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태국에서 눌러앉고 싶어요. - 피피의 밤.
낮시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면 늘 돌아오는 고요한 밤.
특히나 바이킹리조트는 저녁시간이 되면 로맨틱한 작은 bar로 탈바꿈한다.
붉은빛이 살짝 감도는 은은한 노란색 조명에
몇 장 안되는 CD가 계속해서 돌아가 이제는 노래들까지 외워버린
레게음악, 국적불명의 이국적인 음악 또는 어쿠스틱기타 연주음악이
리조트 앞에 작게 펼쳐진 바이킹해변의 섬세한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손에 쥐어진 beer Chang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 어디서도 쉽게 느끼지 못할 로맨틱한 분위기.
하지만 이런 리조트의 아름다운 저녁 시간도
매일 반복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가 있다.
여행이라는 특성때문에
똑같은 일들을 반복해서 시간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고 싶기에)
특히 나같이 변덕심하고 입짧은 아해들에겐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들도 좋지만 무언가 화끈한 시간을 갈구하기에
이럴때면 저멀리 불빛 반짝이는 타운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사실 오늘 하루는 낮시간 내내 바이킹에서 뒹굴거렸기에 더더욱.
오늘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건
모두들 그냥 쉬고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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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바로 Fun Park의 가방소동을 마무리 짓고
그 끔찍한 콜드샤워(ㅠ.ㅜ) 후 세상모르게 곯아떨어져있던 바로 어젯밤,
끝나지 않은 저주의 결정판
왕비호오빠의 끔찍한 전갈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켄지켄죠님의 여행기를 읽어보신 분들 잘 아실겁니다.)
난 그 때 그 큰 소란이 있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 채 잠을 자고 있었다는...
여하튼 어젯밤의 그 사건으로
하루종일 리조트에서 반쯤 정신나간 표정으로
그 덥디 더운 털달린 농구화를 신고 연신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왕비호오빠와
(이 농구화 이야기도 잘 아시죠? ㅎㅎㅎ)
그 곁에서 어쩔줄을 몰라하는 켄지오빠를 보느라
당췌 하루가 가는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하루 이렇게 마무리 할 수는 없는 노릇.
왕비호오빠가 하루빨리 어제의 그 충격에서 벗어나게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쯤
바이킹이 뭔가 분주하게 느껴짐을 감지한다.
오늘 밤 다같이 타운으로 밤을 즐기기위해 나간다는 소식.
바이킹에서 일하는 스태프, 그리고 손님들까지
원하는 사람들 모두들 참석하라 한다.
오예!!!
안그래도 몸이 근질거렸는데 잘됐네!!!
켄지오빠와 왕비호오빠도 꼬시고
늘 술자리에선 어디로 사라졌는지 통 볼 수 없었던
상덕오빠와 Jin이도 함께 나가자고 꼬셨다.
이렇게 해서 모여든 멤버는 열다섯 명 정도.
바이킹 롱테일보트에 다함께 몸을 싣고
약속이나 한 듯 각자 손에는 맥주 한 캔씩을 들고 타운으로 향했다.
타운에 가까워오자 해변에 넓게 펼쳐진 여러 bar들에서 나오는
여러 종류의 음악들과 화려한 불빛들에 심장도 쿵쾅거린다.
짧은 회의끝에 선택한 오늘의 첫 번째 장소.
타운 한 가운데에 위치한 live bar, 롤링스톤즈.
local band의 연주가 꽤 수준있는 곳.
bar에 도착하니 이미 자리는 안에도, 밖에도 full.
우리는 인원이 많은 관계로 밴드의 음악이 잘 들리고 보이지만
좌석은 아닌 계단에 나란히 정렬.
밴드는 우리 귀에 익숙한 신나는 rock'n roll이나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정통 rock음악들을 연주했다.
술 한 잔 마시며 편하게 앉아 음악을 듣기에 딱 좋은 장소인 듯.
자리를 꽉 채운 서양인들은 신나는 라이브 음악에 춤도 추고~~
우리들은 아직 그리 취하지 않았기에 음악들으며 술만~~
여자들끼리 사진도 한 장 찍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냐, 레오나, 나, 아가.
