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았던 곳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가장 좋았던 곳

스따꽁 2 1432
외국 여행을 할 때, 그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보고싶거든..
박물관, 시장, 학교에 가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나는 처음 가는 나라에서는 이 세곳을 봐야만 할것 같은…
숙제인듯한 기분에 들르곤 한다..

박물관은.. 재미 없다..
접시깨진것들에서 어떻게 과거를 읽을 수 있단 말인가.. 난 그런 재주는 없다.
서양마네킹이 입고 있는 먼지쌓인 옛날옷들은 어색하기만 하다..
사전지식없이 돌멩이들과 각종 알수없는 물건들을 보는 것은.. 지루하다..

시장은… 재미있다..
우선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고, 일반적인 현지인들의 모습을 볼수가 있다…
움직이는… 살아있는 사람의 살아있는 생활을 볼수가 있다.
언제나 맘 편히 찾는 곳이다..

학교는…
일단 그들속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내가 무슨 천리안을 가진것도 아니고…
학교에 간다고 해서, 학생들을 만난다고 해서..
그들의 미래까지 점칠수는 없다..
하지만… 가끔은… 재미있다..

별 생각없이 돌아다니는 나로서는..
결국 편히 느낄수 있는 곳은… 시장뿐이다…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나는 몇군데의 박물관에 갔었다…
역시나 박물관은.. 숙제일뿐.. 재미가 없었다… 한군데만 제외하고…

이번여행에서…
내게 가장 좋았던 곳은 단연코.. 이슬람예술박물관이다…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웅장하고, 깨끗하고, 단정한 박물관이다…
그 외관이나 관리상태에 반한 건 아니다…

레이크가든 일대를 몇시간동안 걸어다니면서 지쳐있었다..
인적없는 곳에서 방향을 잃어… 길도 물어보지 못한채…
한두번 왔던길을 되돌아가면서.. 어디로 빠져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다행히 차 없는 차도를 따라 계속 가다 보니 이슬람예술박물관에 도착해 있었다..

시원하게 에어컨이 켜져 있다.
친절한 직원이 맞아줬다.
티켓을 사고는… 물었다..
“국립모스크에 가고싶은데, 이 차림으로 안에 갈수 있을까요?”
“물론 갈수 있어요. 옷을 빌려 입으면 되요”
“박물관 보고 나서 가야겠네요”
“근데 예배시간에는 못 들어가는데, 박물관 보고 나면 예배 시간이에요”
“아..”
“티켓은 5시까지 쓸수 있으니까.. 지금 국립모스크에 먼저 갔다가, 박물관으로 다시 오세요”

나는 잠깐동안 고민했다…
국립모스크라면….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좋은 모스크일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도 크고 훌륭해 보인다.
저렇게 커다란 모스크안이 어떨지 궁금했다…
하지만… 더운데 다시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위치상으로는 모스크가 바로 옆에 있지만…
박물관과 모스크가 둘다 덩치가 커서… 모스크가 멀어만 보였다…
게다가 나는 지쳤다.
나는.. 국립모스크를 포기했다..

이슬람예술박물관은 일반적인 국립박물관의 전시품들과는 다른 물건들이 전시되어있다.
내가 싫어하는 깨진 접시나 돌멩이도 없다.. 아.. 있긴 했지만, 이쁘장한 그릇들 몇 개뿐이다.
갖가지 코란과 각 나라의 이쁜 모스크 모형들, 그 외 여러 물건들이 있다.

내가 끌린 것은 소리였다.
첫 전시관에서부터 멀리서 들려오던 코란 읽는 소리..
내용을 알아들을수 없는 내게.. 리듬이 있는 코란읽는 소리는 노래같았다.
나는.. 전시물들을 흘려보면서 그 소리를 향해 갔다.

한쪽 벽에 모니터가 설치되어있다.
알수 없는 글씨가 노래소리에 맞춰 흐르고,
그 옆모니터에는 영어로 번역되어서 같이 흐르고 있었다.
두쪽다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들었지만..
대충… 착하게 살라는 말인 것 같다..
고요한 노래소리와 신비한 문자들과 착하게 살라는 듯한 영어로 번역된 글자들…
그리고 경건한 분위기의 박물관에서…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다리가 아파서 그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무슨말인지 모르겠지만…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괜히.. 마음이 깨끗해지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쳐서 그랬는지.. 앉아있으니까… 졸음이 왔다..
행복한 꿈을 꿀것만 같았다..
지나가는 관람객들이 쳐다보는 것 같다… 모니터옆의 방범카메라도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잠을 잘수가 없다.. 창피하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른 전시관들을 둘러보고는… 다시 그 소리나는 곳으로 돌아왔다..
또.. 바닥에 앉아서 멍하니 쳐다보며…
코란이 흐르는 시간을 즐겼다..

이번 여행에서 내게 가장 멋진 곳이다.
지식이 짧아서인지.. 이번에도 박물관에서 이슬람의 과거를 읽지는 못했지만…
내게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2 Comments
요술왕자 2004.04.08 05:04  
  저도 이슬람 예술박물관은 제가 가본 박물관 중에서 가장 괜찮았던 곳....
한마디 2004.04.09 01:55  
  서구적 시각으로만 교육받아 자칫 오해의 색안경으로 바라보기 쉬운 이슬람에 대해 그리 넓게 봐주시는 꽁님~~멋져여~~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