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6) 짜뚜짝시장에서의 비극
어제 고스톱을 쳐서 60여밧을 잃었지만개평으로 50밧이나 돌려받은 것도 있고,
투어의 빡셈과 여행오면 느닷없이 샘솟는 부지런함 덕에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7시 즈음)
'오늘도 참 괜춘한 하루가 될 것 같은데...?'
아침으로 시리반타이에서 24시간 제공되는 토스트와 커피를 홀짝일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보라! 숙소를 나서는 이모님들의 힘찬 발걸음!! 얼마나 활치차냔 말이다...)
짜뚜짝 시장은 주말이 특히 피크라하여 토요일인 오늘 가기로 했다.
시리반타이 숙박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사람들의 정보를 귀에 갖다 붙여서
오늘 쏠쏠한 것들을 건져보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숙소앞 큰길에서 옆방 신혼부부가 일러준 524번 버스도 잘 잡아 탔단 말이다...)
태국 시내버스엔 안내양(혹은 안내군, 혹은 안내아줌마)가 있어서 돈도 걷으러 다니고,
외국인들이 행선지를 말하면 내릴때 알려주기도 하고 그렇다. (13밧)
(上: 저렇게 한가했던 버스가~ 下: 점점 사람들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안내아주머니가 안내해준대로 짜뚜짝시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짜뚜짝시장 map도 하나 득템하여 더욱 의기양양했다.
카오산 마실을 하면서 언니야들이 입고 다니던 예쁜 바지와 치마와 셔츠들이 즐비하다.
쇼핑과 담 쌓는 삶을 지향하는 나지만...
오늘은 시장에 왔고, 여긴 태국시장이고, 가격은 아름답고...열심히 득템을 하기위해 눈에 불을 켠다.
아...
몇가지를 득템해 나가던 중 뒤에서 문득,
"가방속에 지갑이 없어!!!"란 한국 여성의 말소리가 들리다.
'저런...어쩌다가...?'라는 생각만 잠깐 스치고 걸을음 재촉하는데
아...당사자가 우리 이모님이시다. ㅠ_ㅠ
서둘러 이모에게 가보았지만 가방은 열려있고, 지갑있을 자리는 비어있고,
몇천밧의 현금과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지갑에 고이 포개져서 같이 자리를 떳더군.
(그래서 오늘의 주요 일정이었던 짜뚜쨕시장의 사진은 달랑 요거 2개)
배고픔과 황망한 정신을 추스리려 시장의 노점식당에 자리잡고 끼니를 때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카드도난신고를 부탁하느라 부산하다.
덕분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가뜩이나 양이 적은 태국음식이 오늘 유난히 허기달래는데 힘쓰지 못한다.
그리고선 쇼핑할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타러 나선다.
솔직히...
짜증이 났다. 심하게 났다.
왜 그리 큰 돈을 들고 나섰을까...?
왜 쓰리꾼의 표적이 되도록 소지품 간수를 소홀히 했을까...?
왜 나는 애초의 계획대로 태국 여행을 혼자 오지않고 이모들과 함께하여만 했을까...?
좀 혼자 있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와서-갈때와 달리 올때는 시위때문에 버스진입이 막혀 또 한참을 걸어야했다- 이모들은 쉬시라 하고 혼자 밖으로 뛰쳐나왔다. 숨막힐 듯한 방콕의 더위였지만 그래도 혼자 마구마구 쏘다니며 화를 다스리고, 마음을 추스린다.
'그래도 여권은 분실하지 않았쟎아?
그래도 아무도 다치진 않았쟎아?
그래도 가진 돈 전부를 잃진 않았쟎아?'
(오늘 숙소가 있는 쌈쎈에서 람부뜨리로 넘어가는 샛길을 찾았다.
그 중간에 위치한 파쑤멘요새공원에서 바라본 라마8세 다리...
보이는 것을 담아낼 수 없는 똑딱이 카메라때문에 더 짜증이 북받친다)
(극한의 더위를 뽐내는 파쑤멘공원 한 귀퉁이에서
나 지금 머리터지게 Jeff Beck 오라방의 기타소리를 들으며 위로받고있어요...시방...ㅠ_ㅠ )
한참을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있으려니 어느덧 저녁먹을 시간이다.
침울함을 떨쳐내려 노력하는 이모님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위해 카오산거리로 나선다.
태사랑의 베드로님이 에어컨 와빵 시원한 카오산의 식당 <사쿠라>에 대해 글을 올린것을 본적이 있다.
일본식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했다.
들어가니...덥다.
일본식 밥...짜다.
된장할...비싸기까지!!! (각 90~100밧)
항상 물을 사먹어야 하는 태국에서 그나마 얼음에 물을 담아 <공짜로>주는것에 감사해야 하나??
오늘 참 이상한 날이다...
(민베드로님을 원망하진 않아요...^^: 아시죠??)
노점에서 아이스커피를 사들고
이모들과 함께 아까 혼자 갔었던 파쑤멘요새공원에 저녁마실을 간다.
(저 멋진 야경을 이렇게 후지게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오늘은 잊자.
분실처리도 잘 되었다고 어마마마한테 전화도 받았고,
우린 아직 여행의 1/5밖에 치루지 않았쟎아!!
그 망할놈의 쓰리꾼의 손버릇때문에 내 여행이 삐끗할 수는 없는 일이다!!
태국은 관광대국답게 ATM기가 도처에 널리고 널렸으니...
뽑아쓰면 되는일!!
허허허...
돌아오는 길에 반싸바이 마사지샵에 들러 홀로 타이마사지를 받는다.(160밧)
영감 팽개치고 외유다니는 유한마담답게(?) 팁 40밧을 과감히 드랍하고 숙소로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