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THAI - like a movi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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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 꽃보다 THAI - like a movie 2◈

아리따 17 1573
 

#.

에어매트를 타고 논다 해도 발끝이 땅에 닿지 않으면,
내겐 깊은 물이다.-_-

켄은 점점 내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깊이 들어가고 있다.


- 나 수영 못해.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자.


“can? can't?”


- 못 한다구. 쫌만 돌아가자.


턱을 하늘 높이 쳐들고 버둥거리며 뭍 쪽을 향해 가다
매트 아래로 쪼로록 미끄러져 버리고 말았다.

앗, 무서워!! 징징49.gif


- 넌 수영 잘 하나 봐?


“응, 한 5년 정도 했어.”


- 5년이나? 우와, 대빵 잘 하겠네! 내 전 남친도 수영.....
아니다!

한국에 대해 뭐 아는 거 있어? 

“배욘준, 잔돈건, 리뵹혼, 김요나… 넌 일본 연예인들 알아? 쿠사나기 츠요시는?”


- 아~ 한국에선 초난강이라고 더 많이 불러. 스마프지?




갑자기 갠짜나요 갠~짜나요 ♬가 생각나 웃음이 터졌다.




-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 오구리 슌, 하마사키 아유미...

그리고 나 아오이 유우 완전 좋아해!



켄은 하마사키 아유미가 졸업한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했다.

꼬 창을 떠나면 앙코르 와트를 보러 캄보디아로 간다고.


큰 파도가 한 번씩 지나갈 때면
눈에 소금물이 들어가 정신 못 차리는 나를 보며

내내 괜찮냐고 묻는다.


비비적비비적 따가운 눈을 진정시키며
다시 매트 위로 올라갈 때마다

켄은 아기스포츠단의 꼬마를 가르치는 자상한 선생님처럼 나를 잡아준다.


어느새 우리는 에어매트를 가운데 둔 채
서로를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이제껏 이집트, 인도, 네팔을 여행했다는 켄.

그럼 고등학생 때 다녀왔단 얘긴데..


한국의 고딩들은 일명 공부하는 기계라서 그럴 시간이 없다 하니,

일본 고딩들은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다며 멋쩍게 웃는다.
거짓말!ㅎㅎ


혼자 여행하는 게 외로웠다던 그에게

그러면 왜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지 않느냐 했더니,

그냥 혼자가 좋다는 간단명료한 답변이 돌아온다.


나도 언젠가는 홀로 여행하면서
지독한 외로움과 맞설 시간이 있을 테지.

그 땐 너처럼 나도 타인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우리는 그렇게 소개팅에 나온 남녀처럼 호구조사를 하고-_-

좋아하는 것들, 여행지, 앞으로의 꿈 등등을 이야기하며
친구가 되었다.


밖으로 나가면 email주소를 알려달라는 그에게

오케이 했더니 진짜지? 확인까지 한다.


챙 넓은 내 모자가 자꾸 거슬리는 모양이다.

이거 벗으면 바닷물에 쩔은 머리 나오는데..싶었지만

얼굴이 조금 가려졌다 싶으면 계속 챙을 들어올리는 통에 쿨하게-_- 벗어줬다.


머리에 걸린 걸 억지로 당기느라 줄이 끊어져 버렸네. 허허-

살짝 눈이 부시다.

모자 쓰고 있을 땐 내 시선을 들키지 않은 채로 얼굴을 훔쳐볼 수 있었는데, 이젠 무방비 상태니..









뭐 대놓고 봐야지.ㅋ


더헛, 이 아이.. 냅다 내 팔을 둘러 자기 목에 척 감는다.

어느덧 뭇 연인들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켄과 아리따+_+

동생뻘인 애하고 지금 뭐하는 시츄에이션?








#.

동생 친구들의 사진을 함께 보며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 중 한 명은 네 살 연상의 여인과 교제 중이었고,

그게 딱 나와 내 동생의 터울과 같았다.


“그래도 남자로 보이긴 하나보다? 내가 니 친구들이랑 사귀는 거랑 같잖아!”


- 윽-_-;; 그래서 다들 신기해 하긴 해.




몰라몰라. 

내가 얘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놀다 만나서 얘기 조금 나누는 중인데 뭐..

