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WILD>20호: 방콕을 향해 히치하이킹을 하는 자전거여행자
INTO THE WILD 태국 첫번째 이야기
"싸~와~디~캅~?(안녕하세요)"
태국 국경 이미그레션 직원의 태국인사가 반갑고 정겹다.
태국인들 특유의 억양과 코맹맹이 소리도 여전하다.
"커푼~캅!(감사합니다)"
웃음의 나라 태국
아시아 최고의 관광 대국 태국
내겐 참으로 재미있고 정겨운 나라 태국
이번엔 어떤 추억거리를 선물로 안겨줄까?
태국 국경검문소 입국수속장
캄보디아 국경출국수속장과는 다르게 빵빵한 에어콘의 싱싱한 바람이
더위에 지친 자전거 여행자에게 활기를 북돋아 준다.
드디어 태국땅이다.
국경을 넘고 눈앞에 펼쳐지는 태국의 풍경이 캄보디아와는 다르게
깨끗하고 뭔가 정돈되 있는 듯한 모습이다.
또한 캄보디아에선 보지 못한 택시가 눈에 띈다.
ATM에서 타이 화폐 bat를 인출하고 햄버거와 콜라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페달을 밟는다.
시간을 보니 정오가 조금 지났다.
이곳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아란야프라텟까지는 약10km거리.
오늘은 아란야프라텟에서 숙박을 하기로 짐짓 결정하고 달린다.
국도변에 펄럭이는 타이 깃발.
타이 민족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태국에 들어서니 도요타,혼다,닛산등 고가의 일본차들이 쌩쌩거리며 지나간다.
캄보디아와 마찬가지로 90%이상이 일본 브랜드이다.
일본차가 가격대비 좋긴 좋은가 보구나.
현대,기아,대우등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동남아 시장에서 좀더 분발해야 할 듯..
태국은 캄보디아,베트남,한국과는 다르게 영국처럼 왼쪽 방향 통행 나라이다.
항상 오른쪽으로 달리다가 왼쪽으로 달리니 조금 어색하지만
넓직한 태국 국도의 갓길이 마음을 한결 놓이게 한다.
아란으로 향하다가 국도 변에 한 리조트를 스쳐지나갔는데 꽤 괜찮아 보여서 들어가 본다.
굳이 아란까지 가서 도시내의 게스트하우스 보다는
도로변의 넓직한 리조트도 괜찮을 거 같아 가격을 물어본다.
리조트의 이름은 'CHAISUK HOTEL'
방값이 에어콘이 딸린 방이 270BAT(약 8달러)
300바트 불렀는데 겨우 30바트 깎았다.
조금 과한거 같긴 하지만 또 사실 그리 비싼가격도 아니고 무엇보다 정갈하게 꾸며진 리조트의
넓직한 정원이 마음에 들었고 조용해서 쉬다가기 좋은 거 같아 OK하고 체크인한다.
이곳이 내방 베란다.
사진속의 의자에 앉아 맥주마시며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방에서 영화도 보고 혼자 사색에 잠겨 담배도 피우고 하며 이곳에서 무려 4일간이나 머물렀다.
하루밤만 자고 다음날 바로 갈려다가 이곳 리조트의 평화로움과 한적함에 매료되 퍼지고 만 것이다.
방은 요렇게 생겼다.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그런 컨디션.
방이 꽤 넓어 자전거는 안에 들여다 놓았다.
사실 에어콘은 굳이 필요가 없었지만 이곳엔 모든 방에 에어콘이 설치되 있어 어쩔 수 없었다.
리조트안을 서성이듯 산책을 해본다.
뒷편으로 조그마한 버려진 듯한 느낌의 그런 연못이 있었다.
연못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리조트라 주변에 식당이 있을까 걱정하며
저녁을 해결하러 리조트밖 도로변으로 나가본다.
다행이 리조트 바로 맞은편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아래 사진의 아줌마가 이 레스토랑의 주인
4일동안 거의 모든 끼니를 이곳에서 해결했는데
갈 때마다 과일과 음식등을 서비스로 내어주곤 한 고마운 분이다.
그런데 창피하게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여튼간에 정이많고 넉넉한 마음씨의 친절한 아줌마였다. 미안해요 아줌마 ~
첫날 저녁식사는 새우와 돼지고기 야채등을 볶은 덮밥.
아아 지금봐도 군침이 도는군
요 단발머리 귀여운 꼬맹이는 아주머니의 작은 딸.
아줌마에겐 딸이 두명있는데 나이차가 꽤나는 큰 딸은 방콕에서 법학을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줌마의 남편은 판사라고 하는데 작년가을에
아줌마 부부가 한국여행을 했다고 하며 당시의 사진을 보여준다.
