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 만나는 자유5 - 깐짜나부리투어
첨 만나는 자유5 - 깐짜나부리 투어
2001년 7월 13일 (금)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데, 허둥댔다.
어제 투어 계약서를 잃어버린 줄 알고 숙소까지
다시 갔다 오고 난리였다.
푸켓에서 방콕올 때 비행기에다 가이드북 놓고 와서
허둥댄 이후로 두번 이었다.
그 때도 바로 알고 찾아서 다행이었지만,
이번에도 가방에 잘 보관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행사에 작은 배낭마저 맡겨 놓고,
졸리프록에서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우리를 데리러 온 가이드를 따라 미니버스를 탔다.
우리 걱정과는 달리 손님이 많았다. 미니버스 두대..
우리 버스엔 어제 그 이스라엘 남자애랑 그의 친구.
그리고, 아침에 블루스타에서 봤던 진짜 불쌍하게 생긴
일본애가 있었고, 몇 쌍의 커플이 있었다.
우리를 가이드 해 준 에이는 라오스에서 깐짜나에 있는
칼리지로 유학을 와서 의과대를 다니고 있었다.
영어도 잘하고, 장난끼도 많고 너무 귀여웠다.
특히 눈동자가 너무 맑고 똥그래서,
난 계속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가이드 해 준다던
어제 봤던 주인아저씨 알랑말랑깽은 보이지 않았다.
엊저녁에 술에 얼큰하게 취한 모습이더니,
아침에 못 일어난게 분명하다..
영어로 가이드 해주니, 반은 알아 듣고 반은 못 알아 들었다.
나에게 태국이 좋은 이유 한가지는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거다.
태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그래서 나랑 수준이 딱 맞았다.
내친구가 영어선생님이랑 태국 갔을 때 그랬단다.
영어선생님 말은 못알아 듣고, 자기 말을 더 잘 알아 듣더라고.
태국말도 너무 많이 아는 척 하면 귀찮다.
걍 계산기로 서로 원하는 가격 두드려 주면 만사 OK였다.
내가 만난 태인들은 다 너무 착하고 친절했다.
투어의 첫코스는 에라완폭포였다.
원래 7폭포까지 있는데, 시간상 5폭포까지 밖에 못갔다.
나머지 두개를 못 봐서 그런지 폭포는 사실 별루 였는데,
물은 맑고 좋았다.
수영복을 안 가져 간 것이 너무 아쉬웠다.
다리까지만 담가 봤다.
여기서 에이랑 이스라엘에서 온 모르간과 그의 친구,
그리고, 요꼬하마에서 온 불쌍하게 말라빠진 일본애랑
다같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사진을 찾아보니, 역시 그런 사진이 보기 좋았다.
밝고 좋다. 젊음이 역시 좋다.
모르간이 내 문신을 보고, 타투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페인팅아니냐고 한다..그래 맞다고 했더니,
자기 손목에 허연 자국을 보여주며 타투를 했다가
지운 거란다. 난 믿을 수 없다고 했더니,
시계자국이란다..짜식..들어 본 듯한 조크다..
모르간은 순에게도 문신을 보여달라고 했다.
순이 장난으로 엉덩이에 있어서 보여줄 수가 없다고 하니,
엉덩이를 까볼려고 한다..엉큼한 자슥..
모르간은 6개월째 여행중인데, 인도가 정말 좋았다고 한다.
원래 한달 계획으로 여행을 왔는데,
여행이 너무 좋아서 보스한테 이멜 보냈단다. 안 돌아간다고..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랑 순도 여행 중 계속 '우리도 멜 보내까?' 그랬다.
'차장님..내 몬갑니데이..'라고..
언니는 '나는 남편이랑 자식때메 안된다. 내는 가서,
느거 며르치 뽂아서 보내주께.' 그런다.
근데, 모르간의 그 말도 지금 생각해보니, 거짓말 같다.
너무 많이 들어 본듯한 이야기다..
폭포입구에 조그만 사진전시실 앞에 방명록이 있길래
한글로 우리 이름 써 놓고 왔다.
그리고, 롱테일보트 타고, 코끼리 타러 갔다.
연은 코끼리 타기를 정말 좋아했다.
