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푸르른 청춘을 통과하는 나는- 나를 지켜줘 이 도시의 매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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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푸르른 청춘을 통과하는 나는- 나를 지켜줘 이 도시의 매연 속에서

초희별 3 1324

 

방콕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평생 서로 닿지 못할 몇십년의 세월이 평행선으로 .. 쉴새없이 달리고 있었다
한쪽이 절대 다른 한쪽을 따라잡을 수 없고, 그 기간 또한 결코 같아질 수 없는 세월..
그 간격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삶의 질은 각팍해지는데 세계최고의 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이 도시의 양면성에 질려버릴 것만 같았다

갑자기 심기가 불편해진 나는 그 날 방콕의 길을 두 발로 걷겠다는 다짐을 지워버리고 
그 위에 떠 있는 세련된 백화점에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기로 했다
방콕의 매연에 지치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을 했기 때문에
하루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베풀고 싶었다 

일단 배고픔에 시달린 나는 샐러드와 스파게티로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죽어있던 입맛을 되살리고
근처 빵집에 들어가 고소한 커피를 마시면서 매연에 찌든 속을 달랬다
 
내가 들어간 빵집은 한쪽엔 커피점이 있고, 반대쪽엔 빵을 만드는 곳이 있었는데
투명한 유리여서 제빵사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눈에 힘들 주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빵을 반죽하는 신참내기,
노련한 솜씨로 토핑을 하는 서브,
눈을 감고도 빵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자태를 뽐냈던 캡.

유리 너머로 열심히 일하는 제빵사들을 보니 불편했던 심기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여기 방콕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돌아가서 다시 야무지게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불끈 솟았다
뭔가 나는 어떤 일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방콕의 제빵사님들을 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빵과 커피를 다 먹고 난 후, '닌자어쌔씬'을 보기 위해 7층으로 올라가 영화티켓을 끊었다
(거의 절반 정도를 실눈을 뜨고 관람했다
참, 태국에서는 영화관람 시간이 3시면 15분 가량 CF와 예고편을 보여주고
갑자기 일어나서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자이면서도 평소 쇼핑하기를 엄청 싫어하고 두려워하던터라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기웃거리는 일 없이 하고 싶었던 것만 하고 바로 백화점을 빠져나왔다 
이 날은 한국에서의 내 모습과 같았다. 그래서 편했고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많이 봐야한다는 욕심없이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내 눈과 몸과 가슴이 가자는대로 갔더니 여행자라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백화점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한국 백화점에서는 비싸서 절대 사먹지 못했을
'다듬어진 과일'을 두 팩이나 사서 양껏 먹을 수 있었다는 거 ^^

: 럽디의 아침은 조용했다 - 식빵 두 개, 크로와상, 삶은 달걀, 바나나, 커피

: 이 여행에서 나를 지켜줄 목걸이를 카오산로드에서 5개 구입해서 매일 하고 다녔다



3 Comments
뚜리 2009.12.04 21:00  
etranger 2009.12.04 22:47  
나는 씨암에서 Australia 라는 영화를 보았읍니다. 방콕에서 영화를 본다는게 조금은 이상 했지만....  다리가 아파서 문명을 이용 했읍니다.
블루파라다이스 2009.12.05 02:11  
마음을 비운여행..

어쩌면 더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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