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30일차 (태국 -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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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30일차 (태국 - 방콕)

광팔이 0 819
2002년 10월 11일 (태국 - 방콕)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또 하루 관광일정이 늦어지게 됐다. 무앙보란에 같이 구경갈 사람을 못구해서 이날은 나 혼자 가야 했다. 떠나기 전에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할 아유타야와 방파인을 둘러보는 일일투어를 마루투어에서 티켓을 예매했다. 10시 30분경에 숙소를 나와서 밥을 사먹고, 랏담넌 거리의 버스 정류장에서 511번 버스를 기다렸다. 30분 정도 지나서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방콕 특유의 교통체증은 여전했다. 약 두 시간 정도를 가다보니까 빡남이 나왔다. 내가 무앙보란 갈거니까 내려야 할 곳을 알려 달라고 차장에게 부탁했다. 빡남은 방콕 시내를 벗어난 변두리 지역이다. 파타야 가는 방향이다. 내린 곳은 현지인 시장 들이 밀접한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 읍내 비슷한 곳이었다. 거기서 무앙보란 으로 가는 썽태우를 탔다. 20분 정도 가다가, 무앙보란 입구에 하차. 오후 1시 40분 경에 도착한 것이다. 만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시간에 떠났다면, 이미 관광을 다 마쳤을 시간이다. 여긴 오후 6시경에 문을 닫으니까, 좀 서둘러서 둘러 봐야 할 것 같았다. 입장료를 50밧. 자전거를 빌려서 공원안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자전거 대여료는 시간에 관계없이 무앙보란을  하루 관광하는데 50밧. 무앙보란을 관람하는데는 최소 100밧이 든다는 얘기다. 큰 공원안을 걸어서 보는 것 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보는 것이 훨씬 편하지 않겠는가.

무앙보란은 태국 전역에 널려있는 왕궁과 사원, 갖가지 불교유적들을 크기만 축소시켜 놓은 공원이다. 여기 땅 자체 모양도 태국의 땅 모양이다. 방콕에 있는 왕궁터 모형, 아유타야의 방파인 궁, 나컨시탐마랏의 불탑등 다양하다. 사이드에는 잔디가 깔리고 나무가 심어져 있고 아스팔트 길은 아니지만, 흙바닥 길이 나름대로 잘 트여 있어 자전거를 타고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불탑과 누각, 이상한 괴물 모양의 조형물들이 있는데, 그것들의 자세한 이름과 의미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른다. 그런건 별로 중요치 않다. 그냥 내눈에 보이는 대로의 느낌이 중요할 뿐이다. 두 어 시간 정도 둘러 보다가 기념품 가게가 있어서 좀 윈도 쇼핑좀 하는데, 현지인 상인들이 이거저거 좋다고 사라고 권해본다. 때마침 다른 친구들에게도 줄 선물이 생각났다.

그래서 뭐가 좋을까 고르다가, 어제 월텟에서 샀던 젓가락 세트가 생각났다. 그걸 사주면 딱 좋겠다. 이거는 어제 샀던 것 과는 달리 젓가락에 덮개가 없다. 하나에 150밧씩 부르는 걸, 깍아서 4세트를 400밧에 샀다. 3세트는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한 세트는 내가 가져가야지. 밥 먹을 때, 라면. 국수 먹을 때  그걸 써서 태국 향수병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무앙보란 안에는 연못이 많고, 그 연못 위에 중국식 정자를 지어 놓아서 운치 좋고 멋있다. 그리고, 무슨 요괴 같은 것들, 이상한 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호수 위에 떠 있는게 있었는데, 그게 제일 인상적이었다. 이날은 관광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한적한 분위기 였다. 서양인들도 별로 없었고, 가족단위로 나들이 온 현지인들 몇몇 뿐이었다. 공원 사이드로는 콘크리트 담장과 그 뒤에는 철쪼망이 가로막고 있었다. 공원 규모는 제법 큰 편이다. 좀 초라한 듯 하지만, 나름대로 잘 꾸며놨다. 기념사진 촬영 하기도 좋고, 태국에 있는 유적지들을 한 번에 대강 맛을 보기에 괜찮은 곳 같다. 카오산에서 단체 일일 투어를 이용하지 말고, 대중교통수단(시내버스, 썽태우)을 이용해서 개별적으로 방문 하는 것이 비용도 훨씬 싸고 좋다. 다만 방콕 시내의 심한 교통체증, 정류장마다 일일이 정차하는 시내버스라 오래 걸리는게 단점이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서 출근 시간 시작되기 전에 출발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시간을 벌 수 있다. 나는 늦게 일어나서 거의 점심시간 다 되기 직전에 출발해서, 하루를 다 보냈다. 아침에 일찍와서 점심때까지 관광을 다 마쳤으면, 오후에 방콕 시내에 그동안 안가봤던 곳(로하브라삿, 왓 쑤탓, 왓 뜨라이밋 등...)을 한번더 둘러 볼 수 잇었는데... 이번에 못가봤던 데는 군대 전역하고, 2년 2개월후에 다시 왔을 때 가야 겠다. 오후 내내 자전거 타고 돌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다 훓어보고,  오후 5시 40분에 무앙보란 관광을 마치고 나왔다. 매표소앞 Information Center에서 카오산으로 가는 법을 물어보니까, 그걸 설명해 놓은 쪽지를 건내준다. 여기에 적힌 약도대로 여기 건너편에서 썽태우를 타고 번화가까지 나가서 아까 511번 버스에서 하차 한 곳과는 다른 곳에서 버스를 타라고 한다. 썽태우 요금은 편도 5밧씩. 굉장히 싼 편이다. 카오산으로 돌아가는 길도 퇴근시간이라 엄청 막혔다.

