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만난사람 8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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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만난사람 8 -한국인

스따꽁 5 1316
비수기인 이유도 조금 있을테고, 분명 사스의 여파로 태국에 여행자가 거의 없다.

카오산의 노점들도 줄었고, 항상 수십명씩 줄을 서있곤 하던 카오산 한복판의 크룽타이은행 환전소도 줄이 없다. 그래도 카오산에는 여행자들이 보인다. 방콕에서조차 한국여행자를 한인업소가 아닌곳에서는 보기가 힘들었다.

쌍끌라부리에서는 한국사람은 커녕 외국인여행자 자체를 보기 힘들었다.

빠이에 며칠 머무는 동안 한명의 한국인을 만났다. 우연히 아주 짧게 보고 헤어졌다.
중국계아줌마의 식당에 노닥거리려고 들어갔는데, 한국사람이 있다고 소개시켜주었다.
그 아가씨의 차시간때문에 몇마디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다. 내가 들고 들어간 린찌 몇줄기를 버스에서 먹으라고 쥐어줬다.

매홍손, 매싸리앙, 여행자조차 드문 곳에서 한국사람은 만날수 없었다.

치앙마이의 내가 좋아하는 인도식당에서 음식을 주문 하는데, 한국인 억양의 영어발음이 들렸다.
그들이 한국말을 하기를 기다리며 귀를 기울였다. 한국말을 했다.
나름대로 밝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한국분이세요?"라고 물었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한국사람말고 누가 또 있다고.
멍청한 질문이지만, 단지 말을 걸기위해 말을 했다.
중년의 남자와 여자는 경계하는 듯한 눈으로 "네" 라고 대답했고. 대화는 끊겼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한국사람을 찾아다니지도 않고, 한국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그렇게 반갑지도 않다. 짧은 여행기간은 한국을 그립게 만들지 않는다. 한국음식도 먹고싶지 않다. 한국여행자건 외국여행자건 여행자일 뿐이다. 현지인보다 재미가 없다. 그것뿐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거의 없다시피한 여행자들과 왠지 모를 친밀감같은게 조금 느껴졌다.
사스공포의 허풍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바퀴벌레들에 대한 묘한 연대감 같은...
특히나 한국사람이라 반가웠다.

그들이 음식을 주문하는데, 주인아저씨가 다른 음식을 추천했나보다. 그들은 싫다고 한거같다. 여자가 카운터쪽으로 가서 다시 주문하는게 보였다. 주인아저씨는 주방으로 들어와서 음식을 직접 보고 판단하라고 했다. 여자는 보지 않았다.
그들은 주인아저씨가 추천한 음식에 대해, 그걸 팔면 더 많은 이익이 있기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손님이 시키면 시키는것만 주면되지 왜 딴걸 먹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인아저씨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마도 그 식당에 처음 와서 주인아저씨에 대해 잘 모르기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꺼다.

그 아저씨는 내게도 음식을 추천해주곤 했다. 비싼걸 시켜도 양이 많은거면, 혼자 다 못먹는다고 다른걸 시키라 그랬고, 어떤 음식은 내가 싫어할꺼라고 다른걸 추천해주곤 했다. 다음번에 가서 내가 싫어할꺼라고 했던 음식을 시켜보았는데... 별로였다. 그날도 내가 마지막날이라 이것저것 시켰더니, 난과 달은 가져오지도 않았다. 내가 주문한대로 가져왔다면, 또 남겨서 아저씨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을꺼다.

나는 가끔씩 그들을 흘낏 쳐다보면서, 묵묵히 내 음식을 먹었다.
그들이 내게 물었다. "여행오셨나봐요?"
"네. 여기 사시나봐요?"
남자가 "사는건 아니고, 애들이 여기...." 얘기하는 중에 여자가 팔꿈치로 남자를 쿡 찔렀다.
여자가 말했다. "네, 여기 살아요"
대화는 또 끊겼다.

그들이 여기 살건 말건, 궁금하지 않았다.

먼 북부 치앙마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오랜만에 한국사람을 보니, 반가웠다.
그것뿐이었다.
그들이 먼저 가겠다고 인사를 하고 가버린후,

또 한국사람을 만나게되면 반갑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5 Comments
돌체비타 2003.06.21 15:37  
  저도 그런 기분을 느낀적..참으로 씁슬하더군요..전 아유타야일일투어중에 생각해볼수록 그 커플은 흔히 말하는 불륜..ㅎㅎ 그러니 눈치없이 말걸고 하는 저를 싫어했겠죠...~
오류 2003.06.22 23:20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범하실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신 분입니다. 그렇게 닫힌 맘으로 어떻게 여행을... 그분들이 먼저 물었다면 똑같이 경계하지 않았을까요? 여행지에서 자국민을 꺼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든 동남아에서든... 한국인인 것이 부끄러운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아 물론 스따콩님이 그렇단 얘긴 아니구요. 한국 사람 태국의 외진 곳에서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합시다. 태사랑에선 반가우면서 왜 먼나라에선 안반가와해야하는지...
요술왕자 2003.06.23 08:31  
  한국인인 것을 부끄러워 한다기 보다 경계하는 것 같더라구요... 외국에 나가서 제일 조심해야 할게 한국인이다 라는 말을 가슴속 깊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예전에 이것에 대해 글을 써본게 있는데.... <br>
<a href=http://my.true.lv/~nok/bbs/zboard.php?id=free4trv&no=350 target=_blank>http://my.true.lv/~nok/bbs/zboard.php?id=free4trv&no=350</a>
반바스텐 2003.06.24 15:23  
  이탈리아사람은 길거리에서 지기나라 사람이나,상대방에서 헬로우 하면 신이 나서 액션을 크게 취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특히 한국 사람들은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 봅니다.인사 잘해서 뭐 나쁠것도 없는데 말이죠,그래서 전 상대방이 인사 해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인사를 안하기로 했습니다.
누구를 2003.06.26 16:37  
  탓할일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 될 수 밖에없는 현실이 아타까울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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