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WATER] 고래찾아 바다속으로 3박 4일!-마지막날
짧지만 길었던 오픈워터 코스의 마지막날, 아침 일찍 다이빙을 나갔다가 오후배로 푸켓으로 나가야 해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채비를 했다. 짐을 챙겨 히포로 가는데 카바나의 멋진 수영장이 어찌나 눈에 밟히던지...첫날 룰루랄라 한 이래, 소금기 빼는(...) 용도로 전락했던 불쌍한 수영장이다. 다음에 오면 꼭 수영장을 원없이 이용하고 말리라!!
영차영차 짐을 끌고 히포로 갔더니, 강사님이 영어로 된 무시무시한 종이를 내놓으신다. 평범한 한국인답게 급 쫀 우리에게, 바쁜 와중에도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시는 강사님의 도움으로 화이트칠 범벅이지만 무사 작성! ..........저 불안한 영어주소로 자격증이 오긴 올까?-_- 신청서의 하이라이트, 사진을 내미는데......손이 차마 나가질 않아!!!
쭈삣쭈삣거렸더니 강사님이 괜찮아요, 얼른 주세요~ 하시더니, 결국 내민 사진을 보고선 박장대소하신다.
"푸하하하하-누구세요?"
내 이럴줄 알았어ㅠㅠ
"이거 여기서 찍으셨죠? 여기 사진이 좀........그래요ㅋㅋㅋ 대신 아무도 안보는 교육생 자료에만 이거 붙이고 다른데는 여권사진으로 붙여드릴게요."
강사님 머리에 급 후광이!!! 이를 박박 갈며 사진관을 10초간 저주해주고 다시 강사님에 대한 샘솟는 존경심~
신청서를 작성하고 귀여운 로그북을 받고 좋아하는데, 다른 교육생 언니들이 도착했다.
"어제 시험 잘 봤어요?"
에헴, 이제 우린 당당하게 답할 수 있다!
"음하하- 우리 둘다 붙었어요~~"
우린 살벌했던 어제와는 달리 물공포증도, ㅅㅅ병도, 시험 걱정도 떨쳐버리고 여유롭게 배에 올랐다~ 배 뒷전에서 사진도 V하고 찍어주는 센스! 게다가 오늘은 어드밴스드 코스 교육생 언니 하나랑 펀다이빙 한분, 스위스에서 왔다는 훈남 청년 둘까지 함께해서 대인원이 배에 탔다. 뭐.....그래도 배가 워낙 커서 텅텅 비긴 했지만;
어제는 눈에 안들어왔는데 배에 타면서 보니까 톤싸이 오른쪽에 정박해 있는 배들중에 절반은 노란색 하마호들인 것 같다. 슬쩍 강사님께 "저거 다 히포거에요?"하고 여쭤보니, 강사님이 난처한 웃음을 지으신다.
"사장님이......배 욕심이 좀...... 많으세요. 배만 나오면 사시고, 페인트칠도 맨날 하고, 아주 끔찍하게 아끼신다니까요~ 어제 제가 배에서 맨발로 다니라고 말씀 드렸죠? 신발신었다가 바닥 페인트칠 벗겨지면....."
어익후~ 강사님 표정만 봐도 그 다음을 알겠다. 어째 배들이 번쩍번쩍 하더라니. 며칠 있었더니 사장님 덩치랑 안 어울리는 큐트함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노란색에, 하마에, 동글동글 글씨체에, 엄청난 깔끔함에...... 뭐어 나도 좋긴 하지만 거친 사장님의 모습과 좀 안어울려서 웃기다.(설마 사장님이 이거 보시고 버럭하시는건 아니겠지이이;;;)
리브어보드에서 우리배로 옮겨싣고 오늘은 강사님도 잘 챙겨서(?) 부릉부릉~ 첫 다이빙 포인트는 피피 원데이 투어에서 자주 가는 비다녹. 어제보다 배가 작아서 멀미가 날지도 모른다는 말에 열심히 멀미약도 챙겨먹고, 시선은 먼 바다를 바라보며(어제 필기시험 끝났다고 여유있게 적용하는 모습~ 겔겔겔) 30여분을 달려 비다녹에 도착!
