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중국 직통 코스 - 화물선 타고 메콩강 800리 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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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중국 직통 코스 - 화물선 타고 메콩강 800리 뱃길

타이타이 0 891
태국 치앙센에서 중국 운남성 시슈앙반나 징홍까지는 334km (약 800리)의 뱃길... 방콕, 치앙마이, 치앙라이를 거쳐 치앙센에 도착한 것은 2003년 12월 11일 오후 4시30분...

버스에서 내려 강가(메콩강)로 가면 황금의 삼각주(Golden Triangle) 라는커다란 입간판이 서 있고, 좌측에는 경찰서건물과 라오스등지로 관광객들을 나르는 스피드보트정박장... 우측으로 가면 세관건물과 중국으로 왕래하는 화물선들의 정박장이 있다.

화물선정박장으로 가니 약 10여척의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고, 그 중 한배에 많은 인부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열심히 화물을 싣고 있었다.

나는 그 배에 올라 가 선장을 찾았다...

"이 배 어디까지 갑니까?""
"징홍까지 가는 데요"
"징홍까지 좀 타고가도 됩니까?"
"물론 되지요...짐 어디 있어요? 짐 가지고 오세요..."
"배삯은 얼마지요?"
"배삯? 부야오 부야오..."

사람좋게 생긴 선장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빨리 짐이나 가져 오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중국인의 허풍이라는 것을...나는 징홍에 도착한 후 300위엔정도 지불할 생각을 하고, 출항시간인 다음날 12시까지 오기로 선장과 약속한 후 10분거리에 있는 태국이민국사무실로 갔다.

"내일 배타고 중국 징홍으로 갈 건데요...출국 신고하러 왔는데요..."
"여기서 신고하는것이 아니구요...내일 아침에 세관건물 안에 있는 이민국사무소로 가세요..." 태국이민국관리는 만사태평이다...치앙센에서 당장 배를 타고 태국을 떠난다 해도 이민국에서는 아무도 모를 정도다.

다음날 아침 세관안에 있는 이민국사무실로 가니 선장에게서 승선허가서를 써 오란다...선장에게 가서 그 말을 전하니 자기는 그런거 써본적이 없다고 하고...
선장과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멀리 계단위에서 이민국직원이 오라는 손짓을 하길래 가 보니 자기가 내 서류를 다 작성해 주더니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준다... Amazing Thailand...

손님은 개장수, 해바라기씨 화주, 그리고 나 3명...12시 40분 출항...
 
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코스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배의 속도가 엄청 느리다...시속 약 15km 내외...4개국(태국, 중국, 라오스, 미얀마)의 국기를 휘날리며 약 한시간가량 나가니 강폭은 약 50m 정도로 좁아지고 수심은 2m를 넘지 않는다...

선원들이 선수에 서서 대나무로 수심을 재어 손가락으로 5자 혹은 6자라는 신호를 선장에게 보낸다...배가 운행하기 위해서는 수심이 최소 1.5m를 넘어야 한다는데 배는 아슬아슬하게 강을 헤쳐 나간다...

경사가 약 5도 정도만 되도 배는 자력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배를 강가에 대면, 선원들이 강가에 박아 놓은 쇠기둥에 쇠줄을 걸고 윈치의 힘으로 배를 올린후 다시 쇠줄을 풀고...징홍까지 가는 동안에 이런 식으로 올라가야 하는 곳이 7-8곳이나 된다...

2층으로 올라가니 따끈따끈한 햇볕과 멀어져가는 치앙센, 오른쪽의 라오스, 왼쪽의 미얀마의 울창한 밀림이 나를 반긴다...강가에는 바위가 마치 병풍처럼 늘어져 서 있다...어떻게 육지와 강 사이에 바위병풍이 쳐져 있는지 참 신기한 풍경이다...나는 느긋하게 의자위에 앉아 해가 질때까지 이 멋진 광경을 만끽하였다...

19:30분 배는 운항을 멈추고 바위사이에 밧줄을 걸어 놓고 정박...
중국의 안전법에 따라 일몰후에는 운항을 할수 없다고 한다...

