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간의 태국 여행-풀문 파티를 제대로 즐기는 법, 꼬 팡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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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간의 태국 여행-풀문 파티를 제대로 즐기는 법, 꼬 팡안

필리핀 4 5258
  꼬 따오에서 다이빙 수업을 마치고 잠시 갈등이 생겼다. 아예 이참에 어드밴스 코스까지 할 것인가를 두고. 그만큼 다이빙의 매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풀문 파티가 이틀 후이다. 다이빙은 다음에도 배울 수 있지만, 풀문 파티는 이번을 놓치면 다시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보름 후에는 나는 태국을 떠나야 하고.
  풀문 파티는 지금부터 10여 년 전, 태국 동부의 섬 꼬 팡안에서 시작된 음주가무 파티이다. 꼬 팡안의 핫린 해변 남쪽에 있는 ‘파라다이스 방갈로’ 라는 숙소 주인이 매달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여행자들을 위해서 개최한 이벤트였다. 처음에는 그저 조그만 해변 파티였던 것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되었다. 매달 보름달이 뜨는 음력 보름을 전후해서 개최되는 이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서 적게는 수천 명, 많은 때는 1만 명의 사람이 전 세계에서 꼬 팡안으로 몰려든다.
  일단 풀문 파티에 참석하기로 한다. 그 후에 다시 꼬 따오로 와서 어드밴스를 할 수도 있으니까. 다이빙 강사 한 분이 자기도 당일치기로 풀문 파티에 갈 거라고 한다. 꼬 따오의 생활이 너무 단조롭다면서 뭔가 생활의 변화가 필요하단다. 
  태국 동부는 아일랜드 호핑(섬에서 섬으로 다니면서 놀기) 하기에 딱 좋다. 꼬 따오, 꼬 팡안, 꼬 사무이 등 각기 다른 특색으로 무장한 섬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꼬 따오는 다이버들을 위한 섬이고, 꼬 팡안은 배낭 여행자를 위한 섬, 꼬 사무이는 약간 럭셔리 하게 놀 수 있는 섬이다.
  꼬 따오와 꼬 사무이 사이에 있는 꼬 팡안은 풀문 파티로 유명한 곳이다. 게다가 인근의 다른 두 섬에 비해 물가도 싸서 배낭 여행자에게 무척 인기가 있다.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자 많은 썽태우 삐끼들이 ‘택시, 택시’ 하면서 호객을 하고 있었다. 통쌀라 선착장에서 풀문 파티가 열리는 핫린 해변까지는 1인당 50밧. 내가 가지고 있는 2000년판 ‘헬로 태국’에 적혀 있는 것과 변동이 없는 요금이다. 그동안 다른 지방의 물가는 상당한 변동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배낭여행자다. 트렁크족은 볼 수가 없다. 연령대도 20대 전후인 것 같다. 엽록소처럼 푸르게 솟아오르는 젊음을 감당 못할 나이이다. 통쌀라에서 핫린으로 이동하는 길은 산길. 오르막과 내리막, 급커브 길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은, 그래서 원시와 은둔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15분 정도 달렸을까. 핫린에 도착했다. 나는 재빨리 배낭을 메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그동안의 여행 경험으로 보아 풀문 파티와 같은 세계적인 축제를 앞둔 여행지의 숙소 사정은 최악이다. 꼬 팡안의 경우 텐트에서 자기도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이틀이나 일찍 온 것이 아닌가. 텐트는 한국에서 물리도록 자봤기 때문에 노 탱큐다.
  그런데 의외로 쉽게 방을 구했다.(뒤에 만난 어느 한국 여행자는 나보다 하루 일찍 왔는데 방 구하느라 3시간을 헤맸다고 한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이다.) 내가 체크인 한 곳은 phangan bay shore resort. 아주 깨끗한 욕실 딸린 선풍기 룸이 1박에 300밧. 꼬 따오나 꼬 사무이의 숙소에 비해 시설이 훌륭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정원도 아주 넓고 발코니에는 해먹까지 달려 있다. 무료 세이프티 박스도 있는데 자물쇠를 준비해야 한다.
