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친을 만나러~ 9. (감사합니다.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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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여친을 만나러~ 9. (감사합니다. 마지막편)

올드레몬 54 3522
드디어 마지막 편이 되었군요.
자세히 좀 많은 이야기를 올렸으면 좋았겠는데.. 그동안 회사일이 많이 바빴네요..
...


드디어 마지막 방콕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녀들을 출근시켜? 놓고.. 오늘 하루 무엇을 해야 가장 기억에 남을까 고민에 빠집니다.
방콕에 왔으니 조용히 방에서 굴러다닐까? 쇼핑센터에 가서 생전 사지도 않던 선물이나 좀 사갈까.
아니면 지칠때까지 오늘 하루 실컷 먹어댈까..

자~ 마지막 하루의 여행길을 나섭니다. 그녀와 헤어지는 슬픔도 그렇고, 그동안의 추억도 그렇고..
가장 나름대로 추억이 어린 곳을 한번 다시 혼자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0번 버스를 타고 나와 82번으로 갈아타고... 목적지는 왕궁까지 입니다. 한시간쯤 걸린듯 하군요.

왕궁정문앞을 보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십분이던 한시간이던.. 요금은 7바트 입니다. 노점상들의
물건을 눈으로 구경하며 걸어갑니다. 그녀와 함께 걸었던 곳들이죠. 그냥 무상무념으로 그녀와 함
께 걸었던 기억만 떠올리며 그녀가 날 데리고 갔던 그 발길을 그대로 따라 갑니다.

똑같은 곳, 똑같은 닭꼬치를 하나 사먹었습니다. 그걸 물고서 다시 왕랑시장을 향해 걸어갔죠.
3바트를 내고 타창의 선착장에서 차오프라야 강줄기를 건넙니다. 강물은 변함없이 누런색이고
십여년전에 왔을때도 누런색이었다는 것을 오늘 다시 기억해 냅니다. 마르지 않는 변하지 않는
차오프라야 강처럼 내마음도 태국에 대한 애틋함이 십여년을 이어왔군요. 그녀와 변함없이 이어
진다면 향후 몇번은 더 같은 세월이 저 강물 처럼 흘러가겠죠.. 한국사람으로서 태국의 강을 좋아
하면서 말입니다.


대낮 오전의 왕랑시장을 걸어갑니다. 배를 타고 건너 구경오는 사람도 많고.. 대학생들도 많고..
특히 여대생들이 많습니다.^^; 정말로 남학생들의 유니폼은 내가 몰라서 그런것인지 잘 못봤습니
다. 그녀와 걸었던 왕랑시장의 골목도 다시한번 걸어보고.. 그런데 그녀가 사주었던 꿰이띠여우
그 가게에서 국수를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바글바글.. 자리도 없네요..

시장의 끝을 나가서 이번엔 남쪽으로 걸어 내려 갑니다. 한번도 안가본 길이지만 느낌상 그대로
계속 내려가면 새벽사원 왓아룬에 닿아야, 그렇게 만나야 당연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요.
음식점들이 계속 눈에 띄였고 배도 고팠지만 시간이 마침 딱 점심시간 하고 겹쳐서 빈 자리가 쉽게
눈에 보이지를 않네요. 로컬 태국사람들과 어깨를 부딫끼면서 밥먹을 용기가 안나네요..^^

계속 전진해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중간에서 한적해지고 상점도 없고 담벼락만 있는 썰렁한 도로
를 지나게 됩니다. 왠지 잘못 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직진... 잠시후 기억에 해군본부??
국립해군센터?? 뭐 그런 종류의 해군관련 기지가 나오고 바로 왓아룬으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나옵
니다..

그곳 마을은 마치 전통 한옥마을처럼 태국 고유의 주택들이 타운을 형성해 있더군요. 왕궁쪽에서
잠시 배를타고 건너 왓아룬 탑을 돌아보고 가는게 전부였기에 나름 아름다운 이 마을을 구경해
보질 못했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와봤습니다. 마을을 통과하니 왓아룬 사탑이 나옵니다.