숙소에 들어가 보니 2인용숙소인데, 거기있던 선원이 다른방으로 가고 나는 독방을 제공받았다. 저녁을 먹은 후 선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작을 두거나 DVD에 열중이다...선장, 기관장, 항해사, 주방장, 선원 2명 모두 6명의 활기 넘치고 명랑한 사람들인데, 모두 한국에 대해서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안재욱에 대해서...

다음날 8시 40분 출발...새벽 안개를 헤치며 서서히 나아가는 배 주위의 경치는 아무리 보아도 실증이 나지 않는다...가끔 라오스나 미얀마의 주민들이 강가로 나와 새벽의 찬물에 들어가 무엇인가 건져 올린다... 그런데 12시경에 갑자기 배가 멈추었다..,배선 이상...선장이 무선으로 다른 배를 부르더니 개장수와 해바라기씨 화주는 10여마리의 도깨비처럼 생긴 개를 옮기며 잽싸게 배를 갈아탄다...나에게도 빨리 가야 된다면 갈아타라고 했으나 나는 빨리 가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 그냥 수리할 때 까지 있기로 하였다..

점심을 먹고, 선장과 선원 하나는 24볼트짜리 밧데리를 어깨에 메고, 주방장은 양동이를, 나는 카메라를 들고 배에서 내려 고기잡이를 나갔다...라오스영내로 시냇물을 따라 2시간가량을 들어가면서 구석구석 숨어있는 물고기를 기절시킨 후 양동이에 주워 담았다...거의 양동이 하나 가득 고기를 잡은 후, 돌아오는 길에는 파파야열매와 샹차이를 한아름 따왔다...일일이 배를 딴 물고기를 기름에 튀기고, 방금 따온 신선한 샹차이를 곁들여 먹으니 정말 기가 막힌 맛이다...샹차이가 그렇게 맛있는 야채인지는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보통 식당의 음식에 들어가는 샹차이는 아무래도 묵은 것이어서 그렇겠지만, 방금 딴 샹차이는 처음 입에 들어갈때만 약간 샹차이맛이 날뿐, 씹으면 씹을수록 표현할수 없는 신선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다음날 아침, 선장은 아무래도 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릴것 같다면서 무선으로 다른 배를 불러 주었다....선장, 선원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갈아 탄 배는 중고자동차 운반선...짐을 옮기자마자 배삯 400위엔을 내 놓으라고 한다... 나는 선장실로 가 중간에서 탔으니까 300위엔만 주겠다고하자, 그러면 관루이(關累, 중국쪽 이민국사무실이 있는 곳)까지만 태워 주겠다고 한다...

나는 새삼 중국땅에 들어 왔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배를 옮겨 타기 전에 흥정을 하지 않은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2-3위엔짜리 미시엔도 가격을 물어보지 않고 먹은 뒤에는 7위엔을 부르는 중국놈들...나는 400위엔을 주면서 “만일 배를 타기전에 네가 400위엔을 불렀다면 이배 타지 않았을꺼야”하며 고함을 치며문을 발길로 박차고 나왔다...

먼저 배와는 달리 선원들과 좀 서먹서먹해졌지만, 하룻밤만 지나면 징홍이니까...
이 배도 가끔 강둑의 쇠기둥에 쇠줄을 걸고 올라가면서 밤 10시까지 운항을 한 후 정박...

다음날 아침 7시 30분 출발...12시10분 관루이 도착...관루이는 태국쪽에서 올라올때 첫 번째 만나는 중국의 이민국사무실이 있는 자그마한 마을...입국신고를 하기 위하여 선원들과 함께 이민국사무실로 올라 가 스탬프를 받았다...빨리 출발하면 오늘 안으로 징홍에 도착할수 있을 것 같은데, 화물검사증이 계속 지연되다가 오후 5시가 되서야 발급되었다.
한 두어시간 운항하다가 7시20분 다시 정박...

다음날 아침 7시 출발...10시30분 간란바 통과...태족원의 눈에 익은 백탑이 보이자 나는 비로소 징홍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오후 1시 드디어 징홍대교를 지나 징홍항에 도착하여 하선...

태국 치앙센에서 징홍까지는 화물선의 경우, 대개 2박3일이 걸리는 코스이지만 배의 고장으로 하루, 그리고 관루이 이민국사무소에서 늦게 발급된 검사증으로 하루, 도합 이틀이 더 걸려 4박5일만에 징홍에 도착하였지만, 그런데로 재미있는 4박5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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