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캄보디아 현실감이 전혀 없는 그런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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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캄보디아 <15> 현실감이 전혀 없는 그런 현실.

Hong G. 0 1114
2003년 3월 20일.

모기장이 예쁘게 쳐진 창문 아래 우리가 누워 자는 침대가 있었다,
그 침대 위에서 밤새 선선한 까이베 해변의 바람을 자장가 삼아,
정말 편안하게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던 곤양과 나.
딱히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는 채,(정말 오랜만에)
여유롭게 천천히 꼬창에서의 첫 날 아침을 맞이 하였다.

창문을 열어 재끼니, 이제 갓 떠오르는 태양의 따쓰함이 볼에 스치운다.
이게 정말 살아있는 자연과의 로맨스이구나.
아훔~ 하품을 한껏 해대며, 문을 열었다.
앞집 방갈로에 장기 체류하는 인디언 아저씨는 벌써 일어나서,
무엇을 하고 있다.

아침을 먹으러 가야지.
어제 봐둔, 까이베 레스토랑으로 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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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세트, 정말 푸짐했다. 과일들도 푸짐! 커피는 태국답게 진한맛>.<


메뉴판을 보고, 아침 세트 중에서도 아메리칸 식 아침세트를 시켰다.
뭐 별다를 것 없는 한국에서의 토스트 정도로 생각했다.
근대 이게 왠일, 생각보다, 훨씬 맛도 좋고, 양도 많았다.
특히 후식으로 같이 나오는 푸짐하고 다양한 과일들.
아아, 그리고 아침에 밀크티 한잔.
까이베 레스토랑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눈 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해변을 바라다보며, 여유를 한껏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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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이베 레스토랑 간판과 내부의 모습. 여행 내내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함.


어제 못해본 수영을, 해봐야지.
아침을 먹고 난 우리는 아무런 준비없이 수영복도 없이, 그냥 빠져 들었다.
물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파도도 잔잔했다.
깊은 곳으로 좀더 멀리멀리 나가고 싶었으나,
흐흐흐, 파도에 밀려 떠내려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종종- 앞에서만 재미나게 수영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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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슬슬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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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이베 해변의 모습.


이렇게 정오까지 수영을 하면, 온몸이 화끈 타버릴게 뻔한터,
뭔가 재밌는 것을 찾던 곤양과 나는, 노 젓는 배를 발견했다.
한 시간 대여 해주는 이 노젓는 베는 겉보기에 매우 매력적인 놀이감이었다.
멋 모르고, 노 젓는 배를 대여한 우리는,
까이베 해변 멀리 저 멀리로 노를 저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 근대, 노젓는게 보통 일이 아니지 않은가.
나중에는 팔뚝이 저려오고,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 멋모르고 바싹 익어가는 살들.
그 앞에선, 어떠한 강한 썬크림도 제 몫을 못 해낼 것 이다.
꽤 멀리까지 온 우리는, 잠시 쉬어가자고 노를 놓고, 배 위에 누워버렸다.

그 와중에도 난 일어나서 갑자기 배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배 타고 여기까지 나왔는대, 한번 발이 닿지 않는,
이 깊숙한 해변 한가운대 둥둥 떠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머릿속을 스치운 탓.
그래서 구명 조끼도 입었겠다 이참에 잠깐 내려 갔다오는게 뭐 큰일 나겠느냐는 마음이 동하여,
배 밖으로 겁도 없이 풍덩- 빠져 버렸다.
처음에는 배 끝을 잡고 나름대로 발장구도 치며,
한없이 속이 까만 깊은 수중에 떠 있는 내 자신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오분 정도 지난 후에, 배를 놓고, 수영을 해보겠다고 꼴깝을 떨다.
결국, 파도의 흐름대로 떠나가는 배와 그 역으로 멀어져만 가는 나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드디어 선착장으로부터 아주 먼 해변 위에 둥둥 떠 있게 되는,
실종자 꼴이 될 위기에 처해진 것.
곤양은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저어 내가 있는 곳으로 오려고 했지만,
파도의 방해는 만만치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해 배로 다가가려는
나의 어설픈 수영 실력도 파도에게 이길리 만무하였다.
이러다가 정말 인적드문, 까이베 해변 한가운대서 뜨거운 태양에 얼굴 다 타고,
온몸에 기운 빠져 어디론가 멀리멀리 두둥실 떠내려가다가 암초같은대
텍- 하고 걸려 익사해버리는 것 아닌가 싶더라.

순식간 별별 생각 다들면서.
팔다리엔 힘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분을 난리치다가, 결국 곤양의 엄청난 노젓기 실력으로,
배는 내 가까이 다가왔고,
겨우 난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배 위로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다시는 내가 저 바다로 뛰어드나 보자.
아아 뛰어 들어도 절대 파도의 흐름을 무시하고, 가볍게 수영이나 해볼까란 생각은 말자.
정말, 바다의 힘은 대단하다. 자연의 힘은 상상보다 훨씬 거대한 것 이라고 느꼈다.
그리고나선, 나는 넉다운 되어 버렸다.
결국 노 젓는 일은 곤양이 도맡았다. 이때 곤양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곤양은 어부의 딸! 노젓기 정말 잘한다.
*_*


노젓기로 넉다운 된 곤양과, 생사를 넘어든, 오버액션 하다가 온몸 기운 다 뺀 나.
샤워하고, 나와서 점심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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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과 어니언링을 점심으로~ 가볍게 먹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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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언링 먹을동안, 옆에서 계속 혀를 낼름 거렸던 야옹이.


