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2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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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2개월

활기찬햇살 67 14210

벌써 2개월이 다 되어간다.

단지 ..한국이란 곳에서 벗어나고싶었다. 잠시라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온 그 곳에서 잠시 벗어나 어쩌면 나는 나를 다시 만들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다시 만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냥 나의 본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라도 갖고싶었다. 내가 속해 있던 그 곳에서는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있는 여유조차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치앙마이로 왔다.. 나는 정말이지.. 새로운 내가 되고싶었다...

 

치앙마이에서의 내 생활은 이렇다..

아침 9시쯤 일어난다. 그래... 처음엔 6시에 일어나 집안청소도 하고 산책도 하고 그랬으나 얼마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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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깨끗했던 집도.. 지금은.. 여기 저기 어질러진 옷가지들과 쌓여가는 먼지들로 처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버렸다... 원래 다 그런거 아니엤어?? 인정하고 나면.. 책상 밑에서 죽어있는 모기 몇마리들이 말라 쪼그라 들어가는 모습을 을 그냥 있는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된다.. ㅋ

 

, , 금요일 10시엔 태국어를 배우러 가야하기 때문에 그때쯤 일어나 씻고 학원갈 준비를 하고 집 앞 음식점에서 보통 30밧짜리 쌀국수나 닭고기 덮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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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어를 배우는 YMCA 앞에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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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가지고 교실로 들어간다.. 태국어 수업은 .. 재밌다. 새로운 말을 알아간다는건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것과 같다. 그날 수업 시간에 배운 문장이나 단어를 써먹고싶어서 괜히 지나가는 태국인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이건 놀라운일이다. 한국에서는 절대 이런 일은 없는 사람이었다.나는.. )그러면 친절한 태국인들은.. 항상 웃으면서 나의 어설픈 태국말을 기쁘게 받아준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어설픈 웃음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의 세계란.. “이름이 뭐에요(쿤 츠 아라이카?)? 난 한국사람입니다(찬 팬 콘 까올리). 날씨가 덥군요(런 막막), 배고파요(히우 마이카)? 난 배불러요(임래우). 난 커피가 좋아요(찬 촙 까페)..

요정도에서 그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뭐래도 나는 즐겁다.


태국어 수업 후엔 점심을 먹고 영어학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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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수업 시간은 가끔 지루하고 가끔 즐겁다. 1:1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재밌다.

미국에서 온 선생님들은.. 참 영어를 잘 한다... 열심히 듣는다... 나의 듣기 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문제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거다.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영어단어들이 입밖으로 튀어나오질 않는다. 오늘도 열심히 듣고 끄덕 끄덕 알아듣는척 하고 또 가끔.. 문법에 하나도 맞지 않는 단어나열식 저질 영어들을 말하곤 속으로 부끄러워한다..

그래도 즐겁다.. 태국 친구들의 영어도 나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괜찮다...우리 끼리는 누가 뭐래도 대화가 아주 아주 잘 통한다. 그러면 된거 아닌가?? 커뮤니케이션이 목적이니까..

 

영어학원이 끝나는 시간은 3.. 이 시간엔 절대 싸돌아다녀선 안된다.. 40도가 넘는 날씨에 몸이 익어버릴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 시간에 에어콘이 펑펑 나오면서 무선 인터넷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커피숍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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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라떼를 한잔 시켜놓고 컴퓨터를 켜고 웹서핑을 시작한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여행 관련 블로그나 까페들을 찾아다니는 일. 그리고 싼 항공권 나온거 없나 찾아다니는 일(이건 정말 중요한 나의 일과중 하나다. 가끔 프로모션을 하는 항공권을 발견하게 될 때면 나는 로또에 당첨된것 만큼이나 행복해진다. 그리고 그 프로모션을 따라 .. 나의 여행 일정은 줏대도 없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린다.),

 

.. 가끔 책을 읽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한다. 이러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6시쯤.. 이젠 좀 시원해졌다... 저녁을 먹어야한다.. 밥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 오늘은 뭘 먹어볼까??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6시쯤의 치앙마이는 참 아름답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노을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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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북적거리는 음식점들을 미리 봐뒀다가 찾아간다.

역시.. 사람들이 많은 가게는 이유가 있다.. 그날의 저녁이 생각외로 맛있었다면.. 오늘 하루는.. 정말 퍼펙트한 하루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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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점점 굵어져가는 팔뚝을 바라보며 “그래.. 운동을 해야해” 굳게 결심하고 조깅을 하러 나간다. 그래.. 처음엔 뛰었다.... 시간이 지나면 걷는다... 또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구경을 하며 앉아 있는다... 어쨌든 운동을 하겠다고 나온 일은 참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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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저녁엔 자전거를 타고 올드시티를 한바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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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고 돌아가는 저녁엔 반드시 과일을 먹어줘야한다. 태국 사람들은 땡모라고 부른다.. 우리 말로는 수박이다.. 수박이란 말보다 땡모란 말이 나는 왠지 더 맘에 든다.. 귀엽잖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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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노곤해 진 밤이되면 침대에 누워 TV를 본다.

때론 유치하고 때론 좀 과격한(왜 태국 드라마에선 여자들끼리 서로 몸싸움하는 장면이 그렇게 많은건지 모르겠다.) 태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10분에 한번꼴로 내가 아는 태국 말이 나온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좋아”뭐 요런 단어들이지만.. 반갑다...

.. 이제 너희들을 좀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아...ㅋㅋ

혼자 뿌듯해한다..

 

태국어 단어 찾기에 지쳐갈때면 CNN을 본다..