이곳에서도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죠.
그녀는 메모지에 가족들의 이름을 쓰고 소원을 빌고 부처님께 공양을 드렸던 곳입니다. 바나나튀
긴것을 먹으며 둘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그 장소에 혼자 앉아 일주일 전을 기억해 봅니다.

"나 지금 왓아룬에 와있다. 너랑 바나나 튀김 먹던 그곳.."
"와우 정말이야?? 오빠 왜 거기까지 갔어??"
"응.. 너랑 있었던 시간들, 장소들 잊어버리지 않을려고.. 네가 앉았던 그 자리에 있거든 지금.."


많은 아름다운 시간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군요. 오늘 이렇게 다시 돌아보면서 그날들의 소중한 기
억들을 다시 되새길 수 있다는게 혼자 돌아다니는 기쁨을 더 즐겁게 해줍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3바트를 내고 타티엔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왓포에 한번 더 들어가 큰 징소리
한번 더 보고듣고.. 문 밖에서 부처님 모습 다시한번 보면서 그날의 추억을 접고 돌아나옵니다.

여기까지가 처음 그녀와 함께 즐겁게 거닐던 추억의 장소들 였습니다. 그 기억들을 다시한번 간직
하며 버스를 타고 돌아옵니다. 돌아오는길 순간 방파콕 주변에 다다르자 까르푸가 눈에 띄입니다.
얼른 벨을 누르고 하차.. 로터스에서 이번엔 까르푸로 변경~~

1층 푸드코드에 들어갔더니 다른 곳과 마찮가지로 식당들이 즐비합니다. 메뉴도 비슷한 메뉴들..
그녀가 처음으로 음식 사주었던 때를 기억해 저도 선불카드를 100바트 내고 충전했습니다. 메뉴를
시키면서 카드로 계산하는 방식이죠. 카오팟.. 하나를 40바트짜리.. 주문해 카드로 긁고.... 나갈때
다시 그 충전시켜준 아가씨한테로 갔습니다.

"남은 잔돈 주세요..."
"@#$#$@%$%....."
"캔유 스피크 잉글리쉬??"
"$%#$^&**%.."
"아이 피니시 런치.. 아이 니드 체인지.."
....

그렇습니다. 얼굴이쁜 그녀는 영어를 전혀 모릅니다. ^^; 이쁘면 뭐 용서가 되니까... 나름대로 다시
열심히 설명해 봅니다. "나 밥 다 먹었어요.. (손짓발짓) 그래서 이제 가야돼요.. 체인지 플리즈...."
"@#$%$.."    -_-;; 나 가야 되는데...
그때 한 젊은 하얀 셔츠입은 한 젊은 사람이 오더니 설명해 주더군요.
"여긴 환불 안되요. 그냥 뒀다 또 쓰세요..." 헐~~

그래서 어쩝니까.. 나 오늘 한국가야 되는데.. 할수 없이 쇼핑하러 들어갑니다. 쇼핑 끝나고 또 먹고
가면 되죠 뭐..^^ 그런데.. 까르푸는 정말 살게 없더군요. 일단 가격도 안쌉니다. 물건도 시시하고
로터스만큼 물건이 없네요. 더 있어봐야 뭐 시간낭비... 그냥 원래대로 로터스로 가자~ 마음먹고
다시 식당으로.. ^^ 남은 60바트로 맞는 음식을 먹으려고 두리번..

돼지고기를 스테이크처럼 구워 양배추랑 뭐 튀김이랑... 가격도 딱 60바트..
"아가씨~ 이거 주세요..." 아~ 일하는 아가씨가 꺼터이더군요.^^ 왠지 신기?해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꺼터이라서.. 이것저것 막 물어봤습니다. 물론 음식이야기 위주로.. 제법 영어를 했다는..^^

다시 로터스에 와서 생전 사지도 않던 선물로 생선포 말린것들 잔뜩 샀습니다. 싸더군요. 과자도
사고.. 문앞에서 100바트에 지갑을 팔던데.. 괜찮아 보이길래 하나구입.. 이거 괜찮군요. 한달째
실밥도 안뜯어지고 3,500원치곤 아주 좋습니다. 다음에 가면 또 살렵니다.^^

환타 딸기한병 마시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갈 준비를 해야죠...