근데 이런 포즈로....?28.gif

so what?

나도 모르겠다.









#.

쌍꺼풀 없는 약간 큰 눈에 오똑한 코,

턱수염이 살짝 길어있네.


일본 남자들은 턱수염, 콧수염 많이 기르는 것 같아~ 했더니
자기는 어떠냐 묻는다.

멋있어. 잘 어울려. (아효>_<;;)


주렁주렁 목걸이에 팔찌에 피어싱까지 한두 개가 아니고...
꾸미는 데 관심 많은가 보구나?


1학년 후배들을 볼 땐, 마냥 동생같기만 하던데 희한하게 이 기분은 좀 다르네.




켄은 가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자긴 영어를 잘 못 한다며 애석해했다.


내 영어도 내 맘대로 하는 콩글리시인데..


간간이 침묵이 우리 사이를 지나갈 때가 있었지만, 다행히(?) 어색하거나 불편하진 않았다.


몇 시간 동안을 물 속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파도에 쓸리고 쓸려 무릎이 모래에 닿을 때까지 와서도

다시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 내 손 쪼글쪼글한 것 좀 봐.

켄도 마찬가지다.


물에서 놀던 사람들이 슬슬 나가는가 싶더니 저 멀리 한두 사람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 사람들이 다 없어졌어ㅋ 


“저녁 시간이 다 돼 가나봐. 후후”




#.

아무리 여행지라지만, 처음 본 이성과 이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진 건 처음이다.

나라는 사람이 초면에 이 정도의 스킨십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연애는 해봤지만 사랑은 못 해봤고,

기억은 많지만 추억은 없고...'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고,

언젠가부터 누군가와의 만남에 있어
자기방어본능에 충실해 있는 나였다.



그리고 1년 전쯤부터였을까,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갖기 전엔 연애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왔다.


한 친구가 제대 후 더듬더듬 고백을 해 왔을 때,

난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완곡하게 거절을 하고선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소개팅을 연결해 주는 잔인성을 발휘했다.


붐비는 명동거리에서 예전에 오랫동안 좋아했던 남자와 맞닥뜨리고도

투명인간인 양 그냥 지나쳐 버리기도 했다.


친구들이 지적해준 것처럼,
난 남녀사이에 있어서만큼은 참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인지도 모른다.


왜 그런지는 아직 나도 연구중이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저울질해 본다.



순간 켄이 움찔한다.

나도 반사적으로 움찔.


뭘 하려 했는지 알 것 같다.





머리 위로 서서히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우린 앙드레김 패션쇼의 피날레 포즈로 노을을 바라보았다.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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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키스는 처음이었다.

17 Comments
어랍쇼 2009.02.24 17:24  
와우~~~!!!!
센셋과 키스라....
너무 멋진 그림이네요~~~!!!!! (흥분! 흥분~!)
먼저 들어간 친구분이 좀 애석하겠는데요??ㅎㅎㅎ
담편도 언넝 올려 주세요~!
재밌게 잘 보고 있답니당 ^^*
아리따 2009.02.27 16:52  
엊그제까지 다음편 한창 작성중이었는데, 여러 가지 일로 마무리가 더뎌지네요.^^;
켄의 이야기로 이거 너무 기대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아 큰일이에요.ㅜㅜ
큐트켓 2009.02.24 17:32  
여행지에서만 느낄수 있는...묘한감정..
설레임.. 환상.. 잠시 현실을 떠나.. 감정이 이끄는대로 ..
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 질수 있는.. 유일한 시간..
평생 살면서 .. 그런 경험이 몇번이나 올까요..
옛생각이 나네요... 너무너무 그리운 그시절이..ㅠㅠ
아리따 2009.02.27 16:54  
이 때까진 저 자신에게 솔직한 줄 알았어요ㅠㅠ
큐트켓님처럼 평생 살면서 그런 경험 몇 번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제대로 가지고만 있었어도..
저도 나중에 이 시간을 많이 그리워하겠죠?
아니, 벌써 그립네요..
Madfor♥타이 2009.02.25 02:59  
점점 빠져드는 여행기네요, 달콤 새콤한
근데 친구분은 과연 어디로?? ㅎㅎ
like a movie 3를 기대하며~ !!!!!
아리따 2009.02.27 16:57  
그 시각 친구는.. 꿈속에서 연애를 즐기고 있었을지도..ㅋㅋ
영화와 현실은 가까운 듯 하면서도 너무 먼 것 같아요..
YUNAKIM 2009.02.25 13:0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기 업데이트 될 때마다... 열심히 읽었는데..^^
글 남기는건 처음인 것 같네요..^^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ㅎㅎㅎ
재밌어요!!!!!!!!!!!!!!!!!


