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사람6 –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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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사람6 – 사기꾼

스따꽁 6 1234
여행중에 사기꾼을 만나는건..
색다른 경험이긴 하지만, 그리 좋은 건 아니다.
특히나, 자주 만나는건…
내가 그렇게 삐리리~ 해 보이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사기꾼은 거짓말을 한다…그리고 궁극의 목적은 돈을 갈취하는거다…
그게 직업이다…
거짓말 하는 사람은 일단… 나쁜사람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잦은 사기꾼과의 만남으로… 언젠가부터 사기꾼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방콕의 보석사기꾼들에게는 주로 잃어버린 길을 찾는데 도움을 받곤 했다..
보석사기꾼 특유의 멘트를 하면,
“아.. 그래? 내일 가봐야겠다. 오늘은 여기 가야하거든. 근데 버스정류장이 어디있지?”
사기꾼들은 몇번 더 시도하다가, 그냥 길을 가르쳐주고는 아쉬운 미소를 뒤로하고 간다.
사기꾼이라고 항상 거짓말만 하는건 아니다..
돈이 안된다고 해서, 일부러 엉뚱한 곳을 일러주는 사기꾼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그리고, 가끔은.. 사기꾼도…재미있다.

카메론하이랜드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주인이 추천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인도식로작을 먹었다.
튀김은 식었고, 아채들은 숨이 죽었다. 아마도 점심때 주로 파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 옆테이블에 말레이시아남자가 앉았다.
그는 주인이 추천해주던 디너세트를 먹었다. 맛있어보였다.
내게 말을 건다.
“그거 맛있어?”
“그냥 그래.. 식었어..”
남자는.. 말레이시아식 피자같은게 있는데, 이 집은 그게 맛있다고, 내일 점심때 와서 그걸 먹으란다.
내가 그 음식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니까… 주인을 직접 불러서, 내가 내일 점심때 오면, 그 음식을 내오라고 친절히 일러준다.
나는 아직 내일 이 집에 다시 올지, 말지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음식을 정말 먹어보고 싶도록, 맛있게 설명을 했다.

“스팀보트 먹어봤어?”
“아니.. 혼자는 못먹자나”
“그럼 내일 저녁때 나랑 같이 먹을래?”
“….”
“내일 저녁8시에, 이집 말고, 옆집 중국집에서 만나자. 스팀보트는 중국집이 더 맛있거든.”
“글쎄.. 젤 작은게 3인분인데, 다 못먹자나”
“남자들은 많이 먹어. 내가 많이 먹고, 너가 조금 먹어도 다 먹을수 있어. 너나 나나 혼자라서 스팀보트 먹고 싶어도 못먹자나.. 내일 같이 먹자”
“흠.. 놀다보면 까먹고 못올지도 몰라. 기다리지는 마.”
“그래, 안와도 괜찮아. 신경쓰지마. 어쨌든 나는 여기서 저녁 먹을꺼니까”

그는 페낭에서 이곳까지 전자제품을 팔러 온 세일즈맨이라고 했다.
“뭐 파는데?”
“파나소닉, 소니… 삼성..ㅋㅋ”
그는 삼성이라고 얘기하면서 내표정을 보며 웃었다.
“세일즈맨은 불쌍해. 밥도 아무때나 못먹어. 하루종일 일해야돼. 놀러도 못가.”
“…”
“카메론하이랜드는 시원하고 좋으니까, 일 때문에 왔지만, 휴가도 같이 겸하는 거라 좋아.”
그는.. 세일즈맨답게 말도 잘하고, 재미있었다.

