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인간과 태국고산족, 그리고 유러피언의 동거일지-상
때는 2009년 여름, 그러니까 작년여름이었어요
저는 대학교 4학년..그러니까 한학기를 남겨두고
졸업을 미루고자 휴학을 신청했고
그 휴학기간에 마냥 놀수만은 없어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고자 준비중이었어요.
그리고 2008년 여름에 태국을 두번째로 다녀온 이후에도
매일 태국앓이를 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캐나다 비자가 나오기 전까지의 짬을 이용해
결국!!! 태국을 세번째 가기로 맘을 먹었어요.
태국 무서워요 전 해외여행이라곤 태국밖에 간 곳이 없어요
이제 다른곳도 좀 가고 싶어요.
암튼 1학기때부터 알바해온 돈을 또 여행에 탈탈 털어붓게 되었어요.
세번째 가는 태국은 어차피 시간도 넉넉하겠다
좀 특별하게 다녀오고 싶었어요
지난 두번은 고작해야 며칠씩 방콕에서 머무른게 다였거든요.
물론 방콕도 퐌타스틱 했기에 또 가기로 결심했지마능..
암튼 그래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워크캠프를 태국에서 가기로 맘을 먹었어요
아마 워크캠프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거에요
간단하게 말하면 사서 고생이에요. 건축, 예술, 교육 등등 각종 자원활동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2주 또는 더 장기로 진행하는거에요.
그리고 태국에도 3~4지역에서 워크캠프가 진행되고 있어요
그 중에서 저는 캠프 끝나고 치앙마이를 갈 생각으로 치앙라이에서 열리는
캠프를 신청했어요.
사실 바다 가까이에 있는 핫야이로 가려고 했지만 이론.....
캠프 정보를 보니 식단이 채식이래요 고기없는 2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그래서 최종 낙찰지는 치앙라이가 되었어요..
태사랑 군데군데를 뒤져보아도 치앙라이에 대한 정보는 잘 찾아볼 수가 없어요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이미 캠프를 환불하기엔 늦어버렸고...
고렇게 저는 또 한번 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어요.
베트남 하노이를 무려 23시간이나 경유하는 베트남 항공을 탔어요.
이유는 딱히 없어요 싸잖아요. 어차피 시간도 많았는걸요.
첫 출발은 순조로웠어요 일찍 가서 제가 좋아하는 이코노미석의 가장 앞자리..
전 뒤에서 기다리는게 넘 지겨워서 항상 앞자리를 선호해요.
덕분에 이날도 발 편히 뻗고 갔어요.
그리고 하노이에서 사기당하고 귀신나올것 같은 숙소에 묵고
힘든 하루를 보냈어요 흑흑.
하노이에서 하루를 보내고 온 방콕~ 반갑다 방콕아~~~~~
워크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3일의 시간이 있었어요
오자마자 짐을 풀고 나이쏘이 국수를 먹으러 갔어요
지금껏 방콕을 두번 방문했지만 이 국수 한번도 못 먹었어요
다른거 먹느라 바빠서...드디어 먹어보았네요
음..이런 맛이었군.
카오산도 여전하네요
방콕까지 동행한 언니와 쏠쏠거리며 신나게 카오산 구경하고 맛사지도 받았어요
엄... 막상 방콕에 오니 그동안 관광 할 거리는 다해서 딱히 할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걍 평소 하던대로 잉여잉여 했어요..
먹고 놀고 자고 그동안 휴학은 했지만서도
알바하느라 쩔어있던 저에게 정말 좋은 나날들이었어요.
3일이 후딱 지나고
방콕을 뒤로하고 치앙라이로 떠나야 해요 .
터미널은 우리나라와 별로 다를바 없네요..단지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몰라서
무척이나 헤맸어요
두시간을 일찍 와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드디어 버스에 올랐어요.
사실 버스에 치앙라이 간다고 안써있는데 타래요.