(아냐와 아가는 폴란드에서 온 처자들로 피피를 여행하다
바이킹이 좋아 잠시동안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로
우리가 머무는 동안 켄지오빠와 왕비호오빠의 사랑을 독차지 함. ㅋㅋ)
그리고 내 앞에 앉아있던 환상의 콤비.
어쩜 이렇게 티셔츠도 맞춰입었는지.... ㅎㅎ
잘 읽어보면 이 둘은 스태프가 확실하단다.
(STAFF SURE)
하하하... 이거보고 뒤에 앉아 얼마나 웃었는지....
역시 이 두 오빠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환상의 짝꿍인가보다.
자, 여하튼 이제 음악도 충분히 듣고 술도 한 잔씩 마셨으니
이제 다시 다른 bar로 출발해볼까?
다음 우리를 책임져 줄 곳은
로달럼베이에 위치한 IBIZA.
역시나 해변에 울려퍼지는 신나는 음악에 꽉 찬 사람들.
우리는 한쪽에 자리잡고 원형으로 모여 앉았다.
이미 취기가 오른 사람들은 춤을 추기 시작하고
의자에 앉아 술을 먹던 우리들 갑자기 게임이 시작된다.
무언의 판토마임 게임.
그런데 이 게임.... 은근 중독성있다.
말이 필요없으니 힘들게 영어쓸 필요없고 그저 필요한 건 뻔뻔함뿐이다.
근데 정말 신기한 건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르고,
누구하나 이걸 하자고 말한 적이 없이
어느 순간 모두가 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게임의 방법은
그저 누군가가 가상의 공을 만들어 공을 가지고 놀다가
앞에 아무에게나 던져주면 그걸 받은 사람은
그 가상의 공으로 혼자 이런저런 마임을 하다가
또 다른 사람에게 던져주는 그런 게임이었다.
술이 어느정도 거나하게 취한 우리들.
어느덧 이 게임에 더 취해있다.
켄지오빠와 왕오빠는 왕년의 댄서였음을
댄스를 섞은 그 화려한 마임동작에서 과감히 확인시켜 주었고
어째 그 모습을 바라보는 폴란드의 두 처자,
아냐와 아가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너네들도 한국 남자들이 얼마나 매력있는지 알았지??)
다들 영어로 이야기 할 때엔 그저 딴청만 피우던 두 오빠들.
이제 몸으로 이야기하는 타임이 오니 아주 지들세상이다. ㅋㅋ
모든 사람을 제압하는 화려한 몸놀림으로 한국남자의 매력을 실컫 발산한다.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진다. ㅎㅎㅎ
그리고 오빠들에게 살짝 귀뜸해준다.
[오빠들, 아냐와 아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오빠들을 보는 눈빛 이거이거 보통이 아닌데??
한번 같이 나가서 춤추자고 해봐요~~]
그러자 오빠들, 폴란드의 미모의 두 여인네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너무나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같이 춤추자고 한다.
그 모습이 그저 귀엽고 웃긴다.
그리고는 그 4명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춤추는 저쪽으로
춤을 추러 유유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다음은...... 모르겠다.
그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난 사람들과 함께 바이킹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착장에서 보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이미 선착장에서 보트를 기다리고 있는 두 오빠들을 만났을 뿐이다.
그것도 폴란드 처자들은 어디갔는지 없고 단 둘만 쓸쓸히 남겨져 있는.
[오빠들! 어떻게 된거에여? 아냐랑 아가는 어딨고 오빠들만 있어요?
내가 그렇게 기회를 만들어 줬건만...]
그러자 돌아오는 켄지오빠의 쓸쓸한 대답.
[아니, 같이 춤춘 것까진 좋았는데 말이 안통하니까...
같이 말없이 춤만 추다 걔네들 다른 외국 남자들하고 얘기하다
그넘들이랑 가버렸어요...]
아놔~~
이건 또 뭥미???
그러게 영어공부 좀 하셨었으면,
조금만이라도 하셨었으면 이렇게 꿔다놓은 보릿자룬 되지 않았을거 아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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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랑 회원님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어 다같이 영어공부 합시다.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바이킹 보트에 올랐고
오빠들은 시커먼 바다를 바라보며 아무말 없이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