그..근데 이건 무슨 캐리비안베이도 아니고 파도가....파도가ㅠㅠ 일단 입수하긴 했는데, 강사님들도 심각한 얼굴이시다. 풍덩~하는 순간 배에서 저만치 밀려날 정도로 심한 조류와 무료 캐리비안베이 파도풀까지!! 일단 헉헉거리며 미리 떠계신 강사님쪽으로 이동했다. 강사님은 언니랑 내 손을 꼬-옥 잡아주시며(슬프지만 우리 둘이 손을 잡게 했단 얘기다-_-;) 들어가서 버디 잘 챙기고 꼭 함께 헤엄치라고 신신당부하신다. 그저께의 모습과는 달리 이제 언니는 믿음직한 버디! ..........실은 나보다 훨 낫다ㅠㅠ
이제 조금은 능숙하게 이퀄라이징을 해가며 들어갔더니 우와- 톤싸이 베이랑은 비교도 안되는 화려한 산호밭이 펼쳐져 있다. 우기에 거센 조류로 시야가 5m 정도밖에 안되지만 멀리 볼 필요도 없이 눈앞에 보이는 산호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오늘은 얕은곳에서 시작해서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확실히 깊은 곳으로 갈 수록 다양한 산호와 열대어들이 보인다.
언니와 손을 잡고 강사님 뒤를 따라 여유롭게(!) 유영하던 중, 팔에 계속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느낌이 든다. 벌레인가 싶어 팔을 들여다봐도 물밖에 없고, 이게 말로만 듣던 감압병인가 해서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뛴다ㅠㅠ 일단 참고 헤엄치다보니 괜찮아지긴 했으나,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이 감압병(...)의 정체는 잠시 후 배에서 밝혀진다;;
다시 유유히 헤엄치던 찰라, 언니가 팔을 당기며 한쪽을 계속 가리킨다. 음음?? 손끝을 따라가보니........
우와~!!! 상어다 상어다~!!!!!!
히포 프로모션 광고에도 올라와있고,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오파드 상어다!!! 점박아~!!!!
산호초 아래 모래바닥에서 특유의 맹~한 얼굴로 자고 있는데, 배에는 무려 빨판상어까지 붙어있다. 강사님은 우리에게 손짓하시며 상어 코앞까지 다가가셨지만, 중성부력이 부실한 우린 1m쯤 떨어져서 지켜보는 걸로 만족했다. 사실 계속 상어만 쳐다보고 싶었으나, 강사님을 따라가는 오리발이 차마 떨어지질 않는다ㅠㅠ
내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두근두근했던, 역사적인 상어와의 첫 만남. 강사님이 상어랑 거북이를 볼 수도 있지만, 너무 기대하진 말라고 하셔서 아예 생각도 안했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이 순간의 감격은 로그북에서도 볼 수 있다.↓
..........뭐어......초딩수준의 그림이지만, 아무튼 저때는 엄청 감격해서 로그북 정리하면서 열심히 그린거다!ㅡㅜ
상어를 만나고 좀더 깊은 곳으로 헤엄쳐가다가 강사님이 잔여 공기량을 묻는 수신호를 하신다. 계기를 봤더니, 헉- 90바? 들어온지 얼마 안됐는데?! 언니도 비슷하다. 강사님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주머니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 위로 띄우신다. 오~ 저게 말로만 듣던 소세지구나. 강사님이 다른 교육생 언니들을 데리러 가신 동안 안전정지를 하며 소세지를 들고 있었더니 금새 배가 머리위로 보인다. 수면위로 나왔더니, 심한 너울때문에 배에 타다가 부딪칠까봐 강사님들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출렁이는 배에 여차저차 타고, 비록 30분의 짧은 다이빙이었지만 녹초가 된 몸을 뉘였다. 어제 50분 정도 다이빙에 오늘 쓴 만큼의 공기를 썼으니, 조류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만하다. 게다가 한 언니는 수상한 바다생물에 찔려 다리가 팅팅 부었고, 한 언니는 코에서 피가 주륵;;; 우..우리 오픈워터인데. 누가 보면 40m 대심도 다이빙 했는줄 알겠다;;;
다들 지쳐서 슈트도 대충 벗고 2층 의자에,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잠시후 올라온 스위스 청년이 우릴보고 놀랐지만, 이제 훈남이고 뭐고 얼굴에 안들어온다ㄱ- 원래 비다녹에서 핀피봇을 배우려 했는데, 예상외의 조류로 다음 포인트에서 배우기로 했다. 좀 정신이 들고 아까의 따끔거림이 궁금해져서 강사님께 여쭈어봤더니............눈에 보이지 않는 해파리란다. 난 감압병인줄 알았다고 강사님께 실토했더니 푸하하-웃으신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는게 감압병밖에 없으니 어제 다이빙 끝나고 머리가 띵-한 것도 감압병이냐고 강사님께 물어봤고, 오늘 해파리건도 감압병이냐고 했으니 강사님이 웃으실 수 밖에ㅠ 30m까지 내려가기 전엔 어림도 없다고 강사님이 비웃으신다. 쳇~ 시험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래요!
