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la vida - 2nd day in Bangkok/part 1
지난밤은 꿈이 아니라는듯
"전 어제 많이 울었던 사람입니다" 라고 광고하듯 불어터진 얼굴을 하고..;;
D&D 의 무료 아침식사를 하러 1층으로 내려갔다.
서양사람들 아침은 잘 안먹는다더니,
아침은 나랑 고양이 둘이 먹고 있었다.
내가 내려간 시간이 7시 30분 쯤이었고, 식사를 마친게 8시 즈음이었는데..
아침식사 시간이 9시까지인걸 감안하면 정말 적은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있었다.
-오늘은 여행객답게 왕궁을 보러가자!-
라고 마음을 먹고, 아침을 먹고 주섬주섬 옷을 다시 입었다.
어제 미처 못마신 생수를 한병마시고, 선글라스도 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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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태국은 생각만큼 덥지 않다고 약 3분간 생각했다;;
3분뒤 등을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느끼면서..
-덥긴 더운나라네..- 라고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ㅎㅎ
"태국" 책의 카오산 주변지도를 보며 씩씩하게 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쯤되면 사면 코끼리가 나와야되는데...
어라..민주기념탑 일세;;
-헤매러 온것이니 혼자 짜증내지 말자- 는 생각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BACK BACK BACK.
사실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나는 여행을하러 직장을 떠났고, 오늘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며
내가 가고싶은 곳을 가고, 가다 먹고싶은것이 있으면 먹고-보고 싶은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볼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 하나만으로도 모든것이 이뤄진것 처럼 기뻣다.
-푸미폰 국왕님 안녕하세요, 지폐에서 먼저 뵈었는데 반갑습니다 =)
드디어 '사면코끼리'를 보았다
-아 이제 왕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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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나는 심각하게 방향이나 길을 찾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주 다녀야 하는 길은 아에 외워버리기 때문에
그 길에 새로운 건물이 생기거나 도어(셔터)등이 닫혀서 기억과 다른 모양을 하고있으면
몹시 혼란스러워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다;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왕궁으로 가는길의 복잡 미묘한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익히 우리가 알고있는 :멈춤-빨간인간/전진:파란인간 이 아닌. 그냥 화살표다;
그 화살표 앞에서 건너야하나 말아야하나 혼자 헛웃음을 지으며 고민하고 있을때
보라색옷을 입은 현지인이 와서, 지금 건너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어 길을 건널수 있었다.
"Thank you so much"라고 인사하고 가려고 했는데,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말문이라고 쓰고 "입질" 이라고 읽는게 맞겠다 ㅎㅎ
"hey where are u from?"
"Im from south korea"
"oh really ? u looks Chinese"
-난 짜장면은 좋아하지만, 중국사람 같다는 소리를 처음 들어봤다..-_-
"haha im 100% Korean, anyways thanks for ur help "
"oh wait, where are u going now?"
"Im going to Grand palace"
"awww dont u know? today is BUDDA's Birthday! It's not open!!"
-오호라..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사기삼종세트중 오늘은 부처님의 생일날이로구나 ㅎㅎ
"아 정말? 왕의 생일도 아니고 부처님 생일인데 왕궁을 닫아? 사원을 닫는다면 믿을수 있겠지만..that make no sense"
"날 믿어, 네가 좋은 사람같아서 말해주는거야, 대신 나랑 같이 더 좋은데에 가자"
"응 닫았으면 입구까지 가서 보고 올래, 기왕왔는데 아깝잖아, 정말 가서 닫혀있으면 내가 여기와서 널 다시 찾을게"
"아냐 그럼..좋은 여행해"
그녀는 손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때부터 나는 무단횡단의 참맛을 알아버렸다 ..;
사실 그 사면코끼리 쪽에서 왕궁쪽으로 하얀천막의 가건물 (??) 들이 일렬로 쭉 자리하고 있다.
-음..우리나라에서 팔도음식대잔치..이런거할때 거리에 천막치고 물건이나 음식파는것 같은 그런느낌..
아마 처음오는 사람은
"어이구 그렇구나 부처님 생신이니까 이렇게 뭔가 많이 하는구나" 라고 속을수 있겠다 싶다.
미션 1단계인 "부처님 벌쓰데이" 는 감사히 잘 넘어갔고,
이제 왕궁으로 가는 길목에 수많은 비둘기들과ㅡ 척봐도 여행객인 나를 온몸이 뚫어져라 바라보는
미션 2단계.. "이봐 처녀 비둘기 먹이좀 줘 볼래?" 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5년간의 출퇴근 신공으로 다져진 빠른 걸음으로 다행히 피할수 있었으나
한 할머니가 나보다..더 빠른;;!! 속도로 내옆에 쫒아와서 손에 모이를 쥐어주려 해서
"No thanks!!!" 를 외쳐주고 왕궁에 입성할수 있었다...
