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ogether ::: story 007. Chiang mai sweetheart ;-)
여행이 마무리 지어질 무렵에 방콕에서 5년만에 재회한 나의 로컬친구, HIK.
지난 일주일간의 여정을 내게 물었다.
"어땠어? 빠이와 치앙마이는?"
스스로 놀랄 정도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치앙마이가 더 좋았어."
"나도 치앙마이 좋아해, 어머니 고향이기도 하고. 빠이는 안가봤지만 아마..."
"Too business,"
우리는 그 말에 동의했다.
치앙마이가 더 좋았어. 왜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굳이 빠이와 비교를 하자면, 그랬어.
나중에 얘기 해줄게. 내가 방콕에서 너와 함께 좀 더 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생각이 난다면,
...그 때 이야기 할게.

안녕...
+
5월 15일_
나는 차가운 도시여자 in Chiang mai.
토요일이네...
창밖의 소음에 잠에서 깬다.
게스트 하우스 뒷편에 있는 사원의 바람종 소리가 거리의 소음과 섞여 독특한 배경음악을 만들어 낸다.
빠이에서 느낀 자연 친화적인 삶은 이미 끝났었지.
그래 어제 오후부터 나는 차가운 도시여자...
라고 하기엔 대놓고 더운 치앙마이에서의 하루가 시작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에어컨룸을 손에 넣은 자. 뽀송뽀송한 공기가 쾌적하다 못해 얼어 죽겠다.
치앙마이라는 지명은 커피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들어봤기에 꽤 익숙한 이름이건만,
아직도 태국의 북부지방을 생소해 하는 사람들에겐 "거기가 어디야,"소리가 나오는 곳인가보다.
사실은 나도 커피농장이 있다기에 맬번에서 몇시간을 버스로 들어가면 나오는 Red Cliff라는
작은 시골마을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같은 풍경을 상상하고 있었다.
태국 북부 가이드북을 펼치자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
짠,
"태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북부에서 제일 큰 도시."
응? 도시라고 하셨나요?
커피농장은? 농장이 아니라 공장을 여태까지 잘못 알았나?
태국이라곤 방콕과 파타야 말고는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 북부여행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거나,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야기 해달라는 말에,
막연하게, "음...커피?" 이랬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생각보다 너무 큰 치앙마이라는 도시와,
커피농장을 연관짓지 못해 결국 이번 여행에 커피농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까먹고 말았다.
...이제 생각이 났지 뭔가요. 또 가면 되지 뭐...
anyway,
지난 밤, 나잇바자의 스타벅스에서 자본주의의 검은 욕망이 되살아나 버린 나는 도시여자 KAT.

아침부터 커피타령을 해대며 타페문 안쪽에 있는 Wawee coffee를 찾아간다.
우아함을 즐기기에는 너무 벅찬 양을 자랑하던 ICED Wawee를 마시며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자니....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니?
도시놀이 하다가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평범한 백팩커로 금새 돌아온다.

진하고 양도 많은 ICED Wawee, 맛있어 ㅠㅠ
"도이수텝 갑시다!"
치앙마이에서 새로 빌린 바이크를 타고 치앙마이 대학, 동물원을 지나 쌩쌩 달려 도착한 도이수텝.

지금 내 눈앞에 있는게 계단 맞지?
왓 프라탓 도이수텝의 황금탑을 보기위해 계단을 오르다 보니 아침의 도시여자 놀이따위 이미 잊은지 오래,
마음 속에 있는 온갖 번민, 번뇌, 그리고 자본주의(...)가 더위에 녹아내린다.
"아..더워..."
말도 하기 싫다, 그냥 덥다.

얘는 또 누가 이랬니...
황금탑이 있는 곳에선 신발을 벗어야 한다길래 신발을 맡기러 갔더니,
나의 짧은 바지 밑에 드러난 아톰다리도 가려야 된다며 커텐같은 치마를 둘러준다.
나...더운데...
발바닥 찜질을 하는 기분으로 황금탑 주변을 둘러보며...

전생에 까마귀였는지 번쩍번쩍한걸 너무 좋아하는 나는...
그 곳의 신성한 화려함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했다...
한바퀴 돌고나니,
그제서야 밥을 안먹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다.

사원밖으로 나가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가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점심은 그 곳에서 늘 세트처럼 먹는 쏨땀,찹쌀밥,까이양,카우팟 무를 시켜서 먹었다.

