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ogether ::: story 005. Summer breeze in PAI.
5월 13일_
Summer breeze in PAI.

간밤에 드라마틱한 전개들을 겪으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
타운에서 좀 벗어나 있는 Bebop을 찾는다.
몇 잔의 술을 더 마시고.
그들만의 파티가 되어가는 분위기가 될 때 즈음해서 자리를 뜬다.
빠이강의 대나무 다리 위에서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을 보다가 집에 돌아와 기절하듯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과음을 했지, 아무래도.
킁.
07:00 AM

Baan suan rim pai 게스트 하우스의 센스있는 화분, ;-)
드디어 어딘가에 머문다, 라는 생각에 눈물 나도록 마음이 편하다.
오로지 디자인만을 보고 고른 나의 백팩은 어깨가 남자사이즈 였던건지,
자꾸 배겨서 몇시간 더 메고 있었다간 던져버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마음이 편하다.
선선한 아침공기에 저절로 눈이 떠졌지만,
바깥에서 들려오는 기분 좋은 새소리에 좀 더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려본다.
그러다가 문득 동행이 있는 여행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란 바로 이런 때!
라는 생각이 들어 세븐에 요쿠르트를 사러 가기로 결정했다.
근데 어제 오자마자 하루종일 바이크로만 돌아다녀서 방향감각이 없는 뭐 이런 경우가...
일단 집 밖으로 나와서 익숙하게 느껴지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건만 왠 다리가 나온다.
나도 모르게 간밤에 한잔 했던 곳 방향으로 걷고 있었던거다.
아...몸이 원하는게 요쿠르트가 아니라 아침 댓바람부터 모닝알콜인가 - _-

전날 밤, 정전 된 와중에 술을 마시던 Buffalo Hill 쪽으로 걷고 있었던 거다...

반대방향으로 걷다가 나온 다리 위에서 일단 아침스러워서 한 컷_
여행중에 이 날처럼 이렇게 일찍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고작 몇분 걸었을 뿐인데, 샤워하고 나온 차가운 몸에 금방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요쿠르트고 뭐고 그냥 다시 들어갈까?'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아침에 한잔 해주지 않으면 기분이 안날 것 같아 그냥 가기로 한다.
20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땀이 흥건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의 날씨. 땡볕....임을 예감한다. 아아...나다녀도 되는거냐....
.
.
.
나홀로 아침산책.
집(게스트하우스)에서 터미널 앞 세븐을 다녀오는 동안 만난 것들-*


한번도 앉을 일 없었던 BAR.

떼어오고 싶었던 간판 1.



진짜...?

아침부터 덥지...? 나도 덥다...
.
.
.
늘 느긋하게 여행을 하는 우리는, 일정이 정오를 향해 갈 무렵에 시작된다.
...오늘의 날씨 땡볕인데.
서서히 더워지는 공기에 멍해 지기 시작한다.
태국에 와서 멍을 때리는 이유는 날씨 탓이라는 생각을 백번 하게 된다.

여행 내내 달고 살았던 요쿠르트.
"KAT, 오늘은 뭐 할까요? 하고 싶은거 없어요?"
"아시잖아요, 언제나 no idea."
"그럼 치앙마이에서 얘기한대로. 코끼리는 안타봐도 되겠어?"
"내 다리가 코끼리 다린데 왜 코끼리를 타고 산을 타나요."
별로 투어...랄까...관심을 두지 않아서....
가이드북을 넘겨봐도 도통 하고 싶거나, 가고 싶은 곳에 대해 감이 안잡힌다.
사실은 내가 무슨 기대를 가지고 빠이에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한다.
"에잇, 몰라 일단 밥!"
밥을 먹는 것도 목적지를 정하는 일과 같아, 타운을 몇번이나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들어간 곳이 터미널쪽 사거리에 코너에 있는 Duang이라는 가게다.

DUANG



아침식사는 간단하게...라는 생각으로 샐러드를 시켰건만 저 양은 아메리칸 기준인가...
그린커리와 치킨샐러드를 시켜서 늦은 아침...거의 점심을 먹고,
.
.
.
머뺑 폭포에 가기로 했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리찌를 먹어본 날, "길에 널린게 리찌야~ 그냥 따면 돼~"
가는 길에 이따 시장가서 리찌를 사야겠다는 내 말에 중간에 리찌서리(...)를 하고,
도착해서 빠이다운 소박한 폭포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잠시 더위를 식힌다.





*여기까지가 감도설정 잘못해서 전부 허옇게 뜬 사진들 -_ㅠ
그냥 아무생각 없이 뛰어들기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
사실 보고 있기만 해도 아이들이 너무 잘 뛰어놀아서 내가 다 시원했다 ;-)

폭포 초입에 있는 쏨땀과 까이양을 파는 가게에 앉아 LEO 한병 마셔주며 잠깐 쉬었다가,
돌아가는 길에 중국인 마을에 들를까 했지만,
주체할 수 없이 뜨거워지는 햇살에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
PAI...