아마 내 일정중에 제일 힘든일이 아니었을까..;
무사히 왕궁에 입성하여 티켓을 구매,
다만 반바지라 치마를 대여해 입었다.
입구에 티켓을 제시하고 왕궁 안내가이드를 받았는데..
왜 내게 영문판을 주는거지..???
내 기억에 거기 분명 한글이 있었던거같은데....아닌가?
태국어와 영어가 섞인 가이드북을 읽다가 가방에 꼭꼭 넣어놓고 한숨을 조금 쉬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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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진의 쩍벌동상..;;;;???
나도 앞에서 따라하고 싶었지만
삼각대도 없는 혼자 온 관광객의 불가능한 몇가지일중에 하나.
다음을 기약하고 집에서 혼자 사진을 정리하면서 따라해봤다 ㅎㅎ
왕궁은 정말 화려했고ㅡ 아름다웠다.
한국의 정적인 미와는 사뭇다른 느낌.
하도 금빛이 반짝 거려 나중에는 눈이 시릴 지경이었고
선크림을 잘 발랐다고 생각했는데,
두볼만 빨갛게 타서 지나가는 외국인 아저씨가
"hey are u ok?" 를 물어봐줄만큼 맛있게 익었었다. -_-
에메랄드불상, 안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임으로..
신발을 벗고 안에 들어가 기도를 올렸다.
태국의 신님이 한국어를 들어주실수 있을까 싶어 영어로도 기도했다..
神이 되는것도 쉽지 않겠다..영어기도,독어기도,일본어기도,한국어기도...ㅎㅎ
뭐 자동번역기라도 있으려나 =)?
왕궁구경을 마치고, 너무 더워 녹아버릴것만 같은 느낌에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숙소로 돌아가는길 사면코끼리 앞에서
사기 1단계 "부처님 생일 대잔치" 에 걸려들고 있는 외국인 여성 여행객들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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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솔직히 계속 고민했다.
그래도, 그녀들도 나처럼 직장을 열심히 다니다가 왔을지도 모르는데,
오늘 사기를 당하면 두고두고 속상해 하며 나쁜기억을 가지고 다닐텐데..
...아...모르겠다.
"hey , where u guys going?"
"we'd like to go to grand palace, but she told me it's not open today"
"흠..그냥 가..나 방금 거기서 왔는데 열려있어. 빨리 가 =)"
멀찍이서 내가 다가오는걸 보고 내게 입질을 던졌던 그녀는 자리를 피했고
뚝뚝 기사만 그자리에서 그녀들과 함께 서있었다.
내 말을 들은 그녀들은 고맙다고 활짝웃었고, 나는 다시 숙소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겁도 났고.
한편으론 후련했다.
사면 코끼리 앞의 횡단보도를 건널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태국 아저씨가 날 쫒아오며 말했다.
"you, you know he got mad at you!"
"I know, so what ? they cheat on me first"
"im so sorry, but many Thailand ppl is bad, and u should be careful. if he see u again it's not good"
"I know, Thanks ur advice. but i dont think ill visit here again..
im already went grand palace, so i don need to come here anymore"
"okay okay. that's good for u . and im so sorry about this. have good trip"
"Thanks u sir"
더듬더듬 말하는 영어로도 이해할수 있었다.
내가 엄청난짓을 저질렀다는걸..
혹시 그녀들에게 보석 뚝뚝 투어가 더 좋은 기억이 될지도 모르는것이었고..(그렇지 않기를 원하지만..=)
...흠..
좋은일을 한걸까 나쁜일을 한걸까..
갑자기 뜨거운 햇살속에 머리아픈 생각을 하니 어지러워졌다.
카오산 입구에서 망고스틴 500g을 사고, 숙소로 돌아갔다.
에어컨이 빵빵터지는 숙소에서 망고스틴을 까먹는 감동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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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내주신 문자를 보고, 다시한번 아까 내행동의 무모함에 대해 반성했다.
"딸 믿는다, 알지? 구경 잘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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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행동을 한것 같아요.
물론 그뒤로 왕궁근처는 가지도 않았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배짱이있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ㅎㅎ
태국은 좋은 나라지만,
이런 부분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인터넷에서만 보던일이 나한테도 생기는 건가 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랬어요.
혹시 이제 처음으로 왕궁에 가시는 분이라면
직접 눈으로 가서 보고싶다고 말씀하시고 피해가시는게 좋을것같아요 =)
글을 좀더 쓰고 싶은데, 내일도 출근의 압박이 만만치 않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