자신을 '엘리펀트걸'이라 불러 달라고 했다.
나도 의자에서 내려 코끼리 등에 잠깐 타 보았는데,
그 긴 털이 조금 따갑긴 했지만 탈만했다.
우리가 탄 코끼리를 모는 주인은
넓다란 나뭇잎으로 멋있는 모자도 만들어 줬다.
그거 쓰고 기념 사진도 찍었다.
이번 여행에서 난 일정에 온신경을 쓰는 통에
사진을 많이 못 찍었는데, 코끼리 타면서 필름 한통을 작살냈지 싶다.
코끼리타기가 끝나니 코끼리 재롱도 잠깐 보여줬다.
생후 며칠이 안 된 아기 코끼리도 보았다.
그리고 나서 대나무뗏목을 탔다.
우리가 저어야 하는 래프팅인 줄 알았는데,
한 뗏목에 4명씩 타고, 뗏목마다 사공이 다 붙어 주었다.
우린 걍 유유히 앉아 있거나, 사공의 노를 빌려
젓는 시늉을 하며 기념 촬영을 하는게 전부 였다.
뗏목을 타는 동안 우리 일행 중 '아름다운 커플'이라고
우리가 이름붙였던 서양커플의 여자가 우리뗏목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커플인데, 알고보니
허니문이었다. 넘 멋지다..부럽당..
어쩐지 그녀는 트랙킹투어인데도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신랑에게 이쁘게 보이고 싶었겠지..
다른 사람들은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강물에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강물에 흙이 많아서 그렇게 뛰어들고 싶은 맘은 없었지만,
수영복이 없다는게 역시 아쉬웠다.
수영을 안하는 인간은 일본애들 셋이랑
우리 한국인 넷뿐인듯..역시 동양애들은 소극적이야..
아니면, 준비성이 없든지..
난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기 때문에 일본애들이랑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요꼬하마는 너무 과묵해서
접근하기가 힘들었고, 나머지 두명은 둘이만 붙어 다니고,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빠른 일본어라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난 한마디도 못 붙여봤다.
어이그..걍 담에 일본에나 가야겠다.
순은 전공을 살려 요꼬하마에게 말을 걸었다는데,
요꼬하마가 순의 말을 바로 못 알아듣고 다시 말해달라고 했단다.
순이 대화로 알아 낸것은 그가 요꼬하마에서 왔다는 것과
그의 목소리가 바리톤이라는게 전부다..그는 정말 과묵하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모르간보다는 요꼬하마가
진국인것 같다. 좀 더 사귀어 봤으면 좋았을 걸..
기차를 타고 죽음의 철도를 지나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는 것이 마지막 코스였다.
무슨역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가 탄 역에선
기차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타고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 있었는데, 딱 한자리가 있었다.
서로 양보하다가 나중에 내가 앉았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일본인이냐고 해서
한국인이라고, 한국 모르냐니까 모른단다..우씨..
너는 어디서 왔냐니까, 오스트리아에서 왔단다.
난 일부러 모른척 하고, 아..시드니, 나 가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비엔나..오스트리아라고 한다.
그러냐구 미안하다고 했더니,
오스트렐리아는 오스트리아에서 떨어져 나간 국가란다.치..
콰이강의 다리는 역사의식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여행이라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기차로 지나가니, 사진에서 보던 다리 전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기차여행도 그런대로 재밌었다.
우리나라 비둘기호같은 기찬데, 운치도 있고,
현지인들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기차안에서도 공부를 하는 예쁜 소녀도 있었다. 범생인가 보다.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다리 밑에 붙어 있는 두개의
커다란 일장기였다. 일본인들이 붙였다고 생각하기엔
그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역사이고,
태국인들이 일부러 붙여 둔 것일까..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자..
이번 여행에서 나의 목표 중 한가지가
'역사의식을 갖자..많이는 말고'였다.
기차를 타는 순간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다시 생각할 수록 역사의식이 생기는것 같다..좀 더 생각해 보고 싶다.
근데, 외형상으로 태국도 일본이 참 많이 장악했다는 느낌이었다.
호주만 그랬던게 아니다..
방콕의 월텟도 젠과 이세탄 두개의 일본백화점으로 되어 있는 걸 보면,
일본인이 소유 또는 경영인가보다.