이 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런 rule도 필요없이 오직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되는 곳.
내가 눈을 뜨는 순간이 아침이고, 배가 고프면 식사시간이고,
일몰이 찾아오면 하루가 끝나가는 걸 그저 느끼면 되고,
그 시간이 아쉽다면 얼음을 가득 넣은 칵테일 버킷을 마시며 음악을 듣다 잠들면 그만이다.
이 곳은 이 곳만의 시간이 흐른다.
그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느끼는 사람은 아마 이 곳을 사랑하게 되겠지.
하지만 나는...잘 모르겠다.
내가 느꼈어야 할 시간은 "변했다"고 말한 사람들이 말하기 전의 PAI에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변하지 않았다,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머물러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의 이 곳에서는 여행을 떠나는 내게 늘 불어오던, 나를 이끄는 여행지의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다.
나의 시간이 어디에서인가 멈춘듯,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여행 3일째.
나는 하루를 열흘같이 보내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유난히 농도가 짙은 시간이 흐른다.
16:30 PM
머뺑 폭포에서 돌아와 햇살에 벌겋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고 나니 시원함에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평소에는 낮잠도 잘 안자는데, 여행 내내 밀린 잠을 자기로 작정한 사람마냥 픽픽 쓰러져 잘도 잔다.
눈을 뜨니 오늘의 날씨 땡볕이 조금 사그라들 기운을 보이고 있다.

블랙캐년 앞에 있는 식당에서 팟시유와 생선요리를 먹었다.
사실은 까이카타를 먹고 싶어서 식당을 찾았는데 반대쪽 맞은편이었던데다가 문도 닫은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지만 너무 맛있는 점심을 먹게 되었다 ;-)

과도한 셋팅으로 맛을 의심케 했지만 너무 맛있었던 생선튀김. ;-)

팟시유-*

블랙캐년있는 사거리의, makonkom. northern style cuisine_
오후 일정도 역시 미정.
하지만 오기 전에 "예의상" 찾아보았던 숙소가 문득 궁금해져서 어디쯤일까,
바람도 쐴 겸 찾아보기로 한다.
"LOVE PAI HOME"
타운에서 벗어나 한참을 올라가야 나오는 -하지만 지도상으로는 왠지 가까워 보였던- 그 곳.
꼭 그 곳을 보고 싶은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한다.

해를 외면하고 있던 해바라기들 (...)
잠깐 공사중인 길이 나와 슬쩍 돌아가기도 하면서 한적한 주택가를 벗어나니 예쁜 들판이 나온다.



그 곳에 피어있던 이름모를 꽃.
누가 셋팅이라도 해놓은 것 처럼 여물을 먹고있던 소 두마리.
참...이 곳은 이다지도 평화롭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주 우연히 만난 산책로,
잠시 내려 원없이 걸어주었다.
끊어질듯한 대화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하고
할말을 찾는 사람과는 함께 하기 어려운...그런 곳이다.
아마 내가 이 곳에서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돌아오는 길, 석양이 예뻐 잠시 들른 Lanna Restaurant에서 ;-)
일몰 무렵엔 하루가 가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아쉽게 느껴진다면, 뭔가 더 하면 그만. 그냥 시간은 그렇게 머물러 있거나 흘러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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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에서의 마지막 밤,



타운으로 돌아와 선선해진 밤공기에 바이크는 잠깐 잊어버리고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타운 안쪽까지 걸어나간다.
천천히 걷는 나의 걸음으로 만나는 빠이의 밤풍경.

낮동안 다들 어디서 늘어져 있다가 밤만 되면 이렇게들 신나서 나오는건지.
나도 시원해졌다고 신나서 나왔으니 역시 더웠던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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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A restaurant에서 밤참에 가까운 저녁을 먹고,
Bebop을 찾는다.
그리고 나는,
빠이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
Bebop에서 쌩쏨 버킷을 마시다가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서울에서 달고 온 입안의 염증은 거의 아물기 시작했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짜증부터 난다.
이것이 Alex(친구이름)가 말하던...water change syndrome -_-? 이제와서?
(물갈이....를 설명하던 내 친구의 입에서 튀어 나왔던 잊지 못할 그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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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_

빠이를 대하는 나의 자세 (...) pics by. pai1095

자세2. pics by. pai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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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과물_

놓고 온 미스티(고양이)가 생각이 나서 말이에요,
얘 데리고 한참 놀았습니다. @Lanna restaurant_PAI.
+
감상적인 기분도 이젠 끝인듯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