아리따 2009.02.27 16:58  
저 수많은 ㅋㅋ들의 의미는..ㅋㅋㅋㅋㅋㅋ
저도 유나킴님 여행기 꾸준히 읽고 있답니당..
예쁜색감의 사진들이 매력적인 여행기에요. 훌륭한 찍사도 데리고 다니시고.. 능력 좋으세요.ㅎㅎ
댓글 감사합니당:)
퓨리린 2009.02.25 22:25  
꺄아~~~~~~~~~~~~ 두근두근
피피 가고 싶었는데 꼬창 한번 찍고 피피 가야겠네요^^
전 꼬사멧 갔었는데 나름 꼬사멧도 좋았어요~
아리따 2009.02.27 17:01  
꼬 사멧 가려다가 급변경된 꼬 창 行..ㅎㅎ
얻어걸린거죠 뭐.ㅋㅋㅋ
원래 계획에 넣었던 꼬 사멧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네요. 사진들 보니까 거기도 꽤 멋진 섬인 듯 한데..^^
저도 피피 원츄!!>_<
김카피 2009.02.26 00:51  
좋았겠어요...  ^^
잘 보고 갑니다~~~!!!
아리따 2009.02.27 17:02  
웁스ㅋㅋ
김카피님 인포테인먼트 여행기도 무척 자세한데다 재미까지 있던걸요..
[사실 그 때는 눈팅만;;ㅋ]
감사해요:)
올드벗굿 2009.02.26 12:21  
별 다른 위기도 없이 1차 클라이맥스로 직행... 아리따 님의 문체는 현재 많이 읽히는 일본 뉴제네레이션 작가들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여행지에서 처음 본 이성과의 로맨스는 사실 진도 나가기 참 어려운데 남녀 둘 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데도 언어보다는 눈빛과 감정표현만으로 멋지게 골인하셨네요. 과연 이 연상연하 커플의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이 엄청 궁금해지네요~~
아리따 2009.02.27 17:06  
와우, 이런 분석적인 댓글..ㅎㅎㅎ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데, 위기가 없어서 그랬나ㅠㅜ

일본문학에까지는 손이 미치지 않아 제 글이 그런 줄 몰랐는데..
이참에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댓글 늘 감사드립니다:)
misosoup 2009.03.02 16:27  
연애는 해봤지만 사랑은 못 해봤고, 기억은 많지만 추억은 없고...

-->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요 ^^; 왠지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지긋지긋한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나름의 추억이 되어 가슴 한켠에 아련히 남기도 하더라구요

벗뜨.. 슬프고,힘든일은 정말정말 진절머리 나요 ^^;;;
앞으로도 제 인생은, 수많은 시련과 기쁨의 연속인걸 알기땜시..(기쁨은 나이에 비례해 급속도로 줄어들겠지만) 에효~소리가 그냥 차올라 오네요 ㅎㅎㅎ
인생 힘들지만 긍정의 힘을 믿고 한번 열씸히 살아봅시다.  아리따운 아리따님~! ^^;; 

마냥 즐겁고 어리게만 살고 싶은  - 미소습 - ㅜ.ㅜ
아리따 2009.03.02 20:24  
쓴 글 다시 읽어보면서 저 구절이,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없구나 싶기도 하네요..

정말 [나름]이라는 말, 어디다 갖다붙여도 살짜쿵 긍정의 향기를 풍겨주는 것 같아요..
이번 여행은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러붙었지만
misosoup님 격려에 힘입어 저도 마냥 어리고 즐겁게만 살래요!

이런 생각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님은 벌써 그렇게 살고 계신 듯ㅎㅎ
와뚜와리 2009.05.27 00:53  

완벽하단 생각이 드네요
멋진곳에다 완전 자유롭고 평온한 마음에다 로맨스까지!!!!
부럽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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