“너 캐러비안베이 알지?”
“몰라”
“거길 몰라?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데… 얼마나 좋은데.. 나는 일 때문에 몇번 가봤어. 엄청난 부자들이 많아”
“전자제품팔러 미국까지 갔어?”
“보석을 파는거야. 버마에서 싸게 사서, 미국에 팔면 엄청 비싸게 팔수 있어”

나의 사기꾼 안테나가 작동했다.
“아… 너는 안파는게 없구나? 전자제품도 팔고 보석도 팔고.. 또 뭐 팔어?”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냐. 내 사촌이 보석을 팔거든.. 근데 보석은 전자제품보다 돈을 많이 벌수 있어.. 지금은 전자제품 팔지만, 나도 보석을 팔려고 해. 캐러비안베이는 금광이야. 부자가 될수 있다구”
“…”
“너 보석에 관심있어?”
“아니”
“내 설명을 들으면 생각이 틀려질꺼야. 나도 보석에 관심 없었거든. 내용을 알게되면, 한국의 에이전트가 되겠다고 할껄”
“… 보석이랑 돌이랑 차이를 모르겠어”
“나랑 미국에 보석팔러가면, 미국여행도 하고, 돈도 많이 벌수 있어.”
“난 미국가기 싫은데.. 무서워. 나쁜넘들이 총들고 다니자나”
“맞어. 미국은 굉장히 위험해. 어두워지면 밖에 못돌아다녀. 안전한 곳만 다니면 돼”

그는.. 미국과 보석에 대해 이런 저런 재미난 얘기를 더 했지만,
우린 식사를 이미 끝냈고, 내가 관심이 없어보이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내게
“I tricked you” 라고 살짝 말했다. 순간 무슨말인지 못알아들었다.
그는 내가 못알아들었다고 하자, 껄껄 웃으면서 “괜찮아. 나야 좋지 뭐” 그러더니 가버렸다.

그가 가고 나서 생각이 났다. 리나가 가르쳐준 단어였는데.. 사기치다. 속이다…
그는 왜 내게 자신이 사기를 쳤다는걸 얘기하고 갔을까…
그정도도 못알아차릴만큼 삐리리~해보였던 걸까…ㅠ.ㅜ

다음날.. 역시나 혼자 저녁을 먹어야했지만, 나는 그 중국집으로 가지 않았다.
나는 스팀보트가 먹고싶었지만.. 그는 재미있는 사람이었지만..
사기꾼을 두번이상 만나는건 좋지 않다.

페낭에서 만난 사기꾼은 아무리 생각해도 초보였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토바이가 “곤니찌와” 라고 말하면서 간다.
그냥 계속 걸어갔다. 앞쪽에 오토바이가 멈춰서있다.
“일본사람?”
“아니. 한국사람”
“아.. 안녕하세요” 그는 한국말로 인사했다.
그리고는 어제 인터넷가게앞에서 나를 봤단다. 어제 인터넷가게에 가긴 했었다.
“아.. 그래? ”
“한국사람은 처음봤어. 너가 처음이야. 얘기좀 하자”
“…”

사기꾼 안테나가 돌아간다…
한국사람을 처음 봤다면서 한국말로 인사하는건 누구한테 배웠단 말인가..

“한국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는데, 과일쥬스 가게가서 얘기할래?”
“싫어. 갈꺼야.”
“잠깐만, 하나만 물어볼게…음… 한국은 추워?”
“응. 추워.”
“과일쥬스 맛있게 하는 가게 있는데, 10분만 얘기하자. 한국 좋아하거든. 물어볼게 있어”
“싫어. 여기서 물어봐”
“음… 한국에 눈와?”
“요즘은 겨울이라 눈와. 그럼 난 간다.”
“잠깐.. 또… 음… 5분이면 되는데…”
“안녕..”

난 그냥 돌아서버렸다..
나는 한국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사기꾼이든 장사꾼이든, 질문하는 사람에게는 대답을 해준다. 하지만, 이사람은.. 궁금해서 물어보는게 아니다.
내가 일본사람이었으면, 일본 좋아한다고, 일본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다면서 말을 걸었을거다.
게다가 그렇게 안절부절, 횡설수설하면.. 따라가고 싶은 생각이 안들텐데… 처음인가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사기꾼은… 안타깝게도 한국사람이었다.

그날은.. 기분이 안좋았다.
오전내내 매연과 땡볕에서 걸어다녔는데, 나무만 울창한 도로를 따라다녀서, 배고파도 먹을데가 없었다.
난 1차적욕구에 민감하다.. - -;;
배고프고, 졸립고, 덥고, 추우면.. 짜증이 난다.