저녁 5시가 넘어 그녀가 돌아오고..
그런데 혼자 왔네요.. 친구는 일이 남아서 조금 있다고 온다고 합니다. ^^ 아마 우리를 위해 시간을
배려해 준듯.. 쏨땀하고 밥좀 사오라고 친구한테 시키라고 했더니 돈 없다고 못 사온다 합니다.
그래서 그냥 라면으로 저녁을... 태국 라면은 왜 이리 작나요.. 3개를 끓여 둘이서 먹었습니다.

일부러 아무소리 안하고 잘 먹었습니다. 슬프니 뭐니 그런말 할 필요도 없고 슬프게 만드는게 남자
로서 좋은 것 같지도 않고.. 또 언제 그녀 친구가 들이닥칠?지도 모르고.. ^^

잠시 후 그녀의 친구가 오는군요.. 먹을게 없다는걸 확인하고 그녀도 라면 한개를 끓여먹고...
시간은 점점 흘러 7시 30분.. 나가야 합니다. T_T; 갑자기 엄습하는 슬픔...
잠시 틈을 타 마지막 키스를 나눕니다. ^^ 전혀 거부하지 않는 촉촉함을 느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짐을 다 싸서 들고 나섭니다.
그녀와 그녀친구까지 공항으로 가겠다 합니다. 전 말리면서 오지말라고 너무 멀고 돌아오려면
시간도 너무 늦어져서 안된다고 했는데도... 무조건 간답니다. OK 출발~~
늘 가던 방파콕 버스정류장에서 556번 인것 같네요. 공항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가 늦으면 택시
탈 생각으로.. 다행이 버스가 10분만에 오네요. 요금은 35바트였던걸로 기억.. 깨끗하고 에어콘에
나름 괜찮습니다. 고속도로로 달리더군요.

점점 그녀와 마지막 시간이군요..
맨 뒷자리 창가에 그녀 친구가 앉고, 그녀는 그옆, 그리고 나... 그녀랑 손을 꼭 붙잡고 갔습니다.
이젠 진짜로 마지막 시간이었죠.. T_T;

한참뒤 공항 터미날에 내려 다시 공항청사까지 운행되는 무료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에어티켓 보딩하고.. 표를 받아들고 입구 게이트로 갔습니다. 그녀랑 헤어지기는 아쉽지만 얼른
내가 들어가 줘야 그녀들이 집으로 일찍 돌아갈 수 있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멀었지만...
가줘야 합니다. T_T; 그녀와 마지막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래오래 평생 남을 사진입니다.

"탄아~ 나 이젠 가야할 시간이다...
"응 오빠 그동안 즐거웠어~"
우린 뭐 자주 전화하고 채팅하고 그렇게 지냈고 또 그럴것이기에 눈물의 이별 정거장.. 같은 분위
기는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팔을 벌리자 처음 만날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가 다가와 포옹합니다...
"나 간다. 건강해야 돼~ 다시 만날때까지..."
"응.. 오빠두~~"
그러면서 정말 마지막으로... 키스를 했습니다. 흠찟 그녀가 놀라더군요..^^

물론 그녀 친구가 옆에서 다 보고 있었죠... 이것 때문에 그 뒤로 친구가 회사에서 소문을 다 냈습
니다. 공항에서 애인이랑 키스했다고 회사 직원들이 다 놀린답니다. 하하..

그렇게 이별의 키스를 나누고 전 공항 게이트로 들어갔습니다. 손 흔들며 그녀와 그렇게 짧았던
여행을 마감했습니다... 두시간여 공항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남은 동전들 다 털어서
그녀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어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걸 확인했죠..


