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이야기] 태국에서 남자 꼬시기(?) - 1
수이양입니다.
태국 여행기는 잘 안올리는데......... 왠지 사생활 보여주는것 같아서 말이죠..
그러다가 혼자 사진 보고 쿡쿡 거리며 옛기억이 떠올라서 올려봅니다.
제 얘기라기 보다는 제가 아는 동생 이야기랍니다.
- '여행기' 라기 보단 '이야기' 에요..
- 그리고 실화(?) 입니다.
- 어글리 코리아라고 욕하지 마세요.
- 그냥 어릴적(?) 여자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일뿐이거든요.
이공공팔년어느날
일본에 살때부터 친했던 동생 Y양, 여느때처럼 메신저로 수다를 떱니다.
음.. Y 양 하니까 왠지 신문기사에 실렸던 그녀들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가명 하나 붙힐게요
Y 양 = 냥이
냥이 : 언니.... 나 여행 가고파..
수이 : 음.. 나도 뒤숭숭하니 바람이나 좀 씌고 싶다.
냥이 : 일본에 애들이나 만나러 갈까?
수이 : 나 일본 안가는거 알잖아. 차라리 부산을 가지 ㅋ 애들보고 나오라구래 돈없고 시간도 없어..
냥이 : 아니믄........홍콩에 쇼핑하러 가까?
수이 : 홍콩? ... 아핫.. 그럴까? 오우~ 나 홍콩말도 알어! '뽀까이!!'
냥이 : 그게 무슨말이야?
수이 : 멀라 홍콩 욕이래 -ㅅ-
일본 갈 시간과 돈은 없지만 홍콩은 솔깃하니까 돈도 시간도 생길것 같습니다.
아.. 신납니다.
이 즉흥! 이게 제가 좋아하는 코드 일지도 모르겠네요.
홍콩은 가까우니까 하루 이틀만 휴가를 내면 부담도 없을것 같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홍콩행 비행기를 열심히 검색하다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머릿속으로 계산합니다
'홍콩 비행기값이 얼마고, 숙소가 얼마고, 식사 음.. 쇼핑을 하게 되면.. 아. 쇼핑도 하고싶고
차라리 태국을 가고, 경유를 해서 오는 길에 홍콩을 들리면? 오호라..하루이틀 휴가가 아니라 보름을 내버려? 휴가를 보름정도 낸다고 하면? 아 씨.. 팀장이 내 머리채를 잡을지도 몰라. 아냐아냐.. 요즘 마감도 끝났고 한가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말만 잘하면잠깐 나 휴가가 있긴 한가? 무급휴가 신청해볼까? 거짓말해야 하나? 얘랑 태국가도 괜찮을까? 태국은 혼자 가야되는데 뭐 하긴 미S언니랑도 갔었는데 재미있었잖아'
등등등등등 머릿속에선 재빠르게 온갖 계산이 이루어집니다.
이미 머릿속엔 계산과 결정 - 정리를 끝내고 냥이한테 말을 건넵니다.
수이 : 냥아! 우리~ 태국 갈까? 계산해보니까 어쩌구 너 휴가 엄청 남았다며? 태국이 마랴~(꼬심)
냥이 : 언니 거기 좀 무섭지 않아? 동남아 위험하잖아?
무척이나 겁이 많은 아이 입니다.
수이 : 나 혼자서 태국 여행 다니는거 알지? 무서울거 없이 치안은 울 나라랑 똑같앙..
블라블라 어쩌구 태국에 대해 좋은말 나열- *
냥이 : 음... 그럼 그러까?
다행히 귀도 무척 얇은 아이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태국으로 결정 ! !
회사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무급 휴가까지 받아내고, 드디어 출발~!
사실 출발 전에 숙소 문제로 의견이 충돌이 있었어요. 겁이 많은 이 아이는 절대 호텔에서 자야 한다.