배고파서 쓰러지기 직전에 센트럴마켓에 도착했다.
눈에 먼저 띤 인도식당에 들어갔다. 이것저것 덮밥 반찬을 골랐다.
내가 더워하니까, 종업원이 커다란 선풍기아래, 제일 시원한 곳이라고 안내해준다.
고마운것도 잠시.. 그 테이블아래는 유난히 더러웠다.
담배꽁초, 각종쓰레기, 침뱉은 자국 등등… 발디딜곳이 마땅치 않은… 쓰레기통이었다.
다른 테이블도 그리 깨끗하지는 않았고, 빈자리도 거의 없었다..
할수 없다. 그냥 쓰레기통에서 먹었다. 짜증이 더해졌다.

곧바로 왠 남자가 내 테이블에 앉는다. 서로 눈인사를 했다.
내 테이블은 커다란 탁자라서 일행이 아니라도 같이 앉아서 먹을수 있었다.
배고파서 먹기 바쁜데 자꾸 말을 건다.

이 남자는 운이 나쁜 사람이다.
난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낸다. 남이라고 해서, 애써 미소지어준다거나 하는 배려는 안한다.

“나는 스쿠버다이버야. KL에 다이빙 가르치러왔어.”
“…응”
“난 다이버샾도 갖고 있어.”
“어디?”
“피피, 싸무이, 팡안에서 샾을 해.. 방도 렌트해주고..
“…응”
“나는 혼혈이야..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하와이안이야”
“그래? 난 한국사람이야”

이 남자는 초반부터 기분나쁜 분위기가 났다.
식당에서 우연히 한테이블에 앉은 사람에게 자기출신성분과 직업부터 털어놓는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밝혔는데도, 놀라워한다거나 반가워하지도 않았다.
만나자마자 자기핏줄부터 밝힌 사람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
그리고 보통 여행자들은 상대가 반응이 시큰둥하면, 더 이상 말 안건다.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말 할 줄 아세요?” 한국어로 물었다.
“what?” 영.. 어색한 표정이다. 한국말 못한단다.

안테나에 빨간불 켜졌다..
이 남자는.. 완전히 한국인 영어발음이었다.
내가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미국인 영어발음과 한국인 영어발음정도는 구분할수 있다.
화가났다.

“너 어디 사는데?”
“하와이.. 지금은 태국에서 다이버샾 운영하고 있어.”
“하와이에서 태어났어?”
“응, 거기서 태어나고 계속 살았어.”
“그래.. 나 배고파서 밥먹을래”
“내 이름은 Gary Kim이야”
“그래.. 배고프다”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
내가 배가 고프지만 않았어도, 이 사기꾼이랑 좀더 놀아줬을지도 모른다.
‘너 한국말 잘하면서 왜 사기쳐? 남의 나라까지 와서 그러고 살아야돼?’
그러면서 따지고 들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한국인이었으니까…

시큰둥한 내 반응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진행했다.
“다음주에는 한국에 갈꺼야. 할머니 만나러..”
“…”
“한국에 처음 가보는거야”
“… 응”

그는 아마도 필요한 모든 말을 했을꺼다.
하지만.. 실패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그는 커피한잔을 다 비운후, 일어섰다.
“나는 자전거타고 왔어. 갈께”
“응.. 안녕”

