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의 짧고도 길었던 태국여행 - 준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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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가족의 짧고도 길었던 태국여행 - 준비편

stopy 42 2200
원래의 계획은 이랬다.

2월 11일부터 17일까지 군대 간 막내를 제외하고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넷이서

방콕-깐짜나부리-암파와-파타야를 다녀오는 것.

나는 태국을 너무도 사랑하여 틈만 있으면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까지도 태국에서 지내봤고

내 평생(?) 소원은 그 좋은 태국에 부모님을 꼭 모시고 다녀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의 대답은 늘 "내 나라도 다 못 가 봤는데 무슨 남의 나라냐"였다.

작년 추석, 동생과 함께 그럴싸한 이유로 간신히 부모님을 설득하여 확답을 받는데 성공.

그리고 그 후로 나는 12번도 넘게 계획을 짜면서

1200번도 넘게 태국에서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엄마가 자랑삼아 이모들에게 설날에 태국 여행을 간다고 떠벌리신 것이 화근(?)이었다.

큰 이모 : 나도 갈란다. 나 내년부터는 제사 안 지낼쳐. 나도 데리고 가라.

작은 이모 : 나 내년에 환갑인디, 환갑 기념으로 나도 갔다와야 쓰겄어.



나는 다시 6명이 여행을 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또 1200번도 넘게 다시 6명이 태국의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또 얼마 후,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고모부가 작년부터 계속 제주도 한 번 같이 가자고 하셨는디 

 고모부네도 같이 가자고 해야겄다. 그래야 밤에 고모부랑 고스톱도 치고 허지"

"고모랑 고모부는 작년에 태국 갔다 오셨잖아"

"그리도 간다고 할 판여. 고모부네도 같이 가는 걸로 알아라"

"-_-"

이미 태국에 다녀오신 분들, 그것도 패키지로 다녀오셔서 편하게만 다니셨던 분들과 함께

이 여행을 계획해야 한다니..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고모부 내외는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



나는 다시 8인용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고모와 고모부가 태국여행 경험이 한 번 있는 사실을 감안해서 계획을 짜야 했다.

그래도 기뻤다.

어쨌든 태국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비행기표는 모 여행사에 이미 의뢰를 해 두었기 때문에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한 달이 지났고, 1월 어느날 갑자기 불안해진 나는 여행사에 전화를 걸었다.

이런 젠장. 이미 표가 다 나가고 없단다.

나는 패닉 상태에 빠져 들었다.

어떻게 할까. 1월 중순에 가는 걸로 바꿔 볼까, 아님 2월 말쯤에 갈까.

아니면 아예 태국을 포기하고 홍콩이나 대만으로 갈까.

급하게 여기저기 표를 알아보다 겨우 1월 17일에 출발해서 22일에 돌아오는

4박 6일짜리의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원래의 계획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너무나 짧은 일정이었고

1월로 변경이 되는 바람에 동생은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행기 자리를 겨우 확보했다고 한시름 놓는다 싶었는데 세상에!!

우리 큰 이모는 여권조차 없었다.

2월 달에 갈 걸로 생각하여 느긋하니 계셨던 것이다.

게다가 문자로 사촌동생한테 고모,고모부 여권 정보를 받았는데 만료일이 5월..ㅡㅡ;

고모, 고모부는 그 날 오후 화투를 치시다 말고 급히 구청에 다녀오셨다.

알고 보니 사촌 동생이 문자를 잘못 보낸 것이었지만.


어쨌든 항공권 결제를 급하게 마치고 또 급히 호텔이며 각종 쇼 등을 예약하기 시작했다.

출발하기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급박한 시점이었다.

그렇게 몇 개의 호텔을 정신없이 예약하고 있을 때 쯤,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야, 막내 이모는?"

"막내 이모는 뭐? 막내 이모도 같이 간다고?"

"그렇지..우리끼리만 갈 수 있냐? 넷째 이모야 애 보느라 못 간다고 해도 막내 이모는 데려가야지"

"아, 그럼 진작 얘기를 하지!!!"

다시 또 급하게 막내이모의 좌석을 확보하고 호텔 예약을 변경했다.

꼬박 3일 동안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인터넷을 뒤져 겨우 기본적인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다시 상세한 계획을 짜야했다.

느긋하게 2주나 3주 다녀오는 것이라면 상세계획이 필요없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첫 여행이신데다가 기간마저 짧다.