서울과 강원도 설악산,용평 스키장등을 다녀왔는데 '까울리(한국)베리~~ 뷰리풀!"이라며 웃는다.
특히 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산과 스키장의 수북히 쌓인 눈이 인상적이었다고..
이 식당은 아줌마가 혼자 운영하고 남편은 판사이며 또 한국을 패키지로 여행한걸로 보아
태국에서 꽤나 부유한 가정인걸로 추측된다.
꼬맹이가 노트북을 들고와서 아줌마 집안 가족사진과
가족동반으로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시 찍은 사진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노트를 가져와서 더듬더듬 영어로 내게 태국어를 가르켜준다.
영어와 또한 손짓발짓 해가는 아줌마와의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이 쉽지 않았는데
내가 태국어를 배워 대화하는 것이 좋을거 같아 아줌마에게 조금씩 태국단어를 배운다.
리조트에서의 둘째날
태국 국경에 대규모의 재래시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롱크 마켓'이다.
바로 지아옥 빌리지에서 만난 김쑤로 부부가 장사를 하는 그 시장이다!
잔뜩 흐린 날씨였지만 혹시라도 김쑤로 부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롱끄 마켓을 찾는다. 허나 이 사장은 규모가 엄청나서
(방콕의 짜뚜짝 주말시장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타이의 거대한 시장)
1시간여 동안 시장을 샅샅이 뒤지고 상인들에게 김쑤로 부부를 아냐고 수소문하였으나
결국 김쑤로 부부를 찾는데 실패하였다.
다시 만난다면 지아옥 빌리지에서의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는데.......
너무나 아쉬웠다.
리조트로 돌아와서 감자칩과 맥주를 마시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읽는다.
이곳은 너무나 고요해서 여유가 둥둥 떠나니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마법같은 리조트다.
밀린 여행기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지만 것도 귀찮아서 공포영화 '디 아더스'를 보고 잠이든다.
이렇게나 한적한 곳에서 밤에 '디 아더스'를 보니 그 여운과 전율이 배가 되어 잠을 설치고 만다 -_-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이곳에서는 반복되는 일상이다.
기상해서 밥먹고 책읽고 또 밥먹고 영화보고 맥주마시고 빈둥대나 잠들고....
물론 식사는 항상 친절한 아줌마 레스토랑에서.....
오늘 저녁은 특별히 치킨과 맥주.
치킨만 주문했을 뿐인데 야채볶음과 과일까지 서비스로 준다.
이방인에게 넉넉한 인심의 타이인들이다.
아줌마가 잠깐 기다리라더니 방에 들어가서 태국 도로전도를 꺼내온다.
군데 군데 조금 찢긴 부분이 있는 지도였는데 손수 테잎으로 붙여서 내게 선물해준다.
내겐 너무나도 고맙고 유용한 선물이다.
그외에 아줌마가 새까맣게 탄 내 팔을 보더니 팔토시를 선물로 주었고 볼펜,노트등도 선물로 주었다
떠나기 전날에는 서비스로 참치샐러드와 파파야샐러드, 오리고기요리까지 서비스로 내준다.
아줌마 덕분에 캄보디아에서 빠진 살이 이곳에서 회복되고 말았다!
커푼~~캅!(감사합니다)
떠나기전날 마지막 밤
기상시간을 새벽6시로 맞추고 잠을 청하였지만 이상하게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새벽에 잠깐 잠깐씩 선잠이 들었는데 악몽을 꾸워서 이날 잠을 거의 못잤다.
다음날 새벽6시 알람소리를 뜬눈으로 듣고 만 것이다.
잠을 못자 머리가 띵하고 당연히 컨디션도 안좋아 하루 더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언제까지 이곳에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마음을 다잡고 페달을 밟는다.
잠을 못자니 당연히 컨디션도 좋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라이딩하면서 중간중간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았다.
정오까지 약 50여km를 순탄하게 라이딩 하였지만 그 이후에 사고가 발생한다.
방콕을 정확히 199km남겨놓고였다.
자전거 오른쪽 짐받이를 고정하는 볼트가 정확히 반토막 나 버렸다!!!
짐받이를 고정하는 부분이 떨어져서 짐받이가 덜렁덜렁 거렸다
패니어와 45리터 배낭을 짐받이에서 들어내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자전거 본체와 짐받이를 연결하는 볼트에
무리가 가서 그런지 볼트가 반토막이 났고 볼트의 반은 잠받이에 반은 프레임이 박혀있다!
아아 이럴수가..일단 짐받이와 프레임에 굳건히 박혀 있는 볼트를 빼냐야 되는데 쉽지가 않을 듯 하다.
도로변에 식당이 있어 일단 식당으로 들어가 콜라로 목을 축이고 냉정하게 생각해본다.
