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트라이앵글 (가을여행 보고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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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트라이앵글 (가을여행 보고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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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을 받았다. 여행기가 8 번 부터 시작되는데 나머지 일곱편은 어디있느냐고......

나머지 일곱편은 태사랑과 관계없는 고국방문기라 여기에 올리지 않았다. 아, 그 중 단 한 편 '봉하마을' 이야기만은 예외로 태사랑 대한민국 방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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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트라이앵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했다
. 치앙마이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시작된 굽이굽이 고갯길은 치앙라이 White Temple 에 거의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아마 길이 이렇게 험하기 때문에 가이드 '틱' 선생이 투어팀원들에게 혹시 차멀미를 하는 사람이 없는지 물어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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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을때 정신 좀 차리자. 모처럼 하나 건졌는데 reflection 이 잘리다니......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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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엔 태국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자동차의 80 % 가 도요다인듯 하다. 


여담이지만 나는 초등학교 3 학년 때부터 통학 만원버스에 단련된 몸이라 멀미하고는 인연이 없다.
아주 오래 전 한국에 살 때 홍도에 간 적이 있었다
. 그때도 쾌속선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때 내가 탄 배는 동원호인가 하는 2 백 톤이 조금 넘는 철선이었다. 목포에서 흑산도를 거쳐 무려 일곱 시간을 항해해야 했다.

 

다도해를 빠져 나갈 때 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먼바다로 나가자 배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파도가 배 양 옆으로 높게 오르락 내리락 했고, 배가 아니라 무슨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불과 한 시간 전 까지만 해도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놀던 승객들이 쥐약 먹은 병아리처럼 하나 둘 씩 앓아 눕기 시작하더니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린 환자들처럼 여기저기서 말 그대로 똥물까지 게워내기 시작했다
.  


멀쩡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거의 모든 승객들의 상태가 심각하고도 처참했는데
, 나는 솔직이 이 배가 이러다가 혹시 뒤집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꼼짝없이 죽을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멀미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태풍이 오기 직전이라 그 정도로 바닷길이 험했다.

그건 그렇고 배멀미 안하는 방법 알려줄까? 바다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상갑판 위에 올라가 내가 이 배를 조타한다는 생각을 하고 가면 된다. 배멀미는 커녕 아주 재미있게 파도타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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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보물이 있나 하고 열심히 올라가는 오른쪽 브라운 숄더백이 팀원 중의 하나인 죠앤. 그는 호주 멜버른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그런데 10 월에 두 달 째 장기배낭여행을 하고...... 휴학 중인가? 그건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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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일을 아주 많이하고 극락왕생한것으로 보이는 영혼들 같다. 그러나 곧 극락이 너무 지루하니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인듯하다. 저 그릇에다 마실 물을 달라는 건지 아니면 오줌을 싸놓은 요강을 비워달라는 건지 잘 구분이 안간다.   

 

아무튼 아홉 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원들 중에는 가는 길이 험하다고 차멀미를 할 초보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보다 나는 바로 내 옆 자리에 앉아 쉴 새 없이 입을 놀려대는 전형적인 푼수스타일의 중국계 (국적은 미국) 아줌마의 말대꾸를 해 주느라 출발부터 기분이 좀 어수선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바로 옆에 있는 도시)로 이민 가서 사는데 며칠 전 쿠알라룸푸르에 사는 동생 내외와 자녀 둘을 데리고 태국에 놀러 왔다가 이 투어에 참가한 것이라는 둥 남편이 회계사라는 둥, 나는 물어 본 적도 없고 전혀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열심히 엮어나갔다. 하긴 내가 먼저 hi를 하고 인사를 튼 게 화근이었다  

비행기건 투어밴이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장거리 여행할 때 가장 골때리는 옆자리 승객은 바로 이 아줌마같은 talkertive style 이다. 그 다음이 멀미환자 병수발 하며 가야할 때이고, 그 다음이 아기를 안고 앉은 엄마, 남자승객, 여자승객, 비교적 젊은 여자승객 순으로 차차 마음에 안정감이 생긴다. 가장 훌륭한 케이스는 내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내 취향을 기준으로한 옆자리 선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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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을 태운 도요다 투어 밴이 차앙마이와 치앙라이 사이의 작은 시골마을을 지나고 있다.  