우리도 젠이라는 일식집에 반했고,
젠백화점에서 정신없이 쇼핑을 했으니, 별 할 말은 없다.
아직 훈다이(HYUNDAI)백화점이 없는 걸 어떡하겠는가..
푸켓에서도 거의 모든 승용차는 일제였다.
그나마 방콕에서도 한국차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소나타랑 스포티지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한국차 볼 때마다 언니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래도 택시기사들한테 물어보면, 훈다이, 삼송, 대우정도는
알고 있어서 기분은 좋았다.
중간역에서 기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시동이 꺼지더니,
출발이 늦어지고, 오늘 저녁 방콕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는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조금 오래 머물렀던 이 역에서 여행 중 젤 맛있고 싼
군것질을 했다. 5밧짜리 아이스크림과 1밧짜리 꼬마만두.(1밧=30원)
마지막버스가 7시인데, 6시45분 출발하는 방콕행 버스를 무사히 탔다.
우리 주위에 짱께들이 많았는데, 연이 앞에 앉은 짱께가
그 중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게 다다. nothing special..
방콕에 너무 빨리 도착해서 옆에 있는 짱께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방콕이란다...
방콕은 태국말로 '끄릉텝'이다.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란다. 멋진 이름이다.
바로 택시를 타고 윈저스윗으로 갔다.
생각보다 호텔이 훨씬 좋았다.
온라인투어로 1박에 34$밖에 안들었는데, 정말 좋았다.
역시 열심히 인터넷을 뒤진 보람을 또 하나 건졌다^^
호텔방에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긴 했지만,
일단 깐짜나의 300밧짜리 방에서 자다가 호텔로 옮기니 꿈만 같았다.
너무 너무 피곤했지만,
언니와 순은 머리를 땋겠다는 의욕이 충만하여
카오산에서 3시까지 놀아야 한다고 난리다.
일단 지친 몸을 좀 씻고 카오산으로 향했다.
영화 비치에서도 본 거리인지라 난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는데,
세사람은 젊은 배낭여행자들의 거리에 여엉 적응을 못하는 눈치다.
피곤하기도 해서, 가이드북에 있는 음식점을 찾지 말고
저녁은 아무데서나 먹자고 했다.
사람도 많고 젤 커 보이는 'center Khaosan'에 갔는데,
메뉴가 너무 다양하고 뭘 시켜야 할지 몰라서 난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언니는 스파게티를 먹는다고 하고, 순과 연도 비슷한 스파게티를 시켰다.
비싸기만 하고 별 맛이 없었다.
머리땋기는 예원이 알려준 곳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아무데서나 하기로 했다.
샘플이 제일 많은 집(?..모두 노천가게임)으로 가서 머리가 짧은
나와 언니는 한가닥에 40, 순은 50으로 나와 순은 네가닥,
언니는 여섯가닥을 하기로 했다.
정숙한 공무원인 연은 머리땋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우리는 그냥 땋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색색의 실로 감고 꼬고 하는 걸 골랐다.
너무 늦게(11시 반쯤) 시작했기 때메 지치고 피곤한 우리는
머리를 하는 동안 졸고 있었다. 연은 또 얼마나 지겨웠겠는가..
언니는 젤 못하는 그 집 딸내미한테 걸려서
젤 굵게 나오고, 한 가닥을 다하는데 20분이 걸렸다.
순은 할머니가 해 줬는데, 굵지는 않은데,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빨리하지는 못했다.
난 마지막에 한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운좋게도 7년 경력의 베테랑 총각이 왔다.
그의 손놀림은 가히 예술이었다.^^
1시쯤 되었을 때 순은 두가닥, 난 세가닥, 언니는 네가닥째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더 이상 못하겠다며 내일 다시 오란다.
참나..세상에... 하다 말고 이게 뭐야..
카오산은 3시까지 한다고 들었는데..
우린 내일 못 온다고, 안된다고 하니까, 그럼 돈을 반만 내란다.
맘 같아서는 계약위반이네 어쩌네 하면서 끝까지 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도 안 통하고, 우리 역시 피곤해서, 그냥 한 만큼만 계산해 주고 왔다.
언니는 네가닥, 난 세가닥, 순은 두가닥.