  팡안 베이 쇼어 리조트는 해변에 밀접해 있으면서도 주위에 유흥시설이 없어서 아주 조용한 곳인데 해변과의 거리에 따라서 방값이 다르다. 내 방은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곳(그래봤자 걸어서 1분도 안 걸린다)에 있는데, 해변과 가까운 곳은 500밧 이상이다. 개인적으로 위치, 가격, 시설을 종합했을 때 꼬 팡안 최고의 숙소라고 생각한다.
  여장을 풀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섰다. ‘헬로 태국’이 추천하는 ‘미스터 케이 샌드위치’를 찾아보았다. 그때 나는 태국의 음식에 질려 있었다. 물론 태국의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화학조미료를 무척 싫어하는데, 태국 음식에 들어가는 그 무지막지한 양의 조미료 때문에 그동안 내 혀와 위가 너무 혹사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꼬 팡안에서부터는 거의 양식으로 일관하게 되었다. 
  미스터 케이 샌드위치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인기였다. 역시 인기 있는 집은 맛과 가격, 두 가지 다 만족을 주는 집이다. 이후로 하루에 1끼 이상은 미스터 케이 샌드위치에서 해결했다.
  점심을 먹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해변으로 갔다. 수영복을 입고 보니 내 몸이 가관이었다. 그동안 다이빙을 배우느라 팔목과 다리 정강이, 그러니까 잠수복 밖으로 나와 있는 부분만 까맣게 탔고 다른 부분, 즉 몸통은 하얘서 내가 봐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늘은 만사 제쳐놓고 전신을 태우는 게 1순위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처럼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지.
  다른 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꼬 팡안은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는 남자들이 유난히 많다. 나도 꼬 팡안에 있는 동안 매일 낮에는 웃통을 벗고 돌아다녔는데, 꼬 팡안에서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다니는 이유는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서는 아니고(아마 10%의, 몸이 되는 사람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1. 너무 더워서 옷을 입어봤자 금세 땀으로 범벅된다. 그러므로 입으나 마나다. 2. 세탁비를 아끼려고. 1.의 이유와 연관되는데, 옷을 입고 다니면 하루에 2,3번은 갈아입어야 한다. 그러면 세탁비가 많이 든다. 섬은 세탁비가 육지보다 훨씬 비싸다. 따라서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빨래감 안 만들려고 웃통을 벗고 다닌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데 온몸이 따끔거린다. 10여분 수영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와 보니 온몸이 벌겋다. 다른 사람들도 온몸이 뭔가에 쏘여서 벌겋다. 해변에서 마사지하는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해파리란다.
  음... 수영은 완전히 꽝 났군. 할 수 없이 싸롱 펴고 썬크림 바르고 누워 몸을 태우기 시작한다. 다른 때는 어떤지 모르지만, 8월의 꼬 팡안 핫린 해변은 수영하기엔 최악이다. 해파리가 무척 극성이고, 수많은 배들이 들락거려서 바닷물의 상태도 안 좋다.
  그날 저녁 나는 해변에 나가보고서 왜 꼬 팡안에서 풀문 파티가 열릴 수밖에 없는지를 깨달았다. 풀문 파티가 열리는 핫린 해변은 동쪽을 향해 있다. 그 해변에 달이 뜨면 얼마나 크고 밝은지. 마치 온 세상을 향해 주술을 걸고 있는 어둠의 정령 같은 모습이었다. 특히  보름달은 얼마나 크고 밝은가. 해변 전체를 대낮처럼 밝히는 그 황홀한 빛, 광휘는 감동적이었다. 이런 달 아래서 미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풀문 파티는 이틀 뒤였지만, 이미 파티는 시작되어 있었다. 해변에는 온갖 휘장과 조명으로 장식한 노천 바들이 늘어서 있었고, 각각의 바마다 테크노, 힙합, 락 등의 최신 음악이 온 해변을 쩌렁쩌렁 울리는 대형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꼬 팡안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밤마다 해변에 나갔었다. 풀문 파티 당일 밤보다 그 하루 이틀 전이 피크였다. 풀문 파티 당일은 너무나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지나다니기도 불편할 정도로 해변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꼬 사무이, 꼬 따오 등에서 당일치기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기 때문이다. 풀문 파티 당일, 이른 저녁부터 핫린 해변은 수많은 긴 꼬리 배들로 북적인다. 인근 섬에서 풀문 파티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태우고 오는 배들이다. 컴컴한 밤바다를 가르며 휘황하게 불을 밝힌 해변을 향해 수십 척의 배들이 앞 다투어 몰려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풀문 파티를 제대로 즐기려면:
  1. 가능하면 풀문 파티 2~3일 전에는 꼬 팡안에 와야 한다. 그래야 숙소 구하기도 쉽다. 그리고 풀문 파티의 진면목은 당일보다 1~2일 전이다. 풀문 파티 다음날의, 파티가 끝난 뒤의 그 폐허적인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일정에 여유가 1주일 정도 있으면서 풀문 파티 전후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2. 가능하면 하루라도 젊을 때 와라. 아마 금년 8월의 풀문 파티 참가자 중에 내가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보다 많아 보이는 딱 한 사람은 꼬 사무이에서 단체로 온 웬 서양 할머니 한 분이었다. 대부분의 파티객들은 20대 초반이다.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춤을 춰도 지치지 않을 체력, 이것이 풀문 파티 참가자의 첫째 조건이다. 30대에 접어들면 밤새도록 술을 마시거나 밤새도록 춤을 추거나 이 둘 중 한 가지는 잘할 수 있지만 둘 다 잘하기는 무리이다. 풀문 파티를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라도 젊을 때 와서 밤새도록 춤추고 술 마셔봐야 한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싫어한다면, 풀문 파티에 갈 필요가 없다. 풀문 파티는 미칠 것 같은 달빛 아래 밤새도록 술 마시고 춤추는 것을 동시패션으로 하는, 그런 파티이다.
  3. 가능하면 파트너와 함께 오든지, 혼자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와야 한다. 안 그러면 무지무지 심심하다. 물론 해변에서 혼자 술 마시고 춤추다보면 다른 외국인들과 사귈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웬만한 영어 실력이 있어야 한다. 풀문 파티 하루 전날 밤, 내가 술에 취해 혼자 해변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웨일즈에서 왔다는 빅토리아라는 여자애가 내 춤에 반했다며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나는 위의 두 가지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미소 한 방 날리고 빠이빠이 해야 했다. 
  꼬 팡안은 섬치고는 물가가 싼 편이다. 고급 리조트나 고급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장기 체류자들이 많다. 특히 이스라엘 장기 체류자들이 많아서 이들의 집합장소는 항상 소란스럽다. 이틀 정도 있다보면 웬만한 장기 체류자들은 다 만나게 된다. 왜냐하면 장기 체류자들은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점-눈요기 할만한 쇼핑센터-물 좋은 빠를 순례하는 것이 일과이기 때문이다.
  꼬 팡안의 하루 일과는 정오 무렵부터 시작된다.(다른 곳에서는 투어가 오전 7시 경에 시작되지만 꼬 팡안은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그리고 나이트 라이프는 밤 11시~12시부터 시작이다. 아침 7,8시에 해변에 나가 보면 그때까지 술 마시고 춤추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식당들이 24시간 영업을 한다. 젊음을 불태우면서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기는 섬, 그것이 꼬 팡안이다.
 

4 Comments
L 2003.09.20 01:59  
  아.. 미스터 K 샌드위치!!!  정말 정말 종나 맛있져?  저는 그때 하루 두끼를 모두 샌드위치로 때우곤 했답니다. (하루 두끼 먹음) ㅋㅋㅋ    글구 팡안에 12월쯤에 가면 파도도 적당히 높구해서 파도타기 해도 재밌는데.. .. 아악 가구싶ㄸㅏ!!
소나기 2003.10.02 22:00  
  아직도 생각나네요... 샌드위치... 종류별로 다 먹어봤지만 역쉬! 치킨샌드위치가 짱^^; <br>
풀문파티때는 새벽 3시임에도 불구하고 10여명이 <br>
줄을 서 있더군요... <br>
제 앞에 선 만취한 서양인은 분명, 돈을 주지도 않았는데 <br>
돈을 줬다면서 생때를 쓰질 않나... 아무튼... <br>
미스터 케이 샌드위치집은 풀문파티때가 아니더라도 <br>
장사는 될법한 식당입니다... <br>
워낙에 꼬팡안이라는데가 풀문파티가 아니면 <br>
한적한 곳이기에...
할리 2012.05.23 02:38  
이번에 꼬사무이가는데 꼭 가보려구요.
흐헤으헤 2019.12.14 17:34  
ㅏ후기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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