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태국에서 눌러앉고 싶어요. - 로맨틱한 그 이름, BKK와 시로코.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들어가는 길.
날씨도 좋고 바깥 풍경도 모두 그대로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느끼는 내 마음은 저번과는 확실히 다르다.
더 여유로운 듯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초조한 이 느낌은 뭘까...
시간은 똑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는데
내 마음은 더 다급히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아무래도 저번 여행의 아쉬움을
이번에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뭐 어쨌든 난 그렇게 기다리던 태국에 왔고 지금 이 순간 최고로 행복하다. ^^
카오산 로드.
매번 태국 여행의 시작점이 되는 장소.
우선 숙소부터 찾아야 겠다.
성수기가 얼추 끝났으니 방 구하기 어렵지 않겠지, 하고 들어간 뉴씨암3.
But, 방은 전부 full.
그러나!!! 트리플 룸은 남아있단다.
아하!! 마침 찾고 있던 방이 트리플 룸인데~~~
시작부터 순조롭게~~ ^^
옷도 살짝 갈아입어 주시고 카오산 탐방 채비를 한다.
Jin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지 우와,우와하고 감탄사만 연발하고.
(그럼그럼 이것저것 꽤 신기할 것이다~)
그렇게 살짝 한 바퀴만 돌아 주시고
(카오산은 역시 한 바퀴만 돌아도 신기함이 금방 질림으로 변한다.)
꺼진 배를 달래주기 위해 람부뜨리 노점으로 향한다.
첫 식사는 역시 한국에서부터 벼르고 벼르던 현지식. ㅎㅎ
노점에 잘 자리잡고 앉아 beer Chang부터 시켜주시고~
얌운센, 카오팟 그리고 팟타이 주문 들어가 주신다.
Jin이는 연신 맥주가 감동이라며 Chang 예찬하기 바쁘고
상덕오빠는 이맛에 태국에 온다며 태국 예찬하기 바쁘다.
그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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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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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바쁘지 뭐~ 음식 앞에서 말이 필요있나여? ㅎㅎ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인데~~
감동의 첫 식사를 단돈 260밧에 끝냈다.
Jin이는 밥값의 액수를 우리 돈으로 계산해 보더니
특유의 깜찍한 말투로 또 감탄의 over action 들어가 주신다.
[언니가 왜 자꾸 태국에 오시는 지 정말 알겠어여!!!
여기 너무 좋아여!!! 저 정말 잘온거 같아여!!!!]
나... 완전 기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이와 한마음으로 공유한다는 거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그리하여 여행 시작부터 임무완수.
이제 남은 오늘의 스케쥴은 버티고나 시로코에서 야경보기이다.
일단 숙소에 들어가서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사실.... 이 야경보기 스케줄 때문에
오기 전부터 상덕오빠의 고민상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뺀지만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는지
바지는 어떤 것을 가져가야 되느냐, 신발은 어떤걸로,
또 목에 칼라가 있는 셔츠를 꼭 입어야 되느냐느니....
완전 매일같이 고민상담 하더니
결국 기껏 택한 차림은
긴팔 폴로형셔츠, 그리고 청바지에 하얀 운동화였다....
여하튼 모든 준비를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람부뜨리 로드를 가로질러 가는 중
낯익은 face 등장.
바로 켄지오빠와 그의 정신적 지주 왕비호오빠 되시겠다.
솔직히 지금와서 얘기지만
그 오빠들을 다른 때 아닌 이때 마주친 게 천만 다행이다 싶었다.
남들에게 그지같은 모습 보이기 싫은 게 모든 여성의 본능아닐까.
(그리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특히 남성에겐 더더욱... ㅡㅡ;)
낀아라이 정모 때 잠깐 본 적이 있는 켄지오빠지만
(심지어 왕비호 오빤 초면 ㅡㅡ;;)
타국에서 처음 마주치는 내 모습이 멀쩡한 모습이길 바라는 심정.
그거.... 나만 그런 거 아니죠??
어쨌거나 운명아닌 운명처럼 마주친 켄지오빠와 왕비호오빠.
반갑다는 다소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고,
피피 바이킹 리조트에서 만나자는 더욱 형식적인 인사도 마치고
여행 잘하시라는 더더욱 형식적인 마무리 멘트까지 잊지않고
그렇게 헤어지게 된 두 무리.
어쨌거나 반가웠던 건 사실이다.
자, 이제 시로코로 가야 할 시간.
버티고와 시로코 중 고민하다 결정한 시로코.
사실 개인적으로는 앉을 자리가 있는 버티고가 더 좋지만
드레스코드가 시로코보다 더 엄격한 것을 감안해 시로코로 결정.
시로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끊임없는 컨셉질.
운좋게도 엘리베이터를 우리끼리만 탔기에
맘편하게 사진까지 찍는 여유를 부려본다.)
그리고 도착한 멋진 시로코.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런 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오지 못함에 좌절.... 흑.....
상덕오빠는 방콕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냐며
안왔으면 큰 후회할 뻔 했다며 눈엔 눈물까지 그렁그렁하다.
그러기도 한 게 나도 두 번째 오는 시로코지만
왜이렇게 감성적이 되는지
여긴 정말이지 넘흐 아름다운 곳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bar 근처에 야경이 잘 보이는 난간에 나란히 서서
도심 속 유유히 흐르고 있는 짜오프라야강과
그 강을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고층빌딩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비록 그 아름다움의 10%도 제대로 담을 순 없는 똑딱이 카메라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내 작은 손안에 쥐어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또한 야경과 더불어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한 우정샷.
그리고 한 잔 씩 시킨 마티니와 피나클라다를 마시며
분위기에 취하고, 기분에 취하고, 음악에 취한 채
이 작은 행복감을 공유했다.
(번쩍번쩍한 시로코의 눈부신 라이트들로 인해 묘한 사진들을 건지게 됨.)
그런데 이 로맨틱한 곳이 사람의 분위기를 바꿔놓기라도 한 것일까.
사진찍으러 다니기 여념없는 나와는 달리
상덕오빠와 Jin이는 난간에 나란히 기대어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음.... 이상하다...... ㅡㅡ;;
왠지 모르게 끼어들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나 상덕오빠가 Jin이를 바라보는 저 눈빛은
나를 순간 그 둘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100% 확실한 건 이 여행 전까지 저 둘은
함께 일하는 동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 로맨틱한 방콕이, 이 로맨틱한 시로코가
마음 속 무언가를 바꿔놓고 있는 것일까.
음.... 난 그저 모른척 그 둘과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서서
당분간은 다시 보지 못할 저 멋진 야경을 바라봤다.
그러니 아주 자연스레 누군가가 생각났다, 바로 그 미소가.
그리고 더불어 왠지 모를 설레임까지. ^^
두근두근...♡
태국에서 뛰는 내 심장소리.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