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23) 걸어서 피피타운으로
늘상 그렇듯 태국에서의 나의 아침은이모님들의 화장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한번 이모들에게 여쭤본적이 있다.
"왜 우리 할일도 정한게 없는데 샤워하고 세수하고
아침부터 꼬박꼬박 화장들을 하시나요? "
"음...습관...?"
켘...
부지런한 우리 이모님들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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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리조트에서의 첫 조식이다.
여기 참 재미있는게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이 <아침8시부터 오후4시까지>다.
오후4시까지 제공되는 조식이라니...
피피에 왔으니 slow slow 제대로 slow하란건가요??
여하튼 우리는 꽤(?) 일찍 아침 11시에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다.
(리셉션 앞의 식당공간...저기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wifi되니 인터넷도 하고...)
아침을 먹고 숙소앞으로 나있는 샛길을 따라 피피타운에 가보기로 했다.
아직 피피섬에 들어와 수영복 착의도 한번 안해봤는데...뭐, 바닷물에 들어갈 날은 넘치고 넘치니까...
와~ 의외로 험난한 길의 연속이다.
이정표가 될만한 곳마다 쉬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헉헉대며 물어본다.
"여기서 피피타운까지 얼마나...?"
"음...한 20분??"
처음 출발할때 물어본 츠자의 답도 20분.
한참을 갔다고 생각되는데 그 다이빙샵 오라방의 답도 20분.
피피타운은 <20분 블랙홀>인가...?
가는 길 잃어버리지 말라고 군데군데 저렇게 이정표도 있다.
길은 잃어버리지 않겠는데...덥고 힘들어서 <제정신>은 잃어버릴지 모르겠어요...
드디어 타운이다!!
톤사이베이가 보이고 거기에 밀집해 있는 숙소들과 식당들이 펼쳐진다.
(피피타운 골목골목을 힐끗거리는 재미.
거리에 사람들이 너무 적다 싶은게...지금 이시간은 숙소에서 오수(siesta)나 즐겨야 할때가 아닌가??)
치앙마이 이후로 이모님들이 맛사지를 받지 못하셨다.
그래서 난 장을 보기로 하고, 이모님들은 맛사지를 받으시라 말씀드렸더니...
두 분 모두 기다리셨다는 듯이, "그러자~"
(하지만 장은 같이 봐주신다)
피피섬 반대편이 잘 보이는 벤치에 걸터앉아서 아주아주 따끈한 까페라떼를 홀짝거리니
한국에서 항상 문제투성이의 사람들만 만나야 하는걸 하필 직업으로 얻어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영감이 떠오른다. 그래, 격려의 전화나 한 통 해 볼까나...?
"뚜~뚜~뚜~뚜..."
영감, 정말 고생이 많구랴... (전화도 안받어...)
이모님들이 마사지를 마치셨다. (300밧/h 타이맛사지)
한결 기분이 나아보인다.
오늘은 세끼를 다 먹어보기로 한다.
그래서 안다만 뭐시기 리조트의 전망괜챦은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 (셋이서 170밧/2가지음식)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back하는 길도 만만챦다.
하지만 이모님들이 마사지내공으로 활기차게 걸으시니 나도 바지런히 걸음을 재촉한다.
한낮이지만 여전히 어두컴컴한 방으로 돌아와 이모님들은 씻으시고, 나는 또 일기를 쓰러 내려간다.
뭐...벌써 시간이 이렇게...?
저녁때가 다 됐다.
오늘은 <싯가로 판매>하는 생선요리를 쏘겠다고 J이모가 선포하신다.기실...그러실때도 됐다.
날이면 날마다 계속되는 고스톱판에서 혼자 독주를 하고 계시니 말이다.
생선은 100g에 60밧~
우리는 600g짜리(그래서 360밧)를 골라 요리를 맡기고
거기에 스팀라이스 하나와 볶음밥 하나를 추가해 본다.
앗, 그러나!!
생각과 다르게 맹탕 생선찜이 나온다. 물론 소스와 샐러드가 곁들어지긴 했지만,
우린 어제 시식했던 그 뻘건 생선요리를 기대한 것인데...
(요렇게...)
그런데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이 괜챦다. 흰살생선을 소스에 찍어 야채와 곁들여 먹는 맛.
나, 왠지 로빈슨크루소된것 같소이다! ㅎㅎㅎ
이렇게 괜챦은 만찬을 즐기고 부른 배를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리조트에 상주하는 냐옹이가 <점핑>을 해서 식탁위에 오르더니...
잔반처리를 하고 있다...(아, 깜딱이야...
)
그래도 예의범절은 있는 녀석이다.
우리 식사중에 겸상하자고 달라들진 않았으니 말이야.
오늘 밤엔 별구경이 하고 싶다.
이모님들에게 <오늘은 고스톱 휴업하겠어요>라고 말한 후, 비치로 내려와서 하늘을 뚫어져라 본다.
그런데 주변 조명이 의외로 밝아 기대했던 <쏟아질 듯한>별구경은 좀 힘들다. 실망이다...
12시가 넘어갈 즈음...우리에게 생선을 구워주었던 Kias총각이 왔다.
이런...
나 이번에도 또 태국총각한테, 또 영어로...
<결혼한 아줌마의 아기낳을 의무>에 대해서 설교 듣는다.
흠...
나 설교들으러 태국왔나...?
하지만 그렇게 무례하게 들리진 않는다.
결국 이야기의 마무리는 <당신 삶이니까 당신이 현명하게 알아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