나는 아니다, 게스트하우스 역시 안전하다. 350 바트숙소를 적극추천한다. 니가 죽어도 안되겠으면
700바트 방에서 자겠다. 싫다. 적어도 1500 바트에서 자야 한다 - 뭐 이런 이유로 말이죠..
호텔도 좋지만, 호텔은 한국이나 외국 그 어디서든 머물수 있지만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는
태국이나 동남아에서만 느낄수 있기 때문에 말이죠...
그리고 전 컨츄리한 아이니까요..
'둘이 다니면 다니는 내내 안맞는거 아니야?ㅠㅠ' 라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내가 아끼는 동생이고, 둘이 추억 만들러 가는것도 나쁘지 않으니 꾹 참고
설득합니다.
수이 : 냥이야. 내가 매일 가던 곳이니까 괘않을거야. 언니 믿지~? 1500 바트에서 자면 생각해봐 10일이라고 해도 15000 바트야.. 그 돈 아꼈다가 우리 들어갈때 면세점에서 너가 좋아하는 화장품이따만큼 사가자 응? 그리고 마지막 3일정도는 5성급 가자. 알았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귀도 무척 얇은 아이 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돈나 게스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다행이 Full 은 아니였으나 팬룸밖에 없었습니다.
수이 : 냥아 팬룸에 화장실에 따로 떨어져 있는 방 밖에 없다고 하네? 다른데 갈까?
당연히 그러자고 할줄 알았는데 냥이의 반응은 의외로 여기 안전해? 그럼 됐어.
좀 허름하더라도 안전하기만 하면 된다고 .. 어느나라를 가도 4성급 이하에서 머물지 않던
곱게자란 이 아이가 말입니다.
다행이나싶었는데.. 이 아이..
내가 잠깐 화장실에 가도 문을 잠그고(화장실과 우리방 위치는 2미터), 카운터만 다녀와고 문을 잠그고, 거기다가 내가 창문을 열려고하니까..
냥이 : 언니 안돼!! 누가 타고 들옴 어칼라고 그래!?!?
수이 : 어..그래 -_-;
일단 적응이 될때까지 맞춰줘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꾹 참습니다.
(일본에선 문도 열어놓고 자던 녀석이... )
짐을 대충 정리 하고 뭐라도 출출해지니 저녁을 먹으러 카오산로드로 입성!
평소와 같이 쪼리에 발은 꼽고 여유롭게 걸으며, 카오산로방향으로 길을 건너는데
이 아이가 갑자기 내 손을 꼬옥 잡습니다.
수이 : 헉!! 왜이래!!!!!
악! 무섭다고 합니다. 어우야 니가 더 무섭다.
수이 : 우릴 레즈로 볼거얌. 너 나랑 레즈로 보이고 싶엉??
냥이 : 음.. 손잡는건 좀 무리가 있을것 같아. 너무 빨리 걷지마.
사실 홍콩만 가자고 했던 아이를 내가 지켜준다고 태국가자 라고 꼬셔서 온 터라, 답답한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군요. 이렇게 무서운데 날 믿고 온건데.. 무조건 참고 달래주기로 마음먹어봅니다.
태국식당 (크로아놉파랏)
냥이 : 언니 나 입맛 까다로운거 알지? 이거 괜찮아?
한국이었으면 시끄럽고 걍 (쳐)먹어 라고 대답했을텐데
무조건 참고 달래주기로 결심한지 30분도 안 지났으니까 참습니다 ..
쏨땀/카오니아오/생선을 주문합니다.
10분뒤 ...
냥이 : 언니.. 더 시켜도되? 이거 하나 더 먹을까? 여기 음식 맛난다~~~~!
처음엔 이래저래 모든것을 낯설어 하던 아이였으나 곧 적응이 되어, 사진도 찍고 신나하더군요.
음식도 너무 맛난다고, 쏨땀에 확 꽂힌듯 합니다.
밥을 먹고 노천바에 앉아서 각 국에서 온 사람들 구경하며 혼자 감상에 빠지고싶을때쯤
냥이가 말을 겁니다.