난 그 분을 실망시켜드릴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결국 준비하는 일주일 동안 난 불면증에 시달리며 잠도 못 자고

그렇게 좋아하는 밥도 제대로 먹지를 못해 출발 전 3키로나 살이 빠지는 기염을 토했다.

돈 들여서도 빼는 살인데 그렇게 빠진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지, 슬프게 생각해야 할 지..ㅠㅠ



이렇게 출발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행이 이제 곧 시작이다.

이모 셋과 고모, 고모부,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이상한 가족 구성원들의

짧고도 길었던 태국여행이 드디어 시작된다.  

  
42 Comments
어라연 2010.02.03 00:16  
제가 본 여행 프롤로그중 가장 다사다난하네요..^_ㅜ

기대됩니다..ㅋㅋ..
stopy 2010.02.03 12:14  
여기에 다 쓰지 못한 더 많은 일들도 있었답니다~
ㅎㅎ 어쨌든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네요^^
태권좋아 2010.02.03 01:03  
대박!! 그맘 이해하네요~ 저도 첫 여행이라 준비하느라 많이 애먹었는데
그걸 8명이나 챙기시다니.. 진심으로 짱입니다!! ^_^
stopy 2010.02.03 12:15  
엄밀히 따지면 7분^^;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람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민베드로 2010.02.03 01:04  
와~~~대단하세요.이모에..고모까지.
그래도 서로 친하신가봐요.
기대됩니다.
저도 언젠가 부모님과 같이 가려고 계획중이거든요.
우리 이모도 같이 가겠다고 나서는건 아닌지..ㅋㅋ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stopy 2010.02.03 12:16  
네, 다들 친하셔서 허물 없이 지내세요.
고모네는 저희집과 담장 하나 사이에 두고 있구요, 이모들 댁도 멀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놀러오신답니다^^
개미양 2010.02.03 03:43  
ㅋㅋㅋ 저도 부모님 모시고 가야하는데 완전 부담백배에요
여행기 기대할께요 ^^
stopy 2010.02.03 12:17  
정보도 최대한 많이 올려 드릴게요.
부담백배라는 거 완전 동감해요!
계획 잘 짜셔서 꼭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래요~^^
☞™산▲☜ 2010.02.03 05:50  
완전 머리에 쥐나셧겠다.. ㅋ
stopy 2010.02.03 12:18  
네, 정말로 어느날 밤에는 새벽까지 잠 못 들고 뒤척이는데
뒷골이 너무너무 땡겨서 이러다 나 죽는다, 싶었다니까요 ㅋ
맨솔주세요 2010.02.03 09:43  
계획이 어떻게 흘러갈지..너무 궁금하군요...ㅎㅎ
stopy 2010.02.03 12:18  
네.. 근데 별 거 없을 수도 있어요ㅠㅠ
다음 편도 최대한 빨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taptim 2010.02.03 10:16  
읽는 제가 머리가 아프고 눈 앞이 깜깜하네요... 대단하신 거 같아요. 여행기 기대하고 있을게요!
stopy 2010.02.03 12:19  
고맙습니다. 열심히 쓸게요~
우성사랑 2010.02.03 10:55  
수백번의 계획이 머리속에서 왔다갔다 했겠네요...
stopy 2010.02.03 12:20  
정말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수백번 이상이었어요.
늘 종이와 펜을 들고 다니며 지하철이고, 버스고, 벤치고 어디서든지
계획을 수정하고 체크하고 했었지요^^
쩡이^^ 2010.02.03 11:23  
에피소드 한가득일거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ㅎㅎ
가족들을 위한 여행준비! 대단하신듯..
재밌는 여행기 기대할께요~
stopy 2010.02.03 12:20  
저도 쩡이님 여행기 여행 다녀오자마자 한숨에 재밌게 다 읽었습니다.
쩡이님도 여행 한 번 더 하시고 여행기 올려주셨으면^^;
용감한아줌마 2010.02.03 11:39  
님의 심정 충분히 이해갑니다.
제가 3년전에 아무것도 할줄 모르면서 입만 살아있는 친정식구들 이끌고 다녀왔거든요 ㅋㅋ
모두들 여행간다고 들떠 있을때, 나홀로 밤잠 설쳐가며 준비했던 기억이~~~
dandelion 2010.02.03 11:45  
ㅎㅎㅎ 저도 내년에 아무것도 할줄 모르면서 다행이 입은 얌전한 친정식구들 이끌고 여행준비해야하는데 벌써부터 겁나네요.. ㅎㅎㅎ 저희는 총 13명..ㅋㅋ
stopy 2010.02.03 12:21  
13명.. 우와!! 진짜 대가족 여행이네요. 화이팅이요!!
stopy 2010.02.03 12:21  
아.. 다행히 저희 친지분들은 제 말이 진리다, 라고 믿으시며 따라 주셨어요 ㅎㅎ
정말 고생하셨었겠네요!
그래도 보람 있으셨죠?^^
하트생일 2010.02.03 12:04  
여행기가 숼찮기 재미있을거 같아 기대가 많이 되네요..
이모님들 활약을 기대할께요~~^^
stopy 2010.02.03 12:22  
오- 하트생일님 뭘 아시네요?
정말로 저희 이모님들이 많은 활약을 하셨죠.
정확히는 작은이모가..ㅎㅎ
옳지잘해 2010.02.03 13:56  
너무 기대되네요 누구의 여행기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 같아요^^
다음편기대하겠습니다~~~
stopy 2010.02.03 23:04  
네, 지금 또 쓰려구요^^
나비평면 2010.02.03 14:15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니.. 부럽습니다. 저도 엄마 모시고 한번 가보고 싶은데 말이죠..ㅠㅠ 여행기 앞으로 넘넘 기대 됩니다 +_+
stopy 2010.02.03 23:05  
언젠간 꼭 그렇게 하실 날이 올 거에요~^^
열혈쵸코 2010.02.03 19:53  
전 왜이렇게 공감이 되죠... 12번도 넘게 계획을 짜고... 1200번도 넘게 상상을 했는데..
저희 어머니께서는 여행을 엎어버리셨어요.
체중이 빠질정도로 고심하고 또 고심한 여행... 그래도 가족이 함께 하셔서 추억이 많으셨을 것 같네요.
힘내셔서 여행기 올려주세요. ^^
stopy 2010.02.03 23:06  
헐.. 어째요.. 상상만 해도 전.. 아마 홧병 났을 거에요;;;
린제이로한 2010.02.03 21:23  
가족끼리의 여행기 넘 기대되요 ㅎㅎ 이모님들의 활약도 기대되요 어서 써주세요 ㅎㅎ
stopy 2010.02.03 23:06  
네~ 저는 엄청 재미있었는데 그걸 잘 풀어내지 못할까 부담도 되네요 ㅎㅎ
도리도리12 2010.02.03 21:24  
대가족 기대됩니다^^ 으하하하
stopy 2010.02.03 23:07  
넵! 곧바로 2탄 들어가겠습니다~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2.03 21:45  
그심정 이해합니다..

