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4일 - 24일 카오산 (khao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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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K 4일 - 24일 카오산 (khaosan)

siasiadl 12 3451
카오산까지 오는데 두시간 쯤 걸릴거라더니 30분쯤 지나서, 도착했는데 어디냐고 전화가 온다. 언니와 난 람부뜨리 거리 근처 조용한 커피숍에서 맥주를 시켜놓고 겨우 몇 모금을 마시던 찰나였다. 여기가 어딘지 설명도 못하겠고 기껏 나 보려고 온 아이 헤매게 하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내가 빨리 보고싶고 해서 내가 금방 갈게 기다려,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머리를 한 번 더 만지고 거울을 몇 번 더 본다. 중요한 약속 아니면 잘 안 쓰는 디올 팩트를 꺼내 열심히 찍어바르고 평소에 귀찮아서 잘 안 바르는 립글로스도 바르고 커피숍을 나섰다. 카오산까지 가는 길이 가까운 듯 먼 듯. 어쩐지 긴장이 되서 괜히 언니와 오바하며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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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서 버거킹까지 한 줄 길. 그 유명한 카오산로드다. 경찰서 앞에 도착해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눈은 나쁘지만 태성이는 없는 것 같다. 눈이 아무리 나쁘고 아무리 나빠도 안경을 안 써서 아는 사람도 여러번 모른척 지나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늘 땅만보고 걷지만 태성이는 멀리서라도 알아본다. 중국에서도 그랬다. 전화를 걸었다.

"나 카오산 도착했어. 너 어디야? 나 지금 경찰서 근천데..."
"아 그래? 그럼 내가 그리로 갈게."
"응 알았어. 얼른 와."

아 떨린다......
아, 저기 저 아이다. 태성이다.
존레논 얼굴이 프린팅된 깔끔한 흰색 반팔티에 청바지, 하얀 운동화를 신고 세련된 금목걸이를 하고 오른쪽 손목에는 시계를 차고 왼 손에 디카를 든 멋진 아이가 활짝 웃으며 내게 다가온다. 난 준비했던 인사를 한다. 일단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꾸벅.

"사와디카! 태성, 오랜만이야."
"사와디캅, 정말 진짜 오랜만이야... 오... 이렇게 이뻐진거야?"
"하하, 정말? 너도 진짜 멋있어졌어!"
"하하하..."
"아참, 여기 우리언니. 언니, 얘가 내 친구 태성. 진짜 귀엽지??"

지금 내 옆에 걷고있는 사람은 태성.  이 아이와 함께 나란히 걷는 것도 6개월만이고 눈을 보고 얘기를 하는 것도 6개월 만. 아, 이 모든게 꿈만같다. 날 보더니 되게 어색해하며 머리를 만지작하고 웃는다.

"내가 나오기전에 머리를 막 열심히 만졌단 말야. 근데 이상해서 다시 감고 왔어."
"그렇게 안 해도 멋있는데."
"하하... 아냐~"

이를테면 난 이렇다. 좋아하는 사람은 무조건 좋아한다. 너 너무 잘생겼어. 너 정말 멋있어... 느낀 그대로 표현하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진짜 좋아한 남자들은 내게 별 매력을 못 느꼈나보다. 그래도 어떡해. 난 좋으면 그저 좋다고 밖에 하질 못하는 걸.

2009년 1월 24일, 6개월만에 그 아이를 태국 카오산에서 다시 만났다.

수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의미를 두고 그리워하는 그 카오산이 내겐 오랜 기다림 끝에 이 아이를 다시 만난 소중한 선물같은 곳이 되는 순간. 아 정말 너무너무 보고싶었어.
12 Comments
카와이깡 2009.03.24 00:22  
추카~~
드뎌 6개월만의 종지부를 찍었군여.
카오산서^^
spiral 2009.03.24 00:26  
만남의 ....떨림이 전해져요.....
dandelion 2009.03.24 10:19  
흐흐흐.. 저도 괜히 떨리네요.. 담편이 너무 기대되네요
어랍쇼 2009.03.24 14:45  
꺄~~ ! 짧아요~!! 흥~!!
님의 설레임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 저까지 ""둑은둑은""
태성군(?)과의 럽스토리가 기대되네용^^
Leona 2009.03.24 18:37  
하하...이젠 제가 감정이입 잔뜩하고 볼 차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더군요...앞으로의 많은 얘기들 기다리고 있을께요...^^
★보보★ 2010.04.23 15:42  
레오나님 러브 스토리도 감정이입 되어 보았네요~^^
주80 2009.03.24 18:55  
좋으셨겠어요~~~와~~설레이는 마음~~완전 부럽다고~~ㅠ
spiral 2009.03.24 20:39  
냠냠이님 빨리 다음편 올려주시면 안되요????
siasiadl 2009.03.24 22:04  
하하~, 멋진 분들이 댓글을... 오늘 이치로 웃는거보고 눈 베렸었는데... 감사합니다! 크흑,
어쩌다보니 제가 여기 도배를 하고 있군요. 다른분들 어서 여행기 써주세요!!
파키스탄공주 2009.03.24 22:36  
아어.. 진짜 무슨 인터넷에 연재되는 소설 보는거 같아요. 흥미진진..
보는 제가 다 두근거리네요. 히히
잼나게 읽구 있습니당.
지타 2009.03.26 10:06  
카오산을 사랑하게 되셨겠어요~
bearpaw 2009.03.29 00:14  
아- 소설 읽는것 같아서 저도 설레네요. 저도 태국 남자애랑 비슷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짧게 끝난 거라서 비교는 안되지만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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