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WATER] 고래찾아 바다속으로 3박 4일!-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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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WATER] 고래찾아 바다속으로 3박 4일!-둘째날

민트고래 7 981
둘째날의 오픈워터 취득기는 한마디로 요약해서 '언니의 수난시대'정도가 되겠다.

광란의 밤이 지나고, 어제의 폭풍우는 거짓말처럼 피피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언닌 기절해서 소리도 안들리고 잤다는데, 난 뒤척이다 퀭~한 눈으로 비척비척 일어났다ㅡㅜ 창가에 요렇게 새도 날아들고,
b0049778_4a9fb8774408a.jpgb0049778_4a9fbd8e9795c.jpg경치는 참 좋은 방인데 말야...... 

조식을 빵빵하게 먹었더니 기운이 솟아서 아침부터 룰루랄라 상큼하게 로달람 만을 거닐었다.
b0049778_4a9fbebd9b28e.jpg고요한 아침의 로달람 만을 즐기며 히포까지 슬슬 걸어가고 있을때,
어디선가 살랑살랑 나타나는 고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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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눈치보며 후다닥 달려가는 고선생이 아니라, 슬금슬금 다가와 내 다리에 몸을 비비적거리더니, 급기야 꼬리로 다리까지 살랑 감고 지나가신다. ↓꼬리의 움직임에 주목!
b0049778_4a9fbface2169.jpgb0049778_4a9fb8fd6748d.jpgb0049778_4a9fb9292f4f6.jpg귀...귀여워!!! 얼굴을 슥슥 쓰다듬어 줬더니 아예 내 다리에 찰싹 붙어서 같이 걸어온다. 이러다간 히포까지 함께할 기세! 히포로 꺾어지는 골목에서 아쉽지만 고선생과 바이바이했다.

샵이 막 문을 연 꼭두새벽에 우리가 히포로 달려간 이유는!!! ..............어제 열나게 공부한 거 까먹기 전에 아침에 시험보려고...
강사님께 오늘 아침에 시험보면 안되냐고 말씀드렸더니, 슬그머니 말끝을 흐리고 어디론가 도망가신다. 우리 정말 자신있다니까요?! 아무리 절규해도 강사님은 돌아오지 않으셨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빨리 보고 뒹굴려고 했더니만...쓰읍;

그리하여 오전은 화창한 햇살아래 꿈에도 그리던 카바나 수영장에서 뒹굴뒹굴~
b0049778_4a9fb971ad98e.jpg일단 사장님 빽으로 방도 해변의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는 저-쪽 구석으로 옮겼고,
바람에 떨어지는 꽃도 줍고,
b0049778_4a9fbd15dfbd5.jpg수영하다가 그늘아래 오픈워터 책(...)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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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화라 좋구나-

점심은 가볍게 히포 옆골목 노점에서 닭고기 캐슈넛 볶음으로 해결하고, 샵으로 가서 장비를 탈부착을 배우고 하나씩 챙기는데...챙기는데...이..이걸 메고 걸어가라굽쇼?! 크앙- 배낭보다 무거운 걸로 봐선 15kg은 가뿐히 넘어가는 것 같은데, 내리쬐는 뙤약볕에 카바나 앞 해변까지?!!

다행히도 언니랑 나를 포함해서 교육생 4명이 모두 여자였던지라, 우리의 멋진 김동하 강사님이 배려를 해주셨다. 이름하여 리어카~ 사실 리어카는 우리가 끌고 가도 되는데 강사님이랑 이천희 다이브마스터님(....역시 이름은 까먹었고 패떴에 이천희를 닮았다고 다들 이천희 강사님이라 부르다 입에 붙었다;;)이 끌어주셨다.
b0049778_4a9fbde1f2e52.jpg그래도 계단에서 해변까지는 메고 휘적휘적 걸어가야 했다ㅠㅠ 허리에 맨 벨트는 납덩이처럼 무겁고...납덩이 맞군-_-

드디어 물에 들어간 순간 어깨가 가벼워지며 급 기운이 솟는다! 그랴... 장비들고 걷는건 체력단련의 일종이구나...

밖에서 볼 때는 투명하던 물이, 물속에 들어가서 보니 의외로 시계가 뿌옇다. 이래서 우기/건기가 성수기를 나누는가보다. 처음엔 호흡기로 호흡하는게 익숙치 않아 목도 따갑고 구역질도 나서 DVD에서, 강사님에게서 그렇게 주의를 들었음에도 자꾸 물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안된다 손짓하는 강사님이 밉기도 하고... 그래도 조금 있으니 익숙해져서 그럭저럭 지나가는 물고기도 보이고 두근거리던 심장도 가라앉았다.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강사님 시범을 보며 부력조절, 마스크 물빼기 등등을 따라하고 있는데, 언니가 수신호를 보낸다. bbb ←이 수신호는 위로 가자는건데? 거기다 손을 제자리에서 좌우로 흔들흔들. 자세히 보니 얼굴이 패닉상태다! 급히 다들 상승하고 물에 둥둥 떴다. 언닌 울먹울먹하며 숨쉬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30여분을 물에 있었는데도 물이 너무 무서워서 더는 못하겠단다. 으아....내가 언니 수영할 줄만 알면 된다고 끌고 왔는데 이렇게 무서워할 줄이야...

일단 언니는 다이브마스터님이랑 샵으로 돌아가고 우린 나머지 교육을 받기로 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됐다. 여차저차 셋이서 짝호흡, 호흡기 찾기 등을 끝내고 몸이 으슬으슬 떨릴 때쯤 올라왔다. 실은 내가 춥다고 해서(수신호 최고!! 꼭 배워야 된다-_-b) 마지막 지친 다이버 끌기는 못하고 그냥 나왔다.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롱비치 쯤 걸쳐있는 무지개를 보고 탄성을 질렀는데, 혹시 지쳐서 헛것을 본건 아니었겠지?