버스도 10분이나 늦게왔는데.
치앙라이도 안써있는 버스를 타라니...
겁이 덜컥 나요..어딘지도 모르는 시골에 떨어지면 어쭬..
그치만 뭐 별 수 있겠어요 걍 믿고 탔어요.
불안에 떨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금방 잠들었어요 .
다음날 아침 새벽 7시쯤에 버스가 치앙라이에서 절 떨궈줬어요...
아놔..미팅타임은 10시에요...세시간.ㅠ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세시간을 하염없이 터미널에서 기다렸어요..
10시가 다 되어가니 현지인들뿐이던 터미널에 파란눈 아이들이 한두명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10시가 조금 지나서 캠프 인솔자식인 캠프리더가 저 썽태우같은 트럭을 끌고 나타났어요
어느덧 다 모인 캠프 멤버들...
아무리 제가 가을에 갔다지만 한국인이 진짜 한명도 없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전 한국인 있는데서 영어 못하는 공포증이 있거든요ㅋㅋ
아시안도 한명도 없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다 유러피언들만 모였네요.
우리는 어색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트럭뒤에 타고 마을로 출발했어요.
외국인들은 안어색할 줄 알았는데 똑같이 어색하더라구요 허허..
우리 캠프 멤버 인물소개 들어갈게요.
누샤
슬로베니아에서 왔어요
삼성 터치폰에 캐논DSLR에 디지털 기기 덕후에요
헤비스모커라 항상 한쪽에서 라일라와 담배를 피우느라 가장
얘기를 못해봤네요.
막스
독일에서 왔어요.
독일 사람답게 맥주를 좋아하고 자기 기타를 가져와서
마을에 기증하고 갔어요 착한아이에요.
저랑 제일 친한편? 이었고 근데 촘 재수없어요.
말하는 모냥새가 건방진것이..
그래도 나름 끝엔 정이 많이 들었어요
라일라
노르웨이에서 왔어요.
라일라랑 저랑 하루 낙오된 적이 있어서 그때 둘이서 하루 보내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마지막 헤어질때 진짜 꼭~끌어안아준게 기억나요.
지금은 호주에서 농장일을 하고 있어요.
노르웨이에도 자기 농장이 있대요.
아나
스페인에서 왔어요.
착하고 다정다감하고 이쁘고 몸매도 좋고..하.....
알러뷰 아나!
그렇지만 아나의 영어는 너무나 빠르고 스페인식이어서
알아듣기가 힘들었어요.
아네
독일에서 왔어요
독일에서 온거 완전 티나요 철두철미한 성격?
모범생이에요 술도 잘 안마셔...
양말 없는 저에게 양말을 빌려준 고마운 아이에요..
토
이 캠프의 리더에요.
태국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우리가 갔던 아카족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산족!
이어서 실제 가족들도 다 그 마을에 살고 계셨어요.
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우리 삼시세끼 식사를 해주셨답니다..
제가 살면서 태국 고산족을 만나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What a life,,!
착하고 매력적이고 책임감있고 재밌고 리더십있고 훗훗훗..
완벽한 리더에요.
그 험난한 산길에서 폭풍후진도 얼마나 잘한다구요.
전 토에게 반해버렸어요.
이렇게 여섯명이 모여 치앙라이에서도 한시간 반 가량을 또 달렸어요
오매..
매쏘이라는 아주아주 작은 마을도 지나서
산길을 꼬불꼬불 올라가서
드디어 마을에 도착했어요
아카족 마을이에요
산속에 폭 파묻혀 있는 말그대로 고산족 마을.
마을에 가게라곤 기념품가게 하나와 구멍가게 하나가 전부인 마을.
우리의 숙소에요
신발 벗고 들어가면 마루가 있고 마루 너머에 방이 하나 있어요
그 방에서 6명이 복작거리며 2주를 살았어요.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는~
다음편에서 보여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