갈수록 인원수가 늘어나는 현상...


기대됩니다.^^
stopy 2010.02.03 23:07  
아, 까닭님이시네요~ 저도 치앙마이 엄청 사랑해요^^;
쥬쓰 2010.02.03 21:54  
어휴...전 신랑 하나 데리고 가는데도 머리 쥐어짜며 신경쓰였는데...얼마나 힘드셨을까요..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stopy 2010.02.03 23:08  
따라가는 사람들은 그냥 가는 거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은 장난이 아니죠? 그 마음을 꼭 알아줘야 하는데 말이죠~ ㅎㅎ
멋지구리뉴요커 2010.02.04 09:45  
정말...저두..작년여름에..신랑이랑 친구커플 데리고가는것만으로도 머리에 쥐가났는데....정말..대단하십니다~~^^ 짝짝짝~~~
stopy 2010.02.04 19:33  
ㅎㅎ 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칭찬을 받으니 부끄럽네요. 고맙습니다^^
misosoup 2010.02.05 14:41  
출발편부터 읽고 준비편을 읽었는데 정말 머리가 터져나갔을듯 해요 ㅎㅎㅎㅎㅎㅎㅎ
앞으로의 고생길이 눈에 훤하네요~
그래도 물론 보람있게, 무사히 잘 다녀오셨으니까 이렇게 글 올리시는거죠?
여행기 계속 부탁드릴께요. 너무 재미있어요
stopy 2010.02.06 22:25  
네, 정말 보람 있게, 무사히 잘 다녀왔어요^^
다음편 얼른 올려야 하는데 자꾸 늘어지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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