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작은 마을, 빠이 6.
2009. 08. 08
현재시각
09 : 00 PM
이제야 화장을 마치고
옷을 고르기 시작한다.
'급할거없어! 만약 내가 늦어 그가 가버린다면..
그건 우리 인연이 거기까지인거지...'
머릿속에 담긴 낯선 외국인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제멋대로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었다.
09 : 10 PM
...
'그래도 이건 예의가 아니잖아!
그래..나쁜 사람은 아닌것 같았어....
기억해!
가려던 사람에게 말건건
너였다구!'
부랴부랴 가방에 이것저것
무엇이 들어가있는지도 모르게
허둥지둥
걸어나갔다.
조금 빠른걸음으로
게스트하우스들을 지나고
마지막 모퉁이 앞에선
어느샌가 경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 Little Chang ]
창밖에서 보기에 가게 안은 한산했다.
어색하게 한걸음 들어 서서 그를 찾았다.
없다!
없어.
가버린 걸까?
오지 않은 걸까?
일단 밖에서 최대한 잘보이는 자리에 앉아
카페라떼 한잔을 주문했다.
'그래....인연이 아닌가보네..
뭐..바엔 혼자가면 되지..
가서 친구를 만들어보는거얌!'
달달한 라떼를 마시면서
다시한번 혼자임을 느꼈다.
빠이에 밤은...
도심의 헤드라이트같은 화려함이 아닌
잔잔한 강가의 반딧불같은 청초함을 갖고 있었다.
어딘선가 흐르는
올드팝..
나를 더 감상에 젖게 만들고 있었다.
다시 한모금..
'그가 다녀갔나 물어볼까?'
다시 한모금.
'게스트하우스 주변을 어슬렁거려볼까?'
'이 바보! 어글리코리안 같으니라고!
시간약속을 지키는건 기본 매너라구!!!!'
예쁜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잔에
향긋한 라떼는
반쯤 차 있었다.
"헤이~! 공주님!
미안해~!! 내가 쫌 늦었지??!!"
익살스런 표정에
조금은 익숙한 노랑머리 외국인이
조개 발 사이로 차르르 차르르
얼굴을 빼꼼 내민다!
나도모르게
방긋
미소가 피었다.
"음~향기가 좋은걸?!
맛있어?"
"응. 달콤해!"
"여기 같은걸로 한잔 줘요!"
그를 위한 따뜻한 라떼가 한잔 더 나오고
꼴깍꼴깍
라떼가 줄어들때마다
"음~"하는
감탄사를 섞어가며
자신이 왜 이렇게 늦었는지
또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하고 있었다.
그는..
"알람을 맞춰놨는데 너무 피곤해서 못들었나봐!
일어나니깐 9시더라구!
그래도 공주님을 만나러 가는데 샤워는 해야하잖아!
정말 미안해!"
라떼 향기가 솔솔 코끗을 간지럽히는 동안
내내
그는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해대고 있었다.
마치 이야기가 멈추면
어색할까봐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마침내
커피잔이 뽀오얀 바닥을 내비치고
"아직 파티에 갈 시간은 이른거 같은데..
우리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내 친구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거든.
그리로 가볼래?"
"응 좋아!"
일어서서 라떼 값을 계산하려했다.
물론 내것만...(여긴 외국이니깐..게다가 그 사람은 [더치]니깐)]
"어! 잠깐만!
널위해서 내가 사고 싶어! 내가 늦었잖아!"
카운터에 여주인이 살짝 웃으며
내돈은 받지 않는다.
"괜찮은데.."
"아냐!
한국에서 온 공주님을 위해
내가 내고 싶어!
와줘서 너무 고마워!"
이상하다..
그는 [더치페이]에 본 고장 네델란드에서 왔는데..
여튼..맥주는 내가 사지모..
이렇게 우리는
[ Little Chang ]을 나섰다.
가게 마다 울러퍼지는 통기타 소리를 쫒아 쫒아
성큼성큼
그렇지만
내 발걸음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는 나를 어딘가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