아줌마가 한쿡사람이라구 쏨땀을 너무 안맵게 해줘서 도착한 첫날 먹었던
치앙마이문 시장의 아저씨가 만들어 준 쏨땀 생각이 간절했다.
+
DOI PUI 마을...



꽃들도 더위에 지쳤다_
조용하기만 한 도이뿌이 마을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의 캠핑장 쪽으로 들어가면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마침 토요일이어서 근처 청년들이 모여 그늘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꽤 즐거워 보였더랬다 ;-)


+
도이수텝의 산길을 바이크로 오르내리며 숲 속을 달린다.
빠이로 향하던 숲 길과는 또 다른 느낌. 무척이나...상쾌한 기분.
목적지에 도착하는 성취감과는 또 다른, 내가 가고자 하는 곳까지 이르는 여정의 설렘을 만끽한다.
치앙마이에서의 나는,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 조차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바이크 뒤에 앉아 숲과 하늘,
간간이 보이는 산아래 풍경들에 넋을 잃다가 날아오는 말벌이...
.
.
.
이마 한가운데에 정통으로 박힌다.
'빠악-----------!!!!'
"꺄악~~~~!!!!"
"방금 무슨소리야?"
"방금 말벌이랑 박치기 했어요-;;; 아 놔...아프다 ㅠㅠㅠ"
"그르게 왜 고개를 내밀고 있어요...;;;"
"기분 좋아서 사진 찍으려고 하다가 ㅠㅠㅠ"
그 소리를 내며 정통으로 부딪혔으니, 아마 걘 죽었을거야....
그리고 사진 두번 찍다가는 나도 죽겠지 싶더라.

-_ㅠ 아팠다.
.
.
.
단지 그 곳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았던 도이수텝.
그 곳에서 내려다 본 치앙마이는 너무너무 큰 도시였다.
소박한 가운데 커피를 소작하는 풍경을 상상한 나는 어느나라 사람인거냐.
오밀조밀,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 곳의 풍경이,
나의 발걸음을 꽤 오랜 시간동안 그곳에 묶어 두었다.

Chiang mai,
어쩌면 서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숲의 공기가 도시와 가까워 질수록 뜨거워 진다.
나는 도이수텝에서 내가 가지고 왔던 필름의 열 세번째 롤을 끼운다.
집에 돌아와서 더위를 식히며, vacant hours.
zzz...

꿈 속에서 만나요... ;-)
+
시원한 방에서 창 밖의 소란스러움 따위는 개의치 않은채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뜬다.
몇시쯤 됐지? 태국에 온 이후로 내가 시계를 몇번이나 봤더라?
전원을 끄는 걸 잊어버린 TV에서는 방콕의 시위 상황만이 계속해서 보여지고 있었다.
19:00 PM
그래, 오늘은 토요일.
어제의 너무나 관광지 느낌이었던 나잇바자보다 훨씬 "로컬" 이라는 Thanon Wualai 토요시장을 가기로 했었지.
저녁 7시 무렵에 집을 나선다. 아직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도시의 저녁.

너무 더워하던 집앞의 강아지...
삥 강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보며, 조금은 바쁘게 느껴지는 치앙마이의 공기에 몸을 맡긴다.
"왠지...여기가 좋아..."
문득, 정말이지 문득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아닌,
그야말로 just because. ;-)
방콕에서 치앙마이에 도착했을때 저녁을 먹었던 치앙마이문 시장 건너편에 있는
Thanon Wualai의 끝에서 끝으로 이어지는 토요시장은,
정말 나잇바자보다 훨씬 나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들이 많았다.
그 어떤 것도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예쁜 요소들이 가득했던 토요시장.
길이 시작 됨과 동시에 넋을 잃어 카메라에 담는 것 조차도 잊어버릴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분위기였다 ;-)


딱 두컷 찍고 카메라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몇가지 있어서...
시장구경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잊어버리기 전에-
이런 짓을...
토요시장을 걷다가 먹었던 아이스크림 꽂아주던 깔대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림으로 그려서라도 기억에 남겨두려고 노트를 펼쳤다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흔적 (...)
오늘로 나의 여행이, 다섯번째 밤을 지나가려고 한다.
붙잡을 수 없으니 일생 술이나 마시고 망고스틴이나 까먹는거다.
아이구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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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억...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