난 험악한 표정으로.. 그자리에 앉아서 꾸역꾸역 밥을 다 먹었다.
너무 속상했다. 그가 한국인이라서…
6 Comments
한마디 2004.03.20 13:33  
  읽다가 괜히  우울해졌습니다
이유도 없이 당신 눈에 벗어나기만하면 누구나 사기꾼이라고 태사랑에 동네 방네 떠드시던 분 생각이나서여......에휴우....[[에혀]]
캄보디아아저씨 2004.03.21 19:53  
  안녕하세요. 스따꽁 아가씨.
여행기 초기에 등장했던 캄보디아 아저씨예요.
혹시 그 이후 스님들 이야기 궁금할까봐 짧게 전합니다.
나는 주지스님이 100달러를 마침 가지고 있던 밧으로 4000밧에 환전해 주어서 아침에 같이 근처에 있는 쌀국수집에가서 식사를 마치고 택시 두대에 나눠타고는 곧 바로 카오산으로 갔습니다.
나는 거기서 뉴씨암2에 숙소를 정하고 스님들하고 두어시간 카오산거리를 산책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태국스님이 보이길래 내가먼저 태국스님들 에게 한국에서 오신 스님이라고 소개를 해주었는데 한국스님이나 나나 태국스님이나 영어실력이 형편없어 대화는 잘 안되었지만 그래도 손짓,발짓으로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하였고 한국스님과 태국스님들은 서로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암튼 재미있었습니다.
근데 한국스님들 분명히 쌀국수에 고기가 들어있었는데 눈도 깜짝하지않고 깨끗하게 비우는 모습이 진보된 한국불교를 보는것같아 의외였습니다.
나는 이틀을 방콕에서 머물다 바로 캄보디아로 직행해서 8일을 체류하다 귀국 하루전에 카오산에 재차 입성해서 같은 뉴씨암2호텔에 숙소를 정했는데 다음날 홍익인가에서 그 스님들을 또 만나게 되었는데 희한하게도 그 스님들이 각자 개인플레이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중 한분이 사우나를 하고 싶다고해서 내 숙소로 초빙을 해서는 한 30분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마 기억 날겁니다.
안경쓰고 마른체형에 첫째날 다른 스님들과 달리 사복입고 있던스님이요.
스님들간에도 마음이 통하지 않는지 나한테 그러더군요.
마음이 맞지 않아서 각자 행동하고 있다고요.
이상 간단한 그날이후의 상황을 전합니다. 건강하세요.
스따꽁 2004.03.21 23:23  
  아~ 안녕하세요..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태사랑에서 다 만나네요~ 캄보디아 동생분 결혼식은 물론 잘 치루셨겠죠? 저는 보름만에 돌아왔어요.. 또 가신다니 부러워요... [[그렁그렁]]
한마디 2004.03.22 11:26  
  태국및 동남아 불교는 테라바다(상좌부불교)라고 해서 부처님 생존시 계율을 동북아 불교보다 더욱 엄격히 지켜 나갑니다 그래서 오후 12시 이후엔 식사도 하지 않으며 절에선 따로이 취사도 못하게 금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걸식하여 얻어온 음식중 고기나 생선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불교 경전중 고기 먹지 말라는 계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처님도 열반전 마지막으로 드신 음식이 돼지 고기였던걸로 전해집니다 물론 동북아 불교에선
한역 경전에 돼지 고기를 버섯으로 바꾸어 적어 놓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스님들이 고기를 먹느냐 안먹느냐의 문제는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계율엔 존재하지 않는 자율적인 문제입니다
nov 2004.03.26 22:00  
  글 초반부에 나오는 말레이 남자가 한 얘기는 아마도 "I tricked you(내가 너를 속였다)" 가 아니라... "i'll treat you(내가 밥값 낼께)"가 아닐까 싶네요. [[고양땀]]

글쎄요, 사기꾼은 물론 조심해야 하지만 너무 경계하면서 사람들 대하고 여행하다 보면 스트레스 받아서 여행이 피곤해질 것 같은데... [[으에]]

태국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서 전세계 어딜가도 사기꾼은 즐비하지만 너무 경계해서 멀쩡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오해할까 걱정되네요. [[윙크]]
너구리 2004.04.08 14:54  
  저는 여행 중에 큰 사기는 당하지 않았지만, 왜 있잖아요? 괜히 툭치고 말걸어서 여기 저기 가보라고 툭툭이 잡아주는 애들, 걔네한테 방콕 첫날 걸렸거든요. 덕분에 톤부리 수상투어 약간 바가지 쓰고 했는데요, 첨엔 속은 것도 모르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속은 거 알고 뒤통수 맞은 느낌이지만, 여행종의 오픈된 마음에 약간의 긴장감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속은 줄도 모르고 자일리톨 줬는데 입이 쨰져라 좋아하던 그 남자 모습이 생각나네요. 좀 배운 사람들은 자일리톨 건네줘도 안 받거나 간단한 인사만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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