냥이 : 언니!! 우리 일본애들 꼬셔서 놀자.
수이양 : 너 오빠한테 이른다 ㅋㅋ (냥이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지금은 유부녀 --;;; )
냥이 : 언닌ㅠ_ㅠ 내가 뭐 한국에서 그러는것도 아니고.. 알잖아. 나 오빠만 4년 만났어.
다른 남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안나. 그리고 꼬신다는게 뭐 하자는것도 아니고
그냥 밥이나 먹구 수다나 떨자는 거지 머.. 언니 태국 다니면서 외국애들 많이 사겼잖아.
수이양 : 그건 꼬셔서 되는게 아니야 바부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애들 있어.
근데 이 자식은 무섭다는거 다 뻥잖아? 아 싫어.. 너 혼자 꼬셔서 놀앙.
나는 그냥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 보면서 오늘은 카오산이나 즐길래. 멍때리는게 좋아..
냥이 : 안어울리게 왜이래 청승?
수이양 : -ㄱ-;; 너 그러다가 애들이 약탄거 마시고 여기서 시체로 발견된다?
냥이 : 헐.. 내가 애야 왜이래? 정말~ 흥!
-_-
[몇일뒤]
아침을 먹고 오늘도 노천카페에 앉아 축 늘어져 있는데, 첫날의 여유는 사라지고
방콕이 너무 지루해집니다.
계획도 없이, 배낭 하나 메고 일단 태국에 들어왔는데 방콕에선 마땅히 갈때가 없습니다.
바다? 얘를 데리고 10시간 버스탈 생각을 하니 .. 음.. 북쪽으로 올라가기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수이 : 냥냥!? 우리 이제 이사가자. 어디갈래? 가이드북 가지고 왔지? 너 가고싶은데 말해봐..
냥이 : 암데나 가..
수이 : 진심이야? 너 후회안해? 내가 어딜 딜구가도 갈거야??
냥이 : 엉!
쿨한자식!!! 신난다.. 쌍클라부리 가야지..
사실 안간다고 해도 꼬셔서 딜구 갈라고 했었는데, 미리 맵프린트도 해오고 .. ^^;
냥이 : 뭘 그런걸로 신나해. 가고싶은데 가자. 난 상관없어. 그럼 언니 어디 갈지 고민하고 있어,
동네 구경이나 더 할래. 이 동네 몇번을 돌아다녀도 꽤 재미있는것 같아. 1시간내로는 돌아올게..
이 아이, 몇일 사이에 많이 컸습니다. - _-;
혼자서는 숙소 앞에도 안나가려고 하고, 내가 화장실 갈때도 곰방와~ 를 외치던 녀석이
이젠 혼자 돌아다닙니다. 너무너무x100 편합니다 ㅜ_ㅜ
[멍때리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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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이어리도 쓰고, 멍도 때리며,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냥이가 옵니다.. 근데.. 헉...
왠.. 일본 남자아이 한명도 아니고 두명도 아닌 세명과 함께 옵니다.
ㅡ _ㅡ 곤니찌와아아아 ~ ~ 너능 ~ 니홍징~? 아니 한국징~ 데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최대한 스마일스럽게 냥이에게 한국말로
수이 : 어떻게 된거야? 죽을래~ ㅎㅎ 말도 없이? 뭐하는 짓이야아 ㅎㅎㅎ (방긋)
냥이 : 언니 앤 켄짱이야. 송혜교 팬이라서 한국드라마 많이 봐서 한국말 조금 한데!
ㅡ _ㅡ;;; 그런건 진작 말해줘야지..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냥이가 들고 있던 카오산맵은 일본어맵이었는데 이 여우가 이 맵을 들고 가타카나를 모르니
읽어달라고 .. 자기는 일본말은 잘하는데 가타카나를 읽을줄 모른다고 하며 일본 아이들에게
말을 건거죠..
니..니가 가타카나를 몰라? 욕나옵니다.
