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말레샤, 인도네샤 여행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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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말레샤, 인도네샤 여행기-10

필리핀 1 761
12월 28일 맑음
간밤에 추워서 잠을 설쳤다. 긴바지와 긴팔 남방을 꺼내 입고 양말까지 신고서 잠을 청했다. 이 날씨에 찬물로 샤워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 아침에는 간단하게 머리만 감고 샤워는 낮에 하기로 한다.
새해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뚝뚝은 무착 조용하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도 투숙객이 별로 없다. 나 이외에 2~3팀 정도이다. 그것도 대부분 현지인이다.
아침을 먹으면서 마리아에게 물어보니 발리 테러 이후 인도네시아 전체에 여행자가 급감했단다. 해매다 크리스마스에는 투숙객을 위한 파티를 열었었는데 올해는 투숙객이 너무 없어서 취소했단다. 하지만 연말연시에는 현지인의 예약으로 빈방이 없단다.
아침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걸어서 뚝뚝을 한 바퀴 돌아본다. 뚝뚝은 호수를 향해 서 있는 숙소 뒤편으로 차 한 대 다닐 길이 포장되어 있다. 자동차는 거의 없고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여행자들도 오토바이를 빌려서 사모시르 섬 일대를 둘러본다.
느린 걸음으로 둘러보니 1시간 정도 걸린다. 숙소로 돌아와 2층 베란다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독서를 한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전신을 가볍게 더듬는다. 발아래 펼쳐진 짙푸른 호수,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맑은 공기와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 하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왜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몇 달씩 장기체류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 없다면 이곳에 몇 년이고 눌러 앉아서 책이나 읽으면서 소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게는 베가본드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한 곳에 조금만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그 피가 다시 뜨거워진다. 아무래도 내일은 브라스따기로 떠나야 할 것 같다. 이곳에 무작정 눌러 있기에는 아직 삶에 대한 확신이 초라하다.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립다. 그러나 맥주로 대신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1 Comments
할리 2012.05.23 12:52  
추우셨군요?  열대나라에서 추위를 느끼시는 신선함...  그래도 행복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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