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리뻬로 가는 길... 31시간짜리 고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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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 리뻬로 가는 길... 31시간짜리 고생길...

고구마 2 2293
파타야. 푸껫과 피피, 싸무이와 따오... 그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수의 여행자와 관광객들로 바글바글 거리는 곳이다. 한때는 분명 섬과 해변을 찾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흠뻑 적셔줄 만큼 아름다운 바다였겠지만, 이제는 바다와 해변 그 자체의 매력보다는 멋진 리조트와 럭셔리한 레스토랑... 그리고 각종 투어와 엔터테인먼트 쇼의 힘에 기대어 자연 그 자체의 매력은 차츰 잃는 듯한 ‘매우 개인적인’ 느낌이 들곤 한다.
설렁탕 뚝배기에 기름 뜨듯, 피피섬 앞바다에 동동 뜬 기름 자국을 보고 있노라면 ‘이젠 다른 곳을 찾아야겠군’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찾아가 보기로 결정한 곳이 꼬 리뻬...
태국의 거의 최남단에 위치한 꼬 리뻬는, 잘 가꾸어진 리조트와 각종 편의 시설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자연의 혜택 안에서 바다를 즐기고 싶은 배낭여행자들이 간간이 들르는 곳 인듯한 인상을 풍긴다.
방콕의 훨람퐁 역에서 래피드 열차(롯 래우) 침대칸에 실린 뒤 18시간을 달려 다음날 새벽 핫야이에 도착... 핫야이 역에서 빡바라 가는 미니밴을 타고 다시 두 시간을 달려 빡바라 항구에 다다르니 배는 오후 1시에 출발이란다. 비수기 시즌이라서 출항 횟수를 줄인 듯하다.
할 일없이 4시간동안 작은 마을에서 더위에 시달리다가, 에어컨도 없는 배를 타고 4시간 여를 달리니 드디어 리뻬에 도착이다. 전날 오전 10시에 카오산을 출발한 후 꼬 리뻬에 오후 5시에 도착했으니, 꼬박 31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빡바라 선착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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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 리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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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이 없는 이곳은 큰 배와 섬 사이를 긴 꼬리 배가 이어주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고 빡바라 항구에서 산 1리터짜리 물 6병들이 팩을 껴안고 모래사장에 내리니 다른 여행자들은 빠른 걸음으로 샤샤삭~ 사라져 간다.
해변 중앙에 위치한 리뻬 리조트의 350밧짜리 방갈로를 마다하고 좀 더 싼 곳을 찾고자 발길을 옮기는데 발은 모래사장에 푹푹 묻히고 물 병 팩을 든 손가락마디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하늘은 빠른 속도로 어두워지고 같이 내린 여행자는 빛 본 바퀴벌레마냥 다들 빠르게 움직이는데 우리만 해변을 배회하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노닥거리고 있는 현지인 무리를 만났다.
“실례합니다. 저쪽 너머 북쪽 해변으로 가면 숙소가 있나요?”
“숙소가 있긴 한데... 걸어서 20분 정도는 가야 되고, 북쪽보다는 여기 핫 파타야가 전망도 좋고 바다도 좋아요.”
“ 그럼 저 너머 말고 이 해변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다른 숙소가 있나요?”
“ 여기가 끝이라우...”
덜덜 떨리는 다리와 너무 힘든 나머지 제멋대로 마구 굴러가는 눈동자를 하고는 오던길을 되돌아가, 리뻬 리조트의 제일 싼 방갈로에 둥지를 틀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의 싼 숙소답게...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찡쪽이 요왕의 침대와 화장실 바닥에다 똥을 소복히 갈겨놓았고, 바닥에 두었던 가방을 주워 올리니 엄지 발가락만한 바퀴 벌레가 후다닥~ 침대 밑 어두운 곳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고단하고 지친 몸은, 허접하고 누추한 숙소의 상태에 개의치 않고 내내 잘 자기만 했다. 시장기가 반찬 인 듯 고생이 곧 숙면인가 보다... 한국에선 늘 잠들기 전에 한 두시간은 뒤척이던 우리가 여기선 세상모르게 단잠을 잤으니 말이다...
이곳 꼬 리뻬는 매년 11월부터 4월 사이에만 공식적으로 여행자를 받고 있고, 그 외의 시기는 몬순의 영향으로 찾는 사람도 거의 없고 바다도 무척 거칠단다. 우리는 거의 파장 직전에 도착했기 때문에 섬 전체의 활기는 무척 떨어지고 사람들은 약간 맥이 빠져 보인다.
곱디고운 모래사장에는 사람 발자국 보다 개 발자국이 더 많이 찍혀있고, 벌써 문을 닫고 철수한 숙소와 식당들도 보인다. 쓸쓸하고 외로운 기운이 섬 안에 가득하다.

리뻬 리조트, 우리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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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qing 2004.05.08 14:22  
  옛날 90년대초 포니게스트하우스(카오산)보다는 훌륭하군요. ㅋㅋ 바퀴벌레 ㅎㅎ 핫야이까지 참 멀던 느낌이었는데 쩝! 한번 갈려면 허리 부러지겠군요. 저도 한번 "꼬 리뻬"로 가보고 싶군요. 고구마님!
파자마아줌마 2004.05.10 01:10  
  이번여행때 가려다가 송크란때메 발목잡혀서 포기해야했던 꼬리페인데..t.t근데 태국사람들한테 우리 꼬리페갈꺼라고 하니깐 거기가 어디냐고 되려 묻던데..제발음이 이상햇는가봐요..t.t 다음여행땐 꼭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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