몸에 기운이 없으면 좀 먹혀야 할텐대. 너무 안 먹혀서 그저 쉬고 싶단 생각만이 간절했다.

아니, 왜 우리는 또 이 평화로운 섬에서 고생을 하는거야.
힘이나 빼고, 내가 노젓기 배를 타자고 한게 잘못이었나봐 흑.
조금의 후회를 남긴 채,
방갈로로 일찌감치 들어간 우리는 저녁에 뭘 먹을까,
다시 행복한 고민으로 기운을 되찾았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있었는대.
거길 가보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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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의 자부심 강하고 친절한 프랑스 주인장이 생각난다.


프랑스 요리는 아주 먹을만 했다. (근대 가격이 워낙 고가였다.)
무엇보다 친절한 이 레스토랑 주인겸,요리사인 아저씨의 대단한 자부심 담긴 요리에 대한 설명!
그리고 우리에 대한 배려 덕분에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되었다.
이 아저씨는 우리에게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아주 예쁘게 나와요.
라며 사진 찍기도 권했으며, 우리에게 이것저것 요리에 대한 맛도 물어보고,
필요한 거 없냐고도 계속해서 물어봐주고, 부담스러울만큼의 관심을 가져 주었다.
근대, 그럴만도 한것이, 언뜻 분위기를 보아하니,
우리가 며칠째 없었던 그 레스토랑의 오랜만에 온 손님이었던 것 같았다.
손님 방명록을 보니, (각 세계인들이 자기나라 글씨로
레스토랑에 과한 이야기와 맛을 평가해 놓은 공책같은 것.)
한국 사람이 쓴 글도 딱 하나 있었다.
마지막 방명록 쓴 날짜를 보니, 마지막으로 손님이 이 곳을 찾은지 꽤 된듯 하다.

이런 한적한 섬에 손님도 오지 않는 이 레스토랑을 차리고도,
자부심 만만한, 이 프랑스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이 사람의 여러가지 생활과 생각들이 매우 궁금해졌다.
어떻게 처음에 이 섬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곳에서 애까지 낳아 기르면서(애기가 레스토랑에 있었다)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보금자리로서 머물 수 있었는지 등등의 이유 말이다.
이런걸 구체적으로 물어보진 못했지만,
프랑스 주인장이, 우리에게 이 섬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다 라고
연거푸 말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이 섬에 눌러 앉게 된 이유를 살짝 짐작해 볼 수는 있었다.
프랑스 주인장은, 오늘부터 이라크와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라는 말도 해주었다.
며칠동안 신문이며 방송을 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신선한 뉴스였다.
이렇게 평화로운 섬에서 머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동떨어진 지구의 또 다른 어떤 곳의 소식일 뿐 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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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를 먹고 나서, 쉬엄쉬엄 빵빵한 배 소화시키러 숙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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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동안 묵었던 예쁜 방갈로.


맛있는 음식들로 배를 한가득 채우고,
곤양과 나는 방갈로로 돌아와 내내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짐 정리도 하고, 빨래도 하고, 씻고, 침대에 누워 공책도 뒤적거리고,
까이베 레스토랑에 비치된 잡지들도 내내 읽어보고,

그러다가 해가 떨어질 무렵. 까이베 레스토랑 메뉴판에 다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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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 비치되었던 잡지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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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참으로 먹은, 아이스크림과 맥주!


선선한 바다 바람이 우리들 마음에 노크 한다.
출렁출렁- 이는 파도 위로 고요하게 빨간 해가 떨어질 무렵.
까이베 해변의 많은 여행자들은 밖으로 나와 지는 석양을 보며, 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어떤이는 노래도 부르고 어떤이들은 무리지어 여기저기 이야기 나눈다.
곤양과 나는 그렇게 그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도 맥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운 여행의 한때를 만끽했다.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예전부터 보아 온 듯한 익숙한 관광 엽서의 한쪽 그림을 떠올렸다.
너무나도 예쁜 배경을 하고 있는 관광지라는 이름하에 동남아의 이름 모를 섬.
너무나 그 배경이 아름답고 예뻐서, 도저히 현실에 있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그림.
그런 그림이 내 눈 앞에 그대로 그려지고 있었다.
이건 현실이다.

현실감이 전혀 없는 그런 현실.



지출내역.

아침밥(2)-160B.
보트 1시간-100B.
점심(어니언링+아이스크림)-85B.
저녁(프랑스요리-스테이크와 파스타)-340B.
야참겸후식(맥주 두병과 아이스크림, 콘 2개와 티,핫초코)-155B.
휴지-10B.
숙박비-500B.

합계-135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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