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4일 - 26일 커피숍 대화
태사랑 지도를 보여주니 태성이는 우리집은 여기 안 나왔다며 투덜대더니 여기 어디 쯤이라며 지도 밖의 허공을 가리키며 웃는다.
"우리집 꽤 비싼데... 중얼(목소리가 작아서 약간 중얼대는 느낌, 이 아이 말할때의 특징이다.), 집 주소 알려줄까?"
"응, 그럼 여기에다 적어줘"
라고 말하며 난 이러려고 굳이 작은 백에 꾸역꾸역 넣어간 내 몰스킨 다이어리를 꺼내 그 아이에게 건넸다. 덩치는 큰데 펜을 들고 작은 다이어리에 글씨를 쓰고 있는 모습이 꼼지락거리며 발톱을 깎는 곰(이런게 있긴 한거?) 같아서 너무 귀엽다.
"하하, 나 글씨 되게 못 쓰는데..."
"오... 이게 너희 집 주소? 영어로도 써줘. 그리구 니 이름도."
이름까지 영어로 다 쓰고 내게 건넨다.
"근데 니 이름 어떻게 읽어? @%^*...(끄응)"
"@%^* *%^&#^"
"@%^* *%^&#^?"
"오~ 맞아!"
"헤헤~ 니 원래이름이 이거구나."
"너도 알려줘. 니 주소."
"그래 알았어!"
라며 써 주려던 찰나.
중국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외국인 친구들과 몇 마디 나누다보면 딱히 할 말이 없으니 너희집은 한국 어디야? 이런걸 물어본다. 우리집은 경기도 일산이지만 난 그냥 설명하기 귀찮아 늘 서울에 산다고 말했다. 그럼 그냥 보통은 그러냐며 다른 얘기로 이어갔지만 이 아이들은 달랐다. 워낙에 한국 친구들과 긴밀한 사이라 한국에 대해 꽤 많이 구체적으로 알고있는거다.
"그럼 강남?"
"응? 하하~ 아니. 강남이랑 멀어. 넌 어디살아?"
"방콕. 게이코는 오사카 '근처'에 살아. 게이코는 농촌에 살고 우리들은 '수도'에 사는 사람들이야."
라며 엄지를 치켜드는 이 아이.(엄지를 치켜드는 건 이 아이의 버릇 중 하나다.)
그런 아이앞에서 나 경기도 산다고, 경기는 서울 '근처'에 있는 데라고 내가 어떻게 말해. 그래서 이렇게 얼버무리곤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내가 나중에 너한테 편지 써줄게."
"나중에 이메일로 알려주겠다고?"
"아니... 내가 손으로 편지써서 너희집 주소로 부치겠다고."
"오 정말?"
"응! ^^"
호텔에 돌아와서 언니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이렇게 말한다.
"왜? Gyeonggi-do 쓰고 옆에 Seoul, Korea. 이렇게 쓰면 되지."
"아하하... 진짜 그럴걸 그랬나~"
"아니면 한국 돌아가자마자 이사갔다 해."
"오... 좋은 방법!"
BKK의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