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또 떠나다. [ 15편 빠이로 가는 쓸쓸한 길 ]
2월 21일 [ 여행 8일째날 ]
일어나니 새벽이다. 5시에 DS누나와 JS이 온다는 것을
내 몸도 알고 있는지 5시 딱 5분전에 눈이 떠졌다.
5시가 되자 전화벨이 울린다. 누나다. 아케이드에 도착했다는 소식
타페에서 20분 후 만나기로 한다. 옷을 챙겨입고 타패로 나선다.
치앙마이의 새벽은 춥다. 그래도 한국에서 올 때 입었던 긴팔에 후드짚업티까지 입어서인지
그 기분이 따듯함..그 느낌이 좋다.
타페에 이르니 저쪽 벤치에 여자 두명이 앉아 있는데
누나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이런 아니다.
그녀들도 나를 봤는지 내쪽으로 다가온다. 무섭다.^^;
키는 나만하고 긴 생머리에 얼굴도 못쳐더보고
손을 흔드니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며 돌아간다.
그때 저쪽에서 썽테우가 한대 도착하고
부시시한 두사람..분명 한국사람이다. 그리고 딱 봐도 알겠다.
반가운 사람들...베낭을 하나 받아들고
화이트하우스로 가는데 방이 없단다. 우선 우리 방에 짐을 두고
잠시 세븐일레븐에 들려 요기를 하고 돌아온다.
숙소에 돌아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참 재미있다 내가 떠난 후 아이들의 근황?도 듣고
내가 꼬맹이를 찾아나선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러다가 잠시 눈을 붙이니 해는 중천에 떠있다.
여전히 화이트하우스에는 방이 없어서
숙소를 구하러 가고 우리는 오늘 빠이로 떠나야 하기에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다시 만난 우리 CW는 라오스행이 결정되어 있었고
오늘 도착한 DS누나와 JS은 오늘 썬데이 마켓을 보고
빠이로 와서 만나기로 한다. 만나니 바로 이별이다.
헤어지기 전 식사를 하러 간다. 장소는 내가 정하고
내 단골집 탄야에 가니...
오늘이 주일임에도 교복을 입은 중학생인 듯 한 아이들이 참 많다.
신기한 듯...
DS누나와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빠이에 가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꼬맹이가 나보고 "오빠도 빠이에 가요?"라고 묻는다.
그걸 본 DS누나..꼬맹이에게 "너희는 일행이라면서 서로 일정도 모르냐며"
한마디를 하는데...
우리(CW를 제외한)는 오늘 썬데이마켓을 안보고 빠이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분명 이야기 된 것인데 꼬맹이는 그것을 인식 못한거 같다.
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나왔는데...
KE과 YW이 자기들은 빠이에 안가고 우선 방콕으로 가야겠다고 한다.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있는게
여행이 아니겠던가? 우리가 그렇게 하자라고 손을 걸고 약속을 한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선택을 내가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케이드에 가려고 썽테우를 잡으려는데...
꼬맹이는 피씨방에 가겠단다. 꼬맹이는 내일 친구가 한국에서 오는 날이었는데
치앙마이에서 좋아서 치앙마이로 오라고 할까? 고민을 하던 차였다.
방콕으로 갈지 결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혼자 고민했을 수도 있었을거 같다.
KE과 YW은 방콕행 버스를 예약하기 위해 함께 썽테우에 오른다.
그순간 내 선택은 나는 썽테우에서 내릴 수 없었다.
그렇게 어색하게 이별을 해 버렸다.
아케이드에 도착해 KE과 YW도 방콕행 티켓을 사서 보내고
나는 이제 빠이로 가는 버스를 탄다.
어느순간 나는 혼자가 되어 있었다.
( 빠이행 버스를 타고 돈을 내니 버스표를 주는데 10밧짜리 8장..참 길다. )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 EM(미소네 앞에서 만난 친구)도 빠이에 간다고 연락을 해보려던 참이다.
2년만에 빠이에 간다. 너무 좋았던 그기억을 안고 빠이로 향하는 길
이번에는 혼자 그 길을 간다. 그리고 이번엔 미니버스가 이닌
79밧 완행버스를 타고 간다.
만원에 짐이 한가득이다. 나는 늦게 탄 이유로 맨 뒷자리
짐이 가득한 구석 이 내자리가 되었다.
( 내 자리에서 본 버스 내부의 모습..정말 복잡하다. 휴가나온 군인들까지...
한명은 자리가 없어 누워있다. 어쩌면 정겹다. )
치앙마이에서도 그랬지만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으로 기억되던 빠이가는 길의 풍경이 아니다.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고 잔뜩 흐린 듯한 하늘은 지금의 내마음과 같은거 같아
더욱 쓸쓸해 진다.
( 휴게소에서..내가 탄 79밧 완행버스..외관은 좋아보인다. )
( 같은시간 아케이드에서 운영하는 150밧 미니버스도 휴게소에 있다. 좋다.)
( 맨 뒷자리 짐들 사이 저기가 내 자리다. 웃긴건 저기 두명이 앉았다.
다행인건 귀여운 꼬마아가씨였다. 꼬맹이 생각이 나네..)
3시간 정도 갔을까? 전화가 오는데 EM다. 지금 빠이에 도착했다고...
나도 한시간 정도면 도착하니 터미널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렇게 4시간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던 것이다.
문도 열고 달리는 버스라 덥지도 않고 꼬불꼬불 산길이라
흔들리긴 해도 혼자만의 시간 많은 생각들을 해본다. 그 시간이 참 소중하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 빠이에서 기다릴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여행은 혼자보다 둘이 좋다. 마음맞는 사람이라면 둘이 딱 좋다.
