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THAI - 계단을 찾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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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 꽃보다 THAI - 계단을 찾습니다 ◈

아리따 8 1415

#.

후덜덜거리며 다리 위 기찻길을 대부분 지났을 때 쯤, 바이올린 선율이 들려온다.

친구가 동전 몇 개를 바이올린 케이스에 넣고 기찻길의 바이올리니스트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여행에 슬슬 적응해 가는 친구 모습을 슬쩍 몇 컷 담아본다.

그리고 돌아서자니 등 뒤에서 들려오는 아리랑 멜로디.


거리의 악사들이야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태국에선 그들의 연주에 자그마한 답례나마 할 수 있어 기쁘다.


1유로, 50유로센트 동전을 꺼낼라치면 손이 들어갔다 나갔다 결국 쑥 들어가는 일이 훨씬 더 많지만,

10바트, 5바트짜리 동전 앞에서는 마음이 좀 더 넉넉해지는 것 같다.







#.

죽음의 열차를 타러 간다.

기차 시간까진 아직 1시간 정도나 남았다.


기차역 근처의 수퍼에서 더위를 달래기 위해 요구르트를 하나 사서 물어본다. 친구는 초코우유!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수퍼나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요구르트와 초코우유를 종류별로 다 먹어보는 것.


언제 한 번 날 잡고 각종 요구르트 리뷰를 써봐야겠다.ㅋㅋ





비쩍 말라 뼈가 드러나 보이는 소 몇 마리 앞에서

"음메~ 음메~해봐! 아, 한국말이라 못 알아듣나? 그럼 무~ 무~
흠;; 태국소는 어떻게 울지?"

-_-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여 가며 시간을 죽여 보지만, 꼭 뭘 기다리면 시간은 더 안 가는 법이다.



콰이강의 다리에서 사진을 찍어주며 안면을 튼 언냐와 수다를 떨며 과자도 얻어먹었다.

티켓창구가 열리자마자 잽싸게 표를 끊어오니 (디디엠에서 예약하면 600밧에 철도요금 50밧 별도였습니다. 동대문에서는 처음부터 모두 포함해서 650밧. 돈을 한 번 내냐 두 번 내냐 차이이지 똑같죠^^)


요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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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티켓 하나로 말문을 열고 기차가 올 때까지 이어지는 무한수다.

티켓 옆의 광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버스 의자나 신문 광고에 있는 운세, 인생상담, 택일 뭐 그런 전화인 것 같지?


얼마지?

우리나라보다 쪼금 싼가보네~


뒷면에 여자도 있어!


이 할아버지가 좀 더 신뢰가게 생기지 않았나?



여자들은 이런 수다를 떨면서도 친해집니다*_*








#.

남똑행 죽음의 열차.

덜컹거리는 소리가 그야말로 죽음이다.

직각으로 선 의자는 좌석 패드가 쑥 빠져버리는가 하면, 자연바람으로 하는 냉방에

바글거리는 여행객과 현지인들..

이것도 추억...


난공사 구간에서 죽어간 많은 노동자와 포로들이, 이 열차를 타는 여행자들을 통해 현지인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걸까.


티켓에 구멍을 내는 검표원 아찌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저렇게 사람 좋은 웃음을 선보이신다.

어머나, 깐짜나부리의 살인미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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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앉아계시던 태국인 할아버지의 얼굴에 세월의 노곤함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어느 역사에서 엄마품에 안겨 마구 투정부리던 꼬마아이가
손을 흔드니 역시나 살인미소를 풀풀 날려주신다.


난 아기를 무척 좋아라 한다. 아기들도 대부분 날 좋아라 해 준다.

태국 아가들,, 이목구비가 뚜렷뚜렷 한 것이.. 나락 막막이다.







#.

드디어 밥!!!

여행객들은 단체로 한 식당에 우르르 몰려 들어가 투어팀별로 앉아 함께 식사를 했다.

종업원들이 돌아다니며 개인접시에 밥을 덜어주고, 앞에 놓인 반찬은 덜어먹기!



식사는 마쳤는데, 의자 뒤쪽에 자리 잡고 누운 개님 덕분에 한참을 더 앉아있어야 했다ㅠㅜ





바로 대나무 뗏목을 타러 간다.

보트로 강 중간쯤까지 이동한 후에 갈아타기. 한 사람씩 노를 저어보라고 시키며 사진도 찍어주는 센스!



아무 생각없이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투어가 이렇게 편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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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타러 왔다.

처음 파타야에서 코끼리를 탈 땐, 생각보다 높은데서 마구 흔들리는 통에 옆구리에 담이 걸릴 정도로 의자를 꽈악 잡아야 했다.

어느 정도 타다 보니 손 놓고 우산 쓰고 사진 찍고, 조련사들과 농담따먹기도 했지만ㅋ



길목에서 사진을 찍던 아찌가 묻는다.


"어디서 왔어?"


- 한국이요


"와우, 아이러브 코리아"


- 아이러브 타일랜드!


"아니, 넌 타일랜드 보이들이 좋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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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옆에서 확인사살까지 해 준다.

"저 아저씨 돗자리 펴셔야겠네."



