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ogether ::: story 009. 방콕의 Day-Tripper.
5월 17일_
나는 방콕의 Day-Tripper.
방콕은...
태국에서 내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문 도시이기도 하고,
늘 누군가 나를 기다리던 곳이었다.
그래서 한번도 혼자 있었던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외로웠던 감정들이 남아 있는 것은...아무래도 몇가지,
내려놓지 못한 기억들을 붙잡고 있는 탓이 아닌지...
내게있어 방콕은, 늘 늦은 저녁무렵부터의 오렌지색.
낮 풍경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그런 도시야.
음. 그런 도시였었지.
.
.
.
05:00 AM

"일어나세요, 다 왔어요."
아...언제 잠들었지?
해뜨기 전의 푸르스름한 공기가 흐르는 방콕에 도착해있다.
터미널에 잠깐 짐을 내려놓고 3밧을 내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얼굴을 닦아내며
지난 밤의 불편했던 흔적들을 지우려고 해보지만 좀처럼 정신이 들지 않는다.
이 시간에,
여기서부터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할지 판단을 할만큼 머리가 맑지도 않다.
동행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멍한 상태로 터미널에 앉아있으니,
내가 정말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어 묘한 이질감이 생겨버린다.
그 때,
생각지도 못한 낯선 시선과 목소리에 굉장히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한시라도 빨리 이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만 하고 무작정 밖으로 나와버렸다.
밖은 어느새 아침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관광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주는...
내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도시 방콕.
50밧이면 갈 거리를 150밧을 부르는 택시, 흥정의 끝을 보여주던 모터싸이...
피곤한 지금...눈 앞의 상황에 대해 아무런 개입도 하고 싶지가 않다.
+
터미널을 조금 벗어난 곳에서 핑크택시를 잡아타고, 방콕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해서야 긴장이 풀려 야간버스에서 제대로 못잔 잠을 청한다.
사방에서 쏟아지던 색색의 빛이...마치 파스텔톤의 몬드리안을 만나는 것만 같다.

마지막 하루의 반나절...
잠자는 순간에도 내가 이 곳에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해.
내일부터 눈을뜨면 나는 Soul City에 있을테니까.
안타깝고 아쉬운 기분은 돌아가서 충분히 만끽하기로 하자.
12:00 PM

빨간선이 그어진 곳이 통제된 지역-
"지금 시내 중심부는 모두 통제가 되서 씨암스퀘어 쪽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해요,"
라는 말을 듣고 쿨하게 쇼핑을 포기한다.
사실 치앙마이의 깟 수언 깨우에서 아무것도 눈여겨 보지 않은 이유는
어차피 히키(친구)를 만나는 것 외에 별다른 예정이 없는 방콕에서
모든 쇼핑을 한큐에 끝낼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들러나 볼까," 라고 생각했던 카오산로드에서 점심을 먹기로 일정을 변경한다.
사실 일정따위는 없었지만.
일어나서 시내 나가볼까, 라고 했다가 안된다는데 어쩔 수 없지.
.
.
.

카오산로드라...
방콕에 머문 기간만 3주 가까이 되면서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가본적은 있는것 같은데. 어떤 풍경이었더라?
생각해보니 2005년에 히키와 함께 송크란을 즐기러 몇시간 정도 머물러 있었던게 전부다.
이러니 제대로 된 풍경이 떠오를리 없지.
그 전해에 왔을때는...
2주 내내 차오프라야강이 내려다 보이던 레지던스에 쳐박혀서
2주 내내 차오프라야강이 내려다 보이던 레지던스에 쳐박혀서
주구장창 비만 내리던 8월의 방콕을 무척이나 싫어했었던 기억밖에 없다.
먹은 거라곤 2주내내 룸 서비스. 스웬슨에서 시킨 아이스크림.
당시 동행했던 친구는 카오산로드에는 발걸음 조차 하기 싫어했었더랬지.
그리고 나도 방콕에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지나쳐간다.
응?
이건 뭐 처음 가보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남아 있는 기억에 새로운 색을 입히러 온 여행인 만큼. 뭐.
즐기자.
즐기자.
여행자들의 성지라는 카오산로드를 (이제와서) 걸어주마.
...일단 밥은 먹고.
버스에서 내내 먹고 잤으면서 또 배가고픈 이유는 뭐냐고.
+
카오산로드에서 새롭게 시작된 나의 마지막 여정 in BKK

집에서 카오산로드 가는 버스 안에서-뭔가 한적하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치앙마이쪽이 훨씬 번화하게만 느껴지던...카오산로드 가는 길.

카오산로드의 "사쿠라하우스" 에서. 오랜만에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들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쇼유라멘과 해물라멘을 시켜놓고 에어컨바람 쐬면서 점심-*
밥먹고 쉬었더니 슬슬 움직일 기운이 솟아난다 ;-)
이제, 본격적으로 걸어볼까요.
.
.
.
카오산로드에서 람푸트리, 수상버스를 타고 싸톤까지-




중간에 너무 더워 세븐에도 잠깐 들르고-

.
.
.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차오프라야강...
.
.
.

싸톤역에 내려 길을 잘못들었다가 만났던 풍경- 결국 두리안은 못먹고 왔지만.

+
사쿠라하우스에서 라멘을 먹다 히키와 연락을 하고 약속을 정했다.
싸톤에서 집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가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집에 가는 버스가 없어서 무작정 걷다가 아무 버스(77번을 탔지)나 타고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보자고 했지만...
이 버스 정말 어디로 가는거니? -_-;
약속시간은 다가오고 주변 풍경은 점점 생소해지고.
이런식이라면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타면 안됐던거겠지?;;;
어딘지 기억도 안나는 수상한 곳에 내려 몇 다니지도 않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만나는 "오랜"친구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린다.
방콕은,
도시전체가 마치 폭풍전야처럼...너무나 조용했다.
택시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저편에서 보이던 검은연기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현실감 있는 시간과 여행자의 시간이 적절히 뒤섞여있던,
낮동안 내가 걸었던 방콕은....드물게도 그런 날이었다.
+
p.s_

pics by. pai1095
충전중인 아톰.
요 근방에서 다들 이렇게 충전중이길래 동참.
.
.
.
친구와 친구네 집 근처에 있는 BTS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 1시간 전쯤 전화가 온다.
"KAT, 몰랐는데 오늘 BTS 운행 안하더라? 방금 뉴스에서 봤어."
- _-; (아마도) 로컬친구...만나러 갑니다.
+
p.s_

pics by. pai1095
충전중인 아톰.
요 근방에서 다들 이렇게 충전중이길래 동참.
.
.
.
친구와 친구네 집 근처에 있는 BTS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 1시간 전쯤 전화가 온다.
"KAT, 몰랐는데 오늘 BTS 운행 안하더라? 방금 뉴스에서 봤어."
- _-; (아마도) 로컬친구...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