한시간정도 배에서 휴식을 취하고 눈을 떴더니 로싸마 베이 근처다. 정부에서 만든 인공어초가 있다는 포인트 이름은 '테이블 코랄 시티'. 수백만 마리의(뻥) 물고기를 볼 수 있대서 기대기대♡ 이번 포인트는 조류도 전혀 없고 휴식도 취했겠다 순조로운 다이빙을 하고 있었는데, 다이빙 끝무렵, 마지막 하이라이트 인공어초를 눞앞에 앞두고 오른쪽 귀가 이퀄라이징이 안됐다. 여행기에서 사람들이 이퀄라이징이 안돼서 엄청 고생했단 소릴 보긴 했지만, 그냥 귀 좀 아픈 걸 갖고~ 했는데......죄송합니다 선배님들ㅠㅠ
진짜 귀가, 거짓말 안보태고 고막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강사님에게 귀에 이상있다고 신호를 보냈더니 잠시 상승해서 다시 이퀄라이징을 하란다. 다시 하고 내려갔더니 또 아프다. 나때문에 계속 멈춰있는 언니에게 미안해서 다시, 다시 시도해봤지만 여전히 한쪽 귀는 뚫리지 않았다. 결국 이퀄라이징은 실패하고 상승하고 말았다ㅡㅜ 강사님도 어쩔수 없죠-하시곤 거기서 그냥 배로 올랐다. 마지막 다이빙인데......눈앞에 인공어초를 두고 그대로 올라오려니 속이 쓰리다...
에이, 다음에 또 오란 신의 계신가보다!!!
배로 올라왔더니 아까 아팠던 게 거짓말처럼 귀는 멀쩡했다. 거참... 인체의 신비로세;;; 그래도 계속 안아프니 다행이다~
마지막 다이빙을 끝내고 나니 12시 반. 2시에 푸켓으로 나가는 배 시간에 대려면 가자마자 물만 끼얹고 짐을 싸서 나와야 한다. 부두에서 정든 다른 언니들과 헤어지려니 섭섭했다. 기운도 좋지, 다른 언니들은 바로 배를 빌려서 스노클링 투어를 나갈 준비를 한다. 다음에 피피에 갈 때 또 만났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지:)
잠시 배를 기다리면서 남는 시간에 강사님들과 사진도 찍고, 지난 며칠간 정든 히포를 눈에 담았다.강사님들과 찍은 사진도 올리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웃통벗은 강사님들이 너무 많으신 관계로 패쓰ㅋㅋ 대신 유일하게 옷을 제대로 입고 계셨던, 엄청난 동안이신 히포의 마스코트! 그리운 김강사님 사진을 올려본다. (혹시 김동하 강사님 이 사진 보시면: 강사님, 이 사진 진짜 잘 나와서 올리는거에요~ 최민수 닮으셨다니까요?!)
바쁘신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친절하신 김강사님과 몸짱강사님, 선착장까지 배웅해주시며 친절하게 배까지 찾아주신다. 다음에 꼭 다시오라고 손을 흔들며 사라지시는 강사님들의 뒷모습이 벌써 그립다. 푸켓에 호텔만 안 잡아놨어도 며칠 더 있는건데...... 피피에서의 4일이 이렇게 짧고 순식간에 지나갈 줄 몰랐다.화창한 날씨에, 배에 오르기 전 바라본 피피 앞바다는 어찌나 맑고 푸른지.
지금 글을 쓰는 중에도, 피피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선착장의 푸른 바닷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잠자는 바닷속의 상어를 만나러, 정겨운 히포 사장님과 강사님들을 만나러 이번엔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따러 갈테다! ..........이미 틈만 나면 언니 꼬시는 중이란 건 비밀! 겔겔겔~~
오늘 문득 히포 홈피에 들어갔다가 우리 교육때 함께하시던 보조강사님들이 이번 강사시험에 합격하신 걸 보고 정말 반가웠다! 음, 이름을 보니까 머릿속에 몸짱강사님, 이천희강사님이 파바박 떠오르더라는... 아무튼 축하드려요 강사님!!>_<
이번 여름, 열흘간 긴 태국여행을 했지만, 피피에서의 3박 4일의 오픈워터 코스가 가장 진한 색으로 남아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오픈워터 교육.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앞으로 알아갈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그리운 피피와 히포다이빙, 하나를 생각하면 하나가 자연스레 생각나는 그리움으로 여름날의 추억 한켠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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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올리는, 게다가 마이너틱한 오픈워터만 주제로 잡은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느슨한 절 채찍질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ㅠㅠ 다음 여행기는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주제로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간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