택시타고 숙소로 가서 씻고 잤다. 헤~
2001년 7월 13일 (금)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데, 허둥댔다.
어제 투어 계약서를 잃어버린 줄 알고 숙소까지
다시 갔다 오고 난리였다.
푸켓에서 방콕올 때 비행기에다 가이드북 놓고 와서
허둥댄 이후로 두번 이었다.
그 때도 바로 알고 찾아서 다행이었지만,
이번에도 가방에 잘 보관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행사에 작은 배낭마저 맡겨 놓고,
졸리프록에서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우리를 데리러 온 가이드를 따라 미니버스를 탔다.
우리 걱정과는 달리 손님이 많았다. 미니버스 두대..
우리 버스엔 어제 그 이스라엘 남자애랑 그의 친구.
그리고, 아침에 블루스타에서 봤던 진짜 불쌍하게 생긴
일본애가 있었고, 몇 쌍의 커플이 있었다.
우리를 가이드 해 준 에이는 라오스에서 깐짜나에 있는
칼리지로 유학을 와서 의과대를 다니고 있었다.
영어도 잘하고, 장난끼도 많고 너무 귀여웠다.
특히 눈동자가 너무 맑고 똥그래서,
난 계속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가이드 해 준다던
어제 봤던 주인아저씨 알랑말랑깽은 보이지 않았다.
엊저녁에 술에 얼큰하게 취한 모습이더니,
아침에 못 일어난게 분명하다..
영어로 가이드 해주니, 반은 알아 듣고 반은 못 알아 들었다.
나에게 태국이 좋은 이유 한가지는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거다.
태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그래서 나랑 수준이 딱 맞았다.
내친구가 영어선생님이랑 태국 갔을 때 그랬단다.
영어선생님 말은 못알아 듣고, 자기 말을 더 잘 알아 듣더라고.
태국말도 너무 많이 아는 척 하면 귀찮다.
걍 계산기로 서로 원하는 가격 두드려 주면 만사 OK였다.
내가 만난 태인들은 다 너무 착하고 친절했다.
투어의 첫코스는 에라완폭포였다.
원래 7폭포까지 있는데, 시간상 5폭포까지 밖에 못갔다.
나머지 두개를 못 봐서 그런지 폭포는 사실 별루 였는데,
물은 맑고 좋았다.
수영복을 안 가져 간 것이 너무 아쉬웠다.
다리까지만 담가 봤다.
여기서 에이랑 이스라엘에서 온 모르간과 그의 친구,
그리고, 요꼬하마에서 온 불쌍하게 말라빠진 일본애랑
다같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사진을 찾아보니, 역시 그런 사진이 보기 좋았다.
밝고 좋다. 젊음이 역시 좋다.
모르간이 내 문신을 보고, 타투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페인팅아니냐고 한다..그래 맞다고 했더니,
자기 손목에 허연 자국을 보여주며 타투를 했다가
지운 거란다. 난 믿을 수 없다고 했더니,
시계자국이란다..짜식..들어 본 듯한 조크다..
모르간은 순에게도 문신을 보여달라고 했다.
순이 장난으로 엉덩이에 있어서 보여줄 수가 없다고 하니,
엉덩이를 까볼려고 한다..엉큼한 자슥..
모르간은 6개월째 여행중인데, 인도가 정말 좋았다고 한다.
원래 한달 계획으로 여행을 왔는데,
여행이 너무 좋아서 보스한테 이멜 보냈단다. 안 돌아간다고..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랑 순도 여행 중 계속 '우리도 멜 보내까?' 그랬다.
'차장님..내 몬갑니데이..'라고..
언니는 '나는 남편이랑 자식때메 안된다. 내는 가서,
느거 며르치 뽂아서 보내주께.' 그런다.
근데, 모르간의 그 말도 지금 생각해보니, 거짓말 같다.
너무 많이 들어 본듯한 이야기다..
폭포입구에 조그만 사진전시실 앞에 방명록이 있길래
한글로 우리 이름 써 놓고 왔다.
그리고, 롱테일보트 타고, 코끼리 타러 갔다.
연은 코끼리 타기를 정말 좋아했다.
자신을 '엘리펀트걸'이라 불러 달라고 했다.