 

가는 도중 신깜펭 온천과 White Temple 두 군데에서 20 분 정도씩 휴식을 취했다. 치앙라이 시내를 통과한 투어 밴은 오후 1 시쯤에야 치앙쎈 근처 ()콩강 선착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길쭉한 보트를 타고 라오스 국경마을 단사오로 건너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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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골든트라이앵글이다

.


1975 년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전하자마자 가장 먼저 불벼락을 맞은 것은 엉뚱하게도 뉴욕 경찰이었다. 맨하튼, 부롱스, 부루클린, 퀸스, 스테이튼 아일랜드 등 뉴욕 시 마약단속국 인력의 4 분의 3 이 범죄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마약거래를 눈감아주거나 아예 마약조직의 하수인 노릇을 한 혐의로 파면됐고 그들 대부분이 형사 입건되는 놀라운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이 인도차이나 전쟁을 수행할 당시 국제마약조직은 이 지역에서 미국을 도와 반공게릴라전에 참가했다. 마약조직의 무장 민병대는 태국과 미얀마(버마) 지역의 고산족 등 소수민족 사이에서 공산주의 사상에 동조하는 세력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시는 물론 무자비한 폭력과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정보기관은 그 대가로 엄청난 양의 헤로인이 조직을 통해 미국 본토를 포함한 해외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고의적으로 묵인하고 방조했다
.

 

전쟁이 끝나자마자 미국정부의 태도는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용가치가 사라진 동남아 지역의 국제마약조직과 밀월관계를 단절하는 동시에 미국 국내에서 이들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던 부패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였다.

뉴욕 경찰 부패는 당시 미국 정부의 비윤리적인 전쟁정책에서 구조적으로 파생될 수 밖에 없는 결과물이었다
. 어쨌든 베트남전의 종료는 동남아 지역의 국제마약조직에게는 치명적인 상황변화였고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1940 년 대 말 중국 국민당군의 패잔병들이 태국 북부 국경지역 일대를 장악한 이래, 미국의 은밀한 지원아래 해가 지지 않는 마약 왕국으로 승승장구하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마약조직들은 하루아침에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미국과 지역 정부군의 조직적인 집중공격 앞에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투항과 죽음 중 양자택일할 수 밖에 없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나는 나중에 점심식사 후 잠시 틈을 이용해서 이라는 이름의 가이드와 전쟁과 관련된 골든트라이앵글의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영어도 잘하고 식견도 풍부해 보이는 이 30 대 초반의 사내는 예상외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태국 정부의 관리대상인 가이드로서 그 역사의 추악한 실상들을 여행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 해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특히 쿤사에 대해서만큼은 애증이 교차하는 듯 했다. 쿤사 이야기는 내가 먼저 시작하기는 했는데, 내가 그가 죽은 날짜 (2007 10 26 )을 정확하게 대자 좀 놀라는 것 같았다.

 

농담 조로 이런 이야기를 해 줬다. 제 명대로 못 살고 총을 맞아 죽은 유명한 아시아인이 두 명 있는데 쿤사가 공교롭게도 그들과 죽은 날짜가 같아서 기억하는 것뿐 이라고……


틱 선생이 그 유명한 아시아인들이 누구냐고 물어봤다. 나는 이름만 말해주고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하나는 이토 히로부미고 또 하나는...... 다카키 마사오.  

"Both of them sound like Japanese"

"May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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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그 역사적인 현장에 서 있지만 아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하고 평화로운 강변일 뿐이다. 

 

()콩강아, 너는 무엇을 보았는지 말 좀 해 줄래?  

 

 

 



16 Comments
곰돌이 2009.11.20 11:43  
ㅎㅎㅎ

sarnia  님 잘 읽었습니다 ^^;;



푸켓알라뷰 2009.11.20 15:36  
이제 장거리여행은 하고싶지도 미련조차 남아있지았는데..오~화이트템플..직접 보고싶네요~
만석이 2009.11.20 15:58  
여행을 많이 하셨나 보군요.  골든트라이앵글과 관련한 역사와 사연. 배경에 대해 많이아시는군요.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키얼스틴 2009.11.20 19:37  
담백한 다큐멘터리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종종 글 올려주세요~
어라연 2009.11.21 01:24  
대한민국방에 쓰신 글 잘 봤습니다..거기는 댓글달기가 안되더군요..

사람이 너무 가슴 절실한 기억이나 잊기 힘든 추억이 있으면..되려 그것을 피하게 되더군요..

아직 못가봤습니다..언젠간 가봐야지 하면서..

