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11) 싼깜팽온천: 땡볕속의 온천욕
적당히 늦게 일어났다.
피곤할때는 잠이 최고고...여행을 좀 길게하다보면 집에 있을때 습관이 나온다.
어제 팽팽도는 인터넷맛에 빠져 늦게까지 스칠이를 데리고 놀았더니 8시 넘어 일어난다.
(조식을 먹는다. 방콕에선 그냥 우리가 차려먹었는데...대접받으니 황송할 지경이다.
그러니 조금 맛이 없고 어설프고...깔끔함이 떨어져도 못본 척 해줘야 하는거다)
아침을 먹고 나니 오늘 뭐할까...정하지도 않았다.
여행 전 1달동안 열심히 태사랑에서 공부를 했건만...뭐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래도 뭔가 해야한다.
그래서 태사랑에 들어가서 치앙마이 한인업소 하나를 골라 전화를 했다.
낭랑한 싸모님의 목소리.
도이인타논 투어를 내일 하겠다고 말씀드리니 숙소로 직접 오시겠단다.
잽싸게 생각이란걸 해본다.
그럼 그 차를 얻어타고 타패쪽으로 나가서 <싼깜팽 온천>에나 가볼까나...?
일단 여행사에서 도착하길 기다리며 느릿느릿 씻기시작한다.
채비를 하고 리셉션에서 기다린다.
(짬을 내어 얼른 수영장도 휙~ 둘러본다. 다녀와서 놀아야지...)
드디어 여행사에서 오셨다.
룰루랄라 차를 얻어타고 일단 타패쪽 여행사로 간다.
(치앙마이에 와서 첫대면하는 쁘락뚜 타패! 잘부탁한다, 치앙마이~)
(코OO하우스에서 일단 내일 투어예약을 하고 추천해주신 식당으로 가서 팟타이와 내사랑 쏨땀과 냉커피를 맛있게 먹어본다. 쏨땀맛은...soso)
쌈깜팽 온천가는 썽테우를 타는 일은 정말 어렵다.
일단 와로롯시장까지 가는 것이 일이고, 거기서 노란 썽테우를 찾는 것도 일이며,
또 정확히 50밧에 데려다줄 그 문제의 썽테우를 찾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썽테우 기사들 몇명에게 이리묻고 저리물으니...이내 손짓으로 문제의 썽테우를 알려준다.
앗싸!!
달려가서 오르려니...이미 만원일세!! 그래도 타야한다.
초만원 썽테우...한 아주머니의 포쓰작렬!
초만원이라고 안태워주려는 기사한테 소리소리 지르면서 어서 타라고 하신다.
다른 분들도 우리가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내어 주신다. 이렇게 감사할때가...
저 아주머니의 포쓰 작렬 일화를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같이 썽테우를 타고 가던 한 아저씨가 있었다.
그 아저씨가 외국인(=나)에게 자신이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어필하고자 했다.
그래서
나: 이 썽테우가 싼깜팽온천에 가는게 맞나요?
아저씨: (머라머라) no, no....(또, 머라머라)
나: (당황) '쓰바...이거 잘못탄거여???'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 것을 지켜보시던 저 아주머니가 아저씨의 no 소리에 내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
아주머니: (무서운 표정+마구잡이 삿대질) $%(ㄹ머이%%^&**$%# !!!!
눈치껏 번역하자면
"아니야, 이거 싼깜팽간다구, 가! 이 썩을눔아!! 왜 되도않는 소리로
사람을 놀래켜!!)
정도나 될까...?
아저씨: sorry, sorry...hehehe~
아,
그 상황에서 나 외국인인게 너무 민망했고, 아저씨와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다 미안할 지경이었다.
똑네미 아줌마는 <무안주기 신공>으로 그 순진해 보이는 아저씨를 아작을 내고 계신다.
그리고선 바로 나를 쳐다보며 걱정말라고 미소를 지으신다.
그럴땐 나도 얼른 알았다는 의미의 미소로 화답해야 한다.
(나 한국에서 온 이방인이지만 그정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다...)
안그러고 계속해서 불안한 티를 내면 외국인이고 뭐고
그 아주머니의 무안주기 신공에 떡실신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나...열심히 웃는다. 진짜 최대한 '당신을 믿어요'라는 미소를 짓고 또 짓는다)
그렇게 한참을 돌고 돌아 같이 탔던 분들이 다 내리시고 싼깜팽 온천에 도착했다.
온갖 먼지와 매연을 들이마시고 온터라 온천물을 쏟아 부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싼깜팽 온천...여기에 내가 왔다...크하하하하)
온천욕을 하러 온 것이다.