냄새나는 코끼리 침 몇 방울 맞고, 쭈욱 손을 뻗어 이름 모를 풀꽃 한 가지 꺾고,
같이 다니던 코끼리들과 추월경쟁을 하다 보니 끝이다.


엥~ 정말 우리는 코끼리만 탄 것이지, 주위에 볼 것은 황량한 들판과 돌산. 코낄님들의 거대한 배설물들..


하긴 파타야에서도 그렇긴 했다.






#.

마지막 코스, 싸이욕 폭포.



도로변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미리 알고들 왔는지 서양인들은 그 곳에서 수영도 한다.

물론 수영복까지 완벽하게 갖춰입고.

쌔끈한 언니, 화보촬영 포즈도 취해주시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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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으로 돌아오니 저녁 7시쯤,

숙소를 옮기고 싶었던 우리는 같은 투어팀이던 림자매가 묵고 있는 에라완 하우스에 가보기로 했다.

활달한 언니, 조용한 피부미인 동생.
동생과 우리는 동갑내기라 왠지 더 편했다.

대나무뗏목을 타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숙소 이야기를 주고받자니 방으로 따라와보란다. 그만하면 괜찮은 듯 하니 우리방 보고 가라고...


해서 따라나섰던 에라완 하우스를 보고 단박에 마음에 들어 예약을 하고 돌아왔다.

방콕에서 하루 정도 일정이 맞을 듯 하니, 낼모레 밥이나 같이 먹어요~ 했다.


좋은 숙소에, 노천에서 먹는 푸짐한 남의 살들,

정리되지 않은 방도 선뜻 내보여 준 호의에 기분 샤방해져서는

림자매에게 감사의 표시로 과일셰이크를 하나씩 앵긴다.



주는 마음이 왠지 더 기쁘다.

이후 우리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아쉽게도 식사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막강 싸이월드가 있지!








#.

처음 먹어보는 쏨땀. 생각보다 매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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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바로 아래 명당자리에 앉아있다 보니;; 사람들이 몇 번이나 물어온다.




"너네 먹는 거.. 이게 뭐야?"



- 쏨땀! 그린 파파야 샐러드. 매운데 맛나요~



그 중 아들과 함께 와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고 간 한 아저씨는 갔다가 혼자 돌아와 쏨땀을 사갔다.




"헤이, 구면이네염ㅋ 사러 오셨네요? 아저씨 어느 나라 사람?"


- 홀랜드.


"와~ 풍차랑 튤립의 나라!"


- 맞아. 너흰? 일본인?


"아니, 한국인이예요."


- 오~ 와이프가 한국인인데.. 아주 어렸을 때 네덜란드로 와서 한국말은 못 하지만.


"그래요? 그럼 한국 가보셨어요?"


- 응. 작년인가 3월이었어. 한국은 봄이라더니 너무 춥던데..


"ㅎㅎ 맞아요. 그 때까진 좀 춥죠. 한국이랑 태국이랑 어디가 더 좋았어요?"

괜히 얄궂은 질문 하나 던져본다. 우문에 돌아오는 현답.



- Both. 두 나라는 많이 달라. 둘 다 좋지~ 태국은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한국은 아주 아름다운 나라야. 하지만 여행하기엔 태국이 좀 더 편한 것 같아.

서울에 갔을 때, 콘서트를 보러 간 적이 있어.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게 와이프가 한국인이라고 얘기했더니

한국말을 못하니까 한국인이 아니라는 거야. 와이프가 속상해했지.



아저씨는 쏨땀을 싸갔다.

괜히 내가 부끄러워졌다.








#.

꼬 사멧으로 가는 버스+페리 조인트티켓을 사러 동대문에 들렀다. 한창 저녁 시간이라 한국인 여행자들로 식당은 만원이었다.

저녁식사 중이던 기차역 그 언냐와도 다시 한 번 인사하고


그냥 바다 한 번 보고 오겠다는 생각에 꼬 사멧 1박 2일을 생각하고 갔던 우리는 꼬 창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꼬 창가라 떠밀어주신 사장님 감솨요^^)


어차피 바쁠 것도 없는 일정,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이동만 하다가 끝나버릴 것 같은 처음 계획보단 훨씬 낫다.


배도 부르고, 숙소도 새로 구했고, 내일은 섬으로 들어간다!



유후~

짐정리를 하며 사진을 옮기기 위해 디디엠 1층 컴퓨터를 이용했다.

메모리의 사진들을 ctrl+x해서 붙여넣기.

잘라내기를 하는 순간 카메라의 모든 사진은 지워지는 게 당연했고, 어느 순간 컴퓨터가 잠깐 이상하다 싶더니


붙여넣기를 하고 난 사진 개수가 왠지 모자라 보인다.  삽질-_-;;



첫 날 찍은 사진의 일부여, 영영 바이바이~






#.

에라완하우스에 짐을 맡겨놓고 가려고 (짐 하나당 1박에 10밧) 그리로 픽업을 부탁해 놓고 왔기에 아침시간은 더욱 분주했다.

