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작은 마을, 빠이 4.
"여기서 제일 맛있는 레스토랑이 어디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이말에
그도 조금은 놀란 눈치다.
경계하듯 길 모퉁이에서
자신을 피해 살짝 비켜서며 묻는말에도 경계를 하던
키작은 까만머리 동양인 여자가
자기가 묻는 말에 대답하는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무엇인가 묻고 있는것이다.
과장스럽게 푸른 눈을 치켜 뜨며
또 조금은 호기심에 찬 미소를 지으며
" 아! 물론알지. 그런데 내가 설명해도 찾아가기 힘들꺼야!
내가 널 그곳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마치 기사가 공주님을 에스코트하듯
자신의 팔을 내밀어
팔짱을 끼라는 시늉을 한다.
잠시 고민!
그의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와
튀어나올듯이 크게 뜬 눈동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슬며시 팔짱을 꼈다.
그리곤 눈을 마주쳐 살짝 웃어주었다.
"그래~ 웃으니깐 훨~씬 예쁘다.
니 이름은 뭐니?"
"현미"
"횬미?"
"아니, 현미!"
"아~숀미!"
그래 내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어?
어설픈 발음으로 몇발자국 옮기는 동안 계속해서 내 이름을
아니 내 이름에 가까운 단어를 내뱉는 그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니 이름은 뭔데?"
"Jochem"
"요함?"
"no! Jochem"
"요캄?"
.
.
.
요함과 요캄의 중간 쯤 되는 그의 이름을
나는 길 모퉁이를 도는 동안 잊어 버렸다.
또 다른 모퉁이를 돌아
반짝이는 하얀 조개로 만든 발이 창문에 걸려
차르르 차르르 기분좋게 울어대는
자그마하고 예쁜 식당에
그는 날 데려갔다.
"여기 내가 손님을 데려왔어요!
한국에서 온 공주님이세요!"
그는 그곳 주인과
그곳 입구 문턱에 앉아
낮부터 맥주를 마시고 있는
유럽친구들에게
과장스레 나를 소개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모습이 왠지 푼수같아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다.
살짝 눈이 마주친 내게 윙크를 하고
그는 나를 자리에 앉혔다.
"여기 음식 다 맛있으니깐 맛있게 식사해!"
"응. 정말 고마워."
"응. 너랑 같이 밥 먹고 싶은데, 난 지금 너무 피곤해!
어제 밤새도록 파티에가서 아침까지 술을 마셨거든!
그래서 난 지금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잘꺼야!"
"그래. 정말 고마워~!"
" 참! 넌 숙소가 어디니?"
"나? 뭐더라..."
숙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가 만난 곳에서 멀지 않아!"
"아마 우린 이웃사촌인거같다!
또 볼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다음에 보면 같이 밥먹자!"
"그래. 잘가~잘자!"
눈부신 웃음을 머금고
커다란 손을 연신 흔들어대며
그가 레스토랑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참 유쾌한 외국인이네..
메뉴를 보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한참을
차르르 차르르
조개알 소리가 간지러워 바라본 창문에서
익숙한 눈망울을 마주쳤다.
잠시 놀란 시늉을 한 그가
다시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곤
"있지.
오늘 밤에도 바에서 파티가 있는데,
난 친구들하고 가기로 했거든.
너도 심심하면 같이 갈래?"
"그래, 좋아!"
더이상 심각하게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난 빠이에 혼자 왔고
어쩌면 지금이 이 낯선 곳에서
친구를 만들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 친구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혹은 강아지이든 고양이든
이미 벌써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 그럼 9시에 이 레스토랑에서 다시 보자!"
"좋아 그때봐!"
"그래 잊지마 9시!"
"응"
"진짜 안녕~"
"안녕!"
혹시 레스토랑을 찾지 못할까봐
점심을 먹고 나서는 길에
손바닥에 빨간 볼펜으로 그 레스토랑 이름을 썼다.
[Little Chang]
그날 내 여행일기장엔
[숙소를 나와서 한가로이 걷는 길에 한 외국인이 말을 건다.
홀란드에서 왔다는 두글자 이름의 남자.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9시에 만나서 함께 바에 가기로했다.
나쁜 친구는 아닌것 같다]
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 나는
여행 내내 여행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써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여행일기는 저 기록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채워지지 않았다.
저는
[Little Chang]에 그를 만나러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