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소녀 왕궁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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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소녀 왕궁 찾아 삼만리..

(참)이슬 6 926
오늘 부터는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들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이니셜로 표기하겠습니다.
인권보호에 앞장서는 lee hyo~~기특하지 않습니까?

저는 원래 초저녁에 자서 새벽에 일어나는 노인네 스타일 입니다.
하지만 밤 늦게 도착한 sa양으로 인해 잠이 깨버렸지요..
숙소가 도미토리였거든여..
숙소에는 밤늦게 도착한 sa양과 장기체류중인 jh오라버니 그리고 저 이렇게
세명 뿐 이었습니다.
막 잠들려고 했던 jh 오라버니도 잠이 깨버려서 다 같이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다 새벽 4시가 되어 잠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은 아침 7시에 다 같이 일어났습니다.
아침은 국수를(25바트) 먹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팍취고 뭐고 남기지 않고
국물까지 다 먹었습니다.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들은 숙소로 돌아가고 저는 왕궁을 보겠다는 신념 하나로 길을 나섰습니다.
지도를 펼쳐보니 왕궁하고 숙소는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참을 가도 왕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붙들고 열심히 왕궁을 물어 봤지만
내 말을 못알아 듣는건지 내가 태국어를 못알아 듣는건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멀리 사원하나가 보이더라구요..
아침일찍 나와서 점심때야 사원을 발견했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여기서부터 입니다.
왕궁을 발견하긴 했지만 출입구를 발견하지 못해 왕궁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찾은 왕궁인데 왕궁앞에 와서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으니 무지
답답했습니다.
왕궁 주위에는 말로만 듣던 보석사기 뚝뚝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깐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오늘 왕궁이 쉬는날이다, 외국인은 왕궁에 들어갈수 없다는 등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제게 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 동그라미와 엑스표도 하고 색칠까지
해댔습니다.
이쒸..지도 한장인데 거기다가 그렇게 낙서하면 어쩌라구여..
더욱더 기가막힌건 길가는 사람을 붙들고 제가 물어봤는데 그 사람 조차
보석사기단 이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8명이나 되는 보석사기꾼들을 물리쳤습니다.
날은 덥지,아침에 먹은 국수는 이미 소화가 다 되어 배고프다 못해 쓰라리지,
너무 걸어서 다리는 아프지..
왕궁 벽을 붙들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다시 걷다 보니 왓포라는 사원이 보이더라구요..
왓포 좋죠..지도에 보면 왓포 바로옆에 왕궁이니깐 안심이 되더라구요..
참고로 왓포 입장료는 20바트 입니다.
왓포를 쭉 들러보고 나오려는데 어느 문으로 나가야 왕궁으로 갈 수
있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붙들고 또 묻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보이는 문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같은 질문을 하면 그들은 또 그쪽에서 보이는 문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되는건지..
그렇게 해서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왓포를 세바퀴나 돌았습니다.
왓포를 나와서 또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왕궁 출입구는 찾지 못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 타마쌋 대학교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쪽에서 내가 걸어봤자 맨날 원점이니 뚝뚝이를 이용할수 밖에여..
혹시 이 뚝뚝이도 보석사기단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는데
고맙게도 그 기사는 정확히 저를 타마쌋 대학교 앞에 내려 주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곳에는 보석사기단도 없고 대학생들이라 어느정도 영어가 되니깐여..
정문에서 학교 식당을 물어봤으나 저는 또 학교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약간 민망했던건 맨 첨에 길을 물어봤던 친구를 한바퀴 돌고나서
또 마주치게 된거죠..
속으로 얼마나 웃었겠습니까?
그래서 씩 웃어주면서 한마디 해줬죠.."니네 학교 참 좋다'라고..
괜히 구경하는 척 했습니다.
식당을 겨우 발견하긴 했지만 뭘 먹어야 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옆에서 조용히 밥 먹는애 가리키면서 같은거
달라고 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물도 학생들에게 물어서 사먹고..
강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는데 무지 행복했습니다.
많이 방황하긴 했지만 어떻게해서 이곳까지 굴러왔는지 참 뿌듯했거든여..
대학교를 나와서 걷다 보니 시장이 나왔습니다.
뭐 별루 살건 없고 길거리 음식들을 보이는 대로 좋다고 먹었습니다.
나중에 숙소돌아갈때 쓰러지면 어떻합니까?
그러니깐 열심히 먹어둬야죠..
에어컨 나오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앉아 고등학생들과 신나게 얘기도 하고
태국어도 배웠습니다.
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그들에게 좋은 한국인의 인상을 심어주느라 신경 좀
썼죠..
그렇게 그들과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덧 숙소로 돌아가야만 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왕궁 출입구가 보이더라구여..
이제 찾으면 뭐합니까..이미 늦어 버린걸..
저는 보이는 사람들을 붙들고 또다시 길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카오싼 로드라고 하면 못 알아 듣고 뒤 싼을 높여줘야 됩니다.
15명정도 되는 중고등 학생들이 쌩쌩 달리는 차 사이로 길 건너는
방법을 알려 줬습니다.
제가 왕궁을 갈때도 그 길을 건넜더라면 쉽게 왕궁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신호등 없는 길을 건너면 안되는 줄 알고 계속 다른 길로 갔었거든요..
한국에서도 가끔 무단횡단 하긴 하지만 남의 나라 와서 했다가 걸리면 무슨   
창피 입니까..
아무튼 그들 덕분에 저는 무사히 숙소에 도착 할 수 있었답니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했으나 어찌나 쑥스러움을 타는지
15명 중에 사진찍은 애는 고작 4명이 전부였습니다.
비록 왕궁을 보지는 못했지만 저는 더 많은걸 얻었습니다.
태국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도움도 받고 맛나는 것도 먹고...
참 흐뭇했습니다.
아마 왕궁보러 갔다가 못 찾은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겁니다.
아래 사진은 왕궁에서 찍은 사진 입니다.
뭔 정신에 사진을 찍었는지 모르겠네여..
6 Comments
태국좋아 2003.06.20 14:56  
  글 재밌군요. ddm에서 보도따라 죽 올라가다가 좌회전하면 탐마삿대학굔데.... 아무튼 내도 8월 4일날 가는데 기다려지눈구만요... 남은 여행 재밋게 하세여...
(참)이슬 2003.06.20 19:13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꾸벅 ㅡㅡ
레아공주 2003.06.21 00:27  
  음..혹시 정호 아닌가용? ^^;
M.B.K 2003.06.21 11:52  
  고생하셨슴니다... 8명의 보석 사기꾼 이야기 감동적입니다.. -_-+ 정말... 왕궁 벽잡고 우셨어여?
(참)이슬 2003.06.21 12:43  
  레아님..저는 정호가 아닌데여~헤~~.. <br>
그리고 m.b.k님! 사실 그때 배가 너무 고파서 울었습니당..ㅋㅋㅋ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까마구 2003.06.23 01:04  
  앗,,왕궁안 화장실 앞에서 찍은 사진같다...ㅋㅋㅋ담장 하나차이군!!!!!! 한쪽방향으로만 돌면 정문을 찾을텐데,,더운날,,아님 삐끼가 많음 정문일텐데,,눈치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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