
고요함과 팝의 힙합 리듬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낸다.



바에서 앉아 있던 흑인이 종업원에게
코리언 걸이 어쩌구 저쩌구한다.
테라스에 나와
혼자 노는 내가 우습나보다..
신경쓰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남의 말한마디에 소심하게
행동하고 싶지 않다.
혼자 계속 놀았다.
의자에 벌러덩 눕기도 하고
삼각대 세우고
포즈도 잡아보고..
어떻게 보면 그 두시간이
여행 중 내가 가장 나 자신을 즐긴 시간이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약속대로
노숙자 아저씨와 대한항공 아저씨가 빠통 비치까지 와 주었다.
단 하루 몇시간 동안 함께한
우리를 위해 타운에서 빠통까지 와 준
두 아저씨가 너무 고맙다.
아저씨들이 기꺼이 나의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해 주겠단다.
노숙자 아저씨의 익살,
대한항공 아저씨의 낯가리는 표정이
여전하다.
유쾌한 사람들...

노천레스토랑.jpg

만찬.jpg


노숙자 아저씨가 푸켓타운에 있는
애인 사진을 보여준다.
앳띤 모습의 아가씨다.
예쁘다.
대한항공 아저씨는 다음주면
두딸과 아내가 오기로 했다며
이내 쑥스러운 웃음을 보낸다.
정말 잘 된 일이다.
언니는 내가 떠난 후 팡야만 투어를
하루 한 후
피피섬으로 들어가 쉰다고 한다.
모두가 이 먼 곳에서도
각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의 계획을 말하며
웃는 이들의 모습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만찬 후 우린 바에 가서 술 한 잔을 하고
나이트를 끝으로 헤어졌다.

다음날, 난 드디어 떠나야 했다.
택시를 타고 타운으로 가는 나를
세진언니는 꼭 껴안아 주며 배웅했다.
이성적이고 꼼꼼한 언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지금도 언니의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 날 난 섭섭해하지 않았다.
아쉬워하지 않았다.
여행의 의미를 애써 정리하려 하지 않았다.
기억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태국의 여러 이미지와 사람들은 몇 장의 사진 속에서
나를 그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

지금도 그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꿈꾸고,
순수한 웃음을 머금은 태국인들이 살고 있겠지.
그 곳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난 내년에 다시 그 곳에 가 2주 동안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지난 1주 동안의 기억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처럼
내년의 기억은 내후년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내년 그 곳에 다시 갈 때까지 난 거기서의 웃음들을 기억하려 한다.
그 곳의 이미지와 함께..

빠통거리.jpg

빠통거리2.jpg

뚝뚝.jpg

빠통거리3.jpg

거리...jpg


그동안 평범한 여행기를 읽어 주신 태사랑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부지님, 내년에는 방콕 가서 꼭 안부 전해 드릴게요^^*

모두 일탈일 때 그 모습처럼.. 행복하세요...





5 Comments
아부지 2004.05.24 04:18  
  음악과 함께 사진 잘봤습니다. 돌아오기시전에 무척 감상적이 되신듯하네여. 음악과 글이 잘 어울립니다. ^^ 내년에는 비슷한 시기에 태국에서 뵈면 더욱 좋겠죠. ^^
방콕사랑 2004.05.25 01:37  
  하얀 이가 보이게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어 보세요.
전문가의 관점에서는 2배이상 아름다워진 사진속의 님을 발견 하실수 있을것입니다.
클클 2004.05.25 01:51  
  네~ 내년에 올릴 여행기 사진에서는 달라진 제 웃음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리플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소나기 2004.05.28 13:26  
  여행기 잘봤어요... 음악이 좋아요
제목이 ... 몰까요?
클클 2004.05.28 16:28  
  v.o.s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입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