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THAI - like a mov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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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보다 THAI - like a movie ◈

아리따 1 1460

#. 

음.. 딱 봐도 일본産이네.

시선이 연속으로 교환되는 게 괜히 민망해져

방향을 틀어 튜브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수영을 못하는 날 물 위에 떠있게 도와줄 기다란 에어매트도 있고,
한낮의 눈부심을 가려줄 챙 넓은 모자도 쓰고 있겠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종일 놀아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겠다,
아주 팔자가 제대로 늘어졌다.



파도가 이리저리 밀어 주는대로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아무 멜로디나 흥얼거리자니

이거이거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하지만 나의 신선놀음은 곧 끝이 났다.


아까부터 자꾸만 쳐다보던 그 남자가

바로 내 옆에 와 있다.








#.

(“he said”,    -i said)


“혼자예요?” 


- 아니, 지금은 혼자 놀지만. 그 쪽은 혼자?


“응. 어디서 왔어요?”


- 우리 집에서.7.gif 아니, 한국!


“난 일본.”


그건 알고 있었단다ㅎㅎ


그의 나이를 가늠하긴 어려웠다.

20대인 것 같긴 한데, 그닥 많이 먹은 것 같진 않고..

내 또래쯤 되겠지 싶은 외모다.


왁스로 한 움큼씩 삐죽삐죽 세운 머리에

목걸이, 팔찌를 각각 두 개씩 주렁주렁~

쌍꺼풀 없는 날카로운 눈매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인임을 감 잡을 수는 있었다.


- 어, 나 일본 간 적 있는데..


“언제? 어디?”


- 6년쯤 전에.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뭐 이런 쪽..


“아~ 나 오사카 출신인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화다.ㅋ

공항버스 일훈이 이후 두 번째 만나는 오사카男이로구나.



- 와, 그래? 넌 한국 가본 적 있어?


“아직.”


- 꼭 가봐야 할걸~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라규!


사실 뭐 평소에 한국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자부심을 갖고 산 건 아니지만

람부뜨리거리에서 쏨땀을 먹다 만난
네덜란드 아저씨와의 대화 이후

한국은 아름답다는 팔불출스런 표현을 마구 쓰고 다니던 참이다.


“지금은 학교 때문에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데,
한국이랑 아주 가깝대.

나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특히 서울.”


- 서울, 활기찬 도시지.
서울 말고도 다른 멋진 곳도 많아.


(관광공사 사장님, 상 좀 주세효42.gif)

“그렇구나. 다음에 꼭 가볼게.
혹시 일본어 할 줄 알아?”


- 아니, 그냥 단어 몇 개만 아는 수준이야.

여행 중엔 사람들이 워낙 일본인으로 보는 통에
인사는 많이 들었지.

사요나라~ 곤니찌와,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니가 보기에도 내가 일본인같이 생겼니?


“......^^...”


그렇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 내가 들었던 가장 웃겼던 인사는,
영국 이튼에서 어떤 키 큰 남자가

손을 휘적휘적 저으면서 흔들면서 했던 말이야.

뭐라고 했게?


“?”













- 모시모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머시써요”


이젠 자기가 아는 한국말들을 늘어놓는다.



- 머시써요? 맛있어요 아냐? 오이시?

“응,, 오이시!”

- 그건 맛있어요 라고 하는 거야.
“아하, 긁적;; 맛있어요~ 이름이 뭐야?”

- 00. 넌?

“켄”


- 동생이 가르쳐줬는데, 내 이름이 일본어로
**(꽃이름)의 발음하고 똑같다던데?


“맞아. 예쁜 이름이다.”


처음에 내가 가로로 베고 누운 매트 끝 쪽에서 서성이던 켄은

언제부턴가 나와 나란히 에어매트에 의지한 채 파도를 타고 있다.







#.

“몇 살이야?”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차에 먼저 나이를 물어온다.


- 스물...


“스무 살?”


- 아니, 음...


한국나이론 스물 넷.

개월 수까지 따지는 만 나이로 하자면 아직 스물 둘이다.

어느 나이로 말해줘야 할까?
일본도 만 나이를 적용하던가?


사실 이런 머리를 굴리느라 대답이 더뎌진 거였다.

에라, 그냥 중간 선에서 쇼부보자.

- 스물 셋. 넌?


“nineteen”


- 뭐? 열아홉? 그럼, 대학교 1학년이야? 전공이 뭔데?



행정학 전공이시란다.
헐;; 보기보다 많이 어리구나24.gif

확인차 대학생이냐고 물어봤는데 그렇다는 걸 보니
일본도 미국나이 계산하듯 하는 거였어??

우씽 나도 스물 둘이라고 할 걸45.gif


켄은 내 동생과 동갑,
그에겐 나와 동갑인 형이 하나 있다고 했다.


“꼬 창에는 일본인이 없는 것 같아.
한국인도, 중국인도 거의 본 적 없구.”


- 맞아. 여긴 거의 유럽인들이 많은 것 같아.
아시아인은 잘 안 오나 봐.


“agent?”


- no, asian.


"agent?"


-아니, 에이션. 에이젼. 아시안 피플~


켄의 재팬글리시는 때로 대화의 속도를 조절해줬다.

그가 에어매트 위로 올라가 앉았을 때,


- 너 지금 되게 편해 보인다~


못 알아듣는 눈치다.

- 편해 보인다구. 컴포러블, 아! 그래그래, 컴포터블!


“아~ 컴포테이블!”


헐;; 학창시절 영단어 시험 볼 때
철자 안 까먹으려고 외우던 그 발음이잖아?ㅋㅋㅋ

어쨌든, 말은 통하니까:)


한창 아시안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신기하게도 아시안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물 속으로 들어왔다.


[야~ 니 거기서 오줌싸제?]

1 Comments
아리따 2009.02.24 16:52  
뒷글과 한꺼번에 올렸는데, 나오는 건 딱 여기까지네요..무슨 오류가 생긴듯..ㅠㅠ
어쩔 수 없이 두 편으로 잘랐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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