한국어맵보다 일본더 맵이 편하다고 들고나온놈이 말입니다... -ㅅ-;;
냥이 : 언니 얘네들 내일 짜투짝 간다고 하던데 우리도 거기 가자~
수이 : 우리 내일 쌍클라부리 갈건데?
냥이 : 모래 가자 ..
수이 : 내일 갈거야
냥이 : 아 왜~ 모래 가도 되잖아~ 응?
수이 : 내일 갈거야. 얘네나 보내..
사실 모래 가도 되고 글피 가도 되는데, 이 일본 아이들도 참 착하고, 같이 짜투짝을 가도 재미있을법
했을텐데 왜 쓸데 없이 고집을 피웠을까요. 그냥 이유 모르게 짜증이 났다고 해야 하나..
(글 쓰면서 되짚어 보니 저 엄청나게 속이 좁고, 애처럼 보여지네요 그 당시의 내 행동이 ; ; ;)
잠시후,
대략 분위기를 눈치챈 일본 아이들은 또 보자는 말과 함께 자리를 뜨고,
냥이는 한껏 짜증을 냅니다. 왕창 삐졌습니다.
저는 살짝 미안한 마음이 달래줍니다. 곰새 풀립니다. 역시 쿨한 아이입니다 -ㅅ-;;
그날오후 맥도날드
창가에 앉아서 둘이 또 멍을 때립니다.
[맥도날드창가]
[맥도날드]
유리벽을 통해 2층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아이인지 유니폼을 입은 남자 아이가 내려오는데
냥이가 소리칩니다.
- 언니!?!! 재!!! 언니! 나 재!!!!!!!! 나 재!!!!!!!!!
- 으응?
사실은.......
아까 일본애들 보내고 삐진 냥이를 달래며 했던 약속이 '일본애 말고 태국아이로 니가 마음에
드는 애 발견하면 친구 만들어줄게' 였습니다 -ㅅ-;
처음에 태국 애들 이상해 까매~ 하던 냥이니 만큼 절대 마음에 들 애가 나타날거라 생각도
안했었는데 ...
수이 : 진짜? 재? 어우야.. --; 디게 어리잖아. 23살? 많이 먹어야 25살이겠다. 애기네 애기!! 나중에
더 멋진애 찾아줄께? 응?
냥이 : 아 싫어 나 재 ! 나 재!! 완전 이준기다 그치 언냐?
이준기? 닮지도 않았지만 이준기 닮았다고 해도.. 뭐.. (제 이상형은 박진영입니다.)
제 눈엔 그냥 동네 고등학교 참한 남자아이처럼 보이는데 냥이가 확 꽂혔습니다.
구찮습니다 ㅠ_ㅠ
내가 여기까지 와서 태국 꼬마 아이한테 ㅡㅡ^
저 아이 꼬시기 전에 냥이를 꼬셔봅니다.
수이 : 내가 한국가면 오빠 몰래 다른 남자애 소개해줄께.
한국사는 일본친군데 야마삐(일본연애인) 닮았어(그짓말입니다) 그러니까 ..
냥이 : 머야~ 울 오빠 성격 몰라서 그래? 나 칼 맞어. 언니도 그 칼 같이 맞어. 알잖아..
한국에선 딴 생각 꿈도 못꿔. 시끄랍고 또 얼렁뚱땅 넘어 갈려고 하지마. 한두번 속는것도 아니고
약속지켜. 나 재!!.. 절대 재!! 아니면 나 쌍클라부리 안가!! 안간다고 하면 진짜 안가는거 알지?
수이 : 헉.. 이 미친 코돼같으니!!!!!
(코돼 = 코끼리+돼지) 몸에 비해 발목이 두꺼워서 붙혀진 별명으로 냥이가 가장 싫어하는 별명
내가 전생이 뭔 죄를 지었을까요..
전 쌍클라부리로 가기 위해 저 아이의 연락처를 알아내야 합니다.
진심으로 구찮습니다..
투 비 컨니뉴우우웅 .. 이거 쓰고 있으니 눈 아파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