영어가 그렇게 친숙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내가 아는 단어가 1분에 한번은 나온다... 역시.. 나의 10년 영어공부가 헛된것 만은 아니었어... 또 뿌듯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매일 비슷한 하루 하루가 흘러 벌써 2달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 내가 찾아낸 나의 새로운 모습은 뭐냐고 묻는다면...

 

첫째... 난 노는걸 참 좋아해...

둘째... 난 참 단순한 사람이었어..

셋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

요정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좀 더 기다려봐. 나를 알아간다는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


혹시 치앙마이의 YMCA, 영어학원, 숙소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시면.. 제 블로그에 들러주세요..
                               치앙마이를 사랑하실 분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http://blog.naver.com/happybst

67 Comments
활기찬햇살 2010.05.12 14:25  
넘 덥죠?? 지금 치앙마이?? 낮엔 무조건 대피하세요..
테니스선수부인 2010.05.12 20:57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나 수필에 나오는 생활 같아요.가장 부러워 하는 삶의 방식...
예쁘게 사시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활기찬햇살 2010.05.13 03:15  
우왓.. 너무 멋진 말이에요... 저.. 정말 무라카미하루키 수필처럼 사는건가요?? 오웃~
zoo 2010.05.12 20:58  
치앙마이에서 몇달 있으면서 님처럼 태국어도 배우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참 묵으시는 숙소는 한달에 얼마쯤 하나요? 궁금해서요^^;
활기찬햇살 2010.05.13 03:15  
5000밧이에요^^
plantubig 2010.05.12 23:55  
저도 내년 일년 휴식년을 계획하고 있는데  ...

님의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올 겨울방학을  기다리나,,,합니다.

일각이 여삼추라 했던가요,,?

모든것들,,,일이며  직장이며 가족이며,,,,모든것 다 내려놓고 빨리 떠나고 싶습니다.

젊음의 생동감이  넘치는 글,,,,잘 보았읍니다.
활기찬햇살 2010.05.13 03:18  
아.. 멋진 휴식을 계획하고 계시군요.. 정말 행복하죠  그 기다림의 시간도..^^
다 내려놓고싶었어요.. 저두... 그랬더니.. 정말 가볍네요.. 한번씩 필요한것 같아요.. 이런 내려놓음의 시간들이..
시골길 2010.05.22 01:31  
셀카....표정이 넘흐 편안하심니돠..그러고 건강미가 넘치는 미모시네요.. 저는 7월초에 챵마이에 다시  갑니다...^^
웃어버려 2010.06.07 23:24  
편안한 글 잘 읽고있슴다.. view doi 의 웹주소나 실제주소를 알수있을까요... 대충 어느동네인지만이라도...
활기찬햇살 2010.06.14 03:13  
산티탐에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산티탐 위치 포스팅 되어 있어요..^^
TO니 2010.06.14 13:29  
555 좋은느낌 입니다... 사진.글.. 모두 경험에서 나오는 현장감이 팍! 팍!
활기찬햇살 2010.06.15 03:09  
좋은 느낌..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하라 2010.07.03 16:36  
치앙마이에 푹 빠지신 분들이십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구요. 3년전에 에곳에 와서 2달 지내보고 눌러 앉나아버렸어요. 남편은 일년쯤 버티다가 왔는데 늦게 온것을 후회?합니다.

치앙마이의 자연은  모두 내것입니다. 크고 작은 호수가 , 공원,  산림속의 오솔길 학교 교정의 벤치 어디를 가나 나를 기다려주고 나를 쉬게 합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봄에 벗꽃 ,여름의 피서 가을 단풍을 TV에서 즐겼으며 명절의 성묘 때는 길을 막고 못가게 했습니다.
치앙마이는 사람들이 온순하고 잘웃고 조용합니다. 음식이 맛있고 값이 저렴합니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과 푸른 녹음을 봅니다. 병원이 믿을만합니다. 다달이 새로운 과일이 나옵니다. 시식하기에도 바쁩니다.  타파에서 20분 거리 안에 세계의 음식을 다 맛볼 수 있습니다.
아랍, 터키, 일본, 중국, 베트남. 한국. 미안마,인도. 등등 값도 한식을 빼고는 비싸지 않습니다. .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팁 10밧에도 참으로 고맙습니다 하는 표정으로 합장하며 받습니다. 아침에 해자를 차로 돌아봅니다. 무너진 성곽 과 풍성한 가로수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요즘은 주황색 꽃을 피우고 있어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들은 한국사람을 좋아합니다. 어느나라에가서 이처럼 마음 편한 타국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이곳을 이미 알고 계시는 분은 빨리 오세요.  모르는 분들에게 선전하지 마시고.....치앙마이가 서울같이 되면 되겠습니까?ㅎㅎㅎ 활기찬 햇살님 미안미에 가신다니 인레호수를 보고오세요.
나는야럭키걸 2010.07.06 12:44  
저 태국1달생각하고있는데 치앙마이랑 빠이가 너무가고싶어요ㅠㅠ일정은 아직못잡았지만^^글잘보고갑니다.ㅠ너무부럽네요ㅠㅠ
신의아들 2010.10.09 21:17  
글을 재미있게 잘쓰시네요...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제가 싼띠탐 뷰도이에 머물고 있는데 제가 쓰는방이 바로전에 한국여자분이 머물렀었다고 들었는데 햇살님이 아닌가싶네요...3층이고 6월1일부터 현재 4개월째 머물고 있답니다 ^^
갱앵앵 2010.12.17 14:02  
와 멋있어요~..
검도 2010.12.28 15:56  
치앙마이 너무너무 좋은곳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살고 싶네요. 내년 3월에 치앙마이 갈 예정인데 한국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가셨는지요? (항공.경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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