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2개월
벌써 2개월이 다 되어간다.
단지 ..한국이란 곳에서 벗어나고싶었다. 잠시라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온 그 곳에서 잠시 벗어나 어쩌면 나는 나를 다시 만들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다시 만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냥 나의 본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라도 갖고싶었다. 내가 속해 있던 그 곳에서는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있는 여유조차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치앙마이로 왔다.. 나는 정말이지.. 새로운 내가 되고싶었다...
치앙마이에서의 내 생활은 이렇다..
아침 9시쯤 일어난다. 그래... 처음엔 6시에 일어나 집안청소도 하고 산책도 하고 그랬으나 얼마 가지 못했다.
이 깨끗했던 집도.. 지금은.. 여기 저기 어질러진 옷가지들과 쌓여가는 먼지들로 처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버렸다... 원래 다 그런거 아니엤어?? 인정하고 나면.. 책상 밑에서 죽어있는 모기 몇마리들이 말라 쪼그라 들어가는 모습을 을 그냥 있는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된다.. ㅋ
월, 수, 금요일 10시엔 태국어를 배우러 가야하기 때문에 그때쯤 일어나 씻고 학원갈 준비를 하고 집 앞 음식점에서 보통 30밧짜리 쌀국수나 닭고기 덮밥을 먹는다.
태국어를 배우는 YMCA 앞에도착.
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가지고 교실로 들어간다.. 태국어 수업은 .. 재밌다. 새로운 말을 알아간다는건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것과 같다. 그날 수업 시간에 배운 문장이나 단어를 써먹고싶어서 괜히 지나가는 태국인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이건 놀라운일이다. 한국에서는 절대 이런 일은 없는 사람이었다.나는.. )그러면 친절한 태국인들은.. 항상 웃으면서 나의 어설픈 태국말을 기쁘게 받아준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어설픈 웃음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의 세계란.. “이름이 뭐에요(쿤 츠 아라이카?)? 난 한국사람입니다(찬 팬 콘 까올리). 날씨가 덥군요(런 막막), 배고파요(히우 마이카)? 난 배불러요(임래우). 난 커피가 좋아요(찬 촙 까페)..
요정도에서 그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뭐래도 나는 즐겁다.
태국어 수업 후엔 점심을 먹고 영어학원에 간다.
영어수업 시간은 가끔 지루하고 가끔 즐겁다. 1:1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재밌다.
미국에서 온 선생님들은.. 참 영어를 잘 한다... 열심히 듣는다... 나의 듣기 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문제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거다.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영어단어들이 입밖으로 튀어나오질 않는다. 오늘도 열심히 듣고 끄덕 끄덕 알아듣는척 하고 또 가끔.. 문법에 하나도 맞지 않는 단어나열식 저질 영어들을 말하곤 속으로 부끄러워한다..
그래도 즐겁다.. 태국 친구들의 영어도 나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괜찮다...우리 끼리는 누가 뭐래도 대화가 아주 아주 잘 통한다. 그러면 된거 아닌가?? 커뮤니케이션이 목적이니까..
영어학원이 끝나는 시간은 3시.. 이 시간엔 절대 싸돌아다녀선 안된다.. 40도가 넘는 날씨에 몸이 익어버릴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 시간에 에어콘이 펑펑 나오면서 무선 인터넷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커피숍을 찾는다.
달달한 라떼를 한잔 시켜놓고 컴퓨터를 켜고 웹서핑을 시작한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여행 관련 블로그나 까페들을 찾아다니는 일. 그리고 싼 항공권 나온거 없나 찾아다니는 일(이건 정말 중요한 나의 일과중 하나다. 가끔 프로모션을 하는 항공권을 발견하게 될 때면 나는 로또에 당첨된것 만큼이나 행복해진다. 그리고 그 프로모션을 따라 .. 나의 여행 일정은 줏대도 없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린다.),
아.. 가끔 책을 읽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한다. 이러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6시쯤.. 이젠 좀 시원해졌다... 저녁을 먹어야한다.. 밥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 오늘은 뭘 먹어볼까??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6시쯤의 치앙마이는 참 아름답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노을이 예쁘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음식점들을 미리 봐뒀다가 찾아간다.
역시.. 사람들이 많은 가게는 이유가 있다.. 그날의 저녁이 생각외로 맛있었다면.. 오늘 하루는.. 정말 퍼펙트한 하루로 기억된다.
저녁을 먹고.. 점점 굵어져가는 팔뚝을 바라보며 “그래.. 운동을 해야해” 굳게 결심하고 조깅을 하러 나간다. 그래.. 처음엔 뛰었다.... 시간이 지나면 걷는다... 또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구경을 하며 앉아 있는다... 어쨌든 운동을 하겠다고 나온 일은 참 잘한 일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저녁엔 자전거를 타고 올드시티를 한바퀴 돈다.
운동을 하고 돌아가는 저녁엔 반드시 과일을 먹어줘야한다. 태국 사람들은 땡모라고 부른다.. 우리 말로는 수박이다.. 수박이란 말보다 땡모란 말이 나는 왠지 더 맘에 든다.. 귀엽잖아.. ㅋㅋ
노곤노곤해 진 밤이되면 침대에 누워 TV를 본다.
때론 유치하고 때론 좀 과격한(왜 태국 드라마에선 여자들끼리 서로 몸싸움하는 장면이 그렇게 많은건지 모르겠다.) 태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10분에 한번꼴로 내가 아는 태국 말이 나온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좋아”뭐 요런 단어들이지만.. 반갑다...
난.. 이제 너희들을 좀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아...ㅋㅋ
혼자 뿌듯해한다..
태국어 단어 찾기에 지쳐갈때면 CNN을 본다..
영어가 그렇게 친숙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내가 아는 단어가 1분에 한번은 나온다... 역시.. 나의 10년 영어공부가 헛된것 만은 아니었어... 또 뿌듯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매일 비슷한 하루 하루가 흘러 벌써 2달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 내가 찾아낸 나의 새로운 모습은 뭐냐고 묻는다면...
첫째... 난 노는걸 참 좋아해...
둘째... 난 참 단순한 사람이었어..
셋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
요정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좀 더 기다려봐. 나를 알아간다는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
혹시 치앙마이의 YMCA, 영어학원, 숙소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시면.. 제 블로그에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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