쌈깜팽은 입장료가 있고(40밧) 그냥 들어가서 계곡물처럼 흐르는 온천수에 발만 담그고 놀 수도 있으며
추가요금(50밧~300밧)을 내고 1시간 여를 별실에서 온천수를 받아 몸에 끼얹으면서 온천욕을 할 수도 있고,
내가 이번에 하려는 것처럼 온천수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영장도 있다(50밧)
이모들은 그냥 노천에서 족욕만 하겠다고했다.
이 멀리까지 고생고생하면서 왔는데...
난 냉정한 조카가 아닌가!
그러시라 하고 나혼자 수영장으로 향한다.
(싼깜팽 온천의 전경...그리고 족욕을 할 수 있는 냇가...?)
싼깜팽은 유황온천이라 달걀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그러던데...별루인데??
(온천수로 된 수영장. 마침 놀고 있던 태국애들이 퇴장해서 한참을 혼자서 물장구치며 놀아본다.
차가운 물을 많이 타서 미지근한 상태라...온천수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그래도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 듯 하여 무더위에 발만 벌겋게 익어갈 이모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솟구치다...가 만다. ^^)
한시간을 넘게 놀았나보다.
대충 샤워를 하고 나가니 이모들이 벌겋게 익어있다.
이런 몹쓸...조카같으니...
4시에 싼깜팽으로 온다던 썽테우를 기다리는데
이노무 아저씨...소식이 없다. 4시15분이 되니 노란 썽테우 하나가 보인다.
저건가보다며 득달같이 달려가니 30분에 출발한덴다...(아놔)
우리를 치앙마이로 데려다 준 노란 썽테우. 올때보다 갈때 더 시간이 많이 걸렸던
그 이상하고도 요상한 이유는??? 자신의 5배정도는 되는 짐을 이끌고 타신 할머니의 집찾기!!
치앙마이까지 오는데 같이 썽테우를 타고 온 중학생정도로 보이던 4명의 여학생들...
정말 예쁘게 웃더라...나도 중딩때는 그렇게 예쁘게 웃을 줄 알았겠지???
똘똘한 그녀들은 이방인에게 영어로 친절하게 내릴곳 설명도 해줄줄 안다.
뉘집 따님들인지...더 많이 행복하길~)
한시간 하고도 30분이 지나서 치앙마이 와로롯시장에 도착했나보다.
에이...여기서 또 숙소까지 가야하는데...그냥 숙소에 내려달랠껄 그랬나보다.
하지만 와로롯시장에서 과일 좀 사서 매삥강을 건너보는 것도 괜챦을...줄 알았다. ㅠ_ㅠ
땡볕에 참 힘들다.
(와로롯 시장에서 간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다리...땡볕만 아니라면 자꾸 걷고 싶은 그런 다리)
(걷다가 다리아래 강을 쳐다보니 한 츠자가 카누를 타고 있다. 당신은...용자!!! -_-b)
배꼽시계는 정확하다.
더군다나 물놀이에 장시간 썽테우를 타고 에피타이저로 먼지를 먹은 사람이
심심풀이로 땡볕아래서 걷기까지 했다면...뱃속은 이미 난리난리 개난리다.
숙소로 가는 길에 아주 크게 벌려진 노점식당에 일단 앉아본다.
똠얌국수라는게 있다.
팍치(고수)가 킹왕짱 들어간 똠얌국물에 국수를 말고,
거기에 돼지고기, 어묵, 그리고 선지까지 들어간...그 국수가 25밧이다.
저런 구성의 음식을 천원도 안되는 돈으로 먹어야 하다니...세상은 참 아름답도다~
너무 많이 걷고
한 50리터는 들이킨 먼지와 매연...그리고 길거리 국수탓에
정말 피곤하다.
그래도 꿋꿋이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느라 새벽을 향해 치닫는 시간에도 스칠이와 놀아주어야 한다.
심심할까봐 낮에 세븐일레븐에서 사다 둔 감자칩을 와구와구 씹어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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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람들은 - 물론 방콕 등 대도시 사람들 전부는 아닐 수 있겠지만- 참 친절하다.
겸손하고, 항상 웃는다.
컵쿤 카(혹은 캅)~는 반드시 알아야 할 태국어이다.
입발린 thanks보다 와이(두손을 모으는 것)와 함께하는 컵쿤 카는 내가 상대방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있음을 알게해주는 수단이다.
하지만 의외로 태국사람들은 never mind적인 구석도 많다.
자기 일이 아니라면 괘념치 않고, 발벗고 도움을 주는 면도 적다.
결국,
세상천지 어디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오지랖(좋든 나쁘든)이 넓은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