나도 의자에서 내려 코끼리 등에 잠깐 타 보았는데,
그 긴 털이 조금 따갑긴 했지만 탈만했다.
우리가 탄 코끼리를 모는 주인은
넓다란 나뭇잎으로 멋있는 모자도 만들어 줬다.
그거 쓰고 기념 사진도 찍었다.
이번 여행에서 난 일정에 온신경을 쓰는 통에
사진을 많이 못 찍었는데, 코끼리 타면서 필름 한통을 작살냈지 싶다.
코끼리타기가 끝나니 코끼리 재롱도 잠깐 보여줬다.
생후 며칠이 안 된 아기 코끼리도 보았다.
그리고 나서 대나무뗏목을 탔다.
우리가 저어야 하는 래프팅인 줄 알았는데,
한 뗏목에 4명씩 타고, 뗏목마다 사공이 다 붙어 주었다.
우린 걍 유유히 앉아 있거나, 사공의 노를 빌려
젓는 시늉을 하며 기념 촬영을 하는게 전부 였다.
뗏목을 타는 동안 우리 일행 중 '아름다운 커플'이라고
우리가 이름붙였던 서양커플의 여자가 우리뗏목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커플인데, 알고보니
허니문이었다. 넘 멋지다..부럽당..
어쩐지 그녀는 트랙킹투어인데도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신랑에게 이쁘게 보이고 싶었겠지..
다른 사람들은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강물에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강물에 흙이 많아서 그렇게 뛰어들고 싶은 맘은 없었지만,
수영복이 없다는게 역시 아쉬웠다.
수영을 안하는 인간은 일본애들 셋이랑
우리 한국인 넷뿐인듯..역시 동양애들은 소극적이야..
아니면, 준비성이 없든지..
난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기 때문에 일본애들이랑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요꼬하마는 너무 과묵해서
접근하기가 힘들었고, 나머지 두명은 둘이만 붙어 다니고,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빠른 일본어라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난 한마디도 못 붙여봤다.
어이그..걍 담에 일본에나 가야겠다.
순은 전공을 살려 요꼬하마에게 말을 걸었다는데,
요꼬하마가 순의 말을 바로 못 알아듣고 다시 말해달라고 했단다.
순이 대화로 알아 낸것은 그가 요꼬하마에서 왔다는 것과
그의 목소리가 바리톤이라는게 전부다..그는 정말 과묵하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모르간보다는 요꼬하마가
진국인것 같다. 좀 더 사귀어 봤으면 좋았을 걸..
기차를 타고 죽음의 철도를 지나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는 것이 마지막 코스였다.
무슨역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가 탄 역에선
기차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타고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 있었는데, 딱 한자리가 있었다.
서로 양보하다가 나중에 내가 앉았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일본인이냐고 해서
한국인이라고, 한국 모르냐니까 모른단다..우씨..
너는 어디서 왔냐니까, 오스트리아에서 왔단다.
난 일부러 모른척 하고, 아..시드니, 나 가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비엔나..오스트리아라고 한다.
그러냐구 미안하다고 했더니,
오스트렐리아는 오스트리아에서 떨어져 나간 국가란다.치..
콰이강의 다리는 역사의식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여행이라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기차로 지나가니, 사진에서 보던 다리 전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기차여행도 그런대로 재밌었다.
우리나라 비둘기호같은 기찬데, 운치도 있고,
현지인들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기차안에서도 공부를 하는 예쁜 소녀도 있었다. 범생인가 보다.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다리 밑에 붙어 있는 두개의
커다란 일장기였다. 일본인들이 붙였다고 생각하기엔
그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역사이고,
태국인들이 일부러 붙여 둔 것일까..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자..
이번 여행에서 나의 목표 중 한가지가
'역사의식을 갖자..많이는 말고'였다.
기차를 타는 순간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다시 생각할 수록 역사의식이 생기는것 같다..좀 더 생각해 보고 싶다.
근데, 외형상으로 태국도 일본이 참 많이 장악했다는 느낌이었다.
호주만 그랬던게 아니다..
방콕의 월텟도 젠과 이세탄 두개의 일본백화점으로 되어 있는 걸 보면,
일본인이 소유 또는 경영인가보다.