뭍으로 올라온 순간 느껴지는 쇳덩이들......꾸엑! 납덩이는 골반뼈를 파고 들고, BCD는 젖어서 천근만근이다. 사랑하는 리어카에 장비를 내려놓고 샵으로 가면서 강사님께 언니의 향후 일정에 대해 상의하다가 사장님 등장! 어디서 언니가 포기했단 소릴 들으셨나보다. 어떻게 가르쳤길래 물이 무서워서 제한수역에서 포기하냐며 강사님께 노호성을 지르신다ㅠㅠ 그러더니...

"저녁때 친구 샵으로 보내!"
"네,,넵?;;"
"나랑 얘기좀 해야겠어!"

사..사장님 호출인가!! 언니 지못미;;; .......난 버럭하면 쫀단말야.

카바나로 돌아갔더니 언닌 호텔에서 음침하게 불도 안켜도 이불 뒤집어쓰고 있다. 어...언니....
여기다 대고 사장님 면담 얘기하면 울 것 같아서 토닥토닥 위로하고 있는데, 이때 호텔방에 울리는 전화벨소리!

"헬로~"
"히포 사장입니다."
"헉; 사..사장님?!"
"친구분 바꿔요."

나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아까 버럭보다 더 오싹하다;

전화기를 붙들고 급 굳어서 네, 네 하던 언니. 통화를 마치고 세상 다 산 얼굴로 돌아보며 하는 말이,

"사장님이 나 지금 당장 샵으로 오래......혼자ㅠㅠ 같이가줘 고래야~~~~"

어익후~ 드디어 호출이구나;;;

둘이 손 꼬옥-잡고 벌벌떨며 샵으로 갔더니 구석 의자에 앉으라고 하시는데, 테이블 하나 놓고 바로 맞은편엔 야차같은 얼굴의 사장님이, 그 뒤엔 샵의 모든 강사님들이 일렬로 포진해 계신다. 이..이거 취조실아냐?!;;;

사장님은 그간 히포를 거쳐갔던 언니보다 더한 다이버들의 이야기들을 주~욱 나열하시며, 언니에게 심적으로 압박을 가하셨다. 그래도 꿋꿋한 언니의 소심한 한마디. "전 그래도 물이랑 고기가 너무 무서워요;;;"

사장님, 이젠 강사님들을 닦달하신다. "물이 무서우면 안무섭게 만드는게 강사가 할 일이지!!" 강사님들은 도매금으로 엮여서 혼나시는구나ㅠㅠ

이 때, 언니의 맘을 돌려놓은 사장님의 결정적 한마디! "공주님이구만~ 내가 아가씨처럼 예쁜 아가씨들이 다이빙 잘 하는걸 못봤어!" 오오-사장님 여심을 아시는군!

이러시더니 내게 비수를 꽂는 다음말, "지금까지 처음부터 다이빙 잘하는 아가씨들 중에 미인을 못봤어. 아가씨같은 공주과는 다들 처음에 다이빙을 무서워하더라고."..............이러면서 왜 절 힐끔 보셨어요?! 저 뒤끝있는 녀자에요!!T^T

쳇쳇쳇- 난도질된 내 심정은 어찌됐건, 사장님의 장장 1시간에 걸친 간곡한 설득으로 언닌 내일 아침 7시 반, 몸짱강사님과 개인교습을 받기로 했다. 살떨리는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듯 또다시 야자수가 휘청이는 폭풍우가 몰아쳤다...

호텔로 돌아와, 난 잊을 수 없는 사장님의 충격발언에 베개를 물어뜯고, 언닌 내일 아침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이렇게 피피에서의 하루가 또 저물어갔다.

-to be continued!
7 Comments
핑크솜사탕 2009.09.04 21:27  
꽃 너무 이뻐요~~♧ 제대로 휴식을 취하셨네요!! 캬 사진보니까.. 모니터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싶네요 ㅋㅋㅋㅋ
민트고래 2009.09.06 23:25  
저때만 평화로웠답니다ㅋㅋ 그 뒤로는 수영장에서 소금기만 빼고 나왔어요ㅡㅜ
jasonmraz 2009.09.04 23:45  
히포 사장님 카리스마가 아주 그냥!!! ㅎㅎㅎ
결국 언니도 무사히! 오픈 워터 취득하셨겠죠? ^^
저두 피피 타운 둘러보면서 히포 다이빙 슬쩍~ 지나쳐 갔는데
웃통 벗고 계신 한국 강사님들 넘 멋지더라구요 하하하!!
민트고래 2009.09.06 23:26  
사장님 카리스마 쥑이시죠~ ....강사님도 (몸)짱!!! 겔겔겔;; 다음날 언니의 대변신 기대해주세요♡
핑크솜사탕 2009.09.08 23:38  
셋째날 여행기는 언제 올라오나요..기다려봐도 소식이 없어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민트고래 2009.09.23 00:56  
꾸준히 여행기 올리시는 핑크솜사탕님께 부끄럽습니다ㅡㅜ 그동안 일이 좀 바빠서 이제야 올렸네요. 부족한 여행기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해서 이번주에는 남은 하루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슈가파우더 2009.10.12 20:43  
저두 피피섬에서 다이빙 배우려고 하는데 ㅋㅋㅋ 너무 잼있어요. 특히 마지막부분 ㅎㅎㅎ 근데 장비가 그렇게 무거운가요? ㅠㅠ 허리가 아프면 못배우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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