짐받이를 고치지 않고 방콕까지 가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이다.
짐받이를 이곳에서 고쳐야 하는데 이런 도로변 시골마을에 고칠 수 있을지가 회의적이다.
일단 위사진의 청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식당청년의 삼촌뻘되는 사람이 자기가 한번 해보겠다며
"노 프로블럼!"이라고 자신있게 외친다. 그러고 나서 자전거를 가지고 아저씨의 집으로 향한다.
내가 자전거 뒷바퀴를 분해하고 아저씨가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드릴로 자전거 프레임에 박힌 나사를 뚫을려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 영 못 미덥다.
한 10여분간을 낑낑거리는 소리와 윙~~윙~~거리는 드릴소리가 울린다.
볼트가 어찌나 단단히 박혀있는지 드릴의 못부분이 무러져 버렸다.
아저씨도 오기가 생겼는지 드릴못을 더 가늘고 날카로운 것으로 바꾸고
계속 시도하지만 이러다가 프레임을 뚫을 것 같다.
아저씨에게 고맙지만 이만 괜찮다고 말하고 다시 자전거를 조립한다.
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이제 결론은 하나다. 자전거를 고칠려면 방콕까지 가야만 가능하고
나는 여기서 어떻게든 방콕으로 가야한다. 45리터짜리 배낭은 어깨에 매고
패니어는 덜렁거리는 자전거 짐받이에 다시 붙여서 고속도로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처음 해보는 히치하이킹..조금 긴장도 된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한손을 들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한다.
영화 'INTO THE WILD'에 나오는 크리스처럼..
차가 몇대 그냥 지나쳐 간다. 어떤 차는 못태워줘서 미안하다고 비상 깜빡이를 매너있게 켜준다.
하지만 고작 5분쯤 지났을까 거대한 트럭이 멈춰선다.
"yes!!"
재빨리 트럭 앞으로 뛰어가서 손짓발짓으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트럭기사는 두분이었는데 방콕근교 수완나폼까지 간다면서 그곳까지는 태워줄 수 있다고 한다.
아아 감동이다.
자전거를 트럭 짐칸에 싣고 로프로 묶고 배낭과 패니어도 모두 짐칸에 둔다.
고맙습니다!!! 기사님들!!!
이렇게 큰 트럭은 처음 타본다.
위기상황이 닥치긴 했지만 이렇게 하나 하나 헤쳐나가니 자전거가 고장나긴 했지만 기분은 썩 괜찮았다.
자전거가 아닌 트럭을 타고 방콕으로 향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지 않은가!
수완나폼까진 약 3시간가량이 소요됐다.
그동안 잠깐 휴게소에 들려서 감사의 표시로 캔커피 한잔씩 기사님들께 대접하고,,
사실 영어가 안통해 이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다.
내가 태국어를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여기는 방콕 근교 수완나폼..
수완나폼은 국제공항청사가 있는 곳이라 방콕에선 그리 멀지 않다. 약30~40km거리.
배낭을 어깨에 매고 패니어 2개는 짐받이에 그대로 부착한다.
짐받이 한 쪽 부분이 위태위태하긴 하지만 조금만 버텨달라는 심정으로 방콕으로 향한다.
방콕이 눈앞이다!!!
그래도 밥은 먹고 가야겠지..끼니 걱정할 필요없게 만드는 수많은 방콕의 노점상중 한곳에서 밥을 먹고
수완나폼에서 방콕으로 출발한 시간이 약4시경..
방콕 카오산 로드까지 6시전엔 도착하겠지 생각했는게 왠걸...
내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갔다. 방콕은 내 상상이상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도시였던 것이다.
방콕시내에 진입해서도 한참을 헤맸다.
그리고 문제는 악명높은 방콕의 시내교통! 저녁시간이 되니 차들로 도로가 마비가 되어
그 사이를 헤쳐나가는 것이 고역이었고 복잡하게 얽힌 방콕의 도로에서 지도도 없이
카오산 로드를 찾는다는 것이 어찌보면 무모한 일이었다
길을 잘못들어 위험하게 고가도로에서 라이딩도 하고,
이리 묻고 저리 묻고 겨우겨우 밤9시경에 카오산 로드에 도착했을땐
완전 녹초가 되어 게스트하우스에 그냥쓰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어찌됫든....
드디어 방콕이다! 없는게 없는 방콕! 배낭여행자에겐 너무나도 완벽한 도시 방콕!
3년만에 집에 온 듯한 안도감이 든다.
CHAISUK 리조트에서 잠받이 고장난 장소까지 라이딩 거리: 51.2km
수완나폼에서 방콕 카오산 로드까지 라이딩 거리: 39.5km
Home:cafe.naver.com/freebirdmode
Mail:freebirdmode@gmail.com
INTO THE WI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