이른 시각, 낑낑거리며 짐을 들고 나와서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웬걸

'엘리베이터 고장'

4층에서 짐 들고 내려갈 생각하니 대략 난감이다. 째뜬.. 계단이 어디지?


디디엠 4층은 엘리베이터 양 옆으로 남/녀 도미토리가 있고, 엘리베이터 문 맞은 편으로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고작 이틀 묵은데다 숙소에서는 잠만 잤던 우리는 계단이 어딨는지 알 턱이 없었다.

위로 가면 아래로 가는 길이 있겠지? 친구가 먼저 올라가보고 오더니 그냥 방이란다.


어라, 우린 어떡해? 계단~ 비상구가 있을 거 아냐!!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식은땀까지 난다. 꼬 창~ 꼬 창 가야 하는데!





할 수 없지. 미안한 일 한 번만 하자.

도미토리 옆 자리의 여자분을 깨웠다.
여기 4일이나 있었으니 뭔가 알겠지.ㅠㅠ


"저기요~ 진짜 죄송해요. 엘리베이터가 고장인데, 계단을 못 찾겠어요.49.gif"



난데없이 머리 들이밀고 달콤한 아침잠을 훼방하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알고보니 남자 도미토리 방을 통과하면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 구조였다.



아이구야- 설마 계단이 거기 있으리란 건 상상도 못했는데..


5층에서 내려가려던 남자 두 분도 마침 계단을 찾다가 황당해하며 앞장선다. 짐도 1층까지 내려주시고... (꾸벅, 배꼽인사-)



비슷한 경우를 위해 엘리베이터 고장이라는 문구에 계단 어디에 있다는 말 한 마디만 덧붙여주시면 좋았을텐데 :)








#.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픽업해 사원 담벼락을 따라 꼬 창 가는 버스를 타러 걷는다.

달랑 쇼핑백 하나씩 들었는데
우리만 빼고 다들 오래 있을 모양인지 내 키만한 배낭들만 보인다.


동양인도 보이지 않는다.


니모가 그려진 예쁜 2층 버스를 타고 간다. 장화홍련, 색즉시공같은 한국영화 예고편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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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커피, 연유, 우유를 거의 같은 비율로 섞어주는 듯한 달달한 카푸치노.
얼음까지 그득히 들어있어 이건 거의 뭐 밥먹는 양이다.



버스는 나름 인테리어에 신경썼는지 커튼이 사선모양으로 달려 있다.


덕분에 한 번 치익- 치면 얼마 못 가 줄줄 흘러내려와 수십 번을 고쳐 쳤더니
뒤에 앉았던 프랑스인 커플이 묶어두었다며 웃는다.


"merci beaucoup!"



-오우, 프랑스어 할 줄 알아요? 울랄라 불랄라~~
(쉬지 않고 계속!)


"................"

난 그냥 옹알이 수준인데, 너무 과대평가 해주신다.아놔7.gif

8 Comments
올드벗굿 2009.02.21 16:08  
글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맛깔나게 쓰시네요. 생동감 넘치는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계속 눈팅의 즐거움 부탁드려요~~ (^^)
아리따 2009.02.22 22:13  
과분한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훨씬 나은 여행기들 천지라 올리면서도 부끄러웠는데 말예요....:)
탕콩 2009.02.21 17:29  
갑자기.. 제가 아는 재일 교포분이 생각 나네요 . 항상 저한테.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일본어로
말 하곤 했죠!!(오레와 강꼬구진 !!@@) 전 아직 이친구가 한국을 않가봐서 . 이런 얘기를 하는거 겠지!!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한국 어 연수차 한국을 26년 만에.. 연수 10개월 갔다와서는 .귀화 준비 하신 다고 하네요. ㅡㅡ;; 일 본 인으로 .. 머 묻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일들 않봐도 비디오니 ..가기 전에 .. 그렇게 당부를 했거만 "기대 하지마라"사람 믿지 마라 ... 지역 감정 심하다 !!!..등등!! 내심 실망을 많이 한듯 하더군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인데요... ^^;;;
아리따 2009.02.22 22:17  
안 봐도 비디오.ㅠㅠ
한국이어서가 아니라 그 분이 만난 사람들이 그런 거였다고 믿고 싶어지네요..
기대말라는 충고를 듣고도 믿게 되는 심리.. 저도 자주 그런데.. 씁쓸하지만 현실이죠..^^;;;
하늘을품어본 2009.02.21 18:34  
저도 옹알이수준 외국어 쓰다가 역공 당했다는... 독일서 만난 중국애한테 중국어 몇마디 했더니... 밤새 내내 중국어로....쩝... 못알아듣는다고 영어로 이야기해도.. 계속 하더라구요
아리따 2009.02.22 22:21  
중국어면.. 밤새 얼마나 괴로우셨을지;;; 같이 한국어로 떠들어주시지 그러셨어요ㅋㅋㅋ
자오아소 2009.02.27 15:12  
아무리 덤벼도 짜장들 수다보다 시끄럽게 할 순 없을껄요?
아리따 2009.02.27 17:07  
하긴 그러네요..ㅎㅎ 고저를 넘나드는 성조덕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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