카오산에 돌아왔을 때는 거의 밤 9시가 다 됐다.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인데, 그냥 보낼 수 만은 없었다. 같이 나이트나, 팟퐁 같은데 쇼보러 갈 사람이 없었다. 1층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마루투어 주인 아저씨를 만난 것이다. 그 분과는 이번 여행을 떠나기 직전, 종로의 '개미와 배짱이'에서 열렸던 태사랑 9월 정모때 한번 뵈었다. 주인 아저씨가 내 여행기를 읽어보고, 엄청 웃었단다. 껄걸 웃으면서 '광팔이란 놈이 너였구나' 한다.
한국에 잠깐 갔다가 얼마전에 태국으로 돌아왔단다. 조만간 이곳 마루투어는 문을 닫을 것이란다. 장사가 생각만큼 잘 안돼고, 수익이 별로 안남아서, 이거 그만두고 여행사를 개업해야겠다고 하신다. 일주일 후에 마루투어는 문을 닫았다. 홍익인간, 만남의 광장과 더불어 카오산에서 값싸고, 한국인에게 유용한 숙소이자 여행자 쉼터 였는데...
무얼 하시든 부디 잘 됐으면 좋겠다. 내가 다음날 밤 비행기로 귀국한다니까, 좋은데가서 쌩섬 한잔 하면서, 재즈를 감상해 보자고 한다. 이 아저씨는 재즈 마니아 였다. 쌩썸은 자기가 살테니까, 택시비만 내라고 한다. 우리가 간 곳은 전승기념탑이 있는 아눗싸와리. 'Saxophone' 이라는 재즈바였다. 헬로에도 추천업소로 소개된 곳이다.

 술한잔 하면서, 현지인 밴드와 보컬의 재즈공연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쌩섬들을 많이 마시는데, 그건 태국식 럼주다. 거기다 콜라와 얼음을 섞어서 마시면 향도 좋고, 부드러워서 잘 넘어간다. 쌩섬 한잔에 감미로운 재즈 음악, 보컬의 파워풀한 가창력. 아주 분위기 좋은 곳이다. 여기 손님들도 대부분이 서양인들이다. 금요일 밤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진난 2001년에 태국 왔을때는 마지막밤을 혼자 뻘줌하게 팟퐁가서 스트립쇼 걸들한테 성추행 당해가며, 어설프게 에로틱한 나이트 라이프 였다. 이번에는 그래도 마지막 밤을 멋진 재즈로 좀 뭔가 있어 보이게, 예술적으로 마무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분위기가 좋아 술이 참 잘 받는다. 이번에도 RCA 나이트 클럽은 못가서 아쉽게 됐지만, Hard Rock Cafe도 가고, 싸무이섬에서는 크리스티 게이바도 가보고, 좋은데는 다 갔다. RCA는 전역 후에 가보는 걸로 하겠다.

낮에는 무앙보란 역사 공원 관광, 밤에는 'Saxophone'바에서 향기로운 쌩섬 한잔과 멋진 재즈음악으로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 지출내역 : 1631 B
아유타야, 방파인 일일투어(마루투어) : 400밧
아침겸 점심식사(물 쌀국수) : 60밧
저녁식사(치킨 라이스) : 30밧
이날 사마신 물, 음료수, 간식 : 80밧
교통비(무앙보란까지의) : 511번 버스 왕복 35밧 + 썽태우 왕복 10밧 = 45밧
무앙보란 : 입장료 50밧 + 자전거 대여 50밧 = 100밧
7-eleven :  치약 23밧 + 티슈 13밧 = 36밧
1회용 카메라(Flash) : 480밧
젓가락 세트 4개(무앙보란 기념품점) : 400밧
아눗싸와리까지의 왕복 택시비 : 50밧 * 2 = 10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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