한참 오르막 길을 달리고 한참 내리막을 달리니
예쁜 카페가 하나둘 보이고 빠이도착이 멀지 않음을 알려준다.
창가로 익숙한 거리들이 펼쳐지고 드디어
빠이에 도착한다. 터미널에 도착 버스에서 내려 전화를 하는데...
저쪽에서 EM가 달려온다. 반갑다. 방콕에서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잠시 스친 인연인데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첫번째로 우리가 할 것은 숙소를 찾는 일이다.
내가 EA씨에게 입수했던 한국아가씨가 머물고 있다던
팜게스트하우스에 가보는데 300밧에 더블룸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없다. 그래서 패스
다음으로 찾아갈 곳은 찬(chan)게스트 하우스
한국인들에게 인기도 많고 수영장도 있는 운치있는 숙소라고 한다.
한참을 걸어 숙소를 찾는데...
지도에는 나와있는데 잘 못찾겠다.
지나가는 서양아이에게 게스트하우스를 물으니
"너희들 잘못왔어. 저쪽으로 가면 경찰서가 있는데 지나면 바로 나와"라고 한다.
우리는 그말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너무 많이 걸어
힘들어졌다.
우리가 실수를 한 듯 하다. 우선 오토바이를 빌려야 했다.
그래서 다시 터미널 근처 아야서비스로 갔다.
하루 대여료 100밧 무서워 보험(40밧)까지 들었다. 오토바이를 빌려 달리니
그렇게 시원하고 편하고 신날 수 없다. 우리는 서양아이가 알려준 대로
경찰서를 지나 다리를 건너니 찬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 새로 지은 숙소로 이름이 shan이다. 샨인 것인가? 두번째 방이 우리방...)
방을 보니 깔끔하고 괜찮은거 같다. 바로 체크인을 하고
방에서 잠시 쉬는 시간...
"형 여기 찬이 아니라 샨게스트 하우스예요.."
키에 붙어있는 글씨를 보니 chan이 아니라 shan이다.
( 내부는 정말 그냥 깔끔하다. 선풍기 하나 달랑 있지만 지금 다른건 필요치 않은거 같다. )
그런데 어쩌랴 우리가 찾던 숙소는 아니었지만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해가 지려고 한다. 배도 고프다. 그래서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강가로 나가 다리 위에서 해질녘 강가의 풍경을 감상한다.
여유롭다. 우리도 여유롭다.
( 해는 산에 가려 안보이는지...그래도 해질녁 강가는 아름답다. )
( 어둠이 질 무렵..쓸쓸해보이는 강..)
( 작은 게스트 하우스 사이로...구름이 멋지다. 사실 여긴 고급 리조트다. 엄청 비쌈..ㅋㅋ)
( 오늘 못찍은 사진들을 여기서 다 찍는다. 멋지니까...)
그리고 밥을 먹기 위해 오토바이로 한참을 달리던 중...
앗 한인업소다. 아니 한인업소는 이니지만
한식을 하는 곳인데 주인 아주머니가 한국말도 잘하시고
그래 이곳이다 라는 생각으로 2층으로 올라간다.
김치찌게와 오징어볶음을 시키고...기다리는데
저쪽 테이블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이니 일본인
남녀한쌍이 있는데 한참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명함처럼 만든 콘서트 초대장..못간것이 조금은 아쉽고 미안하다. )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명함?을 하나 건네는데
오늘 콘서트를 한다고 한다. 8시 30분에 하니 꼭 와서 보라고...
알겠다고 하고 그들은 길을 나선다.
그리고 밥을 먹는데...참 맛있다. 일주일만에 먹어보는 한식인데
비슷하다. 한식과 비슷하다. 맛있다.
( 오징어 볶음도 김치찌게도 맛있다. 태국 시골에서 이런걸 어찌 꿈꾸랴...)
밥을 먹고 집으로 가려는데 가는 길...한편에 식당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묻닫힌 작은 카페 앞에 자리를 만들고
방석 몇개가 놓힌 작은 무대다.
오토바이를 주치시키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8시...30분이나 남았다. 그런데 추워도 너무 춥다.
숙소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EM와 살짝 눈치를 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나가려 생각하니 조금 귀찮아 진다.
정말 미안하지만...오늘은 쉬기로 한다.^^
참 이번 여행에서 밤에 외로울걸 대비해
노트북을 들고 왔었다. 배낭의 무게가 10K가 안되었는데
그중 반은 노트북 무게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영화 한편을 보지 못했다.
인터넷도 한번도 안했다. 사용한 거라고는 사진안화하기 전 사진 정리한 정도..
내가 왜 노트북을 들고 왔을까? 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그래 봐야한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
영화를 본다. 제목은 "사랑은 진행중" 이라는 멜로 영화다.
재밌다. 우리문화와 조금 다른듯 하지만
사는건 다똑같은거 같다. 내사랑도 진행중일까?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나는 음료를 마시며...
영화 한편을 보고 오늘은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본다.
함께한 그들이 생각이 났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스르르 잠이 든다.
( 마지막으로 오늘도 깜놀 사진...제 사진입니다.ㅋ 강가에서 셀카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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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세븐일레븐 (48B)
아침식사 탄야 (35B)
썽테우 타페 -> 아케이드 (20B)
버스 치앙마이 -> 빠이 (80B) 잔돈 안줌(안받음)
바이크 대여 1일 대여료 100+보험40 (140B)
shan G.H 트윈 팬 룸 300 (150B)
저녁식사 한식 260 (130B)
세븐일레븐 (55B)
합계 : 658B
누계 : 9,354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