우리도 젠이라는 일식집에 반했고,
젠백화점에서 정신없이 쇼핑을 했으니, 별 할 말은 없다.
아직 훈다이(HYUNDAI)백화점이 없는 걸 어떡하겠는가..
푸켓에서도 거의 모든 승용차는 일제였다.
그나마 방콕에서도 한국차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소나타랑 스포티지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한국차 볼 때마다 언니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래도 택시기사들한테 물어보면, 훈다이, 삼송, 대우정도는
알고 있어서 기분은 좋았다.
중간역에서 기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시동이 꺼지더니,
출발이 늦어지고, 오늘 저녁 방콕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는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조금 오래 머물렀던 이 역에서 여행 중 젤 맛있고 싼
군것질을 했다. 5밧짜리 아이스크림과 1밧짜리 꼬마만두.(1밧=30원)
마지막버스가 7시인데, 6시45분 출발하는 방콕행 버스를 무사히 탔다.
우리 주위에 짱께들이 많았는데, 연이 앞에 앉은 짱께가
그 중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게 다다. nothing special..
방콕에 너무 빨리 도착해서 옆에 있는 짱께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방콕이란다...
방콕은 태국말로 '끄릉텝'이다.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란다. 멋진 이름이다.
바로 택시를 타고 윈저스윗으로 갔다.
생각보다 호텔이 훨씬 좋았다.
온라인투어로 1박에 34$밖에 안들었는데, 정말 좋았다.
역시 열심히 인터넷을 뒤진 보람을 또 하나 건졌다^^
호텔방에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긴 했지만,
일단 깐짜나의 300밧짜리 방에서 자다가 호텔로 옮기니 꿈만 같았다.
너무 너무 피곤했지만,
언니와 순은 머리를 땋겠다는 의욕이 충만하여
카오산에서 3시까지 놀아야 한다고 난리다.
일단 지친 몸을 좀 씻고 카오산으로 향했다.
영화 비치에서도 본 거리인지라 난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는데,
세사람은 젊은 배낭여행자들의 거리에 여엉 적응을 못하는 눈치다.
피곤하기도 해서, 가이드북에 있는 음식점을 찾지 말고
저녁은 아무데서나 먹자고 했다.
사람도 많고 젤 커 보이는 'center Khaosan'에 갔는데,
메뉴가 너무 다양하고 뭘 시켜야 할지 몰라서 난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언니는 스파게티를 먹는다고 하고, 순과 연도 비슷한 스파게티를 시켰다.
비싸기만 하고 별 맛이 없었다.
머리땋기는 예원이 알려준 곳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아무데서나 하기로 했다.
샘플이 제일 많은 집(?..모두 노천가게임)으로 가서 머리가 짧은
나와 언니는 한가닥에 40, 순은 50으로 나와 순은 네가닥,
언니는 여섯가닥을 하기로 했다.
정숙한 공무원인 연은 머리땋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우리는 그냥 땋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색색의 실로 감고 꼬고 하는 걸 골랐다.
너무 늦게(11시 반쯤) 시작했기 때메 지치고 피곤한 우리는
머리를 하는 동안 졸고 있었다. 연은 또 얼마나 지겨웠겠는가..
언니는 젤 못하는 그 집 딸내미한테 걸려서
젤 굵게 나오고, 한 가닥을 다하는데 20분이 걸렸다.
순은 할머니가 해 줬는데, 굵지는 않은데,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빨리하지는 못했다.
난 마지막에 한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운좋게도 7년 경력의 베테랑 총각이 왔다.
그의 손놀림은 가히 예술이었다.^^
1시쯤 되었을 때 순은 두가닥, 난 세가닥, 언니는 네가닥째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더 이상 못하겠다며 내일 다시 오란다.
참나..세상에... 하다 말고 이게 뭐야..
카오산은 3시까지 한다고 들었는데..
우린 내일 못 온다고, 안된다고 하니까, 그럼 돈을 반만 내란다.
맘 같아서는 계약위반이네 어쩌네 하면서 끝까지 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도 안 통하고, 우리 역시 피곤해서, 그냥 한 만큼만 계산해 주고 왔다.
언니는 네가닥, 난 세가닥, 순은 두가닥.
택시타고 숙소로 가서 씻고 잤다.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