올리신 사진을 보니..눈가가 또 찡해지네요..불과 반년 지났을뿐인데..일상에 휘둘리다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마음을..다시 기억나게 해주신것..감사합니다..
아르세다 2009.11.21 23:58  
하루일정이신가요?
sarnia 2009.11.22 13:13  
예, 아침 7 시 쯤 치앙마이를 출발해서 온천, 백색사원에서 각각 2-30 분 씩 휴식하고 치앙쎈-라오스 단사오 마을(옵션 300 밧)-메사이(점심식사)-고산족마을(카렌족 마을은 옵션 300 밧)을 돌아 밤 9 시 쯤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옵션을 제외한 판매가격은 여행사에 따라 다른데 저는 699 밧에 바우쳐를 인터넷으로 구입했습니다. 알차긴 한데 일정이 좀 무리가 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서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했지만 2-3 일 정도 여유가 있으면 혼자 자유여행해도 되는 코스입니다. 다만 교통수단에 대한 사전 학습을 면밀하게 해야 하고 비용은 좀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삶의한가운데 2009.11.22 20:52  
글 잘 읽었습니다 한달뒤 치앙마이,치앙라이 여행인데 설레네요 투어 프로그램은 한인 여행사중 한곳 이용하신건가요??
그리고 봉하마을 여행기도 잘 읽었습니다. 그런 좋은 글들을 읽을떄마다 왜이렇게 마음에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어학연수로 해외나와있는다고 아직 찾아가지 못했는데 .. 아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대통령님 살아계실때 끝까지 좋아했었는던 지지자중 한명 인데요 그런데도 왜 항상 내 입장 얘기 할 때마다, 나는 노사모는 아니지만, 덧붙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sarnia 2009.11.22 23:21  
한인여행사에서도 바우쳐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치앙마이에서는 미소네와 코리아하우스라는 곳에서 투어판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저는 작년부터 이용했던 hotels2thailand.com 이라는 현지 사이트를 통해 호텔과 골든트라이앵글 바우쳐를 구입했습니다. 일처리가 깔끔한 게 마음에 들어서......
미객 2009.11.23 02:15  
언제보아도 아름다운 화이트 템플......
또 가고싶은 충동이 이루말할수없이 솓구치고있다.......
정말 아름다운 몽유도원도와같이 태국에 예술가? 분들이 한점한점 붙여만든 일종에 유리성입니다.....
즐겁고 유익한 여행을 하시고 휀님들에게 이렇듯 후기를 남겨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잼나고 즐겁게 잘읽엇습니다...감사합니다...........
p/s. 참..4번째 사진은여.... 세상사에 죄질이 나쁜 분들만 고이모셔둔..지옥이랍니다.....아비규환이죠?  저~ 조각상 만드신 조각가님 마니 서운하시겟어요....ㅎㅎ
sarnia 2009.11.23 14:37  
아, 난 또 모두 만세를 부르고 있길래 저게 천당이나 극락인 줄 알았는데 지옥이었군요^^.

저보고 종교가 인류에게 끼친 가장 나쁜 폐해를 하나만 지적하라고 한다면 '영원한 지옥' 개념을 만들어 인간의 순결한 영혼을 협박해 온 죄' 를 들겠습니다. 이 말은 제 말이라기 보다는 아주 유명한 영국의 어느 동물학자 이야긴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인걸 뻔히 알면서도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고 보면 아마 인류역사상 가장 길고 광범위하게 저질러진 정신적 폭력일 것 입니다.

그래도 '나쁜 짓하면 지옥간다'는 협박은 '믿지 않으면 지옥간다'는 협박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전자는 행동과 규범에 관한 문제이지만 후자는 사상까지 통제하겠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것이지요.

그래도 종교문화의 표현양식은 그것이 건축물이든 음악이든 미술작품이든 참 신비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백색사원도......
곰돌이 2009.11.24 17:03  
전...  sarnia  님께서..

지옥을 형상화한 조각상을,  반어법으로 설명한 줄 알았습니다 ^^;;

읽으면서,  많이 웃었는데.... ㅜㅜ
sarnia 2010.02.21 14:49  
......실은 두 개 다 반어법이었는데^^
예로 2009.11.23 18:51  
마사오....으휴....잘 읽었습니다
sarnia 2009.11.24 15:23  
마사오 씨를 잘 아시는가 보군요......
블루파라다이스 2009.11.25 04:20  
잘 봤습니다~!

하얀색 사원이 무척 특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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