"우리 탄이~ 잘 들어 갔지?"
"응.. 오빠 내 걱정 말고 집에 잘가~"
"그래.. 한국가서 다시 보자~"
"응.. 도착해서 전화해~~~"

그렇게 마지막 시간을.. 방콕에서 마지막 시간을.. 태국 여친을 만나러 왔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
며 그녀와 함께 듣던 MP3를 귀에 꼽고 수완나품 공항의 활주로가 자꾸 멀어져가는 창밖을 바라
보며 지긋이 눈을 감고 마감합니다...

그리곤 태국의 영공을 벗어날 무렵 이렇게 외쳤죠..
"excuse me, can i have one beer?"


^^

이렇게 끝났군요..
토요일이고 내일도 회사를 쉬기에 시간을 만들어 저의 여행기를 마무리 합니다. 여행기인지 연애
기인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 같은 남자분들이 더 멋지고 아름다운 연애, 사랑하실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참고로 지금까지의 글들은 95% 진실입니다.^^ 아마 5%
정도는 제가 과장한 면도 있을듯 하네요..

그녀가 절 위해서 샤부요리를 해줄때 야채를 다듬다가 칼로 손끝을 베었었죠..
물론 피가 나오고... 난 나도 모르게 그걸 잽싸게 내 입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곤 마치 내 손가락인
양 그 피를 빨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만난건 처음이고 그녀를 믿지 못했다
면.. 어떤 바이러스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 그녀는 손가락을 제 입에 넣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
런지 궁금합니다. 다음에 물어봐야 겠네요..


그녀는 작년 홍콩여행을 했었고 한국에도 꼭 오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우리집으로 부모님께 인사
드리러 오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내 시간이 어렵네요. 회사일로 늦게 끝나서요..

혹시 궁금해 하실까봐.. 전 서울에 모중소회사 5~60여명 넘는 나름 알찬 회사의 managing director
입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나름대로 젊은, 젊게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집안에서는 태국인을
좋아 한다고 많이 의아해 했었죠.. 하지만 사람의 사랑이라는 마음이 그렇게 외모, 조건만 따질수
있겠습니까.. 살다보면 서로 정도 들고 조건없는 사랑도 하게 되는 것이지요. ^^

그녀는 모나지 않은 성격에 질투심도 강하지 않고 털털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잘 꺼내 놓습니다.
나름대로 센스있고, 제 눈에 안경인지라 저에겐 이뻐 보이고...^^ 처음에 만나 채팅하던 순간부터
어느날 내가 원한다면 나의 걸프랜드가 되줄수 있다고 말하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녀를 보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면 무얼 보여주고 무얼 먹여주고 해야 할런지...
가장 주고 싶은것은 변함없는 내 마음.. 그리고 따뜻한 우리가족, 한국인들의 훈훈한 마음을 느끼
게 해주고 싶네요..

그동안 모난 글 임에도 정으로 치지 않으시고 기꺼이 읽어 주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리플주신 회원님들 덕분에 작으나마 제 소심과 감정을 적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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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야~"
"아.. 왠일로 전화했어?? 갑자기..."

"오빠.. 나 송크란때 한국에 갈거야..."
"오옷~~ 정말이야??"

"응.. 우리 엄마도 허락했지만 오빠네 부모님도 우리의 결혼을 허락해야지..."
"그래 그래.. 와서 우리 엄마랑 인사하고 함께 자라~ ^^"

"오빠 한 열흘정도 있을건데 나 먹고 재워 줄꺼지??"
"이런.. 당연하지 우리 가족이 되려고 인사하러 오는건데...."

"love you~"
"miss you~"

"5555555555"
54 Comments
하늘짱 2010.02.14 11:39  
이름다운 사랑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인연이란 소중한 것입니다.
소중한 인연 결실맺어 웨딩여행기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행복하시길~~~~
아이마르v 2010.02.27 04:27  
부럽습니다.
저도 사랑이라는걸 한번 해보고싶네요.
좋은 결실맺으시길 기원합니다.
나의하늘아 2010.04.11 15:41  
지금쯤 한국에 같이 있겠군요*^^*
올드레몬 2010.04.11 23:52  
네..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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